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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49화 (249/297)

4. 웨어울프.(8)

4. 웨어울프.(8)

최대한 인적이 드문 곳으로 내달렸다.

아무리 인적이 드물다지만 좁은 대한민국에서 사람이 아예 없을 확률은 지극히 낮다.

“비켜! 비키라고!”

강인한은 멀뚱히 서 있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밀어냈다.

그 힘이 적지 않았기에 비명을 지르며 땅을 구르는 이들.

“꺄아악!”

“아악!”

“머야악! 내 팔! 아아악!”

얼마나 다쳤던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목숨을 건지는 것일 테다.

“뭐야! 저 미친놈은! 허억! 뭐야! 저... 저거 늑대야? 여... 영화 촬영이야!? 어?”

“이거! 허가받은 거야!? 이런 씨발! 내 팔! 고소할 거야!”

그런 그들을 지나쳐가는 거대한 늑대 한 마리.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마치 정말로 살아 있는 거대한 늑대처럼 느껴진다.

“야! 저것 봐! 씨발! 졸라 리얼한데?”

“오오~ 우리나라도 이제 헐리웃을 넘보게 된 건가요~~~? 히어로 물인가 봐!?”

“동영상 찍어~ 동영상~”

쿵. 쿵. 쿵. 쿵.

점점 가까워지는 늑대의 모습에 황급히 스마트 폰을 들이미는 학생.

“뭐가 이렇게 빨라?”

“야! 우리 쪽으로 오는데?”

“어어? 피... 피해!”

충분히 먼 거리라 느꼈거늘 거대늑대가 다가오는 속도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늑대를 피해 땅을 구른 학생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이런 씨발! 영화 좆같이 찍네! 야! 동영상 찍었지? 피해 보상 좆나 빡씨게 받는다!”

그렇게 소리치며 일어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늑대의 발에 밟혔는지 피 웅덩이에 쳐 박혀 있는 납작해진 친구의 모습이었다.

“으... 으허어어억!”

***

“씨발 진짜 좆 됐네! 리엔! 여기 길 몰라?”

“저쪽. 저쪽으로 가면 빈민촌이 있어.”

“진즉에 말해 줘야지!”

“인한이... 내 탓 하는 거야?”

“어... 어? 아... 아니야! 어서 달리자 리엔!”

“흥!”

콧방귀를 뀌는 리엔을 뒤로하고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뛰었다.

싸늘한 시선 따위는 애써 외면하며 달리자.

더 이상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크와아아앙!”

쿵. 쿵. 쿵. 쿵.

“저 새끼는 지치지도 않나!”

오르막길로 이어진 빈민촌.

이것이 말로만 듣던 산동네인가?

당장 허물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건물들이 즐비하게 이어져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느껴지는 인기척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산동네의 뒤편으론 제법 커다란 산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저 안으로 들어가 술래잡기를 한다면 얼마간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골목을 박차며 오르고 있는데 저 멀리 사람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씨발.”

이를 발견하고 몸을 돌리려는데 뒤돌아서 있는 놈의 손에 번뜩이는 날붙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편에 겁에 질린 여성의 눈동자.

‘살인마? 강간범?’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도 급격히 가까워지는 두 사람.

그만큼 내가 내달리는 속도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빨랐다.

“뭐야! 이 새끼는 칼 들고!”

버럭 하고 소리를 치자.

고저 없는 리엔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강간범인가?”

마침 뒤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사내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고.

자연스럽게 리엔의 팔이 휘둘러졌다.

서걱.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리엔의 칼질.

‘아... 정상적인... 사람이 없어...’

“꺄아아아악!”

고막을 강타하는 여성의 음성이 들려온다.

‘소리 지르지 말고 피해 이 미친년아!’

속으로 그렇게 외쳐보지만 실금까지 해 버린 여성의 몸은 점점 바닥으로 주저앉고 있었다.

나는 지나치는 동시에 여성의 목덜미를 잡아채고는 마구 내달렸다.

“꺄아아아악!”

잡힌 와중에도 비명을 내지르는 그녀.

“조용히 해! 정말 죽고 싶어서 그래!?”

딸꾹.

놀란 여성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그렁한 얼굴로 딸꾹질을 해댄다.

나는 그녀를 들고 계속해서 뛰었다.

“인한. 또 새로운 여성?”

“그런 거 아냐! 너까지 날 발정 난 개로 보는 거야!?”

“응.”

“제기랄!”

나는 달리며 여자에게 외쳤다.

“내가 던지면 아가리 다물고 숨어!”

끄덕끄덕.

나는 골목길을 빠져나가며 적당한 곳에 여자를 던져 버렸다.

“아아악!”

그 충격이 적지 않은 듯 들려오는 고통의 신음.

하지만 여전히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는 없다.

퍼서석. 퍼석. 퍼석.

콰앙. 콰지직.

뒤에선 여전히 웨어울프 로드가 미친 듯이 추격해 오고 있었다.

저 놈도 이제 인생 막장으로 달리는 모양이다.

사람들의 시선조차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물론, 그 원인은 나와 리엔이다.

놈의 발에 밟힌 집들이 마구 부서지며 튀어나오는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대부분이 빈집인 듯.

그 수가 많지 않다는 것.

아니면 자는 도중 횡액에 즉사를 면하지 못했던가.

“인한. 숲이야.”

어느새 산동네의 끝에 올라 숲으로 들어선 나와 리엔.

우리는 숲 안으로 파고들어 더욱 깊숙한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콰지직. 콰직. 콰직.

-아우우우우~-

광분한 웨어울프 로드가 멀쩡한 숲을 마구 훼손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 저 새끼 하는 걸로 봐서 지구 끝까지 쫓아오겠는데?”

