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경계안의 뱀파이어.(60)
3. 경계안의 뱀파이어.(60)
“그... 그게... 크흠... 흠...”
“아무래도 인한님이 아랫도리를 또 잘못 놀린 것 같아요. 모두가 인정한 일이기는 하지만... 으음...”
“그래서 수지가 저렇게 뿔이 난 거야? 휴우... 자기야... 일을 벌일 땐 적어도 먼저 이야기 정도는 해 주었으면 좋았잖아. 그러면 우리 수지가 저렇게 화를 낼 일도 없었겠지. 수지가 얼마나 착하고 이해심이 많은 아이인데... 그렇지 수지야?”
볼을 부풀리고 있던 수지가 상연누나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말한다.
“네? 네... 어... 언니. 그렇습니다...저... 저는 이해심이 많습니다.”
“일단, 내 생각에는 자기는 빠져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여자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그... 그렇지?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하하하~”
나도 모르게 존댓말이 술술 나와 버린다.
다행스럽게도 상연누나는 나의 구원투수가 맞았다.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며 현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시밭길을 걷는 것만 같다.
등 뒤로 느껴지는 싸늘한 시선들이 계속해서 콕콕하고 찔러 들어온다.
뒤도 안 돌아보고 황급히 벗어나는 등 뒤로 상연누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우리 새로운 아가씨는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네? 리... 리엔... 이라고 합니다만...?”
“그럼, 여자들끼리 진지하게 대화 한 번 하도록 할까요?”
내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지만 어찌 된 것이 이렇게나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귀를 기울여 안의 이야기를 엿듣고 싶던 마음도 잠시.
얼쩡거리다 걸리면 괜한 불똥이 튈 것 같아 마들렌으로 도망치듯 내려왔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수지는 내 기척을 정확하게 느끼고 있을 터.
안 그래도 불난집에 부채질을 할 필요까진 없다.
눈앞에서 사라져주는 것이 화재를 진압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깔깔깔~ 꼬리를 만 강아지 꼴인 것이다~ 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웃지 말라고! 그래도 밤에는 내가 이겨!’
-흥! 꼴에 자존심을 부리는 것이다. 앞으론 그 물건 놀리는 것도 제대로 못 하게 생긴 것이다.-
‘그건 아니거든? 앞으론 당당하게 허락을 구하고 할 거야.’
그리 말하면서도 괜한 오한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음기 강한 여자를 취하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불타오르는 수지의 눈빛은 살벌할 정도였다.
질투하는 것에 있어 마음먹은 대로 조절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
나를 그만큼 사랑하기에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질투에 눈이 먼 수지만큼 무서운 여자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맹한 구석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화가 날 때면 섬뜩하기 까지 하다.
‘확실히... 수지가 무서운 여자는 맞지...’
생각보다 많은 생명을 지운 나라해도 사람을 헤하는데 있어 거리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수지의 손속은 냉정하리만치 가차 없다.
쪼개진 시신을 보던 수지의 눈빛은 일말의 동요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감정을 나타내는 것은 나와 내 주변에 엮인 이들에 한해서일 뿐.
적이라 생각하는 이에게는 어떠한 자비도 없다.
그저 발밑의 개미를 밟아죽이듯 아무런 감정 없이 목숨을 취할 뿐이다.
‘갈 길이 머네...’
언젠가 아름다운 내 여인들이 전부 엎드려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상상을 한다.
한데 모여 탐스러운 엉덩이를 들이밀며 기둥을 유혹하는 상상만으로도 아랫도리가 뻣뻣해졌다.
번갈아 가며 탐스러운 궁둥이에 얼굴을 박고 정신없이 혀를 놀리는 내 모습.
쓰리썸을 넘어 포썸의 경험까지 있지만.
나의 욕심은 진짜 내 여자들과의 단체합방이다.
과연,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는 할까?
아니!
꼭 그런 날을 만들고야 말 것이다.
진정한 섹왕의 길을 걸어보겠다.
소설에서나 볼 법한 리얼 하렘.
더군다나 한 명 한 명이 세계 최고의 미녀라 할 정도로 아름다운 내 여자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내 여자로 만들 후보도 있다.
그 후보는 아마도 더욱 늘어나겠지.
“흐흐흐~ 상류층이 하나도 안 부럽네~”
그놈들은 조강지처 이외에도 수많은 내연녀를 두고 있다.
그리고 그 내연녀들 이외에도 더욱더 많은 여자들을 따먹고 다닌다.
연예인은 물론, 고급 요정의 아가씨부터, 외국의 미녀들까지.
비록, 카더라 하는 이야기들 이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하는 일이다.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던 세계.
하지만 그놈들도 내 여자들만큼 특색 있는 천연의 미녀들을 거느리진 못 할 거다.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마들렌으로 내려오자 연지가 홀로 남아 카페정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첫날인지라 수지를 일찍 올려 보낸 모양이다.
“여어~ 연지야~”
“아! 사... 아... 아니, 오빠.”
“그냥 하나로 통일해줄래? 오빠로?”
“네? 네... 오빠...”
“수지랑 같이 정리하지. 왜 혼자 하고 있어.”
그랬으면 그런 위기도 없었을 텐데...
“그냥... 첫날이고... 오늘 수지씨 고생도 많이 했거든요.”
“그래?”
“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수지씨 보려고 남자들이 얼마나 몰려드는지...”
