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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13화 (213/297)

3. 경계안의 뱀파이어.(40)

3. 경계안의 뱀파이어.(40)

꿱꿱 거리며 두리번거리던 주현성의 눈에 걸레짝이 되어 널브러져 있는 주무성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 씨발... 이게... 무슨...?”

주무성이 누구란 말인가?

무력의 순위를 따진다면 주무성보다 강한 사람은 삼영에 많다.

하지만 주무성은 무력으로만 따질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주무성은 가주인 아버지의 숙부이자 오랜 시간 삼영을 떠받치고 있는 원로이지 않은가?

절대 저런 모습으로 바닥을 나뒹굴고 있어선 안 될 인물이었다.

그제야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낀 주현성이 주변을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그런 주현성을 보며 강인한이 입을 열었다.

“이제 사태 파악이 됐냐?”

“너... 너 이 자식... 어떻게 이런 짓을...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초인의 정점에 선 인물은 아니지만 주무성이 저리 누워있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 대사 참 지겹다. 안 그랬으면 무사할 수는 있었고?”

충분한 위기를 느꼈음에도 자신이 죽을 일은 없다는 굳센 믿음을 발휘하는 주현성.

아무리 막 나가는 놈이라도 삼영의 직계를 죽이지는 않을 거라 믿었다.

“누나! 이거 일명도 개입되었다고 생각하면 돼? 응? 이거 심각한 거야!”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 주현성이 김나연을 향해 윽박질렀다.

그 모습에 김나연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무슨 뜻이야? 이런 상황인데도 방관했다면 그것도 잘못된 거라고!”

“큭큭큭~ 못난 새끼. 일은 지가 저질러 놓고 왜 우리 나연이한테 지랄 하냐?”

우리 나연이라는 말에 김나연의 얼굴이 익은 홍시처럼 벌겋게 물들었다.

“너... 또 이름만...”

그 모습을 본 주현성의 얼굴은 익은 토마토처럼 울그락불그락 해진다.

“우... 우리 나연이!? 이런 개 같은 새끼가! 당장 안 떨어져!?”

“내가 왜? 나연이가 네 거라도 되냐?”

강인한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이를 갈고는 억눌린 음성을 내뱉었다.

빠드득!

“내가... 그 여자 정혼자다. 그러니 당장 떨어져!”

“미안하지만 이미 내 여자가 됐어. 그러니 그만 마음 접으렴~”

그러곤 김나연의 옆구리에 팔을 끼며 손잡이마냥 골반에 손을 척하고 올렸다.

손은 그대로 가만있지 않고 슬금슬금 내려가 슬쩍 엉덩이를 스친다.

“아... 하지 마!”

김나연이 샐쭉하게 강인한을 바라보며 툭 하고 그의 가슴을 쳤다.

정말 싫었다면 더 격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 자명한 일.

김나연의 반응은 절대로 싫은 여자의 반응이 아니었다.

마치 앙탈부리는 여인의 몸부림 같지 않은가?

언제나 도도하고 싸늘한 표정의 김나연.

주현성에게 거리를 두었던 모습과는 전혀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이에 주현성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들썩이는 어깨가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 같은 모양세지만, 그 분노를 이성이 가까스로 붙잡은 모습이다.

주현성의 분노어린 음성은 강인한이 아닌 김나연에게로 향했다.

강인한을 때려죽이고 싶은 마음은 가득했으나, 저런 반응을 보이는 김나연에게 더욱 큰 증오가 불타오른다.

“이런 개 씨발! 으드득! 김나연 네가 스스로 이리로 와. 그리고 김팀장에게 명령해. 저년 놈들을 전부 잡아들이라고.”

“휴... 너는 어릴 때부터 정말 답이 없구나. 김팀장이 돕는다고 여기 있는 사람들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정도로 눈치도 없는 거야?”

김나연의 핀잔에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주변의 면면을 살핀다.

