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경계안의 뱀파이어.(48)
3. 경계안의 뱀파이어.(48)
“허... 지금... 제정신인 거냐? 어떻게... 아비랑 상의도 없이...”
허탈한 김우혁의 말과 표정.
초인가문이라는 곳에서 태어난 여성초인이라면 절대로 함부로 할 수 없는 것.
“아빠... 전 부탁드리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제 의지를 말씀드리는 거예요. 더 이상 일명에서 닭장의 닭 신세로 살고 싶지 않아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는 하는 말이냐?”
일명을 저버리겠다는 것은.
힘을 거세당하고 철저하게 외부인이 되겠다는 말과 같다.
“그를 받아들이면 될 일이에요.”
“허어...”
김우혁의 입에서 연신 탄식이 터져 나왔다.
사랑하는 딸이기에 내색하지 않을 뿐, 그의 머릿속은 듣도 보도 못한, 한 놈에 대한 분노로 가득 들어찼다.
그 놈은 일명이라는 거대가문의 규율에 대해서는 알지 못 할 것이다.
그로 인해 딸이 겪게 될 일에 대해서도.
거기에 더해 그 놈이 제대로 된 초인이 아니라면?
딸의 말로는 초인이 확실하다 했지만.
반푼이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이들이 존재한다.
반푼이와 초인을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은 고유능력이다.
반푼이라도 육체능력이 초인에 가까울 정도로 뛰어난 이들도 존재하지만, 결국 고유능력을 갖지 못하면 반푼이에 불과하다.
초인과 반푼이에게서 초인이 태어나는 것은 그야말로 희박하다 못해 제로에 가까운 확률.
일반인만큼 희박한 확률이다.
딸의 말로는 그놈으로 인해 자신이 초인으로써 완전해질 수 있다 말하지만.
직접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말일뿐이다.
세상에 그런 능력이 있다면 모든 반푼이들이 전부 초인이 되었겠지.
김우혁은 김나연이 경계 안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것보다 그 말을 더욱 믿을 수 없었다.
그저 그놈에게 눈이 팔려 어떻게든 옹호하려 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일명의 도움을 바라는 것이 아니에요. 제가 바라는 것은 그저 자유라고요. 어차피 반푼이밖에 안 되었던 저잖아요. 서로 적대할 이유도 그렇다고 신경을 거스를 필요도 없다고요. 저 또한 가문에 문제가 생기면 한 손 보탤 것이고요. 당연히 그도 제 가문을 외면하진 않을 거예요.”
일명은 초인가문이다.
김나연이 초인이 되었다고 하나.
그리고 그 잡놈이 초인이라 할지라도.
이 둘의 손을 빌릴 일이 존재하기나 할까?
김우혁은 고민은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아들하나와 딸 둘.
한 사람에게서 둘이나 되는 자식을 본 김우혁은 운이 좋다 볼 수 있었다.
삼영의 가주조차 다섯의 부인을 두고도 둘의 아들을 보았을 뿐이었다.
김우혁이 자식을 본 정실은 자신의 손위 누이였다.
당연히 그에겐 누이가 아닌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고.
그녀를 정실로 둘 수는 없다는 사실에 비관하며 젊은 혈기를 참치 못하고 그 불꽃을 활활 태웠다.
그 결실로 태어난 것이 김나연이다.
하지만 보통의 여인이 일명가에서 버티는 것은 지난한 일.
출산 후 계속되는 스트레스로 인해 얼마 되지 않아 어린 김나연만을 두고 세상을 떠나버렸다.
자기 욕심으로 사랑하는 여인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어린 딸은 반푼이로 태어나 가문에서 모진 멸시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여아.
초인이라는 여성은 가문의 후광으로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지만, 실상은 한 사람의 씨받이에 불과하다.
빛 좋은 개살구.
그나마 약간의 자유라는 것을 얻기 위해선 초인자식을 생산하여야만 했다.
조선 시대보다 더욱 팍팍한 여성의 인권.
어딜 가나 항상 따라붙는 시선과 감시를 받아야만 했다.
그나마 김나연에게 2년의 유예를 줄 수 있던 이유는.
그녀가 반푼이에 불과했기 때문.
그렇다고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
결국은 가문을 위한 소모품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정해진 결혼이 아닌, 정말로 사랑했던 여인과 닮은 김나연.
비록 반푼이이지만 김우혁에게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막내딸이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삼영의 둘째가 김나연 없이는 죽고 못 살기에 한 편으론 안도했던 것도 사실.
어찌 보면 정략으로 엮인 소모품 신세에 불과하지만 주현성이라면 충분히 김나연의 방패막이 되어 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그놈이 정말로 그런 망나니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딸아이에게 들은 김현성의 실체는 지금껏 보여 온 모습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이었다.
철저하게 이를 숨긴 삼영가에 분노가 차오르면서도, 초인으로서 완전해진 김나연이 다른 이를 원하는 모습에 참으로 복잡스럽기 그지없었다.
가문에서는 분명 첫 째 아들인 김우진과 엮으려 할 것이 분명하기에.
