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웨어울프.(6)
4. 웨어울프.(6)
‘이대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주먹에 뇌전을 싣고 휘둘러대는 강인한을 보며 웨어울프로드 왕루이가 이를 갈았다.
빠드득.
웨어비스트의 수명은 뱀파이어만큼 길지 않다.
고작해야 200년.
평범한 웨어비스트라면 100년을 넘기기 어렵다.
‘인간 따위가 생명을 갉아 먹게 만들다니!’
생명을 태운다면 한순간에 격을 뛰어넘는 신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기 생명을 깎아 먹는다는 것.
강인한과 둘 뿐이라면 상관없으나.
저쪽 상황으로 보아 호위대장의 승리를 점치기 어려웠다.
악몽이 비록 자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눈앞의 놈과 합세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순간, 웨어울프로드의 안광이 회색으로 폭사된다.
번쩍.
“크아아앙!”
어마어마한 포효가 울려 퍼지고.
전신에서 폭사된 기운이 소용돌이를 만들어 냈다.
콰콰콰콰콰.
“으으윽! 갑자기 뭐야!”
놀란 강인한이 기운에 대항해 뇌기를 힘껏 끌어올렸다.
펑. 펑. 펑.
마치 공기가 스스로 발화해 터지듯 마구 터져 나가며 귓가를 어지럽힌다.
번쩍.
웨어울프 로드에게서 시작된 회색기운이 한 차례 번쩍이더니 거대한 그리자가 드리워졌다.
이제는 2미터 3미터크기는 크게 생각도 되지 않는다.
“크르르르릉. 결국, 나를 정말로 화나게 만들었구나.”
양팔로 파편들을 방어하던 강인한의 눈에 비친 한 마리 고고한 늑대.
회색털을 휘날리며 완전한 늑대의 모습을 한 웨어울프로드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살을 저릿하게 만들었다.
“흐으... 진짜 짐승이 됐잖아!?”
“크르르릉~ 짐승... 크하하하~ 그래 난 짐승이다. 널 한입에 물어 으득으득 씹어 먹어 버릴!”
***
콰앙.
콰콰쾅.
완전히 불도저가 따로 없었다.
웨어울프 로드의 몸에 부딪힌 콘크리트 벽은, 스티로폼이라도 되는 것처럼 힘없이 뻥뻥 뚫려 버린다.
“허억... 허억... 저런 개... 개새끼가!”
-술래에게 걸린 것이다~ 어서 피하는 것이다! 호호호호~-
‘넌 지금, 이게 놀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렇게 소리 친 강인한은 벽을 뚫고 들어오는 웨어울프 로드의 앞발을 피해 몸을 굴렸다.
“흐익!”
우르르.
몸을 굴림과 동시에 벽을 잃은 천장이 무너져 내리고.
오뚝이처럼 몸을 일으키며 밖으로 몸을 날렸다.
쿠웅. 쿵. 쿵. 쿵.
공장하나가 와르르 무너지며 뿌연 먼지가 사방으로 휘날린다.
이 널따란 폐 공장부지는 전쟁이라도 난 듯 온갖 부서진 잔해들로 어지럽혀졌다.
경계 안에서 장수언이 완전히 호랑이로 변한 적이 있었다.
생명을 태워 전력을 끌어올리는 방법.
하지만 장수언과 왕루이의 격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만큼 커다란 차이가.
이미 로드로서 완벽에 가까운 왕루이의 초월은 장수언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격차가 있는 것이다.
그때보다 한 단계 뛰어넘어 백호가 된 장수언이었지만.
이곳에 있는 강인한이 알 턱이 없었다.
‘호랑이 새끼! 지가 웨어비스트 최강이라며!’
무뚝뚝하게 생긴 것과는 달리 떠버리 기질이 있는 장수언의 말이기에.
그의 말을 어느 정도 감안하고 상정해 이곳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예상한 웨어울프 로드의 무력은.
장수언이 호랑이로 변했을 때의 두 배.
‘미친!’
그런데 웬걸?
거대늑대로 변한 로드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그날의 정수지나 프리지아에 버금갈 정도로 무시무시했다.
물론, 정수지와 프리지아가 서로의 목숨을 걸고 싸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웨어울프 로드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범상치 않다는 뜻이다.
“크아아앙!”
퍼서석.
이글이글.
쥐새끼처럼 피해 다니는 강인한을 보며 웨어울프 로드의 안광이 번들거린다.
기필코 찢어발기겠다는 의지.
왕루이는 비아냥거리던 강인한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이 모두 허물어졌다는 절망감.
어렵게 동족들의 개체 수를 늘리며 세력을 키워왔건만.
그 모든 것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는 것에 분노가 피어오른다.
아무리 자신의 무력이 대단하다곤 하지만.
홀로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
인간이든, 무엇이든 세력이라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법이다.
-아우우우우우~-
분노의 하울링이 폐 공장 지대를 가득 채웠다.
로드로 올라선 웨어비스트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피어.
상황이야 어떻게 되었든.
눈앞의 인간만은 기필코 씹어 먹고 말리라.
자신이 느낀 절망을 저 인간에게도 기필코 돌려주고 말 것이다.
“으으윽!”
강인한은 웨어울프 피어에 귀를 막고 힘껏 몸을 날렸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졌던 탓이다.
그만큼 로드의 피어엔 실린 공포라는 힘은 경시할 수 없던 것이다.
동시에 발을 차 올려 달려드는 웨어울프의 머리를 가격했다.
“캐에엥!”
