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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32화 (232/297)

3. 경계안의 뱀파이어.(59)

3. 경계안의 뱀파이어.(59)

-너의 나쁜 버릇 중 하나는 그러한 자만심인 것이다. 어째 위기의 상황에서만 반성을 하고 그 위기를 벗어나면 그 버릇이 도지는 것이냐?-

“쩝... 그건 그런 것 같네. 반성하마.”

-그래. 너의 힘은 우주로 따졌을 때 그 존재감이 먼지만도 못 하는 것이다. 너보다 강한이는 언제든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너의 능력을 갈고닦아야 하는 것이다.-

어째 그 말은 더 열심히 여자들을 탐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에휴... 어쩌다 내 숭고한 능력이 네놈에겐 짐승 같은 방법으로 이어졌는지 한탄스러운 것이다.-

“그건 그렇지? 그래도 난 아주 만족하고 있다는 말씀~”

-아무리 그 짓이 네 능력을 높여 준다 해도 몸을 단련하는 것에 있어서 게을리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그래~ 알겠습니다~ 잔소리하는 것이 꼭 마누라 같네.”

그 말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 마엔.

“엥? 왜 대꾸가 없어? 설마, 너 얼굴 붉히고 있는 건 아니지?”

-아아악! 닥치는 것이다! 인간아!-

나는 그런 마엔의 반응을 즐기며 속으로 큭큭 거렸다.

-그만 웃고 뇌기를 제대로 돌리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기운들이 합쳐져 대단한 기운이 된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너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니에~니에~ 알겠습니다. 마눌님~”

***

마엔의 재촉에 명상에 빠져든 나.

지금껏 각자의 개성을 지닌 음기들이 모여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낸다.

1+1이 2가 아니라는 듯.

새로운 음기를 접할 때마다 크기를 불리는 기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대단해!’

또다시 한계를 넘어선 짜릿한 기분에 황홀함마저 든다.

섹스의 쾌감과는 또 다른 쾌감이 전신에 몰아친다.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강자가 된 느낌에 절로 몸이 떨려왔다.

-역시나 제 버릇 남 못 준다는 말인 것이다.-

‘아차... 흐흐흐~’

나는 마엔의 음성에 실소를 짓고는 기운의 통합에 박차를 가한다.

나도 모르게 또 다시 힘에 취해버린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이라면 거의 수지나 프리지아에 육박할 정도로 강해진 것 같다.

차오르는 고양감에 절로 입가가 씰룩인다.

“후우...”

모든 기운을 갈무리하고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러자 큰 눈을 깜빡이고 있는 예쁘고 귀여운 수지가 눈앞에 나타난다.

눈을 뜨자마자 아름다운 것을 본다는 건, 누구나 바라는 축복일 거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서방님! 서방님의 기운이 저릿저릿 합니다! 역시 서방님은 대단합니다!”

어깨까지 들썩이며 나보다 더 흥분한 것 같은 수지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눈 뜨자마자 예쁜 우리 수지 얼굴을 보니까 너무 기분이 좋은데?”

“부... 부끄럽습니다... 서방님...”

정확하게 짐작할 수 없었던 수지의 무력이 더욱 확연하게 다가왔다.

‘하하하... 수지는 이렇게나 강했었구나.’

한 단계 더, 한계를 초월했음에도 수지를 뛰어넘지 못했다.

대신, 이제는 그녀가 얼마나 강한 지 정확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무림의 고수로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수준이라면, 수지는 이미 절대자의 경지에 들어선 무인과 마찬가지다.

무협으로 따지자면, 나는 절정고수요, 수지는 화경에 들어선 경지라 볼 수 있겠다.

‘그러고 보면, 단전에서 움직이는 뇌기가 꼭 내공이고, 내공이 혈맥을 타고 이동하는 것 같네. 뇌전을 발산하는 것은 검기 그런 건가? 흐흐흐~ 뇌전으로 막을 쳐 방어를 하면 기막이고?

-그 능력이 칼라쿠니아의 힘에 의한 것임은 분명한 것이다.-

‘응? 그건 그냥 무협소설인데?’

-인터넷을 검색하며 느낀 것이지만, 분명 칼라쿠니아의 능력을 그런 식으로 이용한 것이다.-

‘그럼... 그런 무공이 실제라는 거야?’

-뭐, 이름을 어떻게 붙이던 그 것은 사용하는 이들의 마음인 것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정보를 빠르게 흡수한 마엔이 한 말이다.

그녀가 그렇다면 정말 그런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쓰발... 그럼, 중국에는 무공을 쓰는 놈들이 있다는 말이잖아?’

-칼라쿠니아의 영향력이 이 곳 대한민국에만 국한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이다. 이 땅이 유난히 칼라쿠니아힘을 잘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는 하나, 다른 곳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 때문에 한반도에 여타 다른 종족들이 유난히 많기도 한 것이다.-

마엔의 말이 사실이라면, 화경이니 현경이니 하는 전설적인 강자들이 있다는 말 아니겠는가?

-그 강함의 척도를 명확히 알 수는 없는 것. 직접 상대해보지 않는다면 알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절정고수니 수지가 화경이니 하는 것은 그저 내가 가져다 붙인 것.

실제 그 반열에 든 강자들의 무력을 아직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내 능력이 그들이 말하는 절정고수일수도 있고, 화경일수도 있는 것이다.

