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는 다보여-248화 (248/297)

4. 웨어울프.(7)

4. 웨어울프.(7)

쿵. 쿵. 쿵.

콰아앙.

끊임없이 들려오는 파괴의 소리.

그 과격한 몸부림에 전신이 오싹오싹 거리며 솜털까지 곤두선다.

괴물.

그야말로 괴물이 따로 없다.

쩌저적. 쩌적.

콘크리트 잔해 밑에 숨어 놈이 얌전해지길 기다리는 지금.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감에 초조함을 달랠 길 없다.

마주친 리엔의 눈동자는 여전히 무심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녀 또한 알고 있을 터.

저놈을 때려잡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인한. 결계가 불안정해.”

그녀의 말대로다.

놈의 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수지가 만든 결계부마저 견디지 못하고 요동을 치고 있었다.

아무리 외곽의 폐 공장 지대라고는 하지만.

멀쩡히 돌아가고 있는 공단까지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다.

그 안에는 멀쩡히 돌아가는 공장들은 물론, 주변으로는 아파트 단지부터 해서 신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행여, 저 괴물 같은 놈이 뛰쳐나가 난리라도 친다면.

신문은 물론, TV 인터넷 모든 매체에 대문짝만 한 기사가 올라가고 말 터다.

‘높으신 분들이 알아서 처리하겠지.’

지금은 세상의 이면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당장 나와 리엔의 목숨이 더 중요하다.

더불어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강일파 조직원들의 목숨까지.

“이대로는 결국 잡히고 말 거야.”

바짝 붙어 있는 덕에 리엔의 숨결이 얼굴을 간질인다.

비록 피로 범벅이 되어 후각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지만.

내 몸에 닿는 육감적인 볼륨은 올올이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발동하는 네 아랫도리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닥쳐! 마엔! 이건 어디까지나 능력에 의한 부작용이라고!’

-그러한 능력을 개발시킨 것은 전적으로 네놈인 것이다. 이 변태 능력자야~-

리엔의 말이 맞다.

이 상태로는 좆도 밥도 안 된다.

나는 자연스럽게 리엔의 허리를 두르며 본능적으로 미드를 거머쥔다.

말랑한 그 감촉을 느끼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리자.

“으응?”

참으로 손까지 지랄이다.

“아! 미안~ 일단 나가서 결계 근처로 가자. 만약에 결계가 파괴되면 최대한 밖으로 나가서 조직원들부터 피신시키자고. 어차피 저놈은 내가 죽을 때까지 나만 따라올 것 같으니까. 너도 조직원들하고 일단 도망가서 도움을 청해.”

저 무지막지한 놈을 상대로 쓸 대 없는 희생을 만들 필요는 없다.

이제는 저놈이 언론에 노출이 되든 말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무조건 아무 피해 없이 모두가 살아나가는 것이 중요할 뿐.

나는 프리지아가 만들어 준 슈트의 기능을 활성화 시켰다.

뇌기를 주입시키자 거대백사로 만든 가죽슈트는 턱을 타고 올라가 눈 밑까지 얼굴을 가려주었다.

‘이 정도면 아이언맨 슈트보다 더 진화했다고 봐도 되겠는데?’

이를 본 리엔도 슈트의 기능을 이용해 얼굴의 반을 가려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방지했다.

한 쌍의 다크 히어로마냥 쫄쫄이 슈트를 입고 얼굴까지 가린 모양새.

내 꼴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으나.

리엔의 모습은 절로 침이 넘어갈 정도로 섹시한 모습이다.

“나도 따라가.”

“응? 아니야. 너는 가서 수지나 프리지아를 데려와야지.”

“그건,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어. 나는 널 따라갈 거야.”

리엔의 눈을 들여다본 나는 그녀의 고집이 쉽게 꺾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나에게 방해가 되느냐를 따져 본다면?

‘음...’

리엔은 충분히 강하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그녀라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알겠어.”

