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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27화 (227/297)

3. 경계안의 뱀파이어.(54)

3. 경계안의 뱀파이어.(54)

리엔의 얼굴은 악귀와 같이 일그러졌다.

그 예쁘고 아름답던 얼굴이 마치 야차처럼 변해 버렸다.

안광에서는 검은 아지랑이라 올올이 피어올랐다.

요기도 아닌 것이 참으로 요사하기 그지없는 기운이다.

[재미있다는 것이다~ 인간들도 제법인 것이다. 저런 물건을 만들어 내다니.]

‘물건이라니. 엄연한 사람이다.’

[흥! 그저 따 먹을 생각뿐인 것이다. 참으로 짐승만도 못한 것이다!]

‘질투하냐?’

[오호호호호~ 칼라쿠니아의 노히르드 다스리다 마엔! 나 마엔님이 인간인 너 따위로 인해 질투를 느낄 것이라? 참으로 오만방자한 것이다.]

강인한은 마엔이 뭐라 떠들던 간에 눈앞의 리엔에게 집중했다.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도 되는 듯.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짐승.

그것은 인간이 아닌 한 마리의 맹수처럼 보인다.

살기로 번들거리는 날카로운 안광이 빈틈을 노리며 강인한을 노려본다.

손에 쥐었던 단검은 어느새 던져 버렸는지 두 손은 사뿐하게 땅을 짚고 있다.

네 발로 걷듯 고양이처럼 사뿐사뿐하게 땅 위를 스치며 은밀하게 움직인다.

그 덕에 봉긋이 올라간 둔부가 유난히 시선을 잡아끌었다.

“오~ 역시 넘치는 음기 때문인가? 볼륨이 진짜 죽여주는데?”

음기가 강할수록 여성성이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리엔 역시 그것을 고스란히 몸에 담고 있었다.

‘아뿔싸!’

그 유려한 곡선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팔린 순간, 리엔이 날렵한 고양이처럼 짓쳐들었다.

이에 화들짝 놀란 강인한이 볼썽사납게 땅바닥을 구르며 리엔의 손가락을 피한다.

스거걱.

하늘하늘 떨어져 내리는 머리카락.

하마터면 뭉텅이로 잘려 나가 볼품없어질 뻔했다.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느끼며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눈동자를 향해 찔러 들어오는 날카로운 손톱.

“허업!”

헛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옆으로 빠르게 접었다.

수지도 그렇고 리엔도 저놈의 손톱이 참으로 살벌하기 그지없다.

요즘 손톱 공격이 유행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짓쳐들어오는 손톱들을 피해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스치며 지나가는 손톱이 옷가지를 난도질했다.

무슨 각성이라도 한 것인지 공격 하나하나가 치명타가 아닌 것이 없었다.

옷 안에 프리지아의 슈트를 입고 있지 않았다면 금세 벌거숭이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으아악! 이건 고양이가 아니라 살쾡이 같잖아!”

최대한 상처 없이 제압하고 싶었건만, 지금의 실력으로는 무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만큼 리엔의 각성효과는 긴장할 정도로 위험했다.

더불어 그녀가 힘을 쓸수록 입가를 타고 핏줄기가 울컥울컥 쏟아져 내린다.

‘저러다 과다출혈로 죽는 거 아냐!?’

저런 미녀를 잃는다는 것은 세상을 잃는 것과 진배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보약과는 같은 관계.

그런 관계를 얻을 수 있는 여자는 아주 드물다.

그중의 하나가 리엔.

“조금 다치더라도 원망 하지 마! 세상을 잃는 죄악을 지을 수는 없다고!”

[오호호호호~ 넌 정말 미친놈인 것이다! 그 말이 말뿐이 아닌 진심이라니! 정말도 대단한 짐승인 것이다! 네 안의 뇌기가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다!]

마엔의 말대로 강인한의 뇌기가 들끓었다.

전신으로 퍼져나간 뇌기가 그 기운을 줄기줄기 내뻗는다.

어둠으로 물들기 시작한 주위를 푸르게 밝히는 뇌전.

눈동자를 타고 뿜어지는 푸른 뇌기가 안광을 폭사 시켰다.

푸캉. 푸캉.

쾅. 쾅. 쾅.

퍼퍼펑.

누구 하나 찾지 않던 을씨년스러운 공원과, 연쇄살인마라도 나타날 것 같은 터널이 제 기능을 잃어간다.

이곳에서 범죄를 일으키려던 범죄자들은 최적의 장소를 잃게 되었다.

철거를 하듯 부서져 나가는 공원의 벤치와 누군가 찾기를 바라며 설치된 운동기구들이 터져 나갔다.

연쇄살인마와 강간범들의 안식처가 되었을 터널은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렸다.

“크으윽! 이런 씨벌! 생각보다 더 쌔잖아!”

더 이상 손속에 사정을 둔다면 누군가 이 싸움을 목격하고 말 것이다.

강인한의 공격이 더욱 매서워졌다.

날카롭게 벼려져 쏘아지는 검은 기운과 살쾡이의 발톱처럼 파고드는 공격을 쳐 내곤 몸을 빙글 돌린다.

뇌기를 실은 강인한의 뒤돌려 차기가 리엔의 옆구리에 적중했다.

퍼어억.

“캬악!”

수 미터나 튕겨져 나가며 땅을 구르는 리엔을 향해 몸을 날렸다.

