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경계안의 뱀파이어.(58)
3. 경계안의 뱀파이어.(58)
열락.
강인한에게 밑을 닦여버리고 시작된 열락은 끝을 모르고 이루어졌다.
대다수의 여성은 말한다.
조루보다 더 싫은 것이 지루.
삽입시간이 길다고 해서 여자가 좋아한다는 것은 남자만의 착각이리라.
그러할 진데.
더군다나 첫 경험에서.
몇 번이나 미친 듯이 쑤셔지는 것은.
쾌감을 느낀다기보다는 고문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그런 행위를 강인한은 끊임없이 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 당연한 상식이 깨어지고 있었다.
하면 할수록 더해가는 아찔한 쾌감의 오르가슴은.
이러다 죽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계속되었다.
형용할 수 없는 황홀경에 복상사를 당한다는 말을 절절하게 느끼게 된다.
“하흐으으윽... 그... 그만... 이러다 나... 나 죽어...”
흐느적거리는 그녀의 귓가로 강인한이 속삭였다.
“이제 알겠지?”
“하아... 하아... 뭐...를...?”
“나에게 많은 여자들이 필요한 이유.”
저도 모르게 끄덕여지는 고개.
매일을 이런 쾌감 속에서 산다면, 얼마 가지 않아 망가져 버릴지도 몰랐다.
무려 다섯 번이나 몰아치고도 힘이 빠지지 않은 그의 모습에 혀를 찰 기운조차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지났는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를 덜 사랑하는 건 아니야. 나는 전부 공평하게 사랑한다고.”
“요... 욕심쟁이...”
그렇게 물고 빨았으면서도 강인한의 손은 가만히 있지를 못 했다.
이제는 빨갛다 못해 피멍이 들 정도로 붉어진 가슴을 움켜쥐고 끊임없이 괴롭힌다.
“너처럼 예쁜 여자라면 욕심을 부려서라도 같고 싶은 건 당연한 거야.”
말하는 말 하나하나가 그녀에겐 너무나도 달콤했다.
정말로 평범한, 한 여인이 된 것만 같다.
이런 상황을 언제 꿈이라도 꿔 본 적 있었을까?
그녀가 세상을 인지한 그 순간부터 그녀는 그저 실험체였고.
고통스러운 인체실험을 당해야 했다.
“지금 기분이 어때?”
“기분?”
“응. 네 기운이 바뀌었잖아.”
리엔은 비로소 강인한의 마수에서 벗어나 제대로 몸 안을 관조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진득하고 불쾌했던 검은 기운.
끈적이며 달라붙던 그 더러운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몸 안을 충만하게 채우고 있는 정순한 기운에 흠칫하고 몸이 떨려왔다.
“이... 이건...”
거기에 더해 금제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속박이 풀린 것이다.
그토록 소망했던 자유.
그녀는 비로소 그렇게나 원하던 자유를 손에 넣었다.
멍한 표정의 볼을 강인한의 손이 부드럽게 지난다.
“넌 자유야. 하지만 다시 구속이 되어 버렸어.”
“자유...”
“삼영에서는 벗어났지만. 새롭게 나한테 구속이 된 거야.”
“응... 난 너에게 구속되었어.”
“정말이지?”
또렷하게 주시하며 바라보는 강인한의 눈길에 리엔이 슬쩍 그 시선을 회피했다.
자꾸만 부끄러워지는 마음을 달랠 길이 없기에.
“그... 그래. 나... 난 네 거야... 그... 그리고 너도 이제 내 거야...”
더듬거리는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후훗~ 당연하지. 나는 영원히 네 거야.”
“나... 나보다 다른 여자를 더 사랑하면 아... 안 돼!”
마지막에 확신을 받겠다는 듯 강하게 강조하는 말.
“그럼~ 당연히 전부 공평하게 사랑할 거라고~”
그 말에 리엔이 가자미눈을 뜨고는 그를 흘겨본다.
그리고 들어 올린 손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기운.
눈으로 보기엔 이 전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것은 그저 색만이 동일할 뿐, 풍기는 느낌은 전혀 달랐다.
더불어 이 전보다 더욱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말 지켜야 할 거야...! 그렇지 않았다간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쪽.
그런 그녀의 볼에 강인한이 가볍게 키스를 했다.
마치 연인이 너무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뽀뽀.
화끈.
“그... 그런다고 용서해 줄 줄 알고?”
“히히~ 그 말 꼭 지킨다는 도장이야.”
“쳇! 바... 바보!”
토라진 듯 고개를 홱 돌리는 그녀의 볼에 강인한의 키스 세례가 퍼부어졌다.
쪽. 쪽. 쪽. 쪽. 쪽.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볼을 부풀리면서도 리엔의 얼굴 안에는 은은한 미소가 숨어 있었다.
그녀의 은은한 미소는 싸늘한 한기를 뿜어내던 그 여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색다른 모습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한 것이라니.
마치 세상 모든 것을 가진 것만 같은 기분이다.
지금의 기분이라면 복수고 나발이고 전부 때려치우고 그의 곁에만 평생 붙어 있고 싶었다.
물론, 그것이 얼마나 큰 사치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회사는 그녀의 이탈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을 터다.