“아... 하긴... 수지가 평범한 외모는 아니지.”
“아... 네...”
“그리고 연지도 점점 예뻐지고 있고.”
“네? 제... 제가요?”
“그럼~ 매일 가리고 다녀서 그렇지. 연지도 엄청 예쁘고 귀여운 얼굴인 걸?”
“저... 정말이요?”
“내가 거짓말하는 것 같아?”
연지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한다.
입가에 걸린 은은한 미소가 그녀의 지금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못생긴 주제에! 바람둥이야! 우리 언니는 못 줘! 아... 아니... 그러면 언니가 슬퍼하는데... 아아악! 나쁜 놈!-
-네가 아무리 반대해도 네 언니는 내가 찜했거든?-
화들짝.
전음처럼 의념을 실어 보내보자 내 말이 전해진 모양이다.
실험적으로 해 본 것인데 성공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어... 어떻게...?-
-훗~ 나는 평범한 남자가 아니잖아~-
-으윽! 재... 재수 없어!-
-재수 없다면서 얼굴을 왜 붉히는 데? 사실은 너도 나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야?-
-헉! 무슨 그런 자뻑을 하고 그래요!-
-으음? 강한 부정은 긍정과 같다던데?-
-저... 절대 아니야!-
-그런데 왜 말을 더듬지? 사실은 언니랑 내가 그 걸 하게 되는 것에 질투하는 거 아니야?-
-미... 미쳤어! 어떻게 미성년자한테!-
-아~ 미안~ 넌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였지?-
물론, 꼬맹이라 보기에는 몸 자체는 이미 성장을 마친 상태다.
-나... 나도 살아 있다면 성인이라고욧! 그리고 내가 왜 아무것도 몰라! 나도 알건 다 안다고요!-
-어? 그럼 어른이라는 말이잖아~? 그럼 말이야... 보여줄까?-
-뭐... 뭘 보여줘!?-
슬쩍 윤지의 눈을 보자 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경련을 일으키는 눈동자 안은 옅은 열기가 맴돈다.
-뭐긴 뭐야~ 그 거지~-
꿀꺽.
-그... 그거...?-
-왜 모르는 척해? 네 언니랑 내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 말이야~-
-허업!-
놀란 토끼 눈이 되어 버린 윤지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이... 이런 미친 인간이!?-
-크크큭~ 뭐, 싫다면 어쩔 수 없고. 네 언니랑 할 때는 네가 접근할 수 없는 3층에서 해야겠다.-
그 말에 윤지의 눈동자는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크게 떨렸다.
처음의 흔들리던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 그... 그... 저... 정말... 내... 내가 봐도... 돼요...?-
-뭐야? 갑자기 왜 급 공손해지는데?-
귀신 주제에 얼굴까지 잔뜩 붉게 물들이고 손가락을 꼼지락 거린다.
-보... 보여 달라고 하면... 보여... 줄... 거예요...?-
얼씨구? 이제는 눈동자에 은근한 열기까지 담긴다.
꼬맹이주제에 진심으로 보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니까 네 언니 꼬시는 거 방해나 하지 말라고.-
-그... 그건... 아무튼! 한 번 먹고 버리기만 해 봐! 귀신이 돼서라도 들러붙어서 괴롭힐 거야!-
-풋~ 넌 이미 귀신인데?-
-아... 아무튼!-
-걱정하지 말라고. 난 내 여자는 끝까지 책임진다고~-
“오빠...? 왜...?”
내가 실실거리고 있자 연지가 의문스럽게 바라본다.
“아~ 윤지가 말을 걸어서.”
“네? 유... 윤지. 아직도 내 곁에 있는 건가요?”
“응. 항상 네 옆에 붙어 있었어.”
“네? 아... 그... 그렇다고 했죠... 그래도 이곳을 벗어나진 못하잖아요.”
“그건 그랬지.”
“그건... 그렇다니요?”
“지금은 조오기~ 까지 널 따라다닐 수 있어~”
“어... 어디?”
“네가 사는 원룸까지 말이야.”
그 말에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연지의 눈이 경악으로 물든다.
“저... 정말이요...? 아... 안 돼...”
“왜 그러는데?”
“헙! 아... 아니에요! 오... 오빠! 혹시 윤지에게 무슨 말 들은 거 없죠?”
죄라도 지은 것처럼 떨리는 음성으로 묻는 연지의 모습에 나는 짓궂게 웃어 보였다.
“오... 오빠...?”
“무슨 말을 들었다는 걸까?”
그 말에 울상이 되어 초조함을 내보이는 모습.
“오... 오빠! 유... 윤지와 대화할 수 있게 해 줘요! 부... 부탁할게요!”
“부탁? 그거야 어려울 건 없는데... 그런데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 하는 거야?”
“아... 아니...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나는 속으로 웃음 지으며 그녀의 부탁을 들어 주기로 했다.
맹렬하게 고개를 내 젓는 윤지의 팔을 억지로 붙들고 뇌기를 불어 넣는다.
점점 그녀의 모습이 선명해지며 살아 있는 이처럼 생기를 찾아갔다.
두 자매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처음의 감동과는 달리, 서로의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크흠~ 나는 잠시 자리를 피해 줄 테니까~ 둘이 할 이야기하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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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곤피곤피~ ㅜㅜ 내일은 하루이틀 쉬어갈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