그렇게 나와 리엔은 잔해 더미를 슬그머니 빠져나와 결계의 끝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그 와중에도 로드놈은 나와 리엔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때려 부스며 발광하고 있었다.

일렁. 일렁.

쩌저적.

하늘을 바라보자 공간이 마구 일그러지는 것이 보인다.

“뭐가 있어?”

리엔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내 눈에는 간당간당하게 버티는 결계가 정확하게 보인다.

“조금 서두르자. 결계가 간당간당해.”

남들은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미리 한 덕에 리엔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성감대를 볼 수 있다거나, 진실과 거짓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꽁꽁 숨겨두었다.

그것을 안다면, 아무리 내 손에 들어온 여자들이라 해도 꺼림칙할 것이 분명하기에.

그렇다고 모든 이들의 진실과 거짓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난히 정신력이 강한 이들에 한해서는 그것이 적용되지 않았다.

-아우우우우우~-

“어디냐! 크아아앙! 컹! 컹! 어디에 숨은 것이냐!”

광기 어린 음성이 귓가를 스치고.

놈이 만들어 버린 폐허에 몸을 숨기며 계속해서 결계의 지척까지 이동했다.

그러곤 숨죽여 잔뜩 몸을 움츠린다.

어둠이 내리운 밤.

전신을 뒤덮은 검은 슈트는 나와 리엔의 모습을 숨겨줌은 물론, 체취마저 감춰주는 역할을 해 주었다.

망나니 같은 프리지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

드르르르르.

미처 결계 안에 가두지 못한 웨어울프들을 처리한 조응수는 강인한과 리엔이 무사히 나오길 바라며 대기하던 중이었다.

“모두 경계 태세!”

지진이라도 일어날 듯 울리는 땅.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로 체감이 될 정도의 지진은 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는 것은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

쩌저저적.

그런 조응수의 귓가에 무언가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허공에 나타나는 커다란 늑대의 대가리.

“으... 으허억!”

놀란 누군가가 헛바람을 들이키며 총을 들어 올렸다.

“뭐가 저렇게 커!”

허공에 대가리를 들이민 웨어울프의 머리는 지금껏 상대했던 웨어울프의 세 배 이상은 되어 보였다.

“씨발! 모두 장전!”

철커덕. 철컥. 철컥.

두려움에 물든 얼굴로 웨어울프 로드를 향해 총구를 겨눈 조직원들.

덜덜 떨리는 그들의 손에서 느끼고 있는 공포가 올올이 전해졌다.

그때, 허공에서 불쑥 나타나듯 모습을 드러내는 두 개의 인영.

“조이사!”

조응수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힘껏 돌렸다.

이윽고 그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는 강인한과 리엔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망가! 최대한 벗어나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

어느새 다가온 강인한이 조응수가 든 총을 빼앗듯이 가로채고는 허리에 있는 탄창까지 집어 들며 달려 나갔다.

“크아아아앙! 거기 있었구나!”

강인한과 리엔을 발견한 웨어울프 로드가 결계를 비집고 빠져나온다.

프리지아에 육박할 정도로 커다란 덩치.

강인한은 놈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타타타타탕.

완전한 늑대로 변했음에도 수인화 때처럼 앞발을 들어 총알을 막아 낸다.

“커허엉! 간지럽다!”

후두두둑.

놈의 팔에 적중한 탄피가 후두둑 떨어져 내린다.

권총 따위로는 놈의 가죽에 생체기초자 내지 못했다.

“뭐 해! 빨리 도망가라고!”

“아... 알겠습니다! 모두 후퇴한다!”

조응수의 외침에 기다렸다는 듯 뒤돌아 뛰기 시작하는 조직원들.

강인한은 계속해서 총을 쏘아대며 조직원들이 달리는 반대 방향으로 냅다 뛰었다.

그런 그의 뒤를 리엔이 뒤따른다.

***

빛이 있다면 어둠이 있는 법.

신시가지의 화려한 네온싸인 반대편은 신도시 개발로 밀려난 하류층들이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다.

이곳도 언젠간 저 화려한 조명을 받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되겠지만.