“갑자기 왜 그래?”
리엔의 얼굴을 살피던 강인한은 갑자기 시무룩해지는 그녀를 향해 물었다.
“응? 아니야...”
“회사 때문에 그래?”
“응... 나 때문에 네가 더 위험해 질 거야...”
“너 때문이 아니지. 어차피 그놈들은 너 때문이 아니라도 날 죽이려 할 걸? 그 건 네가 잘 알 거 아냐~”
“응... 그래도...”
“하~ 날 내 여자 하나 지키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려고 해?”
“그... 그건 아니야!”
“그럼. 날 믿어. 평생 내가 너의 버팀목이 되어 줄 거니까.”
화끈.
또다시 얼굴이 화끈거려왔다.
구구절절 달콤하게 느껴지는 말만을 내뱉는 그.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리엔의 두 손은 강인한의 얼굴을 살며시 감싸고 있었다.
“응. 믿어. 너를 믿어...”
차마 그 뒤에 유일한 내 사랑이라는 말은 담지 못했다.
생각만으로도 오싹할 만큼 소름이 돋았던 탓이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가 그 말을 대신하고 있었다.
“고마워. 사랑해 리엔.”
“나... 나도 사... 사랑해...”
***
누워서 꽁냥거리고 있자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빨리 능력을 끌어올려 자유롭게 경계의 문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
지금 경계를 열 수 있는 횟수는 하루 한번이 고작.
경계를 자유롭게 열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하루의 시간으로 모든 애인들을 만족하게 해 줄 수 있을 터였다.
당장은 그럴 수 있다 해도 실행을 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이 전에 주무성과 주현성을 경계의 외곽에 따로 유배를 시키기 위해 들어갔다가 프리지아에게 붙잡혀 꼼짝없이 갇힐 뻔한 일을 겪은 후.
그녀가 밖에서 활동할 수 있는 마법을 빨리 깨우치던가.
아니면 내가 그녀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는 한 경계에 입장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같이 나오겠다고 어찌나 고집을 부리던지 그녀를 떼어놓기 위해 기절할 때까지 허리를 놀릴 수밖에 없었다.
기절하듯 늘어진 사이 재빨리 밖으로 튀었으니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또다시 안에 갇히거나 망아지같은 프리지아를 데리고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큰 덩치로 이곳저곳을 들쑤실 그녀를 상상하자니 절로 등골이 오싹해진다.
또다시 그날의 상황이 닥친다면 두 번 통한다는 보장도 없고.
프리지아는 안에서 버리고 튄 나를 생각하며 이를 갈고 있을 터였다.
한참을 리엔과 뒹굴 거리다 카페 마들렌이 마치는 시간이 다가오자 그녀를 2층의 원룸으로 안내해 주었다.
이제는 지낼 곳이 없어진 리엔.
그녀에게까지 방을 배정하자.
어느새 2층의 모든 원룸이 들어차고 말았다.
“나연누나도 여기서 지낸다고 하는 거 아닌가?”
거기에 더해 프리지아까지 튀어나오게 되면 다섯 개로는 턱도 없었다.
그렇다고 특별 취급을 해 3층에서 지내도록 한다면 원룸에서 지내는 여자들의 원망을 받게 될 거다.
“이거 아무래도 뭔가 방법을 만들어야겠는데?”
수시로 경계를 열 수 있거나, 입구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프리지아의 성에 거처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았다.
그곳은 내가 주인인 세상.
내 능력이 올라갈수록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 또한 무궁무진해진다.
안에서만큼은 정말로 신과 같은 능력을 지니게 되는 것.
나를 진정으로 따르는 이들의 훈련장소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 한 달이면 안에서 무려 열 달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내 사람들이 강해질수록 흑곰파를 쓸어버리고, 삼영바이오를 쓸어버릴 수 있는 시간이 단축될 거다.
“안에서 밖의 연락을 받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쯧~ 멍청한 것이다.-
“뭐가 말이냐?”
-네가 입구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누구든 입구로 들어서서 네게 소식을 알릴 수 있는 것이다.-
“아~ 그렇구나!”
-그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역시나 내가 없으면 무엇도 할 수 없는 미개한 인간인 것이다.-
“크크큭~ 그래. 네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이렇게 내 안에 있어 줘서 정말 고맙다~-
-으응? 그... 그래. 그... 그렇게 생각하다니 차... 참으로 기특한 것이다.-
왠지 마엔의 실체가 있다면 얼굴을 잔뜩 붉히고 있을 거라는 상상이 스쳐 지났다.
-저... 절대 아닌 것이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그만하는 것이다!-
“크크큭~ 너무 귀여운 것 같네~ 마엔~?”
-그... 그것을 이제야 알다니! 나 칼라쿠니아 노히드르 다스리다 마엔님은 칼라쿠니아 중에서 가장 귀여운 것이다!-
“그런데 마엔아. 입구를 계속 열어 놓으면 다른 놈이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오호호호~ 당연히 네가 허락한 이만이 수월하게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강한 이라면 강제로라도 침범할 수 있겠지만, 경계의 주인은 너. 너보다 강한 자라 할지라도 그곳에서는 네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강하다면 그것도 소용없겠지만~-
“그렇군. 그런데 나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강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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