“뛰어서 바다를 건널 수는 없어.”

“와씨~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들이라고~”

리엔과 나는 속삭이듯 잡담을 나누며 계속해서 숲을 뚫고 나갔다.

조금씩 놈이 짖는 소리가 멀어져 간다.

슈트의 기능 덕에 후각이 발달한 웨어비스트도 우리의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후욱... 후욱... 후욱...”

“하아... 하아... 하아...”

“여기서 좀 쉬자.”

끄덕.

“지금쯤 조이사가 알렸겠지?”

폰이라도 멀쩡했으면 좋았겠지만.

그 난리 통에 내 것은 물론, 리엔의 폰마저 박살이 나 버렸다.

그저 다른 이들이 흔적들을 추적해 찾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수지나 프리지아라면 저 빌어먹을 놈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터.

“하아... 존나 힘드네. 리엔? 괜찮아?”

“아니. 나도 힘들어.”

그녀도 많이 지친 듯 피곤함이 잔뜩 내려앉았다.

나도 뇌기를 얼마나 써 댔는지 단전이 텅텅 빈 느낌에 허무하기까지 했다.

이렇게까지 오링 날 정도로 뇌기를 써 봤던 적이 있던가?

완전히 방전 된 느낌에 손끝 하나 까딱일 힘도 들지 않는다.

나는 지친얼굴로 리엔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

그렇게 멀뚱히 보고 있자 시선을 느낀 리엔이 고개를 돌렸다.

“왜 그렇게 봐?”

“응? 그냥 예뻐서.”

피식.

무심했던 표정에 살포시 얹어지는 미소.

저 미소는 오로지 나만이 볼 수 있는 특권일 터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널 지켜.”

내 얼굴에서 걱정을 느꼈음인가?

그녀의 지킨다는 말에 괜히 가슴이 울컥해진다.

“미안. 널 데려와서.”

“네가 없으면 나도 없어. 나는 네가 가는 곳 어디에도 함께 있을 거야.”

내가 저런 말을 꺼냈으면 느끼하다 못해 치가 떨렸겠지만.

리엔이 저 말을 꺼내니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감동적이다.

“이리 와.”

그녀를 향해 팔을 벌리자 잠시 주춤 이더니, 이내 품에 포옥하고 안겨 오는 그녀.

비록 피비린내가 코를 찌르지만.

나는 그 안에서 리엔의 체취를 기어이 찾아내고야 만다.

“이제 다시 움직여야 해.”

“알아.”

힘은 없지만 이런 산속에서 시체로 발견되고픈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한 번 방전되고 나니 도저히 움직일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

“업혀. 내가 업고 달릴게.”

내 품에서 빠져나가며 등을 돌리고 쭈그려 앉는 리엔.

그 덕에 잘록 하게 드러난 허리와 빵빵해진 엉덩이의 볼륨이 더욱 도드라진다.

움찔.

‘결국, 내 여자한테 업히게 된 상황에서도 껄떡이는 거냐?’

-구제 불능~ 구제 불능~ 죽음의 상황에서도 네 거시기는 껄떡이는 것이다~ 푸흐흐흐~-

‘네 말이 맞다. 휴우... 젠장...’

-으응? 그런 반응 재미없다. 그런데 꼭 그렇게 자책하고 참아야만 하는 것일까?-

‘응?’

마엔의 말에 뇌리를 관통하는 번뜩임.

‘맞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연료가 떨어져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시동을 걸 수 있도록 연료를 채우면 되는 거다.

피가 휘날리는 그로테스크한 상황에서도.

그리고 완전히 방전되어 발각되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내 똘똘이는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강인한은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모질이인 것이다~!-

‘하~ 그 말이 맞다! 마엔! 역시 넌 내 마누라 자격이 있어!’

-흥! 그렇다 해도 전혀 기쁘지 않은 것이다!-

기쁘지 않다 하면서도 마엔의 음성은 왠지 모르게 상기되어 있었다.

내 시선이 쭈그려 앉은 리엔의 둔부로 향한다.

검은 슈트를 뚫어버릴 듯 팽창한 먹음직스러운 엉덩이.

슈트 안에 들어 있을 리엔의 속살을 상상하자 단숨에 기둥이 고개를 치켜든다.

나는 홀린 듯 그녀의 엉덩이를 손으로 더듬었다.

흠칫.

이에 놀란 리엔이 미친놈 보듯 나를 돌아본다.

리엔의 얼굴에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건 나도 처음 알았다.

“지금... 뭐 하는 거?”

-아우우우우~-

그 와중에도 멀리서 들려오는 웨어울프 로드의 하울링.

놈은 포기하지 않고 아직도 산속을 이 잡듯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리엔. 지금 해야겠어.”

“인한이 미친 거야?”

처음으로 당황으로 물든 리엔의 껌뻑이는 눈.

‘풋~ 존나 귀엽네~’

내가 진지한 눈으로 주시하자.

무언가 각오를 마친 듯 비장한 표정을 해 보인다.

이를 본 리엔의 몸이 안개처럼 흩어진다.

그러곤 한 발자국 옆에서 검은 안개가 모여 리엔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원래 있던 곳에서 마치 허물을 벗은 것처럼 눌러 붙었던 피딱지들이 허공에서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오오~ 진즉에 털어내지 그랬어?”

“쓸 대 없이 기운을 소모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데 왜 지금 힘을 쓴 거야?”

“미친 것 같지만. 네가 원하고 있잖아.”

나도 목적이 있어 한 번 하자는 신호를 했지만.

이 상황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준비하는 리엔도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내 여자 모두가 정상은 아닐지도...

“안 묻는 거야?”

“응. 너와 섹스하다 함께 죽는다면 상관없어.”

“크으~”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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