아무리 가주라 하더라도 가문전체가 들고 일어선다면 그조차 쉽게 막을 길이 없었다.
***
‘헐...’
이거 무슨 차이가 있는 거야?
모든 수치를 MAX로 만들면 사람을 각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마구 찍어내서 대한민국 최강의 세력을 만들 수 있다 여겼는데.
그러했던 생각은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버렸다.
‘도대체 뭐가 문제지?’
내 안의 뇌기가 약발이 다 됐나?
조응수와 김명기, 정수완의 수치는 이제 막 최고조에 이른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 반응이 시원찮은 것.
“대... 대표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힘이 넘칩니다! 마... 마치 20대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흥분한 조응수가 침을 튀겨 가며 경악한다.
김명기와 정수완도 마찬가지.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극적이진 않았다.
느껴지는 기운 또한 미미하기 그지없는 것이.
각성했다기보다는 강력한 도핑을 했다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기대했던 각성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그들의 눈은, 마치 신을 배알하기라도 하는 듯 초롱초롱 빛난다.
내 손에서 피어난 푸른 뇌전과.
그 뇌전이 자신들의 몸에 들어오며 육체 능력을 향상시켰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라 볼 수도 있었다.
“이것... 이었군요! 나사장이 변한 이유가...”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저 쓴웃음을 지어 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왜 제대로 된 각성이 되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렴풋이 무언가가 있다고는 생각해 왔습니다. 인간이라 생각하기엔 말도 안 되는 신체 능력을 지닌 이들... 허... 그런 이들이 정말로 있었던 거군요.”
조응수는 내가 아쉬워하는 것은 느끼지 못한 듯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육체의 능력이 달라졌으니 적응해야 할 겁니다.”
그래도 저 정도면 초보 사냥꾼 이상은 되지 않을까?
물론, 퓨리다크니스를 주입하기 전의 사냥꾼 말이다.
훈련을 한다면 더욱 그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겠지.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전력이기는 하다.
한가락 하는 장정 네다섯은 무난하게 상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된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끄으응~ 살아난 것이다!]
아주 적절한 때에 들려온 마엔의 음성.
딱 고민인 이때 등장한 마엔은 적절한 구원자와도 같았다.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길이 더욱 쉬워질지, 아니면 가시밭길이 될지 판가름 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엔?’
[그래. 나 위대한 칼라쿠니아 노히드르 다스리다 마엔인 것이다.]
쓸 대 없이 이름을 늘리는 버릇은 여전한가 보다.
어찌 되었든 무사하다는 생각에 안도도 잠시.
바로 문제에 대한 질문을 퍼부었다.
‘마엔! 아무래도 내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너는 알 수 있겠지? 뭐가 문제인지?’
[끄응... 네놈 때문에 이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거늘, 재회의 안부를 묻기보다 앞서 네 말만을 늘어놓다니... 정말이지 하등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내 힘을 매개로 힘이 주어진 네놈에 대한 실망이 이루 말할 수 없음은 물론인 것이고, 나 위대한 칼라쿠니아 노히르드...]
마엔의 말이 또 길어지는 듯하자 나는 재빨리 사과하며 그녀의 비위를 맞추어 주었다.
‘마엔! 정말 미안해! 네가 위대한 칼라쿠니아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겼다. 네가 그렇게 힘들었다는 걸 알았다면 안부부터 물었을 거야.’
[크흠... 흠... 그런 것인가? 후후후~ 사실, 이 위대한 마엔님은 별문제가 없었다. 그저 너의 예의에 대한 것을 일깨워 준 것이다.]
‘그래. 당연히 그렇겠지. 그러니까 지금 내 상황이...’
[이런~ 이런~ 너는 아직도 모자란 것이다. 나는 이미 네가 무슨 문제에 봉착했는지에 대해 다 알고 있다.]
‘아... 그래? 그럼, 이거 무슨 문제인 거야?’
[그것은...]
‘그것은...?’
[그러니까 그것은... 음... 그런데 이미 네 마음대로 변형시킨 힘을 왜 내게 묻는 것이냐?]
‘뭐?’
나는 황당함에 순간 벙 찐 표정이 되어 버렸다.
결국은 저도 이 이유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말 아닌가?
“대표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생각할 것이 있어서. 당분간은 조직원들의 훈련에 신경 써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훈련 교관으로 나사장도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나사장님이요?”
“네. 나사장이 한때는 현역으로 격투기를 했던 터라 그 실력이 상당합니다. 이를 중점적으로 훈련에 적용하면 어떨지...”
“아... 그것도 좋겠군요. 그건 조이사님이 나사장님하고 상의를 해 보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말을 끝낸 조응수는 무슨 할 말이 더 있는 듯 우물거렸지만, 내가 마엔과 대화에 집중하자 생각에 빠져 있다 여겼는지 인사를 하며 김명기와 정수완을 데리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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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작가의 건강을 생각해주시는 들꽃님! ㅜㅜ
감사합니다!
요즘 근육도 조금씩 처지려는 조짐이 보입니다. ㅜㅜ
최대한 짬을 내서 몸관리도 해야겠습니다.
sdg921020님!
오타 발견해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바로 수정토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