3. 경계안의 뱀파이어.(39)
3. 경계안의 뱀파이어.(39)
주무성이 땅에 처박히며 울컥하고 피를 토해냈다.
어찌나 강하게 내리꽂혔는지 다시금 튀어 오르는 주무성의 복부를 찍어 내린다.
뻐어억.
“크헉!”
그리고 이어지는 난타.
퍼퍼퍼퍼퍽.
널브러진 주무성을 사정없이 밟아버리는 강인한의 모습은 이를 본 모두를 오싹하게 만들 정도로 살벌했다.
발길질이 계속될 때마다 피투성이로 변해가는 중늙은이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걸레짝신세가 되어가는 그 모습은 도저히 삼영의 원로라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아... 아가씨... 저 청년은 도대체...?”
어디서 저런 실력자들이 튀어나왔다는 말인가.
고정욱, 나대명도 자신의 힘으론 어쩌지 못할 정도의 강자다.
가문의 방계로서 완벽한 초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갈고 닦은 것만으로도 인정받을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던 김영욱팀장.
뒤에 나타난 여인과 구미호로 짐작되는 여인 또한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니, 저 구미호여인은 그 실력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구미호가 원래 저렇게 강한 건가?’
그리고 새롭게 나타난 강인한과 사냥꾼으로 보이는 자들.
마치 거친 전장을 헤매다 온 역전의 용사라도 되는지 그 기세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그것은 자신의 옆에 서서 강인한의 싸움을 지켜보는 작은아가씨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김영욱의 물음에 김나연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김나연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재차 입을 떼었다.
“저러다 삼영가의 원로가 죽기라도 하면 문제가 심각해 질 겁니다.”
김영욱의 말처럼 삼영이 갑질을 했더라도 원로가 죽게 된다면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될 터.
반푼이에서 초인으로 각성한 김나연의 발언권은 가문에서 제법 큰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확한 시비를 가려 중재를 하는 것도 가능한 이야기.
삼영의 원로와 눈을 뒤집어 까고 있는 주현성이 무사하다면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을 터다.
고개를 끄덕인 김나연이 구타를 강행하는 강인한에게 다가간다.
강인한이 주무성을 두드릴 때마다 살벌하게 튀겨 대는 뇌전이 위협적으로 번쩍였다.
“아가씨! 위... 위험!?”
아랑곳 않고 다가가는 김나연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던 김영욱은 그녀의 몸을 보호하듯 둘러싼 푸른 기운에 말을 잇지 못하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육체의 능력과는 별개로 기운을 몸에 두를 수 있다면 그것은 초인이라는 증거.
“어떻게... 아가씨가?”
일반인을 어머니로 두었던 김나연이었기에 그녀는 자신처럼 가문의 반푼이였다.
그녀는 그저 너무나도 아름다운 인형.
가문이라는 굴레에 갇혀 자유를 잃은 안타까운 파랑새일 뿐이었다.
그러한 동질감 때문인지 김나연에 대한 애착이 가장 강했던 김영욱.
그는 김나연의 믿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며 눈에 물기가 어리는 것을 느꼈다.
놀란 김영욱의 말을 들었는지 발걸음을 옮기던 김나연이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언제나 일관된 표정을 고수하던 김나연의 얼굴이 활짝 핀 꽃처럼 환하게 만개한다.
“내 남자를 믿으면 가능해요.”
“아...?”
그 뜻을 알 도리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일명의 중추인 초인이 되었다는 건 확실하다.
***
김나연이 강인한의 곁으로 다가서자 날카로운 손톱이 날아든다.
그그극!
그녀의 손에서 실타래가 일어나 다가선 손톱을 잡아 붙들었다.
그러곤 싸늘한 시선으로 정수지를 날카롭게 쏘아본다.
“무슨 짓이죠?”
공격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자신을 막아섰다는 것은 변함이 없는 사실.
“서방님의 행사가 끝날 때까지 다가가지 마십시오.”
전부 가렸지만 몸의 굴곡이 드러나는 복장의 두 여인.
완벽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아름다운 두 여인이 마주한 모습은 황홀할 지경이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서방님? 당신이 말하는 서방님이 인한이를 말하는 건가요?”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을, 짐짓 모른 척 물었다.
그러면서 정수지의 시선을 무시하듯 외면하고는, 뒤 쪽의 인물들에게 살짝 고개를 까닥여 보였다.
고정욱과 나대명은 잠시 떨떠름한 얼굴이 되어 마주 고개를 끄덕인다.
분위기로 보아 자신들은 나서지 않는 편이 신상에 좋다 여겼는지 슬쩍 시선을 회피하는 모습.
다만, 서로 안면이 있는 이상연만이 어색한 미소로 마주 인사를 해 왔다.
“그렇습니다.”
“수지야... 그분은... 인한이 지인...”
“그래도 서방님의 일이 끝나기 전까지 아무도 다가갈 수 없습니다.”
이상연이 슬쩍 중재를 해 보려 했지만, 그녀의 말은 채 끝나기도 전에 정수지에게 차단당했다.
정수지의 평소 성격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일.
아무래도 여자로서의 경계가 발동한 모양이었다.
이상연이 민망한 얼굴이 되어 김나연에게 어색한 미소를 보냈다.
“내 스스로 애인에게 다가가는 걸 왜 당신이 막아서는 거죠?”
꿈틀.
정수지의 새하얀 눈썹이 크게 요동쳤다.
