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경계안의 뱀파이어.(62)
3. 경계안의 뱀파이어.(62)
요즘 삼영의 분위기는 살벌하기 그지없다.
일명의 반푼이를 찾으러 나선 둘째 아들과, 그 둘째 아들이 행여 사고라도 칠까 보낸 원로까지 실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에 더해 특수 기동대와 둘째를 호위하던 초인들과 주무성과 함께 움직인 초인 세 명까지.
이들의 전력은 절대로 쉽게 볼 수 없는 전력일 뿐 아니라, 주현성과 주무성은 아들과 숙부였다.
경계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는 장소.
경계라는 것의 작용을 특정할 수는 없는 터라.
마물과도 같은 경계에 삼켜졌다 여길 수도 있었다.
그렇기만 했다면 이러한 뼈아픈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다 치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먼저 경계에 삼켜졌다 짐작되는 일명의 반푼이년이 귀환했다는 사실이다.
둘째의 첩으로 들이기로 정해졌던 반푼이.
사라졌던 일단의 무리와 함께 짠 하고 나타났고.
반대로 삼영의 식솔들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과연 이 일이 귀환한 이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었을까?
조사한 바로는 김나연의 일행 중에는 남자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아무리 자신을 포장하고 있다지만, 이를 본 주현성이 가만히 있을 턱이 없다.
그렇다면 분명 마찰이 있었을 것이고.
그 마찰에서 사달이 났음이 분명하다.
그러 할진데...
일명에서의 답신은 무덤덤하기 그지없다.
자신들은 그 일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발뺌하는 것이다.
우선, 일명의 진의를 파악하기 전까지 조심하고는 있으나.
언제까지 침묵을 고수할 수는 없었다.
일이 벌어진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은밀하게 운영하던 사냥꾼웹의 운영자가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이를 관리하는 실험체마저 보름째 깜깜 무소식이다.
더군다나 실험체는 지독한 세뇌로 금제까지 가해진 상황.
폭주를 했으면 했지 절대로 삼영을 벗어날 수 없는 존재다.
그렇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일이 연달아 일어나는 것이 우연일까?
“강인한... 이라...?”
뜬금없이 나타난 인물.
“아무래도... 이 자의 신상이 심상치 않습니다.”
“구미호와도 연관이 있다라...?”
“그... 그렇습니다. 그뿐 아니라... 사냥꾼으로 활동하던 이들이 그 자의 곁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초인이라는 자들이 초인가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더러 일반인들 중에도 초인으로 거듭나는 인물들이 있고.
이들은 애초에 그 징조를 보이기에.
대부분은 초인가문에서 포섭을 하거나.
그것이 불가능하면 소리소문없이 제거된다.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극히 평범한 인물로 추정됩니다.”
주대왕은 태블릿을 두드리며 강인한에 대한 신상 명세를 확인했다.
그곳에서 몇 번 사냥꾼들과 엮였던 것이 확인되었고.
표적이 되었던 것도 확인되었다.
“지금은 오히려 사냥꾼들이 그놈에게 붙었다? 거기에 더해... 반푼이 웨어비스트까지?”
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뭐란 말인가?
특이사항이라면.
어릴 적 요괴로 짐작되는 참사에서 일가족을 모두 잃고 살아남았다는 것.
그 이후로 전혀 특이점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저 그런, 발에 치이는 고아 놈에 불과한 놈이었다.
“시작점은 이곳인가?”
스카이 클럽.
구상두파.
지금은 없어지고 강일파로 거듭난 조직.
요괴라 해서 무조건 박멸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눈을 속이고 사는 요괴나 이종들은 어디에나 있었고.
너무 심한 압박은 큰 사단을 만들 수 있기에.
인간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놈들을 구태여 건드릴 필요는 없었다.
“이곳에서 구상두를 처리하고 구상두파를 꿀꺽 했군.”
주대왕의 손가락이 까딱인다.
태블릿의 파일이 다음 장으로 넘어갔다.
“난놈이군.”
그의 한마디에 긴장하며 꿀꺽하고 침을 삼키는 비서.
“강남을 빼고 서울을 거의 다 점령했어. 이놈은 밤 세계를 전부 먹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보름 만에 서울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경기도로 손을 뻗고 있었다.
괴물 놈이 웅크리고 있는 강남을 제외하고 말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벌그룹인 삼영바이오.
아무리 삼영이라해도 밤 세계를 터부시 할 수만은 없는 것이.
한 해, 대한민국의 어둠에서 움직이는 금액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수면 위로 드러난 액수만 해도 무려 2조원을 육박하며.
감춰진 액수까지 포함하면 드러난 것의 몇 배에 해당하는 자금이 움직였다.
“일반인은 아닌 것이 확실하군. 어쩌면 구상두파와 엮이며 각성이라도 한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영향력이 너무도 급작스럽게 커졌어. 이런 사실이 왜 일이 벌어지고 나서야 내 귀에 들어온 것인가?”
평온해 보이는 얼굴로 주시하는 눈빛만은 독사의 것처럼 살벌하기 그지없다.
이를 마주한 비서의 얼굴이 두려움으로 물든다.
인자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그의 성정이 얼마나 냉정한지 알기에.
비서의 등줄기는 식은땀으로 가득 들어찼다.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 리엔의 동선 중에 강인한의 동선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짐작된다고? 자네는 이따위로 일하는 것인가?”
