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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41화 (241/297)

3. 경계안의 뱀파이어.(68)

3. 경계안의 뱀파이어.(68)

눈물이 그렁한 수지의 얼굴.

그날 수지와 프리지아가 그 난리를 친 후.

나는 한동안 찾지 말하는 말과 함께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많은 이야기 없이 잠적해 버린 나.

기다리던 이들은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실, 나도 말 못 할 충격에 허우적거리던 상황인지라.

뒷일을 생각 못 한 부분도 있고.

사실... 두 여자의 싸움보다 더 커다란 충격이 있기는 했다.

“서방님... 잘못했습니다.... 흑흑... 그만 돌아와 주세요... 흐어어엉~”

아마도 수지는 자신이 프리지아와 싸워서 내가 잠수를 탔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그저 쪽 팔렸던 것이 가장 큰 것뿐인데.

‘휴우... 빌어먹을...’

괜히 저 예쁜 얼굴을 눈물짓게 만든 죄책감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훈련을 위해 이곳에 숨어든 것은 맞기는 하다만.

실상은 그날의 참담함을 잊을 수 없었기도 해서이다.

사람들이 모두 보고 있는 상황에서 프리지아가 저질러버린 일.

그곳에 나와 내 여자들밖에 없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 정도 충격으로 끝나지는 않았을 터이다.

어찌 되었든 경계 안에서 천 년을 갇혀 지낸 프리지아가 무슨 죄란 말인가.

어디까지나 무지할 만큼 개방적인 그녀의 행동을 즐기던 것도 나였다.

언제고 밖으로 데리고 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말과 행동이 주는 자극을 즐기느라 밖에서 취해야 할 기본양식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그녀에겐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래. 분명 모든 것은 내 잘못인 것이다.

“수지야...”

“네에.... 서방님... 엉엉~”

저리 울면서도 대답하나는 잘한다.

어쩜 저렇게 우는 모습조차 예쁜지.

그나저나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걸까?

-위치는 뱀파이어 아이가 알려 주었을 것이고. 공간은 제 스스로 찢었다는 것이다.-

‘엉?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멍청한 강인한아~ 그야 당연한 것이다. 뱀파이어 아이도 권한이 있기에 네 위치를 가늠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고, 저 아이는 약해빠진 너보다 강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쯧쯧!-

‘이런 젠장! 또 아픈 곳 찌르네? 이제는 네가 그렇게 비아냥 거려도 꼴사나운 생각 안 할 거거든?’

-깔깔깔~ 그래그래~ 약간은 대인배가 된 것이다~ 깔깔깔~ 나는 참으로 재미있었다.-

그나저나 프리지아가 순순히 이곳을 알려 주고 수지만 보낸 것이라면... 둘이 화해를 한 걸까?

물론, 전적으로 프리지아를 개 쌍년으로 취급한 건 수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수지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프리지아를 겪었던 이은지마저 입을 쩍 벌리고 놀랄 정도였으니 말이다.

수지는 뱀파이어가 인간인 나를 따른다는 것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뱀파이어에게 인간과의 사랑이란 동떨어져도 너무나 동떨어진 것.

수지가 아는 뱀파이어란 인관과의 사랑이나 육체적 관계보다 죽을 때까지 그 인간의 피를 빨아대는 것이 뱀파이어였다.

어디까지나 그녀가 아는 한도에선 프리지아는 위험분자와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현혹해 피를 갈취하는.

물론, 프리지아가 내 목에 이빨을 박고 피를 빤 적은 없지만...

겨우 설명을 마치고 수습이 되나 했던 그 순간.

돌연, 프리지아가 대뜸 증명해 보이겠다며 행했던 그것.

그녀의 행동은 그만큼 재빨랐고.

무방비했던 나는 어떠한 제지도 못한 채.

그녀에 의해 훌러덩 바지가 벗겨졌다.

무력하게 아랫도리가 벗겨지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놀랄 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 자리에 내 여자들이 대부분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

원래의 몸집으로 돌아간 프리지아가 나를 번쩍 들어 올렸고.

프리지아는 보란 듯이 내 양물을 물고 쭈쭈바처럼 빨더니.

수지를 향해 말했다.

-이래도 내가 피만 탐내는 뱀파이어라고 생각하는 거니?-

그리고 다시 내 양물을 입에 넣는 것과 동시에 수지의 무시무시한 공격이 날아들었다.

프리지아는 나름대로 경계를 허물기 위한 행동이었겠지만.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여성들의 눈에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행동이었다.

잊으려 했지만, 그날의 일은 내 머릿속에 크게 각인 된 모양이다.

그 상황에 나연누나까지 있었다면...?

상상만 해도 머리끝이 쭈뼛 서고 전신에 오한이 든다.

“서방님... 흐어엉~ 다시는 질투 안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그만 용서해 주세요오~ 흐엉엉~”

눈물 콧물을 쏟고 있는 수지를 보며 생각한다.

과연, 그 일이 수지의 잘못인 걸까?

그렇다고 프리지아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수지의 입장에서나 프리지아의 입장에서나 잘못된 것은 하나 없었다.

죄라면 이 여자 저 여자를 거느린 내가 죄이고, 프리지아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못 시킨 내가 잘못인 거다.

“이제는 서방님이 다른 여자 만나도 절대로 안 그러겠습니다... 흐엉엉~”

번뜩.

