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웨어울프.(1)
4. 웨어울프.(1)
내가 너무 안일했다.
설마 그런 식으로 공격해 올 줄이야.
결계부를 둘러 공간을 차단하고 마음껏 농락했다.
그로 인해 입은 재산상의 피해는 둘째 치고.
사망한 조직원만 서른한 명.
그중 초월이라 부를 순 없지만, 1차로 경계에서 훈련받았던 다섯 명도 포함이 되었다.
다섯 중 한 명만이 가까스로 살아남은 상황.
“웨어울프...”
“크르르... 늑대 새끼들이 감히! 대장 당장 쓸어버리자고!”
정도 이상으로 흥분하는 장수언을 성기형이 달랜다.
나는 숨을 크게 내뱉고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삼영인지... 흑곰파인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겁니까?”
나대명을 향한 내 물음에 그가 고개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다.
“대표님...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그 말은 밝혀내지 못했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조이사님. 조직원들을 모두 소집하세요. 장교관. 훈련이 완료된 인원이 몇이야?”
“크르르... 95명이다.”
“웨어울프들과 상대하는 것은?”
“크르르... 일대일은 쉽지 않더라도. 셋이면 하나쯤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놈들의 위치부터 확보하도록 합시다.”
사람을 찾아내는 것은 조폭들이 전문이다.
비록 그것들이 사람이 아닐지라도.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리고... 무기를 공수해 주세요. 아무래도 총기가 좀 필요할 것 같은데... 고문님? 그리고 장교관이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알겠다.”
“크르르... 맡겨 두라고.”
한계를 넘은 조직원들은 웬만한 사냥꾼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일반 조직원들은 그저 훈련된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또한 삼영이든 흑곰파든 총기 정도는 기본적으로 무장하고 있을 터.
이 쪽도 그 정도는 무장을 해 줘야 했다.
“상연누나는 사망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에 신경 좀 써 줘.”
‘니들이 먼저 건드렸어...’
***
“끌끌끌~ 이렇게 마음껏 날뛰어 본 것도 오랜만이야.”
“그러게 간만에 제대로 피 맛을 봤어.”
“기왕이면 계집년들 맛도 봤으면 좋았을 걸.”
“어이어이~ 일이 끝날 때까지 자제하라고. 로드가 신신당부 했잖아. 이 번 일만 끝나면 제대로 된 거처와 돈을 받을 수 있다고. 괜히 실수해서 그르치지 말라고.”
“알았다~ 알았어! 씨발~ 그런데 인간 놈들 약속은 지키겠지?”
“그래도 지금까지 잘 지켜왔으니...”
“그건 그런데 일이 너무 쉬우니까 하는 말이지.”
“크크큭~ 그건 그렇지~ 그래도 방심하지 말고 끝까지 제대로 하자고~”
허름한 건물 문 앞에서 경계를 서며 잡담을 나누던 두 사내.
그런 둘의 눈에 사뿐사뿐 다가오는 한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의 달라붙는 슈트로 전신을 감싼 모습에 그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절로 군침이 돌 정도로 도드라진 볼륨.
양팔을 들어 올리며 휘날리는 머리칼을 고이 잡아 질끈 묶는다.
그 덕에 육중하게 튀어나온 미드가 걸음걸이와 함께 위아래로 요동을 쳤다.
걷는 걸음걸이마다 절로 살랑거리는 골반.
꿀꺽.
누구 할 것 없이 절로 목울대를 타고 침이 고여 넘어간다.
“와... 씨발... 연예인이냐?”
“미친... 여기에 연예인이 왜 있어?”
“어떻게 저렇게 생길 수 있지? 흐흐흐~ 가서 말이나 걸어볼까?”
“어? 그런데 이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
라이더라도 되는 것처럼 전신을 슈트로 감싼 여성.
한눈에 보기에도 평범할 수 없었다.
그냥 지나치리라 생각했던 여성은 똑바로 자신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런 여인을 멍하니 바라보던 두 사내.
아니, 두 마리의 웨어 울프.
그들의 눈에 여성의 붉은 입술이 달싹이는 것이 보였다.
그러곤 가슴언저리로 가져가는 손.
손이 슈트의 가슴어리로 다가들자 마치 홀로그램을 통과하듯 옷 안으로 사라진다.
이미 여성의 미모에 홀린 두 웨어울프의 눈동자는 손이 옷을 통과해 들어갔다는 사실보다 그 안의 야들야들한 속살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눈을 벌겋게 물들이고 집중했다.
가슴언저리로 사라졌던 손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고.
옷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원래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빠져나온 손에 들린 종이 쪼가리.
“저거...”
“어...? 서... 설마...”
그제야 심상치 않음을 느낀 두 웨어울프가 경각심을 가질 쯤.
여성의 손이 한차례 흩뿌려진다.
“씨... 씨발! 기습이다!”
여성의 손에서 떠난 부적.
일명 결계부.
결계부가 빛을 발하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사뿐사뿐 걸어오던 여성이 돌연 눈앞에서 사라졌다.
“허억!”
사라졌던 여성은 어느새 눈앞에 나타나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웨어울프의 시력으로도 도저히 쫓을 수 없는 움직임.
씨익.
“서방님을 귀찮게 한 죄를 달게 받겠습니다.”
여인의 검은 머리칼은 어느새 새하얀 백발로 물들어 있다.
***
“크아악! 조져! 다 죽여!”
“아아악! 대장! 대장은 어디에 있어!”
뜻하지 않은 침입자.
머리를 새하얗게 물들인 여인의 손속은 어떠한 거리낌도 없었다.
발견하는 족족 무심하게 휘둘러지는 손톱이 어김없이 웨어울프들의 살을 갈랐다.
