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웨어울프.(5)
4. 웨어울프.(5)
이제는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그녀의 모습에 호위대장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다... 당신은...?”
그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
저 창백한 얼굴의 마녀가 누구인지.
그녀는 삼영의 그늘.
그들에게는 검은 악몽이라 불리던 존재라는 것을.
“왜... 강일파와 검은 악몽이 같이...?”
이 전부터 삼영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온 것이 아니었다.
한때는 서로를 사냥하던 최악의 관계.
그 당시 검은 악몽과는 수도 없이 부딪혀 봤다.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상대였지만, 어찌 된 것이 이 전보다 더욱 무시무시한 기운을 뿌리고 있었다.
“그러게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건들고 지랄들이야?”
“크르릉! 역시 인간들은 믿을 수 없는 놈들이었어!”
“뭘 착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상관없고. 결론은 오늘부로 웨어비스트 중 웨어울프는 대한민국에서 멸종한다는 사실이다.”
말을 끝낸 강인한이 땅을 박차며 호위대장을 향해 몸을 날렸다.
단단한 주먹을 타고 흐르는 푸른 뇌전이 넘실거리며 공기를 태웠다.
파지지짓.
“허업! 비... 비겁한 놈!”
“비겁은 무슨! 뒤치기나 하던 놈들이! 흐아압!”
호위대장은 날아드는 주먹에 실린 기운에 기겁하며 양팔을 교차시켰다.
저 주먹에 머리를 가격 당했다간 회복하기도 전에 뇌가 타들어 갈 것만 같았다.
아무리 회복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곤 하나.
뇌가 녹아버리면 그 잘난 회복도 의미가 없었다.
그때, 엄청난 속도로 강인한과 호위대장 사이를 파고드는 그림자.
“이놈!!!”
쩌어엉.
그림자와 강인한의 주먹이 크게 충돌을 일으켰다.
그 여파에 파편들이 비산하며 사방으로 마구 날아들었다.
강인한은 그림자의 힘에 떠밀려 훌쩍 뒤로 몸을 날렸다.
실로 어마어마한 힘.
마주친 주먹이 저릿할 정도다.
“뭐야? 혹시 네가 웨어울프로드냐?”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호위대장 앞에 선 거대한 웨어울프를 아니꼽게 노려본다.
“크르르르릉~ 그렇다. 네놈은 어디 소속이냐!?”
회색 털을 휘날리는 웨어울프로드의 덩치는 상당했다.
그런데도 전혀 둔해 보이지 않는 것이.
조금 전에 보았던 것처럼 몸놀림도 예사롭지 않았다.
“강일파라니까?”
“강일파라... 그런데 왜 악몽과 함께 있는 거지?”
“곧 죽을 놈들이 왜 그렇게 궁금한 것들이 많아?”
“삼영의 농간인가?”
“그렇게 오해해도 상관은 없고. 너희들이 여기서 죽는다는 건 변함이 없으니 말이야.”
“크크큭... 대단한 자신감이군. 네가 아무리 초인이라고 하나. 웨어비스트의 정점에 선 나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여기는 건가?”
“웨어비스트들은 다 저런 건가? 호랑이놈도 그렇고 죄다 지가 최고라고 하네?”
리엔을 돌아보며 묻자 그녀는 그저 싸늘한 얼굴로 고개를 까딱일 뿐이었다.
“호랑이? 웨어타이거가 아직도 있다는 말인가?”
“내가 한 마리 키우고 있지~”
“크크큭~ 그거 참 신박한 농담이군. 웨어타이거가 길들여진다는 농담 말이야.”
“우리가 이렇게 잡담이나 나눌 사이는 아니고. 이제 그만 끝을 보자고~”
“기왕 이렇게 된 거, 하나만 더 묻지. 네놈을 죽여 버리면 알 수가 없으니 말이야. 삼영과 짜고 이런 일을 벌인 건가?”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지. 나 먼저 물어볼게. 도대체 왜 강일파를 습격한 거냐?”