또는, 절정고수가 되지 못 했을 수도 있지.

정말로 훈련에 박차를 가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든다.

어쩌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마마와 같은 존재도 한 둘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고.

수지가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면, 언강생심 그녀의 정보조차 볼 수 없었을 거다.

내가 수월하게 그녀의 정보를 볼 수 있던 이유는.

그저 그녀가 나에게 모든 것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볼 수 없었던 프리지아의 정보도 이제는 볼 수 있는 것에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보다 강한 이의 정보는 그쪽에서 마음을 열지 않는 한 볼 수 없다는 것.

그렇기에 마마의 정보도 볼 수 없는 것이겠지.

수지가 나보다 강한 것이 더욱 명확하게 다가왔지만, 치졸하게 질투 따위는 들지 않았다.

아무리 그녀가 나보다 강하더라도.

수지는 내 밑에 깔려 앙탈을 부리는 내 여자일 뿐이다.

강한 여자를 밑에 깔고 마음대로 농락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그 우월감에 절로 고개가 뻣뻣해진다.

“서방님? 눈빛이 이상하게 변했습니다?”

“어? 하하하~ 그냥 우리 수지가 너무 예뻐서 그런 거야~”

“아... 그런 것... 입니까?”

“그럼 그럼~”

“그런데 말입니다. 서방님...?”

“왜? 수지야?”

“아까부터 느껴지는 이 낯선 기운은 도대체 무엇인 걸까요?”

우월감에 뻣뻣해졌던 고개가 풀리는 것도 한순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등허리를 오싹하게 만든다.

“그... 그게 말이야. 수지야?”

“서... 서방님... 정말 실망했습니다! 어떻게 한 마디도 없이 또다시... 너... 너무 속상합니다!”

“수... 수지야? 내... 내 말 좀 먼저 들어 주지 않으련...?”

“아... 안지 말아 주십시오! 서방님이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저에게 먼저 이야기해 주시기로 했잖습니까! 흑... 흐어어엉~ 마마... 흑흑흑...”

마마를 입에 담으며 울어 버리는 수지의 모습에 급격한 위기감이 밀려들었다.

어떻게든 지금 수지를 달래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당장에라도 마마에게 달려가 고자질을 할 것만 같았다.

마마는 도저히 얼마나 강한지조차 짐작할 수 없는 강자.

어쩌면 뺨 한 방에 모가지가 날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수지야! 나는 너를 제일 사랑해!”

“흐어엉... 히끅? 저... 정말인 것입니까?”

“그... 그래! 나는 누구보다 수지를 첫 번째로 사랑한다고! 너야말로 나에겐 여... 영순위야!”

“그런데 왜 말을 더듬는 것입니까? 흐윽...”

“수지 널 볼 때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어서 그래!”

닭으로 변할 정도로 닭살 돋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너한테 말을 안 했어도 그 순번은 절대 바뀌지 않을 걸 알기 때문에 말하지 않은 거야! 어디 누가 있어 우리 수지를 대신 할 수 있겠니!”

“흑... 저... 정말인 것이지요? 그 말이 참인 것이지요? 흑...”

“그럼!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라고!”

“믿겠습니다. 서방님... 흑... 그런데... 저기 들어 온 저 여자 분은 왜 서방님을 노려보고 계신 걸까요?”

또다시 등줄기를 스쳐 지나는 한기.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누군가 들어왔다는 것마저 느끼지 못했다는 말인가.

모든 정신이 수지에게 쏠려 버리는 탓에 리엔이 들어 온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이것 또한 수련의 수족이 불러일으킨 참사인 것이다.

‘씨발... 조... 좆 됐다...’

질끈 눈을 감아버리고는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힘겹게 돌린다.

그리고 살며시 뜨여지는 눈.

팔짱을 끼고 도끼눈을 한 리엔이 이 쪽을 바라보며 한기를 뿜고 있었다.

눈을 굴려 리엔과 수지를 힐끔거렸다.

마치 뇌전을 일으키듯 두 여자의 눈에 튀는 스파크.

저 상상 속의 스파크 따위가 내가 일으키는 뇌전보다 수배는 강하게 느껴진다.

“인한... 지금 그 말은... 공평하게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어... 어...?”

나는 버벅거리며 그녀의 말에 답하지 못했다.

그 말의 답은 수지가 대신해 버린 탓이다.

“저는 서방님의 조강지처입니다. 나와 동격인 여인은 오로지 상연언니 뿐. 그 누구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 수... 수지야?”

“저 말이 사실이야? 네가 나에게 속삭인 그 말은 거짓말이야? 대답해 봐!”

“리... 리엔아...?”

어떤 말도 못 하고 덜떨어진 이처럼 어버버 거리던 내 귓가에 구세주처럼 들여오는 음성.

“어머~? 이 언니는 새로운 언니네요? 어? 수지씨 안녕하세요?”

이은지의 등장에 나도 모르게 맥이 탁하고 풀려 버린다.

그러곤 제발 이 상황을 타개해 달라는 눈빛으로 이은지를 간절하게 바라봤다.

“인한님? 왠지 난감한 상황인 것 같네요?”

그때, 또 한 명의 구원투수가 뒤를 이어 등장했다.

“다들 올라와 있었네? 응? 이분은? 자기야 무슨 일이야..?”

나연누나를 제외한 여자들이 3층으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이은지와 상연누나가 구원투수인 것은 맞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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