그 뒤로 나타난 일단의 무리들.
총기로 무장한 사내들이 여인에 의해 난도질당한 웨어울프들을 향해 총질을 해댄다.
웨어비스트 중에서도 유독 회복력이 좋은 그들일지라도.
무한정 회복을 할 수만은 없는 법.
모든 웨어울프들이 반격에 나서지만, 총질하는 사내들 또한 퓨리다크니스를 주입한 사냥꾼에 버금가는 이들이었다.
수하들이 하나둘 죽어 나자빠지는 와중.
부두목의 머릿속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소란에 문을 박차고 나가려던 것을 멈추고 CCTV로 확인을 한 것이 그의 명줄을 이어 주고 있었다.
“저것들은 뭐야! 씨발! 강일파 놈들이야?”
분명 강일파의 업장과 지부들을 괴멸시킬 당시.
범상치 않은 놈들이 더러 섞여 있기는 했다.
그런 일이야 종종 있는 일이기에.
그렇게 특별한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고작해야 사냥꾼 정도의 능력.
하지만 그것은 충분히 고려해야 했던 사실이었다.
‘이상하게 그 숫자가 많다는 생각은 했어!’
조금 찝찝하던 그것이 이렇게 뼈아픈 결과를 초래한 것일지도 모른다.
‘개새끼들! 그 새끼들은 우리를 강일파와 양패구상 시키려는 속셈이었나?’
갑작스럽게 세를 늘리기 시작한 강일파는.
그저 평번한 인간들만 이루어진 일개조직이 아니었다.
백발을 질끈 묶은 저 여인만을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웨어비스트 중에서도 질긴 목숨으로 유명한 웨어울프들이 여인의 옷조차 스치지 못하고 있었다.
‘저년... 구미호잖아!’
탐스러운 둔부 뒤에서 살랑거리는 아홉 개의 꼬리가 눈을 어지럽혔다.
인간에 가까운 모습에 특정 부분만 구미호를 나타내는 모습.
웨어울프 대장의 머릿속으로 마마라는 전설의 구미호가 떠오른다.
‘로드에게 알려야 해!’
스마트 폰을 꾹꾹 누르던 웨어울프 대장.
“제기랄!”
퍼석.
이내 그는 먹통이 된 스마트 폰을 거칠게 집어 던졌다.
이 건물은 이미 결계부에 갇힌 상황.
그 와중에도 여인은 거침없이 계단을 오르며 시시각각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 아름다운 모습이 마치 지옥의 사신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대... 대장! 어떻게 해!?”
“이런 씨발! 어떻게 하긴 어떻게 해! 넌 왜 안 나가고 있어! 나가서 싸워!”
“히익! 저... 저런 년을 어떻게 상대하라고! 그런 대장이야말로 왜 안 싸우는 거야! 수하들 다 죽어 나가잖아! 로드가 알면 대장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수하의 하극상에 손톱을 길게 빼내던 그의 행동은 커다란 굉음과 함께 튕겨 나오는 문짝에 의해 멈춰졌다.
콰앙!
어느새 5층에 당도한 여성이 문짝을 날려 버리고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오연하게 서서 자신과 수하를 향해 크고 예쁜 눈동자가 한차례 훑고 지나간다.
자신들의 목숨을 취하기 위해 온 사신임에도 그 모습은 실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마마가... 그렇게 아름답다더니...’
정수지를 마마라 착각하는 대장.
착각이든 말든 그것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마... 마마가 왜 우리를 핍박하는 것이오...?”
어렵게 열린 입으로 그리 물었다.
대장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정수지.
그녀의 붉고 두툼한 입술이 열린다.
“당신이 로드입니까?”
되래 묻는 말에 대장이 격렬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마마라 단정 짓고 있는 대장의 입에선 절로 경어가 세어 나왔다.
“나... 나는 로드가 아닙니다! 그저 일개 대장일뿐입니다!”
그 말이 불쾌했음인가?
정수지의 찌푸려지는 얼굴에 대장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실망한 음성이 대장의 귓가를 스쳤다.
“제가 운이 없었습니다...”
“???”
“???”
초조한 모습으로 경계하는 두 웨어울프의 눈이 마주친다.
방심한 것인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내젓는 정수지를 바라보는 두 눈에 살기가 스며들었다.
끄덕.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보인 두 웨어울프가 동시에 몸을 날렸다.
공간을 잘라 놓은 듯 순식간에 그녀를 향해 몸을 날린 두 웨어울프.
“커헉!”
“캬흑!”
방심한 그녀를 향해 호기롭게 달려들 때는 언제고 두 웨어울프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단말마.
보통 성인보다 월등히 큰 덩치의 널따란 등판위로 삐죽이 솟아오른 손톱.
손톱을 타고 붉은 핏방울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로드가 아닌 죄는 달게 받으셔야겠습니다.”
어느새 번쩍 뜨여진 차가운 눈빛.
두 웨어울프를 꿰뚫고 들어갔던 손톱이 빠져나오고.
그들이 무언가를 하기도 전.
정수지의 손톱이 화려한 춤사위를 만들어 냈다.
“안 돼! 이럴 땐 심문이라도 해야 하....!”
대장의 절규가 공간을 울렸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 잘게 잘린 육편 조각이 되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래도 서방님이 칭찬해 주시겠죠?”
무심한 눈빛으로 잘게 잘린 육편덩어리를 바라보며 중얼거린 정수지.
서방님이라는 그 단어에서만 잠시 화색이 도는 듯하다.
등을 돌려 나가는 그녀의 뒤로 조금 전까지 살아있었다는 것을 나타내듯 파들거리는 육편조각들만이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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