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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44화 (244/297)

4. 웨어울프.(3)

4. 웨어울프.(3)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

전력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알아챈 즉시, 최대한 몸을 꽁꽁 숨기고 있던 웨어울프 대장.

로드를 제외하고 가장 강한 세 명의 대장 중 하나인 자신이지만.

밖에 있는 놈들을 전부 상대할 만큼은 아니다.

한 명 한 명이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을 지녔는데.

총기로 무장한 놈들까지 뒤에서 서포트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숨어서 결계가 걷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

한정된 장소에서 끝까지 숨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본인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크허엉~ 어디 있냐! 웨어울프 로드여! 모든 웨어비스트의 로드인 웨어타이거가 왔다! 당장 모습을 드러내라!”

그때 들려오는 웨어타이거의 포효.

분명 멸종되었다고 알려졌건만.

수인화까지 가능한 계체가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웨어울프보다 뛰어난 육체 능력과 호전성을 지닌 웨어비스트.

같은 조건이라면 웨어울프쪽이 불리한 것은 말로 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다만, 놈의 체구가 자신에 비해 작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

저놈은 웨어타이거 중에서도 상위계체는 아니라는 결론이다.

“크허엉~ 어서 나와라! 웨어울프 로드여! 나와 일대일로 겨루어 보자! 만약에 나를 이긴다면 네 목숨을 보장해 주겠다!”

“뭐라는 거야! 이 아저씨야!”

“자네...?”

“또 저렇게 사고를 치시네요.”

웨어타이거의 제안과 이에 타박하는 음성이 웨어울프 대장의 귀에 들어왔다.

문제는 저들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것이지만.

어차피 결국은 발견되어 목숨을 잃게 될 것이 자명한 사실.

그렇다면 한 가지 희망이라도 걸어보는 것이 나을 터였다.

웨어타이거라면 그 특유의 자존심 때문에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법이 없다하지 않은가?

“그... 그 말이 사실이냐!”

“크아앙! 그렇다! 나 웨어타이거 장수언은 절대로 한 입으로 두 말하지 않는다!”

“진짜! 그만 좀 하쇼!”

“그냥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 해요~ 성기씨. 저 호랑이가 언제는 제정신이었나요?”

그 말에 왕성기의 시선이 이은지에게로 향했다.

한때는 잠시나마 마음에 두었던 여인.

하지만 어쩌다 보니 적이 되었고, 또 어쩌다 보니 동생의 여자 중 하나가 된 그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곤 하지만 자신 또한 남자이다 보니 괜스레 동생에게 여자를 빼앗긴 기분이 들기도 했더랬다.

그 때문에 울적하기도 했던 적이 있었건만.

지금은 저 여자와 자신이 이어지지 않은 것에 안도를 하는 왕성기였다.

이은지의 똘끼는 동정인 그가 감내하기에는 생각보다 강력한 것이었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왕성기는 이내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휴... 어떻게 이 중에 정상인은 나뿐인 것 같네.’

“정말 당신과 싸워 이기면 날 그냥 보내주는 거요!?”

“크허헝! 그렇다! 나 웨어타이거 장수언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건물 뒤편에 땅을 파고 숨어 있던 웨어울프 대장이 튀어나왔다.

회색 털을 휘날리며 나타난 그의 모습은 겁에 질려 숨어 있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장대하고 커다란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군데군데 흙더미가 묻어 있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저거... 꽤 강해 보이는데... 괜찮겠습니까?”

속삭이듯 묻는 나대명.

그는 손에 쥔 너클을 쥐락펴락하며 전방을 주시했다.

아무래도 이들 중 자신의 무력이 가장 달린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드는 불안감이리라.

그런 그의 어깨에 고정욱이 손을 얹었다.

“저 웨어울프도 강하지만 훈련 교관 또한 강합니다. 훈련 교관이 약속했다곤 하지만 위험하다 생각되면 바로 제압할 생각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어찌 보면 야비하다 볼 수 있는 발언.

오랜 시간을 사냥꾼으로 지내 온 고정욱.

사냥꾼으로 몸을 굴려 수년을 버틴 후, 경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이은지.

마찬가지로 경계에서 목숨이 오가는 싸움을 매일 같이 해 온 왕성기.

웨어타이거이지만 그들의 정신 따위는 물려받지 못한 장수언이다.

더군다나 자신은 어떠한가?

누구나 기피하는 조직폭력배가 아닌가?

결국은 마지막에 서 있는 자만이 옳은 것이다.

이들 중 누구도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나대명은 고정욱의 말에 긴장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허엉~ 선수를 양보하지! 어서 덤벼라 웨어울프 로드!”

“크르르~ 난 로드가 아니오. 나는 당신들이 죽인 웨어울프들을 이끄는 3팀의 대장이오.”

“뭐... 뭣!? 젠장! 로드가 아니라고!”

“설마, 내가 로드가 아니라고 그 말을 뒤집지는 않으리라 보오! 당신은 그 자부심 강한 웨어타이거이니 말이오!”

불안한 내색으로 말을 마친 웨어울프 대장.

장수언의 얼굴이 잠시 일그러졌지만 이내 다시 묻는다.

“크르르~ 대장이라면... 로드 다음으로 강한 건가?”