그러곤 잘못되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주변의 한 명 한 명이 범상치 않은 기세를 풍겨 대고 있었다.

‘씨발... 이것들은 뭐야?’

자신이 삼영의 둘째 아들이란 것을 알 터인데도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는 이들.

하물며 큭큭 거리며 중얼거리기까지 한다.

“스펙타클한데? 이러다 정말 삼영이랑 전쟁이라도 하는 건가? 흐흐흐~ 이제야 내 본 실력을 발휘할 때가 온 거지.”

“댁은 그렇게 싸우는 것이 좋은거유? 나는 걱정스럽기만 하구만.”

“좋게 좋게 생각하라고 친구. 우리가 어디 보통의 정예인가? 무려 이면의 경계 생존자라고! 난 지금 흑곰파 곰탱이놈도 전혀 두렵지 않다니까? 아! 우리 대장이 강일인가 머시기파 보스라지? 곧 강남까지 접수하게 되겠군. 흐흐흐~ 저런 중늙은이는 대장 손을 더럽힐 일이 아니었는데 내가 나섰어야 하는데 안타깝구만~”

“이길 자신은 있고?”

“당연한 것 아닌가? 넘버.2 로서 저 정도도 못 이기면 대장에게 면이 서질 않아.”

“하~ 왜 댁이 넘버.2요?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우?”

장수언이 그리 크지 않은 눈을 크게 뜨며 껌뻑인다.

그 모습이 무뚝뚝한 얼굴과는 달리 꽤 익살스러워 보인다.

원래 이런 성격인지 아니면 경계 안에서 바뀐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경계 안에서의 사투로 인해 모두가 바뀌었는지도 모르겠다.

“뭐야? 친구는 인정을 안 하는 건가? 이거 우리끼리 서열한번 정해? 엉?”

“됐수다. 짐승하고 무슨 싸움을 하겠수?”

“어어~ 그거 피하는 거 아니야?”

“알아서 생각하슈. 아니, 그냥 댁이 넘버.2하고 부대장하슈. 됐수?”

왕성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은지와 득구, 명우를 바라본다.

스쿡은 그저 강인한을 주시할 뿐이었고.

득구와 명우는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다.

이은지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장수언을 바라봤다.

***

‘좋지 않아...’

슬쩍 삼영가의 초인 삼인방을 보니 그들도 구미호의 손톱에 몸을 빼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초인이라도 목숨을 도외시하긴 어려운 법.

셋은 죽지 않기 위해 디룩디룩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멍청한 새끼들!’

속으로 그들을 욕했지만 주현성도 그들과 다를 바 없이 눈을 굴리는 상태.

주현성의 시선이 슬그머니 강인한에게로 향했다.

여전히 비릿한 표정으로 자신을 깔아보는 눈빛.

저런 식으로 웃지만 않는다면 특출 날 것이 없는 외모다.

적당히 생긴 순한 얼굴에.

상당히 큰 키.

그리고... 몸은...?

엄청나게 좋다.

달라붙는 우스꽝스러운 슈트 안에 선명하게 드러난 근육들이 꿈틀거린다.

아무리 초인이라도 저런 몸을 유지하려면 보통일이 아니다.

보통 사람도 저런 육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엄청날 텐데, 강인한이란 놈은 보통 사람도 아니었다.

정말로 이름처럼 무지막지하게 강인해 보이는 육체였다.

‘씨발!’

눈앞의 두 년 놈이 발가벗고 뒹굴며 서로 물고 빨고 했다는 생각까지 뻗치자 혈압이 올라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역시나 커플처럼 슈트를 입고 있는 김나연의 몸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이상적인 라인을 그리고 있었다.

순간 욱하는 감정이 튀어나왔지만, 지금까지처럼 섣부르게 입을 열지는 않았다.

필라멘트가 꺼지듯 날아갈 것 같은 이성을 겨우겨우 붙잡자 위기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설마... 살인 멸구...?’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다.

