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경계안의 뱀파이어.(46)
3. 경계안의 뱀파이어.(46)
카페 마들렌의 손님은 상당히 늘어난 상태.
단골이라 볼 수 있는 동네 아낙네들 몇몇과.
좀처럼 눈에 뛰지 않던 젊은 남정네들이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젊은 남정네들의 시선은 연지를 향했다 이은지를 향하며 이리저리 눈알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역시 남자라는 족속들은 어디를 가나 한결같은가 보다.
아직은 꾸미는 것에 서툰 연지이지만 얼굴을 환하게 오픈한 것만으로도 그 귀여움이 한층 드러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의 외모에 그 외모와는 대비되는 육감적인 볼륨.
어떻게 보면 살짝 통통하다 볼 수도 있지만, 아직은 제대로 된 관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정도는 애교 살이라 볼 수 있지.’
살 한 점 잡히지 않는 잘록한 허리와 배보다 때로는 살짝 살집이 잡히는 푹신한 여체가 생각나기도 하는 거니까.
저런 몸이 오히려 떡감이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이은지 또한 상당히 눈에 뛰는 외모다.
시원하게 날려 버린 컷트 머리.
여자는 머리발이라는 말을 비웃듯, 차갑고 도도한 얼굴로 시선을 끌고 있었다.
달라붙는 스키니진에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모습위로 적당한 볼륨을 드러내고 있다.
적당한 가슴 크기와 골반.
늘씬한 팔다리와 큰 키는 완벽할 정도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도도한 얼굴 위 눈가는 연신 반달을 그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입까지 반은 벌리고 바라보는 놈이 있을 정도니.
‘저놈들은 알까? 생긴 거랑 다르게 정신이 좀 나간상태라는 거.’
헤실헤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이은지가 H브랜드의 샌들을 또각 이며 다가온다.
돈 한 푼 없다더니 저런 사치를 부려?
방세를 주기 싫어서 구라를 친 건가?
굽이 없다시피 한 샌들임에도 늘씬한 다리 라인을 숨길 수 없었다.
이은지가 지나는 발걸음 뒤로 남정네들의 시선이 뒤따랐다.
“인한님~ 좋은 밤 보내셨나요?”
나는 생글거리는 이은지의 시선과, 불순한 무리의 시선을 동시에 받으며 괜히 입맛을 다셨다.
연지랑 더 많은 대화를 하려고 했는데...
“어? 잘 보냈지.”
“아항~ 그래서 그렇게 얼굴이 반들반들 빛이 나시는 구나? 우리 인한님은 힘을 쓸수록 기운이 더 나시는 것 같아요.”
이은지의 필터링 없는 말이 시작되려나 보다.
나는 샌드위치를 만드는 연지와 허리에 손을 얹고 노려보는 윤지의 시선을 느끼며 횡설수설 빠르게 답했다.
“어. 그래. 오늘 강일유통으로 오라는 말 들었지? 어서 가서 준비해. 나도 저거 먹고 갈 거니까.”
“전 준비가 끝났는걸요? 그것보다 왜 갑자기 땀을 흘리시는지? 잠깐 사이에 컨티션이 안 좋아지기라도 한 건가요?”
그러곤 씨익하고 웃어 보인다.
“그렇다면 제가 그 컨디션 다시 되찾아드릴게요. 어때요?”
“아니야!”
“흐으? 아~ 그렇구나. 그래서 그런 거였어~ 혹시 저기 샌드위치...”
“야! 헛소리 하지마라.”
내가 당황할수록 이은지의 눈매가 더욱 진한 웃음을 머금는다.
빌어먹을 년.
이 년은 분명 일부러 이러는 것이 맞다.
지금 내가 당황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원하신다면~ 그런데 저도 조금은 신경 써 주시면 참 좋을 것 같은데요.”
“알았어. 그러니까 빨리 준비나 해.”
“후훗~ 그럼 약속 한 거예요?”