아무래도 여기서 세 명의 대장 중 가장 약하다고 하면 큰일이 날 것 같은 생각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내가 로드 다음으로 강한 웨어울프요.”

“크하하하! 그럼 좋다! 덤벼라! 아쉽긴 하지만 넘버.2를 내가 박살 내주겠다!”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누가 그 사실을 안단 말인가.

그저 지금은 눈앞의 웨어타이거만 이기면 될 일.

약속이 지켜질지 말지는 미지수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뿐이다.

“아오오오오오~~~”

웨어울프의 하울링이 길게 늘어지며 그것이 끝남과 동시에 장수언을 향해 짓쳐 들어갔다.

“그래! 역시 넘버 투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파카캉. 파캉. 파캉. 가가가각!

정신없이 휘둘러지는 웨어울프 대장의 손톱.

이에 맞서는 장수언도 최선을 다해 반격을 가한다.

두 수인의 손톱이 부딪힐 때마다 번쩍번쩍하며 불똥이 튀었다.

퍼퍼퍼펑.

두 공격의 파장이 공기를 터트리며 연신 굉음을 만들어낸다.

눈으로 쫓을 수 없을 만큼 빠른 공방.

스가가각.

퓨퓻.

정타는 없지만 서로의 손톱이 교차하며 자잘한 상처들을 만들어 냈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튀어 오르는 핏방울.

하지만 웨어비스트 특유의 회복력으로 상처들은 금세 아물어 버린다.

“진짜 짐승 같네. 우리 인한님에 비하면 애완동물 같지만~ 후후훗~”

애완동물에 비교했지만, 둘의 공방은 온 땅을 헤집고 긴 크리에이터를 만들어 낼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건물 외벽이 두부처럼 썰리고 땅에는 구덩이가 움푹움푹 패였다.

“크허어엉! 날 더 자극해 봐라!”

“크르릉! 지금이라도 패배를 인정하면 목숨은 무사할 것이오!”

파카카캉. 가가가각.

시간이 지날수록 장수언의 몸에 상처가 늘어간다.

웨어울프보다 회복력이 더딜 뿐 아니라, 모든 것에서 약간씩 밀리는 양상.

그런데도 장수언의 얼굴은 흥분으로 얼룩져 있었다.

“크흠... 조금 위험한 것 같은데...”

장수언에게 항상 퉁명하던 왕성기도 걱정되는지 고문인 고정욱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지옥 같은 경계에서 살아나온 자신일진대.

그런데도 고정욱에겐 왠지 모를 위압감이 느껴졌다.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세. 앞으로 마주칠 적들은 저놈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을 강자들이겠지. 이 조차 이겨 내지 못한다면 인한이에게 도움조차 될 수 없네.”

고정욱의 눈은 둘의 공방을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 중에서 굳이 강함의 순서를 정하자면.

장수언, 고정욱, 이은지, 왕성기, 나대명이다.

사실 고정욱, 이은지, 왕성기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장수언은 고정욱도 확실하게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인물.

그렇다고 백프로 진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장수언이 밀리고 있음에도 아직 나서지 않는 이유는.

밀리는 와중에도 점점 흉포해지는 그의 기운 때문이다.

그 흉포함 속에 숨겨진 익숙한 기운.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이 공통된 이로부터 받은 그 기운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 한 단계 뛰어 넘으려는가? 그렇다면 나 또한 가능한 일.’

고정욱은 어느 순간부터 온 정체기로 인해 말 못 할 고민을 갖고 있었다.

그 고민을 깰 희망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는 고정욱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경계에서 훈련을 하며 계속해서 발전하던 모두의 능력도 정체기에 이르렀던 것.

“잘 들 보게. 훈련 교관은 지금 한계를 뛰어넘으려 하고 있어. 우리가 비록 같을 수는 없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는 것을 명심들 해.”

그 말에 모두의 눈이 빛난다.

그들도 나름 고심을 갖고 있던 상황.

고정욱의 말에 장수언의 변화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 순간, 웨어울프 대장의 손톱이 장수언의 복부를 향해 뻗어졌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

그 쾌속한 공격에 장수언이 도저히 방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크화앙!!!”

이를 본 장수언은 오히려 양팔을 벌려 배를 훤히 드러내고는 하늘을 향해 크게 포요 한다.

그 포효가 어찌나 큰지 사방이 쩌렁하게 울릴 정도.

동시에 전신을 물들여가는 푸른빛이 그를 중심으로 눈부시게 퍼져나갔다.

쿠아아앙.

그리고 들려오는 폭발음.

“크아아악! 뭐냐!”

갑작스러운 폭발에 휩쓸린 웨어울프 대장이 멀찍이 날아갔다.

그리고 장수언에게서 폭사된 빛이 꺼지며 그의 모습이 드러난다.

“캬아아앙! 크아앙!”

엄청난 포효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지고.

3미터를 훌쩍 넘는 거대한 백호가 눈앞에 드러났다.

그 모습이 마치 전설의 신수와 같은 모습이라 모두의 눈이 경악으로 물든다.

“크하하하하~ 나는 전설의 백호! 그래! 나는 산군이다! 크와아아앙!”

물론, 그 주둥이만큼은 경박하기 그지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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