‘씨발. 여자를 뒤돌려 차기로 날리게 될 줄이야.’

그리 되 뇌이면서도 공중으로 훌쩍 날아올라 체조선수처럼 앞으로 몸을 빙글 돌린다.

동시에 살벌하게 내려찍히는 뒤꿈치.

강인한의 뒤꿈치가 리엔의 복부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퍼억.

“꺄아아악!”

이성을 잃었음에도 그 고통이 대단했는지, 애처로운 비명 소리에 강인한의 마음도 찢어진다.

바닥을 기며 꿈틀거리는 리엔의 몸뚱이 위로 올라탄다.

마주치는 리엔과 강인한의 시선.

살기로 번들거리는 리엔의 눈동자 속에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들어찼다.

그렇다고 정신이 돌아온 것은 아닌지 반항기가 그득한 상태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음침한 검은 기운이 날갯짓을 하며 계속해서 빈틈을 노리고 공격을 가해 왔다.

“애라이 모르겠다. 일단 기절이나 좀 해라!”

강인한은 리엔의 위에서 풀마운트를 점하고는 그대로 파운딩을 내리꽂았다.

검은 기운을 단숨에 흩어 버리며 무지막지한 주먹이 리엔의 얼굴로 짓쳐들었다.

퍼억. 퍽. 퍽. 퍽. 퍽.

사정없이 내려치는 주먹다발.

무지막지한 강인한의 주먹에 곱디곱던 리엔의 얼굴이 점점 망가져갔다.

얼마나 그렇게 내려쳤을까?

허우적거리던 리엔의 몸이 죽은 듯 움직임을 멈춘다.

무자비한 폭력 앞에 야생의 살쾡이가 추욱 하고 늘어졌다.

“허억... 허억... 기... 기절했나?”

긴장을 풀지 않고 리엔의 기색을 살피며 자신이 만들어놓은 결과물을 바라본다.

형편없이 부어오르고 피투성이가 된 얼굴.

괜한 죄책감이 물밀듯 밀려든다.

“이게 다 네가 자초한 거라고. 쯧~”

그러곤 기감을 확장해 주변을 살폈다.

다행이 그의 기감에 잡히는 인기척은 없었다.

이를 확인한 강인한이 벌떡 일어나서는 리엔을 어깨에 들쳐 맸다.

그렇게 사나워 보이던 리엔의 몸은 깃털처럼 가볍다.

이렇게 가벼운 여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것이 그리 편한 마음은 아니다.

“얘를 업고 가다간 신고당하기 십상인데?”

그만큼 리엔의 얼굴은 엉망으로 망가져 있었다.

등에서 느껴지는 따끔거림.

아직도 기가 죽지 않은 검은 기운이 기회를 노리며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

“대표님... 그 여자 분은...?”

“아~ 길 잃은 고양이요.”

“네?”

강인한의 황당한 답변에 나대명이 머리를 한차례 손으로 훑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여인임에 분명하다.

비록 얼굴의 상태가 엉망이지만, 달라붙은 복장의 유려한 곡선은 가린다고 해서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집으로 가죠.”

“알겠습니다. 대표님.”

나대명은 강인한의 명령에 차를 움직였다.

더 이상 캐묻는 것은 대표님에 대한 실례이기에.

“돈과 금괴는 지시하신 방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습니다.”

“그래요? 수고하셨네요.”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자금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자금은 충분히 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강일파의 사업은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었다.

강북지역의 모든 이권을 가져온 상태이기에 구상두가 있었을 시절보다 호황이다.

또한 덩치를 불린 덕에 감히 이권을 노리는 타 조직도 없는 상태.

차곡차곡 쌓이는 막대한 자금이 마를 세가 없었다.

방 안에 쌓여 있을 현금다발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지금은 경계의 입구를 집 안으로 설정해 놓은 상태.

쌓아 놓은 돈들을 프리지아의 성으로 옮겨 놓을 생각이다.

자신 이외에는 그 누구도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완벽한 금고.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입구를 내키는 대로 바꿀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충분한 효용가치를 하고 있지만,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이 끝이 없는 만큼 경계의 입구를 마음 내키는 대로 어디서든 열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 욕심에는 끝이 없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옆에 늘어져 있는 리엔의 몸을 손으로 주물렀다.

강인한의 손에서는 연신 뇌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리엔의 몸을 더듬는 것은 사심만을 채우려는 것이 아닌 기운의 정화를 위한 것.

그의 손길이 스쳐갈 때마다 검은 기운은 힘을 잃어가고, 대신 정순한 기운이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일 뿐.

도착하여 관계하게 된다면 리엔 또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대표님. 도착했습니다.”

“저기 입구 쪽으로 바짝 대 주세요.”

“네.”

카페 마들렌은 한창 장사에 여념이 없는 상태.

얼핏 안을 들여다보니 손님들로 꽉 들어차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손님들의 대부분이 남자인 것으로 보아, 연지와 수지의 조합이 대단한 효과를 보이는 모양이다.

뻘뻘거리며 바쁘게 움직이는 수지의 모습이 보였다.

“열심히 하고 있네.”

아무래도 계속해서 이런 상황이라면 둘이서는 손이 모자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쩍 리엔을 바라보는 강인한.

“얘도 알바를 시켜야 하나?”

“네?”

“아닙니다. 그럼 조심히 가십시오.”

강인한은 늘어진 리엔을 안아 들고는 수지가 알아채기 전에 재빠르게 3층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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