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웨어울프.(4)
4. 웨어울프.(4)
“건물이 제법 많은데?”
“이곳은 폐 공장 단지다.”
“여기에 웨어울프 로드라는 놈이 있는 건 확실하지?”
내 말에 리엔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뒤에 자리한 조응수에게 명했다.
“최대한 넓은 반경으로 결계부를 뿌려주세요. 결계부가 미치지 않는 곳의 놈들은 조이사님이 맡아 주셔야 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맡겨 주십시오!”
혹시라도 결계부 바깥으로 이탈한 웨어울프 정도는 조이사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서른 전원이 육체의 한계를 경험했으며, 경계에서 혹독한 훈련을 견뎌 냈다.
나는 애초에 리엔으로 인해 웨어울프 로드의 본거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수지나 프리지아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그녀들이라면 웨어울프 로드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남자로서 그녀들의 뒤에 숨어서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노릇.
나는 절대로 여자의 치마폭 아래 숨는 못난 남자가 아니다.
-깔깔깔~ 끝까지 그 자존심은 버리지 못 하는 것이다~-
‘자존심 아니거든?’
-그렇다고 해 두는 것이다. 그래도 경계 안에서 많은 발전을 이룬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네 소원대로 네 여자들을 따라잡는 것도 금방인 것이다.-
그날, 수지와 프리지아의 대결을 보고 충격을 받은 나는.
절치부심 수련에 매진하였고.
정말이지 육체의 한계를 몇 번이고 경험하였다.
시끄러운 마엔의 조언에 따라 굴려지고 굴려지며.
무협지에서나 볼 수 있는 환골탈퇴라는 것을 겪기까지 했다.
그녀의 말로는 육체의 격이 상승하며 완전히 재구성하게 되었다 했다.
내가 능력을 얻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희열이 전신으로 몰아쳤더랬다.
마치, 정말로 인간을 벗어날 것 같은 느낌.
비록, 그 느낌이 바늘구멍만큼 작게만 느껴졌지만.
그 일면을 엿본 것 같은 그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그 구멍을 비집고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진정으로 인간이라는 틀을 벗어나는 걸까?
-지금을 즐기는 것이다~ 어서 넘치는 힘을 분출하는 것이다!-
‘응? 아~ 그래! 개새끼들 감히 선빵을 날렸겠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옆에 선 리엔을 바라봤다.
창백한 얼굴에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표정.
그녀의 표정이 변할 때는 나와 연관이 있는 것이거나, 함께 잠자리를 할 때뿐.
“왜?”
“가자고. 단지가 꽤 넓으니 서둘러야 할 거야. 한 놈도 놓치지 않고 잡아 죽이려면.”
씨익.
그녀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어린다.
한 가지 더 추가해야겠다.
무언가를 잡아 죽이자 할 때도 표정이 변하는구나.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가자 옆에 있던 리엔의 몸이 검은 안개로 흩어진다.
언제 봐도 신기한 모습.
말 그대로 물리적 법칙을 벋어난 모습이지 않은가.
이미 그런 것에 연연할 정도로 경험이 미천하다곤 생각 않지만.
내가 못 하는 것을 한다는 것은 항상 신기하다.
***
-아오오오오~-
-아오오오오~-
폐 공장단지를 가득 울리는 하울링.
차가운 달빛 아래 공장의 지붕 위로하나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결계를 쳤군.”
3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반인반수.
웨어울프 로드.
인간들의 틈에서 활동할 때의 이름은 왕루이.
안산 차이나타운의 어둠 속 지배자라 할 수 있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좁은 차이나타운의 지배가 아니었다.
웨어비스트의 본능에 따라 모든 생명체의 정점에 오르는 것.
그는 이를 위해 좁은 땅덩어리에서 잔뜩 웅크리고 꾸준히 세력을 키워나갔다.
그런 그에게 달콤한 제안을 가져온 이들이 있었으니.
삼영바이오.
대외적으론 세계적인 바이오 그룹이라 알려졌지만.
실상은 대한민국의 초인가문이다.
한 때는 적과 같았던 인간의 밑으로 기어들어간다는 것이 마음에 들 리 없었지만.
거룩한 한 발을 위한 일보 후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의뢰를 들어 주며 더욱 힘을 키워나갔다.
주된 의뢰는 납치와 살인.
우습게도 그들은 직접 자신들의 손을 더럽히는 것을 꺼려했다.
납치한 이들로 천인공노할 실험을 행하는 주제에, 참으로 모순적인 행동이라 생각되었지만.
어찌되었든 그로 인해 이득을 본다면 거리낄 것은 없었다.
웨어비스트의 씨를 잉태하기 위해선 보통의 인간여성으로선 불가능하다.
적어도 반쯤은 초인의 피가 흐르거나.
보통 인간의 육체 능력을 초월한 여성만이 잉태가 가능하다.
또한, 태어나는 웨어비스트는 모두가 수컷이었다.
그렇기에 동족을 늘리는 것이 쉬울 턱이 없다.
그것을 지원해 준 것이 바로 삼영바이오.
그리고 이 번의 의뢰로 그렇게나 고수하던 서울로의 진출을 약속받았다.
그 말은 즉.
흑곰파와 마찬가지로 지하경계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있는 이곳 전체를 결계가 감싸버린 것이다.