“네 표정을 보니 연관된 것은 아닌 것 같군. 어차피 이곳에서 살아나가지 못할 터. 이야기해주지. 강일파를 공격하라는 지시는 삼영에서 내렸다.”
“역시. 존나 음흉한 놈들이네. 그놈들 명령이나 듣는 너도 참 비루하고 참나~”
그 말에 웨어울프로드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조건부로 따르고 있다곤 하나, 인간의 명령을 듣는다는 말은 상당히 거슬렸던 탓이다.
“아아~ 너도 사실을 말해줬으니 나도 해 줘야겠지? 병신아~ 너희들 농간당한 거야. 우리랑 자멸하라고~ 이 멍청한 새끼야. 그리고 지금쯤이면 밖에 있는 네 부하들도 전부 전멸했을 거다.”
“크르르르~ 전멸?!”
“왜? 너희들이 한 짓을 우리라곤 못 할 것 같았냐?”
“크크크크큭~ 웨어울프가 그렇게 쉽게 보였는가?”
“믿던 말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밖에 있는 네 부하들한테 간 건... 음... 나도 무서워하는 이들이라~ 흐흐흐~”
호위대장이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로드를 바라본다.
“로... 로드...”
“큭... 격장지계라면 제대로 통했다! 끄윽! 대신 네놈은 더욱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죽어갈 것이다. 크르르르르~”
“그래~ 기대할게. 어디 한 번 덤벼 보라고~”
손가락을 까딱이는 강인한.
“크허엉!”
이를 본 웨어울프로드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후아아앙.
한껏 젖혀졌던 팔이 날아든다.
그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달빛에 차갑게 빛나던 손톱이 길게 실선을 만들어 냈다.
‘씨발! 막으면 좆될 것 같은데?’
주먹으로 튕겨 내려던 강인한은 이내 생각을 바꾸고 힘껏 옆으로 몸을 접었다.
아슬아슬하게 사선으로 그어지는 로드의 공격.
왼팔을 접어 힘껏 팔꿈치를 치켜 올렸다.
퍼억.
웨어울프 로드의 팔이 한 차례 휘청거리고.
그 틈에 날아든 주먹이 한 번 더 팔을 가격했다.
터엉.
동시에 황급하게 물러서며 웨어울프로드와의 거리를 벌려 냈다.
“크르르르~ 제법이군. 입만 산 건 아니었어.”
강인한을 한껏 노려본 로드의 손톱위로 아지랑이처럼 기운이 일렁였다.
일렁이던 기운이 덧씌워지듯 날카롭게 벼려진다.
손톱위에 날붙이를 이어 붙인 듯.
살에 닿으면 그대로 매끄럽게 잘려 나갈 듯 오싹한 한기를 내뿜었다.
“받아봐라!”
웨어울프 로드가 양팔을 이리저리 휘두른다.
그에 따라 손톱 위를 덧씌웠던 기운이 단검을 투척하듯 날아들었다.
“으아악! 씨발! 이건 또 뭐야!”
저 기운의 역할이 이렇게 투척하듯 날려 버리는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
이리저리 몸을 날려 가까스로 공격을 피해내는 강인한.
그가 공격을 피할 때마다 빗나간 기운들이 콘크리트 벽들을 무 썰 듯 마구 썰어낸다.
‘이런 씨발! 무기라도 들고 올 걸!’
이리저리 힘겹게 피해내던 강인한은 머리만 타버린 웨어울프의 사체를 들어 휘둘렀다.
웨어울프 로드의 기운에 적중당하며 매끈하게 썰려 버리는 사체.
어쨌든 아쉬운 데로 방어하는 것은 무리가 없었다.
그만큼 웨어울프의 뼈가 단단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크허헝! 감히 죽은 동족까지 이용하다니!”