말을 하는 주대왕의 기세가 회장실의 공기를 무겁게 만든다.
그 압박감에 비서의 전신이 덜덜 떨려왔다.
초인 중에서도 초인.
인간을 초월한 초인 중에서도 최강만이 올라설 수 있는 가문의 주인.
주대왕의 기세는 도저히 인간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강대했다.
“으... 으윽... 회... 가... 가주님...”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어대며 괴로워하는 비서.
주대왕의 기세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며 그의 숨통이 가까스로 트였다.
“커헉... 헉... 헉... 헉...”
비서는 압사와 같은 고통을 힘겹게 견뎌 내며 기립자세를 가까스로 유지했다.
“과... 관련된 것이 확실... 확실합니다.”
그제야 주대왕의 싸늘한 눈초리도 가라앉는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겠지?”
“그... 그렇습니다!”
“흐음... 이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일명하고는 무슨 관계인지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게. 여의치 않다면 강남의 괴물 놈을 끌어들이는 것도 좋겠지. 그 거야 자네가 알아서 잘할 것이라 생각하네.”
“마... 맡겨만 주십시오.”
고개를 바짝 접는 비서를 보며 주대왕이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 뜻은 이만 나가보라는 무언의 언질.
비서는 주대왕의 축객령에 부리나케 회장실을 빠져나갔다.
“김우혁 네가 연관되어 있지 않기를 바란다.”
나직하게 읊조리며 주대황의 눈빛이 유리알처럼 번들거렸다.
보름사이 삼영이 입은 피해는 막대했다.
삼영의 일원들을 잃었으며.
십 수 년을 매진한 실험의 결과물까지 잃었다.
다행이라면 실험에 진전을 이루었기에망정이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뻔했다.
그렇다 해도 뼈가 아픈 것은 사실.
진전이라고 해 봐야, 리엔의 아류작에 불과한 탓이다.
***
김나연은 아버지 김우혁의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가문에서 비기의 훈련받았다.
그 허락이라는 것이 가주의 마음대로 할 수만은 없는 것이기에.
짧은 시간 결정이 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모자란 실력을 끌어올리는 것.
실전이라면 질리도록 하였지만, 체계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기에.
고유 능력을 다듬을 필요가 있던 탓이다.
완전한 초인으로 거듭난 그녀이기에.
이제는 가문의 전폭적인 지원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보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을 쯤.
일명은 김나연의 일로 인해 여전히 큰 언성이 오갔다.
“나연이는 우리 일명에서 끌어안아야 합니다.”
“크흠! 이 사람이 말귀를 못 알아듣나? 이미 남자와 관계를 했다지 않소!”
“그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전례가 없다 하나 그것이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허허허~ 그냥 가법대로 하자는 거요! 어디 가문의 여인으로 태어나 2세를 생산도 전에 남자와 동침을 한다는 말이오! 가법대로 능력을 거세하고 쫓아내야 하는 것이 옳소!”
“아니~ 도대체 귀중한 인재를 왜 거세를 한다는 말입니까? 그 외간 남자가 초인이라지 않습니까?”
“이런 씨부럴! 그러니까 그게 잘못되었다는 거잖아!”
“뭐... 뭐? 씨부럴? 이런 뉘미! 언제까지 그렇게 구닥다리처럼 굴 거냐고! 언제는 초인을 초빙 안 했어? 어차피 정을 통한 놈이 초인이면 둘에게서 애만 보면 되는 거지!”
“뭐어? 뉘미? 구닥다리! 말 다 했어!?”
시장바닥처럼 쌍욕이 오가는 회의실의 중앙에서 김우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점잖은 척 시작했던 회의는 이미 변질이 된 지 오래.
그저 계파의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 씁쓸함을 머금을 뿐이다.
‘이게... 진정 지금의 현실인가...’
오래도록 이어져 온 초인가문.
초창기 가문의 목적은 세상의 이면으로부터 인간을 수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러던 것이 이렇듯 가문의 이익으로만 변질이 된 것이다.
현대로 넘어오며 쌓여 가는 막대한 부와 권력.
초인이라도 그 본질은 인간.
인간의 욕심은 그 끝조차 알 길 없이 깊고 깊었다.
오로지 목표는 가문이 모든 것의 정점에 오르는 것.
대한민국을 쥐고 흔들고, 더 나아가 세계를 쥐고 흔드는 힘과 권력이다.
나라가 완전히 전복될 위기가 오지 않는 한, 드러내지 않던 힘.
옛날의 선조들은 최악의 위기에서만 자신들의 힘을 드러내 나라를 수호해 왔다.
그것도 이제는 정말로 옛날 옛적의 전해지는 이야기일 뿐.
모든 것은 변질되었고.
혈통을 지키고, 계파를 키워 지배하는 것에만 혈만이 되어 있었다.
여자들의 처우는 과거 조선 시대보다 못했으며.
오로지 아이를 생산한 이후에만 자유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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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오타발견! 감사합니다! 조속히 고쳐야 하는데 연재하는것에 급급하다보니! 빠르게 수정 하겠습니다.
글 쓸 시간은 없고.
날은 춥고.
마음은 공허하고.
꾸준한 근손실과.
옆구리는 시리고.
명절은 다가오고.
나이는 먹어가고.
그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가네요.
내일은 월요일!
또 다시 한주가 시작되는 군요.
모두모두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