“마... 말했잖아요! 내 서방님입니다!”
“흥! 결혼도 안 했으면서 서방님이라니. 아무튼 비켜서서 저 사람들이나 잡아두세요. 전 인한이에게 할 말이 있으니.”
“시... 싫습니다!”
“하... 인한이가 저 자를 죽이기라도 하면 상당히 난감해져요. 그런데도 이렇게 막아설 건가요?”
“상관없습니다! 저 자들이 복수를 원한다면 저 또한 마찬가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애초에 그런 일을 만들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인한아!”
그렇게 말하며 큰 소리로 강인한을 부르는 김나연 이었다.
정신없이 구타하는 와중에도 기운이 실린 김나연의 음성은 똑똑하게 들려왔다.
발길질을 가하던 강인한의 몸이 멈춰 졌고, 자신을 부른 김나연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어? 어. 누나. 나 잠깐 이 새끼 좀 조지고 이야기해.”
“잠깐 기다려.”
“응? 무슨 일인데 그래?”
강인한을 멈춰 세운 김나연을 향해 정수지가 불만 어린 시선을 보냈지만 둘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더 이상 하다가는 그 사람 죽을지도 몰라.”
김나연의 말처럼 주무성의 몰골은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처참했다.
“죽으라고 패는 거 맞아.”
“휴...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서 그래?”
“삼영인가 몬가 때문에 그래?”
“그래. 그 사람은 삼영가의 원로야. 그리고 저기 누워 있는 사람은 삼영가 가주 둘째 아들이고. 굳이 적을 만들 필요는 없잖아. 지금의 나라면 일명에서 발언권이 생길거야.”
김나연의 말에 강인한의 시선이 김영욱에게로 향했다 돌아왔다.
“으음... 별로 내키지 않는데? 누나가 일명사람인 것은 알겠는데 이미 약속한 번 어겼거든.”
“지금은 달라.”
“누나. 그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강인한이 싸늘한 눈빛으로 묻자 김나연이 버럭하고 답했다.
걱정되어 하는 말에 싸늘한 시선이 자못 서운했던 탓이다.
이를 본 정수지의 얼굴이 득의만만해진다.
“바보야! 삼영에서 작정하고 복수하겠다고 하면 네가 위험해져서 그런 거잖아!”
많이 서운했던 것인지 눈에 물기까지 어른거리는 김나연을 보며 강인한이 빙긋이 웃었다.
“아아~ 그냥 내가 걱정돼서 그런 거지?”
그 물음에 김나연에 빽하고 고함을 쳤다.
“당연한 거잖아!”
“히히~ 그럼 걱정하지 마. 이 일은 어차피 내가 처리해야 해. 내 사람들의 일이잖아. 누나가 내 사람이 아니라고 한 거 아니다? 누나는 당연히 내 사람이지만, 일명은 아니잖아? 아무리 누나가 중재를 한다 해도 가문의 일처럼 봐주지는 않을 거로 생각해.”
“그... 그건...”
“최대한 노력은 하겠지. 그렇다고 이 새끼들이 살아 돌아가면 전적으로 그 말을 들으려 할까? 물론, 시늉은 하겠지. 그렇다고 뒤에서 더러운 짓을 안 할 거라곤 생각되지 않아. 이미 일명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대 놓고 흔적을 지우려 한 놈들인걸.”
“그래도 너무 위험해!”
“괜찮다니까? 수지의 어머니도 가만히 있지 않으실 거야.”
수지라는 말에 김나연의 시선이 정수지에게로 향한다.
입가를 잔뜩 올리고 있는 그 모습에 김나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다.
그 말이 꼭 자신보다 정수지를 더 믿는다는 말처럼 들렸던 것이다.
이를 눈치 챈 강인한이 김나연에게 다가섰다.
그러곤 어깨를 살짝 감싸며 속삭인다.
“누나는 믿는다니까? 내 사람인데 어떻게 안 믿을 수가 있겠어?”
그 모습에 수지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느꼈지만, 애써 무시하려 노력했다.
지금은 김나연을 다독이는 것이 우선이라 여긴 것이다.
그때, 기절했던 주현성이 눈을 뜨며 강인한과 김나연의 모습을 목격하고 말았다.
“너 이 새끼! 뭐 하는 거야!? 당장 안 놔! 김나연! 정혼자를 앞에 두고 다른 놈 품에 안겨 있어? 제정신이야!?”
아직 제대로 된 사태 파악을 못한 주현성은 반쯤 이성을 잃고 있었다.
번들거리는 눈은 광기까지 어른거리는 것이 당장에라도 때려죽이겠다는 얼굴이다.
“아 맞다. 저 새끼가 그 새끼야?”
“으응? 응...”
“그래서 나한테 계속 욕지거리를 한 거구만?”
“야이 새끼야! 정말 죽고 싶어!? 너 이 새끼! 딱 기다려!”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킨 주현성이 씩씩거리며 삼영가의 초인들에게 명령했다.
“저 새끼 당장 잡아 와!”
주현성의 명령을 들은 초인 삼인방의 얼굴이 난처함으로 물든다.
아무리 초인이라도 직계와 방계의 대우는 다를 수밖에 없다.
다만, 그들이 어물쩡거리는 이유.
자신들의 목에 들이밀어진 날카로운 손톱은 보이지도 않는가 싶었다.
“할아버지! 숙조부! 응? 어디 가셨지? 왜 안 잡아 와! 빨리 잡아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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