그 혜택을 받는 이들은 현재 머무는 하류층이 아닌 다른 이들이 될 것이다.

“흐흐흐~”

사회의 부조리함에 밀린 것은 독거노인만이 아니다.

그중에는 부모 없이 조모 밑에서 커가는 아이들도 있었고.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해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오늘은 제대로 된 사냥감이 걸려야 하는데~ 흐흐~”

대부분이 신도시 확장을 위해 강제로 떠나가고.

어떻게든 버티려는 이들만이 듬성듬성 살고 있다.

그야말로 인기척 없는 최적의 장소.

조용한은 입맛을 다시며 골목길에 숨죽이고 있었다.

몇 번이나 사전 조사를 하며 할머니와 함께 사는 파릇파릇한 대학생을 발견했다.

부조리한 상황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꾸역꾸역 삶을 이어 나가려는 의지가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뿐이랴?

그녀의 외모 또한 제법 반반한 것이 그가 노리기엔 딱 안성맞춤이다.

그녀가 학교를 마치고 알바를 한 후 돌아오는 시간을 파악해 놓았다.

그리고 비어 있는 집의 동선까지 파악해 일을 벌일 완벽한 준비까지 마쳐 놓은 상태.

저벅. 저벅. 저벅.

조용한의 귓가로 울리는 가벼운 발소리.

그는 나직하게 콧노래를 부르며 전봇대 뒤에 몸을 웅크린다.

웅크린 그의 곁으로 지나가는 그림자가 눈에 들어오자.

조용한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나직하게 읊조렸다.

“저기요?”

“어맛! 네... 네?”

놀란 여성이 뒤돌아보며 화들짝 놀란다.

이를 보며 조용한은 벙거지 모자를 꾹 눌러쓰며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크크큭~”

낮게 웃는 그를 보며 여성이 놀란 눈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소리를 지르면 당장에라도 저 나이프가 자신을 찌를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때를 맞춰 공포 영화의 음향효과처럼 어디선가부터 들려오는 커다란 울림.

쿵. 쿵. 쿵. 쿵.

이런 야밤에 어디선가 공사라도 하는 것인지.

심하게 거슬렸지만 조용한은 조심스럽게 여성에게로 다가갔다.

이런 소음은 오히려 일을 치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방해될 것은 없다.

그가 다가가자 점점 더 큰 공포로 일그러지는 여성.

창백하게 질린 그녀의 눈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조용한은 공포에 질린 그녀의 모습에 아랫도리가 발딱 서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나이프를 여성에게 들이밀며 입을 열려는데.

입을 막은 그녀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뭐야...? 어딜 보는...?’

“저... 저... 저... 저...”

공포에 잠식되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려는 그녀.

그녀는 힘겹게 손가락으로 조용한의 뒤편을 가리켰다.

쿵. 쿵. 쿵. 쿵. 쿵.

점점 가까워지는 굉음.

‘씨발... 무슨 일이...?’

그래서는 안 되지만.

조용한은 거슬리는 굉음과.

여성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에 대한 궁금증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를 참지 못한 조용한이 고개를 돌리는 동시에 누군가의 외침이 고막을 강타했다.

“뭐야! 이 새끼는 칼 들고!”

“강간범인가?”

고개를 돌린 그는 시리도록 차갑고 아름다운 눈동자와 마주쳤다.

서걱.

‘어?’

목을 지나는 싸늘한 감촉.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쿵. 쿵. 쿵.

그리고 뒤편으로 엄청난 크기의 늑대가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이런 곳에서 영화 촬영이라도 하나?’

빙글.

그런 조용한의 시야가 거꾸로 돌며 세상이 반전했다.

그리고 찢어질 듯 들려오는 비명소리.

“꺄아아아악!”

‘시... 시끄러워...’

비명소리를 끝으로 강간범 조용한의 인생이 막을 내린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강해진 것을 못느끼셨다라...

흐흐흐~ 아직 시동이 덜 걸렸습니다.

곧...?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