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웨어울프.(2)
4. 웨어울프.(2)
곳곳에 펼쳐진 결계부.
결계부가 쳐진 안쪽에선 이 전과는 다른 양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전에는 강일파의 지부들이 무너졌다면.
지금은 그를 자행했던 웨어울프들이 찢겨져 나가고 있다는 것.
아니 찌부러지고 있다는 것.
그들의 손속은 마치 모든 웨어울프를 멸종시키겠다는 듯, 한 치의 자비도 없었다.
“크아아악! 여... 여기서 왜 진혈의 뱀파이어가 나와!”
“뱀파이어가 강일파랑 연합했다!”
“커어억! 도... 도망가! 저년은 괴물이야!”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웨어울프들을 찍어 누르는 프리지아의 모습은 마치 전장의 여신과도 같았다.
“호호호호호~ 지구에도 라이칸스로프가 있구나~~~”
불리는 것은 다소 다르지만, 프리지아가 살던 곳의 라이칸스로프와 웨어울프는 비슷하다 볼 수 있었다.
곳곳에 숨어 든 웨어울프들은 점조직처럼 많았기에.
단숨에 몰아치려면 불안한 프리지아의 힘도 필요했다.
따라서 강인한은 프리지아에게 당부에 당부를 한 터였다.
-결계 안에서는 마음대로 해도 되는데 밖에서는 무조건 상연누나와 스쿡의 말을 따라야 해. 그 부탁을 들어 주면 온종일 기분 좋게 해 줄게.-
어찌 좋지 아니한가?
이렇게 마음껏 개새끼들을 때려죽이는 것도 흥겨울 따름인데.
밖에서 얌전히 있는 조건으로 온종일 즐거운 시간의 기회도 얻게 되다니.
“모두 찌그러져라~”
신나게 때려 부수는 프리지아를 보며 이상연과 스쿡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것의 뒤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은 탓이다.
결계가 제 기능을 다 한 후에도 이곳의 참상은 그대로일 터.
죽어 나자빠진 웨어울프들을 처리하는 것보다 저 무너져가는 건물의 수습은 도저히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스쿡씨. 아무래도 상황이 끝나면 이곳을 전부 폭파 시켜야 할 것 같네요.”
“네. 사모님.”
안 그래도 이런 상황이 나올 것을 대비해 가스폭발이라는 처리방도를 생각해 둔 터다.
결계 안이기에 밖에서 지금의 상황을 볼 수는 없지만.
이후에는 가스폭발이 일어난 건물이 갑자기 드러날 것이다.
이에 많은 이들이 의문을 나타낼 터.
다행이라면 저놈들이 숨어 있던 이곳이 인적이 드물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타타타타탕.
대한민국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총기들이 난사된다.
총기로 인해 뚫린 상처들은 웨어울프 특유의 회복 능력으로 금세 치유가 되었지만.
그들의 움직임을 적절하게 묶어둘 수는 있었다.
총상을 입은 웨어울프들 사이로 이상연과 스쿡이 뛰어들어 마무리했다.
콰콰콰쾅.
우르르르.
그 와중 여전히 거대한 몸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파괴를 일삼고 있는 프리지아.
그녀의 모습을 보며 웨어울프 대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왜... 왜... 왜! 진혈의 뱀파이어가 저렇게 무식한 거야!!!”
진혈의 뱀파이어가 크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저렇게나 큰 뱀파이어라니.
웨어울프도 2미터를 훌쩍 넘는 덩치를 가지고 있고, 로드의 경우 3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한 덩치를 자랑한다.
같은 덩치라면 육박전에선 웨어울프가 뱀파이어를 능가했다.
뱀파이어가 까다로운 이유 중 하나는.
마법을 주특기로 사용한다는 것.
하지만 저 무식하게 아름다운 뱀파이어는 지금껏 마법을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두 주먹과 발로 모든 것을 때려 부수는 중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쌓아 놓은 블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 듯이.
웨어울프 오십이면 무장한 연대(군대)도 상대할 정도의 전력이다.
그 전력이 저 거대한 뱀파이어에게 개미처럼 짓이겨지고 있었다.
“크아아! 제발 상처라도 입어!”
웨어울프 대장은 나이프처럼 길게 자란 손톱을 뽑아내며 힘껏 뛰어올랐다.
웨어비스트 중 최약체로 분류되면서도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전신이 조각나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회복하는 능력 덕분이다.
이모탈.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이모탈이라 부르며 불사의 존재라 칭한다.
“난 죽지 않는다!”
늑대의 주둥이에서 괴성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완전히 납작하게 짓이겨져 생을 마감한 웨어울프들이 곳곳에 늘어져 있다는 사실.
“으응? 넌 조금 빠르다?”
분명 등을 돌리고 날뛰던 상황이었건만.
어느새 프리지아의 시선은 공중으로 도약한 웨어울프 대장에게로 향해 있었다.
길게 그어져 내려오는 손톱이 선을 그려내며 프리지아의 안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녀의 뒤통수를 노리던 손톱은 이제 커다란 눈망울을 향하고 있었다.
“죽엇! 크어엉!”
달빛을 가린 웨어울프의 그림자가 프리지아를 덮었다.
차가운 달빛은 웨어울프의 흉성을 더욱 자극하며 그들의 육체 능력을 한껏 끌어올려 준다.
쒜에에에엑.
공간이 일렁이며 몰아치는 회색의 파장.
그 파장의 여파로 주변의 잔해들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퍼퍼퍼퍼펑.