“크르르르... 설마 삼영이 배신한 것은 아니겠지... 만약에 그렇다면 절대 혼자 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전에는 모르겠으나.
지금 그는 로드로서의 힘을 완전히 각성했다.
만약에 지금의 일이 삼영에서 벌인 일이라면.
그들도 어느 정도 피해는 감수해야 할 터였다.
그만큼 왕루이는 지금 자신의 힘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아우우우우~-
-아우우우우~-
누군가의 침입을 감지한 웨어울프들이 침입자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로드가 있는 본거지에 쳐 들어왔다면.
전력 또한 만만치 않을 터.
그런데 웬걸?
소란스러워야 할 폐 공장 단지는 그저 자신들의 하울링만이 울려 퍼질 뿐이다.
하다못해 어디선가 인기척이라도 나야 정상일진대.
침입자를 맞이하기 위해 나왔던 웨어울프들은 의문에 휩싸여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런 그들의 눈에 들어오는 검은 실루엣 하나.
저벅. 저벅. 저벅.
기척을 숨기지도, 그렇다고 기운을 내뿜지도 않는다.
점점 가까워지며 보이는 모습은.
그저 평범해 보이는 순박한 얼굴의 커다란 사내.
그러나 인간이 커 봐야 얼마나 크겠는가?
수인화를 한 웨어울프 중 가장 작은 계체도 2미터를 훌쩍 넘는다.
그들의 기준에선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크르르르?”
“크르르?”
의문도 잠시.
다소 평범해 보이는 사내의 말에 웨어울프들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안녕~ 늑대들아? 혹시 너희들 로드라는 놈은 어디에 있냐?”
***
“전부 공격해!”
“아우우우우~”
“크아아앙!”
머리가 통째로 시커멓게 타버린 두 마리의 웨어울프.
자신하는 이모탈의 능력까지 소용이 없는지.
싸늘한 바닥에 누워 버린 두 웨어울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호위대장이 명령을 내렸고.
웨어울프들은 초인으로 짐작되는 인간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바로 로드에게 보고해야 했다는 것.
“크아아악!”
“카아악! 내... 내 팔이 타고 있어!”
“커허헝! 공격이 먹히질 않아!”
놈은 보통의 초인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혼자도 아니었다.
누군가가 안개처럼 흩어졌다 나타날 때마다 웨어울프들의 팔다리가 잘려 나간다.
언젠가 본 적 있는 검은 안개.
하지만 무차별적인 학살에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 따윈 없었다.
파지지직. 파지직.
잘려 나간 부위는 사내가 뿜어대는 뇌전에 눌러 붙으며 더 이상 회복조차 되지 않았다.
“마... 말도 안 돼!”
아무리 웨어비스트 중 가장 약하다 일컬어지지만.
이렇게나 무력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인가?
초인이 저렇게나 강한 존재였단 말인가?
아니다.
그들이라도 초인을 상대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 진정 삼영에서 배신을...?’
호위대장은 생각이 미치자마자 사내를 향해 악다구니를 썼다.
“서... 설마! 배신이냐!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거냐!”
그렇게 소리치는 호위대장을 향해 사내의 시선이 옮겨졌다.
푸른 뇌전으로 번뜩이는 안광.
그 시선에 저도 모르게 목구멍으로 마른침이 꿀떡 넘어갔다.
꽈드득.
한 손에 수하의 머리를 쥔 사내가 손을 움켜쥐자 손가락이 수하의 두개골을 뚫고 움푹 들어갔다.
바위보다 단단한 웨어울프의 두개골이 너무나도 쉽게 사내의 손가락에 뚫려 버렸다.
실로 어마어마한 악력이었다.
“캐에엥!”
그리고 이어지는 푸른 전류.
파지지지직.
“켁!”
시커멓게 그을린 머리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와.
머리가 타버리며 풍기는 매캐한 노린내가 호위대장의 코를 스쳤다.
멈춰 선 사내가 잡고 있던 머리에서 손을 떼어내자 이미 생명이 꺼진 수하의 몸이 바닥으로 철퍼덕 드러눕는다.
바닥으로 손을 털어낸 사내가 호위대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무슨 개소리야? 니들이 먼저 공격했잖아.”
“그... 그게 무슨...?”
“이런 개새끼들을 봤나? 니들이 우리 업장이랑 지부 공격했잖아?”
“서... 설마... 가... 강일파에서 온 거냐...?”
“당연한 거 아냐? 한 대 맞고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
그때, 기회를 보던 웨어울프 한 마리가 사내를 향해 기습적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크아아! 죽어라!”
막 웨어울프의 손톱이 사내의 머리로 떨어질 찰나.
불쑥 튀어나온 단검이 웨어울프의 턱을 뚫고 틀어박힌다.
“케에엑! 켁! 켁!”
턱이 뚫리며 발버둥 치는 웨어울프의 전신으로 검은 칼날이 난도질을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믹서기에 넣어 갈 듯 웨어울프의 전신을 잘게 갈아버리는 검은 칼날.
그로 인해 땅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져 내리는 육편 조각들이 그로테스크한 광경을 만들어 낸다.
대가리가 시커멓게 타 죽어 버린 이들은 오히려 행운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끔찍했다.
“고마워 리엔.”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