“알았다고!”
입가에 진한 웃음을 지으며 이은지가 뒤돌아 손을 흔든다.
“이따가 봐요~ 인한님~”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 살살 골반을 흔들며 멀어지는 망할 년.
경계 안에서 어쩔 수 없는 관계를 맺고는 이후로 한 번도 제대로 된 섹스를 하지 않았다.
어쩌면 욕구불만을 이렇게 표출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은지의 뒤로 따라붙는 짐승들의 시선이 은근한 적의를 띠고 나를 스치고 지난다.
‘뭐야! 씨발넘들이!’
그 눈빛들이 아니꼬와 가슴을 불리고 한차례 쓸어 주니 슬그머니 시선들을 내뺀다.
프리지아한테나 개 꼬맹이지 내 체구는 대한민국에서 꽤 큰 편에 속하거든.
그동안 산전수전을 겪으며 제법 날카로워진 눈매도 한몫했다.
“오... 오빠? 왜 그러시는...”
“어? 아! 별거 아니야. 다 만들었어?”
연지에게 시선을 돌리며 묻자 쭈뼛거리며 이은지와 나를 번갈아 본다.
“네... 저... 저분하고도 많이 친하신가 봐요...?”
“어? 아~ 아니야~ 아니야~ 쟤 이거거든.”
손가락을 머리에 가져가 빙글빙글 돌리자 연지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다.
“진짜야. 쟤 정신이 좀 안 좋아. 이... 일단, 오빠가 나가 봐야 해서 나중에 또 이야기하자.”
“네? 네...”
나는 풀이 죽어 보이는 연지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살짝 흠칫하던 연지가 발그레 홍조를 띄우며 순순히 머리를 내 손에 맡겼다.
토실토실 강아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이다.
이런 순수한 모습으로 나를 생각하며 자위를 하다니.
괜한 상상에 아랫도리가 뻐근해지는 느낌이 든다.
-오빠! 이 바람둥이 새끼야!-
다행스러운 것은 옆에서 땍땍거리는 윤지 덕에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뻣뻣한 양물을 진정시키는 효능이 탁월한 윤지의 음성이다.
불편한 시선들이 등에 꽂히는 것은 덤이고.
어찌되었든 승자가 감수해야 하는 시선일 테니 너그럽게 생각하자고.
-내가 다 말할 거야! 너 존나 바람둥이라고!-
커피와 샌드위치가 담긴 봉투를 받아들곤 손을 흔들어 준다.
그 뒤로 쨍알쨍알 거리며 윤지가 따라붙었다.
“존나가 뭐야? 존나가~ 여자애가 입이 왜 그래?”
-이... 나쁜 새끼!-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나도 나만의 사정이 있다고. 그리고 연지는 내가 잘 아껴줄 수 있고~”
-안 돼! 도저히 안 되겠어! 허락 못해! 아까 그 년하고도 했지!-
“뭘 했다는 거냐?”
-그... 그거 말이야!-
“아~ 몰라~ 그리고 너도 네 언니 자위하는 거 몰래 봤잖아. 둘 중 어떤 게 연지에게 더 충격적인지 물어볼래?”
-이이익! 야! 말 안 끝났어! 이리 와!-
2층을 지나 3층으로 향하자 따라오던 윤지의 발걸음이 멈췄다.
처음보다 벗어날 수 있는 거리가 늘었음에도 이동에 대한 제약이 뒤따르는 모습이다.
“나 바빠서 나중에 보자~”
***
나의 애마.
나의 최초 드림카.
벤틀리의 시동을 켜며 이은지를 향해 퉁명스럽게 묻는다.
“넌 왜 여기 타냐?”
“옆에 여자 친구분 있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맞다.
이은지가 자연스럽게 의자를 젖히고 뒤에 타는 모습에 수지의 얼굴이 뾰로퉁하게 변했다.