“캬아악! 피... 피해!”
“모두 숙여!”
“사모님!”
쩌어어엉.
전력을 다한 웨어울프 대장의 공격과 프리지아의 손바닥이 마주치며 2차 파장이 몰아쳤다.
그 덕에 싸움은 소강상태가 되었고.
몸을 웅크려 여파를 피해 낸 이들의 시선이 프리지아와 웨어울프 대장에게로 향했다.
“케에엑!”
희비가 갈리는 순간.
오연하게 서 있는 프리지아의 한 손에 목줄기가 잡혀 켁켁거리며 혀를 길게 내빼고 있는 웨어울프의 모습이 보였다.
“이 공격은 꽤 매서웠어~ 하마터면 내 고운 피부에 상처가 날 뻔했잖아? 우리 인한이가 내 살결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상처라도 났으면 넌 평생 경계에 갇혀 죽지도 살지도 못했을 거야.”
“케엑... 켁... 켁...”
목 줄기를 잡히고 벗어나려 발버둥 쳐 보지만 억센 프리지아의 손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 정도면... 으음... 네가 로드야?”
날카로운 프리지아의 시선이 웨어울프 대장에게로 향하자 그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씨이~ 그럼 구미호가 로드를 잡았으려나? 그냥 네가 로드하면 안 돼? 응? 그래 주라~”
미친년처럼 지껄이는 프리지아의 말에 웨어울프 대장은 미친 듯이 머리를 젓을 따름이다.
“안타깝긴 하지만 로드가 아니라면 그냥 죽어야겠다. 오랜만에 날뛰었더니 우리 인한이 꼬추 빨고 싶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우리 인한이 꼬주~ 흥흥흥~”
‘이... 이 미친 뱀파이어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요상한 음율까지 넣어 흥얼거리는 프리지아.
뱀파이어가 인간의 양물을 빨고 싶다니.
지금까지 들어 본 농담 중 가장 신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엑... 켁... 켁...”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 거니?”
번뜩.
그 물음에 웨어울프 대장의 눈이 번쩍 뜨였다.
마구 고개를 끄덕이던 웨어울프 대장.
그는 살아남기 위해 눈앞의 미친 뱀파이어가 심문이라도 해 주길 간절하게 바랐다.
“호호호~ 미안하지만 나는 선약이 있어서~”
‘응? 선약? 갑자기?’
불안한 눈빛으로 올려다본 그의 눈은 다가오는 프리지아의 손바닥에 가려져 어둠으로 물들었다.
“켁! 켁! 켁! 켁!”
‘뭐라는 거야! 이 미친년이! 날 심문해 달라고! 으아아악!’
***
쩌어억.
“끄르르륵...”
푸화악.
왕성기의 손도끼가 웨어울프의 머리를 쪼개고 들어갔다.
흩날리는 피와 뇌수가 검은 하늘을 적신다.
보통의 경우 사망이라 봐야 했지만, 웨어울프의 생명은 치가 떨릴 정도로 질겼다.
도끼를 뽑아내는 동시에 고기를 다지듯 떨어져 내리는 쌍도끼.
퍽. 퍽. 퍽. 퍽. 퍽.
웨어울프를 내려치는 왕성기의 눈은 어떠한 망설임도 없었다.
이미 경계에서 수많은 피를 보아왔다.
이제는 움직이는 것을 죽이는 것에 어떠한 거리낌도 들지 않는다.
탕. 탕. 탕. 탕.
고정욱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화려했다.
권총과 단검을 동시에 사용하며 움직임에 제약을 주고 단검으로 웨어울프를 갈라냈다.
빠른 운동신경으로 다져진 웨어울프의 공격도 고정욱을 잡기에는 요원했다.
그저 그의 총에 구멍이 뚫리고 힘줄이 잘려 너부러질 뿐.
난도질이 되어 바닥에 널브러지는 웨어울프의 위로 이은지의 정글도가 떨어져 내린다.
“꺄하하~ 정글도가 나한테 더 잘 맞잖아~”
가녀린 팔로 단단한 뼈까지 성둥성둥 잘라 내는 이은지의 정글도.
그런데도 활짝 웃는 그녀의 눈은 귀기마저 엿보일 정도다.
경계 안에서 끊임없이 싸워왔던 이은지의 몸놀림은 그야말로 사신과 다름없었다.
공격하는 웨어울프마저 그녀의 귀기에 몸을 떨 정도였다.
“은지씨 조심!”
너클을 낀 나대명의 주먹이 이은지의 뒤로 접근하던 웨어울프의 대가리를 후려갈겼다.
“캐애앵!”
주둥이가 터져 나가며 나뒹구는 웨어울프.
“이런 개새끼가!”
어느새 나뒹구는 웨어울프의 위까지 접근한 이은지의 정글도가 빛을 발한다.
스가각. 서걱. 서걱.
“크아아악!”
팔다리가 잘려 나간 웨어울프가 그 고통에 발광했다.
“감히 뒤치기를 해!?”
그리고 이어서 휘둘러진 정글도가 팔다리 잃은 웨어울프의 전신을 조각내었다.
“크허엉~ 어디 있냐! 웨어울프 로드여! 모든 웨어비스트의 로드인 웨어타이거가 왔다! 당장 모습을 드러내라!”
호기롭게 외치며 웨어울프를 상대하는 장수언을 바라보며 왕성기가 도끼에 맺힌 피를 바닥으로 털어낸다.
“쯧~ 저 아저씨. 또 시작이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