분명 저들은 이면의 경계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있었다.

어찌 된 연유로 경계가 터지지 않고 사람만 사라졌다 나타났는지는 모른다.

이면의 경계에 대해 충분한 조사가 되어 있지 않기에.

알 수 있는 것은 제한 적이다.

확실히 저들이 나타났을 당시 공간을 울리는 기운의 파장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분명히 이면의 경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씨... 씨발...’

삼영에서 백 프로 믿지는 않겠지만, 여기 있는 자들만 입을 다문다면 살인 멸구를 생각할 법도 하다.

오히려 그편이 깔끔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조사한다면 분명히 이면의 경계 흔적 정도는 발견될 거다.

이면의 경계 주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어떤 핑계든 만든다면 만들 수 있는 것이 일명이라는 가문이다.

삼영의 직계인 그는 그 사실을 더욱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깔끔하게 정리하고 그 뒤를 생각했을 것이다.

어차피 살려 둔다면 두고두고 후환덩어리가 될 터이니.

주현성의 시선이 강인한을 지나쳐 김나연에게로 향했다.

그의 시선을 고개를 돌려 회피하는 그녀.

이어서 김영욱에게로 보내는 시선.

그 시선이 못내 신경 쓰였는지 김영욱이 조용히 김나연을 입에 담는다.

“아... 아가씨...”

하지만 김나연은 김팀장에게 고개를 저어 보임으로서 자신의 뜻을 밝혔다.

모든 것을 강인한에게 맡기겠다는 의지.

이 일로 인해 삼영과 일명은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될 수도 있었다.

여기 있는 김영욱팀장과 9명의 팀원.

그들 중 누군가의 입에서 오늘의 일이 흘러나갈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김나연은 강인한의 선택에 손을 들어 준 것이다.

한마디로 일명보다 자신의 남자를 우선한 것이다.

김나연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가문이 아닌 강인한.

가문에 대한 애착 따위는 없기에.

씁쓸하지만 김영욱은 김나연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저들을 강제할 명분도 힘도 없다.

“누... 누나? 나연 누나? 아니지? 그런 거 아니지? 나야! 나! 주현성! 누나 남편이 될 사람!”

주현성의 절규가 장내를 가득 채웠다.

그의 절규와 함께 주무성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쿨럭! 쿨럭! 기다려다오! 안 된다... 쿨럭! 살려다오... 삼영은 이 일을 절대 왈가불가 하지 않겠다... 쿨럭!”

“그... 그래! 우리 삼영은 모든 것을 잊겠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해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을 거다!”

그런 둘을 바라보는 강인한의 눈이 싸늘하게 내려앉는다.

주무성의 말은 진실.

하지만 그의 적의와 살의는 사라지지 않았다.

주현성의 말은 거짓.

적의와 살의는 MAX를 찍고 있었다.

“큭큭큭큭큭~”

강인한의 입에서 자조적인 웃음이 새어 나온다.

“순간 혹 할 뻔했네. 역시 후환은 제거해야 해. 볼 수 있으면서도 믿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건 내가 아직 무르다는 것이겠지. 유언은 잘 들었다. 그럼, 내세에는 좋은 놈들로 태어 나거라.”

강인한의 손이 시퍼런 뇌전으로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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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직장~ 흐흐흐~ 얼마나 일하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작가도 먹고 싸고 자야 하는지라... ㅎㅎ

아무튼 축하해 주신 들꽃님 감사합니닷!

문제는 글 쓸 시간이 너무 없다는 사실... ㅜㅜ

제 글을 꾸준히 봐주시는 독자님들께 너무나 죄송스럽네요.

그래고 쉬는 날 최대한 비축분을 만들려 노력해 보겠습니다.

다행스럽게 어제 오늘은 한 편씩 올라가네요!!

그럼 좋은 주말 보내싶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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