알겠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내 상황에 대해 불만을 쉽게 잠재우지 못하는 수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지.
괜히 눈치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은지가 실실거리며 수지를 향해 말했다.
“전 인한님 여자 친구분하고 잘 지내고 싶은데~ 절대 수지씨 자리를 탐내지 않을 테니까 너무 경계하지 말아 주세요. 수지씨처럼 인한님에게 잘 어울리는 여자 분에게 제가 어떻게 상대나 되겠어요?”
“겨... 경계하는 거 아닙니다...”
“아! 다행이다. 수지씨가 너무 예뻐서 사실 불안 했거든요. 역시 예쁜 만큼 마음씨도 너무 좋으신 것 같아요. 정말 인한님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분이세요.”
“네? 제... 제가 제일 잘 어울리는 것입니까?”
“모르셨어요? 전 수지씨 처음 보자마자 생각했는데?”
이은지의 사탕발림에 수지의 얼굴이 발그레하게 물든다.
처음의 뾰로퉁한 표정은 그새 어디로 갔는지 수줍게 붉힌 모습이었다.
날이 지날수록 느끼는 거지만, 이은지의 처세술은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 고맙습니다.”
나이로 따지면 수지보다 많은 이는 없을 진데, 이은지는 수지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있었다.
하긴, 나연누나를 저 주둥이로 설득할 때부터 범상치 않다고는 생각했다.
“수지씨. 우리 앞으로 잘 지내봐요. 수지씨가 싫어하는 건 알지만, 인한님에게는 모자란 저라도 필요한 상황이잖아요.”
“네? 아... 아닙니다! 이... 이은지씨는 모자라지 않습니다! 이은지씨도 예쁘고 좋은 분 같습니다!”
“호호호~ 그렇게 생각해 주면 더 고맙고요~”
자신을 잔뜩 낮추며 다가가는 이은지덕에 가는 길이 그렇게 흉흉하지는 않게 되었다.
사실 이은지와 안 좋게 엮인 부분도 있었고, 굳이 그렇게 엮인 여자를 곁에 둘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어 보니 어쩌면 이은지의 역할이 자주 필요하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한 번 박아 줘야겠네.’
백미러를 슬쩍 바라보자 거울 안 이은지의 시선과 마주쳤다.
씨익.
‘요망한 년.’
여시처럼 웃고 있는 이은지의 시선.
많은 여자들이 나를 공유하게 되었지만, 그중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여자는 이은지다.
수지나 나연누나는 물론, 상연누나마저 약간의 질투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은지는 언제나 변함이 없다는 것.
백미러의 거울위로 이은지의 스마트폰 화면이 드러났다.
그 안에 써져 있는 글.
[연지씨는 제가 잘 엮어 볼게요.*^^*]
‘귀... 귀신같은 년...’
나는 괜히 오한이 드는 듯해 백미러에서 시선을 거두고는 운전에 집중했다.
“서방님... 갑자기 왜?”
“어? 아무것도 아니야. 생각 좀 하느라고.”
어찌 되었든 이은지가 배신을 때릴 일은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는 건가?
오롯이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여자가 하나쯤 있으면 편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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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12전에 겨우 골인했네요.
하루 12시간가까이 일하고.
출퇴근에 드는 시간 2시간.
14시간 가까이 일을하다보니.
도저히 시간이 나질 않습니다.
쉬는 날 최대한 비축을 해 보려하지만.
매일 연재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군요.
오늘이 쉬는 날이기에 비축분을 만들어보려 했지만.
너무나도 피곤한 나머지 그대로 뻗어버리고 말았어요.
그래도 어떻게 한 편은 올렸습니다.
새벽까지 하나라도 더 써 놓아야 겠습니다.
이 전보다 연재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부디 많은 양해 바랍니다.ㅜㅜ
연말이다 보니 이런저런 약속까지 생기면서 정신또한 없네요.
모두들 화이팅하시고 올해 마무리들 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