호랑이처럼 울며 흥분한 웨어울프로드가 성난 멧돼지처럼 달려들었다.
“흐어억! 넌 늑대라고!”
다시 한 번 사체를 들어 박치기해 오는 웨어울프로드의 앞에 들이민다.
퍼석!
타버린 웨어울프의 머리가 로드의 머리와 충돌하며 터져 버리고.
그 사이를 뚫고 입을 쩍 벌린 주둥이가 강인한을 향해 짓쳐들었다.
“아가리 다물엇!”
힘껏 내지른 올려 차기가 웨어울프로드의 턱주가리에 꽂힌다.
이빨 사이로 흘러내렸던 시뻘건 혀가 자기 송곳니에 뚫려 버리며 주둥이를 피로 물들였다.
“크아악! 인간!”
비틀거리며 머리를 흔드는 웨어울프로드.
이번에는 강인한의 주먹이 쏟아져 내렸다.
퍼버버버벅.
무차별적으로 휘둘러지는 주먹.
그 안에 담긴 뇌기가 계속해서 두꺼운 가죽을 두드렸다.
“크아아악! 죽여 버리겠다!”
힐끔.
호위대장과 나머지 웨어울프를 상대하고 있던 리엔.
그녀의 눈에 들어온 강인한과 웨어울프로드의 싸움은 그야말로 개싸움이었다.
콰콰쾅.
와르르르르.
모습은 개싸움이지만.
그 위력은 절대로 경시하지 못할 정도.
둘이 뒤엉키며 폐공장단지의 건물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녀도 수많은 싸움을 벌여 왔지만.
저렇게 마구잡이로 무식하게 싸우는 것은 처음 봤다.
더군다나 웨어울프로드의 무력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을 훨씬 웃도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빨리 눈앞의 찌끄래기들을 처리하고 한 손 보태는 것이다.
“커허엉! 악몽! 어딜 보는 거냐!”
아무리 검은 악몽이라 불리는 여인이지만.
자신은 전사이자, 호위대장으로 오른 웨어울프다.
모든 웨어울프를 다스리는 로드의 바로 밑이 자신인 것이다.
그러할 진데, 자신을 눈앞에 두고 한눈을 팔다니.
파카캉. 파캉. 파캉. 파캉.
“아무래도 빨리 끝내야겠어.”
“오냐~ 내가 네년을 단숨에 끝장내 주겠다!”
콰아아앙.
쾅. 쾅. 쾅.
그때, 지축을 울리는 광음에 놀란 리엔과 호위대장이 합의라도 한 듯 거리를 벌린다.
그러곤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로... 로드...?”
“인한...?”
***
‘이러다간 내가 먼저 나가떨어지고 만다!’
지금껏 서로의 공격은 비등하게 먹혔다.
문제는 이를 회복하는 것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
몸의 회복이 아무리 빠르더라도.
웨어비스트의 회복을 따라갈 수는 없다.
“크하하하하! 왜 그러냐! 이제야 네 주제를 파악한 거냐!”
조금씩 몸을 사리는 강인한을 보며 왕루이가 대소를 했다.
사실, 그도 강인한을 공격하며 꽤 당황하고 있던 상태였다.
쇠도 잘라버리는 자기 손톱이 그의 몸엔 생체기 이상을 낼 수 없었던 것.
아니 공격이 먹혀들수록 그 단단한 손톱이 하나둘 부러져 나간 것이다.
결국은 서로 주먹다짐으로 바뀌어 버린 상황.
빠드득.
“개새끼 주제에 말은 존나게 많네!”
강인한의 주먹위로 뇌기가 덧씌워진다.
이를 본 왕루이가 훌쩍 몸을 날리며 공격을 피해냈다.
피했음에도 전해지는 찌릿한 기운.
몇 번 적중당한 탓에 저 뇌기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절절하게 깨닫고 있다.
확실히 처음보다 그 위력이 약해졌다고는 해도.
위협적이라는 건 여전하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