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는 다보여-223화 (223/297)

3. 경계안의 뱀파이어.(50)

3. 경계안의 뱀파이어.(50)

목표는 일반 조직원들까지 사냥꾼에 준하는 전투력으로 끌어올리는 것.

그들 중 진정으로 나를 따르는 자는 인간이라는 한계를 한 꺼풀은 벗게 될 것이다.

그중, 진정 잠재력이 있는 자는 인간을 초월하여 격을 지니는 인간이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무슨 사이비 교주가 된 느낌이다.

모두가 바쁜 와중.

알고 보면 가장 한가한 것은 내가 아닐까?

그래서 구상두의 비밀금고는 아직 할 일이 없는 수지와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그것이 그렇게 좋은지 연신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모습.

“저... 저... 그런데 저는 언제 서방님 집으로 이사를 할까요? 정말 제가 들어가도 되는 것입니까?”

수지의 나에 대한 집착은 생각보다 더 강했다.

2층에 이은지가 산다는 것을 알고는 이사 오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끝없이 질문을 퍼부어 댔다.

이를 지켜보던 상연누나도 은근하게 이사할 것을 내비쳤고.

결국은 두 여자 전부 각각 2층의 원룸에 들어오기로 했다.

지금 사는 곳에 비해 비좁은 곳으로 오면서도 연신 웃음을 지우지 못하던 두 여인.

나로서는 그녀들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만큼 나를 사랑한다는 말 아니겠는가.

그저 내가 감수해내야 할 일이다.

그래도 수지의 투기는 어린아이의 투정과 비슷한 면이 있어 다행스러울 따름.

그렇게 40여분을 달려 경기로 구리시에 있는 외딴 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24시간 사각 없는 CCTV가 돌아가는 상태였으며, 누군가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바로 감지해 알림을 울리는 기능이 적용되어 있었다.

나는 나대명에게서 받은 기기의 버튼을 눌러 알람을 해제시켰다.

이 알람이 울리면 구상두에게 알림이 가는 것은 물론, 방범업체에서도 무조건적으로 출동하게 되어 있었다.

물론, 그 구상두는 이미 죽어 먼지가 되어 버렸지만.

지어진 지 10년도 안 되었을 주택이지만, 관리하는 이가 없어지자 곳곳에 거미줄이 드리워져 겉모습은 폐가를 방불케 했다.

이 것이 주택의 단점이기도 하다.

나와 수지는 현관으로 다가가 디지털도어를 터치했다.

삐릭.

배터리가 방전이 된 듯 짧은 신호음과 함께 꺼져 버리는 디지털도어.

나는 디지털 도어에 전류를 튀긴 손을 얹었다.

파지지직. 팟팟.

띠리리릭 띠링.

희뿌연 연기와 함께 열려 버리는 디지털 도어.

그 모습에 수지가 해맑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서... 서방님! 멋있습니다!”

괜히 머쓱한 기분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작은 방 크기의 시원한 현관과 옆 벽면 전체에 달린 붙박이 수납장이 보인다.

신발 50켤레는 거뜬히 집어넣고도 남을 크기다.

“와... 그놈이 돈이 많기는 많았나 봐.”

“후훗~ 전부 서방님 것입니다.”

이 큰 주택이 내 것이라는 말이 나쁠 것은 없지만.

여기서 상연누나와 구상두가 뒹굴었을 생각이 떠오르는 덕에 괜히 불쾌해진다.

뭐, 그것으로 인해 상연누나에게 유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그렇다는 거다.

고로, 이 건물은 그냥 팔아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상연누나도 구상두와 머물렀던 곳은 전부 정리해 버렸지 않은가.

“팔아버리려고.”

“아... 하지만 여기 너무 좋은데...”

“더 좋은 곳에 멋들어지게 지어 버리면 되지.”

“정말입니까? 네! 서방님 좋습니다!”

나는 씨익 웃어 주며 수지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언제부턴가 생긴 버릇.

은근히 기분 나빠하는 여자들이 많아 하지 못했는데.

내 여자들은 내 손길을 참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

양 주먹을 꽉 쥐고 내 손길을 느끼며 강아지처럼 해실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안 그래도 예쁜 것이 이렇게 귀염을 떨자 단숨에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간다.

‘정말 지금까지 일들이 꿈은 아니겠지...?’

이런 내 여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깨어나지 않는 꿈을 꾸는 것만 같다.

[킥킥킥~ 그 사이 또 발정이 난 것이다. 어쩜 그렇게 짐승보다 더 한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닥쳐~ 섹스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것이.’

[흥! 내가 섹스에 대해서 모른다고? 후후후~ 그건 아닌 말인 것이다~ 그 이유라면...]

나는 계속해서 떠들어 대는 마엔의 음성을 외면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마엔의 말을 듣다 보면 한나절을 듣고도 모자란다는 걸 알고 있는 탓이다.

“1층만 50평은 훌쩍 넘겠는데?”

겉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크다 여겼는데, 안으로 들어서자 더욱 크게 다가온다.

나 같은 서민출신은 절대로 꿈도 꾸지 못할 대저택.

지금이야 이 주택의 1층 크기에 해당하는 집이 생겼지만 말이다.

수지와 나는 이리저리 둘러보며 1층의 가장 큰 방을 찾아 들어갔다.

방 안에는 사람 다섯은 누워도 충분할 커다란 침대가 있었다.

프리지아의 침대보다는 작지만, 인간계(?)의 침대 중 크기로는 상위에 속하리라.