이 상황에서 수지의 말에 귀가 뜨이는 나도 참 속물이다.

그렇다고 이것을 그냥 넘기기엔 그 유혹이 너무나도 짙다.

나는 수지의 가녀린 어깨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수지는 흐느끼며 그대로 내 품으로 안겨 들었고.

그 고운 얼굴을 내 가슴팍에 비비며 오열했다.

“나는 다 잊었으니까 그만 울어~”

“하... 하지만... 흑흑흑... 흐엉엉~”

“그래도 수지가 앞으로 나를 더 이해해 줄 거라는 생각에 기쁜 걸?”

“네... 흑흑... 서방님... 앞으로는 정말로 서방님을 이해해 볼게요... 흑흑흑...”

***

강일파의 소유인 퍼블릭 룸.

요즘 강일파의 업장 중 호황 없는 곳이 없다지만.

이렇게 초저녁부터 예약이 들어찬 경우는 드물었다.

“오늘 실장들 열일하네? 벌써 예약이 다 찼다고?”

“단체도 있다 보니까 아가씨 티오가 모자랍니다.”

“오늘 몇 명 출근하는데?”

“20명 출근합니다.”

“실장들한테 티오 더 맞추라고 해 봐. 아니다. 성덕형님한테 가게 애들 좀 원정 보내 달라고 해.”

“그게... 그쪽도 오늘따라 예약이 다 들어 찬 모양입니다.”

“뭐?”

“다른 몇 곳도 연락드렸는데, 오늘따라 유독 예약 손님들이...”

“어쩔 수 없네. 실장들한테 이후로 들어오는 예약은 2부로 최대한 넘겨보라고 해.”

“알겠습니다. 형님.”

***

강일파의 업장 곳곳에 어슬렁거리는 이들.

결계부를 꺼내 곳곳에 붙인 그들은 이내 당당하게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여자가게에 시커먼 사내들이 들어오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인사를 건네던 웨이터들의 말꼬리가 의문을 표하며 올라간다.

그것도 그런 것이.

들어오는 사내들의 덩치가 장대한 것이 위협적인 것은 물론이고, 흉흉한 분위기를 풍겨 대고 있던 탓이다.

‘씨발... 이거 뭐야?’

이를 본 웨이터장의 머릿속으로 경고성이 울렸다.

아니나 다를까 들어옴과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복도를 매우는 사내 중 하나가 크게 외친다.

“전부 부숴!”

그 말에 놀란 웨이터장이 급하게 입을 떼려 했지만 난대 없이 날아온 주먹에 그의 기억은 거기서 끊겨 버렸다.

콰앙. 쾅. 쾅.

사내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가게의 집기를 부수기 시작하는 사내들.

그 소란에 전무와 부장이 황급히 뛰쳐나왔다.

“너 이 새끼들 뭐야!”

다른 곳도 아니고.

강일파의 업장에서 이런 난리를 치다니.

서울에선 이미 강남을 제외한 모든 곳이 강일파의 영역이다.

“흑곰파냐!”

들려오는 대답은 없다.

사내들은 무조건적으로 때려 부수기만 할 뿐.

눈에 불을 켠 전무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피해내며 공격한 사내의 옆구리에 무릎을 꽂아 넣었다.

퍼억.

“쿡쿡쿡~ 이 새끼 좀 치잖아?”

그 반응에 저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난 전무.

‘이게... 무슨...?’

보통 사람이라면 갈비뼈가 몽땅 부러졌을 정도의 공격.

보통 사람의 공격으로도 그러할 진데.

그는 이제 보통 사람이라 볼 수 없는 육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서... 설마...?’

***

그런 일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업장들 상황은 그나마 양호하다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죽어 나간 사람은 없었으니.

하지만 지사사무실은 업장과는 상황이 달랐다.

“저... 저게 뭐야!”

“으아악! 괴물이다!”

“아... 안 돼!”

푸화악!

사무실을 덮친 웨어울프들은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자행되는 살인.

아무리 조직과 조직의 싸움이라도 살인을 이토록 쉽게 저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피와 혈흔이 난무하고 싸늘한 주검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었다.

“도... 도망가!”

꾸준한 훈련으로 한 명 한 명이 정예라 볼 수 있는 강일파 조직원들이었지만.

육체의 한계를 돌파하지 못한 이들이 웨어비스트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몸을 피할 수도 없는 것이.

어찌 된 일인지 도저히 이곳을 벗어날 방도가 없었다.

귀신에라도 씌인 것처럼.

‘아... 알려야 해.’

전부는 아니지만 이곳에도 경계 안에서 특수 훈련받은 이가 있었다.

비겁하다 볼 수 있겠지만.

그는 어떻게든 살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숨겼다.

그리고 이 사태가 어서 빨리 지나가기를 빌고 또 빌었다.

자기 목숨이 중요한 것도 그렇지만.

살아서 이 참상을 알려야 된다는 것 또한 컸기 때문이다.

‘움직이기 시작했어... 저건... 웨어비스트야...’

경계에서 훈련을 하며 세상의 이면에 대해 들었다.

또한 그 곳에는 사람이 아닌 영화에서 보던 괴물들과 실전까지 겪었다.

그리고 훈련교관인 웨어비스트 장수언까지 보았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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