공장 곳곳에 숨어 있던 모든 웨어울프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겁을 집어 먹고 숨어 있던 놈까지 모조리 모습을 드러내 광기를 뿜어낸다.
거부할 수 없는 로드의 명령에 몸을 사리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
차가운 달빛 아래 광기에 젖은 웨어울프들의 하울링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으랏챠!”
반쯤 기운 기둥을 뽑아내 힘차게 휘둘렀다.
퍼서석.
도약해 오던 웨어울프가 기둥과 충돌하며 멀찍이 날아갔다.
강인한은 날아가는 웨어울프를 따라 몸을 날리며 뇌기가 실린 주먹을 대가리에 꽂아 넣는다.
콰앙.
“캬아앙!”
벽을 뚫고 튀어나온 웨어울프 로드의 주둥이가 강인한을 향해 입을 쩍하니 벌리고 다가들었다.
딱. 딱. 딱.
앞으로 몸을 굴려 피한 강인한의 귓가로 들려오는 소름 끼치는 소리.
목표물을 잃고 딱딱거리는 이빨의 마찰음에 등줄기가 축축하게 젖어 든다.
“이 개새끼야! 뒤져 버려!”
강인한의 주먹이 웨어울프 로드의 콧잔등을 가격하고.
“커어엉!”
벽을 뚫고 들어왔던 웨어울프 로드의 머리가 쑤욱 하고 빠져나간다.
콰앙. 콰앙. 콰앙.
콧잔등을 가격당한 웨어울프 로드가 콘크리트 벽을 마구 부숴대기 시작했다.
-어서 나가는 것이다! 여기도 곳 무너지는 것이다!-
‘알고 있다고!’
잔해에 깔린다고 죽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잠시라도 제약이 생긴다면.
저 개새끼는 그 틈을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다.
밖으로 튀어나오며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드는 웨어울프의 주둥이로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퍼어억.
파지지지직.
찢어질 듯 부릅떠진 웨어울프의 눈.
휑하니 뚫려 버린 뒤통수로 뇌전을 뿜은 주먹이 튀어나왔다.
쑤우욱.
빠르게 주먹을 빼내고는 뇌수를 털어낼 틈도 없이 훌쩍 몸을 날렸다.
콰아앙.
그가 있던 자리로 커다란 웨어울프 로드의 발이 떨어져 내린다.
“저거 오래 유지 못하는 거 맞아!?”
-아무래도 너와의 싸움에서 자신의 한계를 초월한 것이다!-
“뭐라고!? 이런 미친!”
-깔깔깔~ 정말로 박진감이 넘치는 것이다!!!-
불상사도 이런 불상사가 없다.
처치해야 할 놈에게.
한계를 뛰어 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줄이야.
이로써 웨어울프 로드에게 걸려 있던 최악의 제약이 사라져 버렸다.
“으아아악! 씨발! 어떻게 해야 해!”
강인한은 미친 듯이 뛰며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이렇게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리엔의 안위가 걱정스러웠던 탓이다.
저 멀리 들려오는 폭발음과 기운의 움직임으로 아직 멀쩡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리엔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최악의 변수로 자신이 맡은 작전은 실패와 다름없다.
최대한 몸을 피하며 결계가 허물어지는 순간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최선.
여전히 자신을 추격하며 거침없이 공장을 때려 부수는 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
‘프리지아랑 맞붙는다면 누가 더 무식할까?’
리엔이 있는 곳이 가까워지자 그녀의 기운이 폭사하는 것을 느낀다.
그녀 주위로 늘어져 있는 웨어울프들의 사체들.
그 수가 스물은 넘어 보이는 것이 그녀 또한 쉽지 않은 싸움을 벌였음을 알 수 있었다.
날개를 펴듯 활짝 펼쳐진 검은 기운이 호위대장의 전신을 꿰고 있었다.
촉수처럼 호위대장의 살을 파고들어 공중으로 들어 올려 진 모습.
축 늘어진 웨어울프 호위대장의 모습은 마치 경건한 순교자를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이다.
콰드드드득.
리엔의 펼쳐진 손이 힘껏 쥐어지자 호위대장을 꿰고 있던 검은 기운이 소용돌이처럼 회전을 한다.
그때마다 믹서기에 갈린 고기처럼 잘게 다져져 붉고 걸쭉한 모습으로 웅덩이를 만들었다.
이를 행하는 리엔의 얼굴은 약간의 고통 어린 표정 이외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것은 잘게 다져지며 비명성을 뱉어내는 호위대장의 고통에 대한 안쓰러움이 아니다.
그저 웨어울프들과의 싸움에서 입은 부상에 대한 일그러짐일 뿐.
푸화악.
호위대장이었을 걸쭉한 액체가 사방으로 비산한다.
절로 눈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로 욕지기가 올라오는 붉은 액체.
붉은 비가 리엔의 전신을 적신다.
그런데도 그녀의 표정에는 일말의 변화도 없다.
창백한 얼굴로 진득해진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그녀.
악마 같은 퇴폐미에 강인한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나 변태야?’
리엔에게서 강하게 느껴지는 진한 퇴폐미.
흥건한 핏물과 웨어울프들의 사체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불끈.
‘미친!’
아랫도리가 반응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은 아니리라.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엔! 도망가자!”
뒤에서 광견처럼 쫓아오는 웨어울프 로드의 추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크화아아앙!”
마지막 남은 호위대장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웨어울프 로드 왕루이.
그의 포효엔 지독한 슬픔과 분노가 점철되어 처절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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