“우와아~ 치... 침대가 마마의 침대만큼 큽니다.”

음... 마마도 부자군.

감탄을 연발하며 수지가 침대 위에 엉덩이를 앉히고는 폴짝폴짝 뛰었다.

나는 침대 밑에 엎드려 밑을 확인했다.

침대다리의 높이가 상당해 사람 한 명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보였다.

대리석으로 된 바닥.

보통 사람이 보면 칸칸이 나눠진 단순한 대리석으로 보이겠지만.

내 눈에는 그 대리석을 잇는 실눈에 미세한 금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찾았다.”

“어? 정말 밑에 있습니까?”

수지도 호기심에 바짝 엎드려 침대 밑에 머리를 들이민다.

콩.

“아앗! 아! 죄송합니다. 서방님! 히잉~”

그 덕에 서로의 머리가 부딪치고.

울상이 된 수지.

아파서 울상이 된 것은 아니다.

다시 재회를 한순간부터 사소한 것 하나하나 관심받기를 바랐다.

나는 머리를 부여잡은 수지를 가만히 가슴에 안아주었다.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

“정말입니까?”

“그래그래. 그럼 이제 보물탐사를 해 볼까?”

“네! 보물! 두근두근 합니다!”

우선, 킹 사이즈 침대 두 개를 붙여놓은 크기의 침대를 옆으로 옮겼다.

보통무게가 아니지만 그 정도야 일반인의 기준이고.

방 크기만 15평은 될 정도로 컸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침대를 치워내자 바닥에 그어진 실선이 더욱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정말이지 대단히 공을 들였나보다.

이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 놓다니.

손에 쥔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자 그그긍 거리며 바닥이 떠오른다.

사람 둘은 동시에 들어갈 정도의 공간에 계단이 드러났다.

정말 치밀하기 그지없다.

“지... 진짜 신기합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웃고 있었지만, 나 또한 상당히 놀랬다.

이런 영화에서 볼 법한 장치가 되어 있다니.

돈이라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세삼 실감하는 중이다.

“내려가 볼까?”

“넵!”

나와 수지는 밑에 드러난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갔다.

발을 디딤과 동시에 은은하게 밝혀지는 공간.

계단을 모두 내려오자 드러나는 지하밀실.

“와... 대단한 새끼.”

“와... 대단한 새끼입니다.”

“저기 금고가 있네?”

“네. 저기 금고가 있습니다!”

“가 보자.”

“네. 가 보는 겁니다!”

“킥킥킥~”

나를 따라 하는 수지가 귀여워 큭큭 거리자 수지가 멀뚱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서방님... 왜 웃으십니까?”

“아니야. 우리 수지가 너무 귀여워서.”

“서... 서방니임...”

나는 얼굴을 붉히며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는 수지를 뒤로하고 금고로 다가갔다.

“서방님 같이 가요.”

그 뒤를 수지가 쪼르르 따라온다.

높이 3미터. 폭 2미터 정도의 무지막지한 쇳덩어리로 이루어진 금고의 문.

금고 안의 전체 크기는 각 면의 폭이 5미터 정도의 사각형이라 했다.

나대명의 말에 의하면 이 금고는 전체가 무식한 쇳덩어리로 되어 있으며 오로지 입구만 있을 뿐이라 했다.

그 두께만 50CM에 달할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 폭탄으로도 소용없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웬만한 장갑차보다 두꺼운 두께.

적어도 이것을 맨손으로 뚫으려면 화학탄 이상의 폭발적인 힘이 필요할 듯했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금고의 문을 바라봤다.

금고의 잠금장치는 수동적인 것과 디지털적인 것으로 이중 잠금이 되어 있었다.

디지털을 뇌기로 전력을 일으켜 해결해도 문제가 있었다.

괜히 뚫을 수 있다는 호기를 부린 듯하다.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는 없고 일단 두드려 봐야겠다.

나는 주먹을 움켜쥐고는 뇌기를 끓어 올린다.

파지직. 파직. 파작.

팔을 타고 응축되는 힘이 느껴졌다.

불안했던 마음이 응축되는 힘으로 안정됨을 느낀다.

‘할 수 있다!’

“서방님! 파이팅!”

이제는 수지 앞에서 쪽을 팔수는 없지.

이 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나도 꽤 강해졌다고.

그런 수지의 응원에 힘입어 힘껏 주먹을 날린다.

‘설마, 존나 아프지는 않겠지?’

바위는 부숴봤어도 쇳덩이에 주먹을 날려본 적은 없기에 내심 불안함이 엄습했다.

그렇다고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어 젖 먹던 힘까지 내어 내지른다.

‘오오~ 느껴진다. 이 힘!’

주먹이 뻗어 나감에 따라 건물전체가 날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만큼 내 주먹에 담긴 거력이 대단하게 느껴진 탓이다.

콰아앙.

파치치치칫.

폭발이 일어나듯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흩뿌려지는 뇌전이 주변을 수놓는다.

“허억... 허억... 어... 라...?”

주먹에 느껴지는 아찔한 통증과.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

주먹에 피어오른 열기 때문인지 뭣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주먹은 쇳덩어리 깊숙이 파묻혀 버렸다.

정확하게 손목 부분까지 파고든 것이.

15CM나 파고들었을라나?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 여겼던 생각과는 달리 참으로 허탈한 결과다.

“서방님...”

안쓰러운 표정의 수지가 보인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식을 줄 모르고 열기를 발산했다.

‘제기랄... 쪽 다 팔았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