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웨어울프.(10)
4. 웨어울프.(10)
콰앙.
주먹이 웨어울프 로드의 턱주가리에 작렬한다.
“커어엉!”
홱 하고 돌아가는 웨어울프 로드의 대가리.
놈의 눈가가 고통으로 물드는 것을 똑똑히 확인했다.
‘이거 괜찮은데?’
그렇다고 해서 한 방에 나가떨어진 것은 아니기에.
나는 발바닥이 땅에 닿자마자 튀어 나갔다.
놈도 이를 짐작했다는 듯 네 발을 박차고 달려든다.
말아 쥔 양 주먹에 모여드는 거대한 힘이 느껴진다.
환골탈퇴와 같은 현상을 겪고.
진정한 초월을 엿보았던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
바늘구멍 같던 그 구멍이 더욱 넓어져 머리를 비집어 넣을 수 있을 만큼 커진 느낌이다.
팍. 팍. 팍. 팍. 팍.
지면에 닿은 한 발 한 발이 너무나도 가볍다.
발로 땅을 구를 때마다 절로 뇌기가 힘을 실어 주며 쭉쭉 뻗어나간다.
내 움직임 하나하나에 절로 움직이는 뇌기.
‘생각과 함께 이루어진다.’ 라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된 것만 같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여체를 멀리하면서까지 훈련에 매진했던 시간.
그 시간이 의미 없던 것은 아니지만.
위기의 순간에서 리엔과의 섹스는 완벽한 도약을 이루게 해 주었다.
“이 강아지 새끼야! 이것도 먹어봐라! 뇌전속사포!”
도약을 이룬 것은 내 육체만이 아닌 듯, 유치한 기술 명을 남발하면서도 내 주둥이는 꿋꿋하게 그 단어를 뱉어내었다.
-꺄하하하하~ 뇌... 뇌전속사포!-
미끈.
막 뇌전속사포를 쏟아 낼 찰나, 들려온 마엔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
아무래도 다시 정정해야겠다.
부끄러움이란 감정은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퍼버버버버벅.
엄청난 속도로 쏟아지는 주먹이 루비새끼의 몸에 꽂혀든다.
내가 뱉어낸 기술명이 부끄러워서 하는 핑계가 아니다.
확실히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에 의념을 담아내자 더욱 수월하게 힘이 실린다.
“커어엉! 컹. 컹.”
나의 뇌전속사포를 받아 내며 힘겹게 버티면서도 놈은 포기를 하지 않았다.
“크아아앙! 죽어라! 커엉! 컹!”
콰직. 콰직.
놈의 아가리에 두터운 나무 기둥이 마구 터져 나갔다.
광기에 잠식당한 놈의 눈동자는 섬뜩하리만치 번들거린다.
내가 충분히 압도하고 있음에도 절로 한기가 느껴지는 눈동자.
모든 것을 잃은 놈의 분노는 그만큼 집요하고 처절했다.
콰앙.
퍼퍼퍼펑.
콰자작. 쿵.
죄 없는 산의 나무들이 무참하게 터져 나가고 헤집어졌다.
이로써 탁한 서울의 공기가 조금 더 탁해지지 않을까?
그런 쓸 대 없는 상상을 하며 놈과의 접전을 벌였다.
‘나는 번개다.’
이미 육체의 한계는 몇 번이고 뛰어넘었다.
그리고 그 육체는 받아들일 수 없었던 뇌기의 힘을 더욱 유용하게 수용하였다.
“크아앙! 쥐새끼 같은 놈!”
놈의 앞발이 떨어져 내리는 찰나.
내 몸은 번개처럼 움직여 공격을 피해낸다.
콰앙.
놈의 앞발에 폭탄이 터져 나가듯 튀어 오르는 흙더미.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놈의 턱을 후려친다.
퍼어엉.
턱의 반절이 터져 나가며 시뻘건 핏줄기가 허공을 수놓았다.
거기서 끝내지 않고 놈의 곳곳을 두드리는 주먹.
주먹이 적중될 때마다 놈의 몸 곳곳이 피로 물들어갔다.
“흐아압!”
뛰어올라 몸을 비틀며 내지른 발차기가 놈의 머리를 가격했다.
“커허어엉~”
피를 흩뿌리며 날아간 놈의 몸뚱이가 거목들을 무참히 꺾어 버리곤 비틀거리며 네 발로 땅을 짚었다.
동시에 총탄처럼 몸을 날려 온다.
충분히 충격을 주었다 여겼던 나는, 놈의 몸통 박치기를 미처 피하지 못하며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꽈앙.
“커억!”
엄청난 충격이 전신에 전해져온다.
슈아아앙.
콰직. 콰직. 콰지직.
웅크린 몸을 계속해서 두드리는 충격.
내 몸은 거목들을 한참이나 뚫고 지난 후에야 지면을 구를 수 있었다.
그렇다고 구른 그 상태로 누워 있을 수는 없었다.
승기를 잡았다 여긴 놈은 쏜살같이 다가와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들었다.
까드득. 콰드득. 콰드득.
놈의 아가리를 피하고자 이리저리 몸을 굴렸다.
그럴 때마다 놈의 주둥이는 지면을 강하게 파고들며 포크레인처럼 땅을 헤집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너덜너덜해진 것이 불과 찰나지간이건만.
놈은 특유의 회복력으로 대부분의 상처를 수복한 상태였다.
‘뭐 이런 괴물 같은 게 다 있어!?’
분명히 지금은 내가 압도적이건만 놈의 회복력은 사기라 할 정도로 대단했다.
놈에게서 흩뿌려지는 회색의 아우라.
놈의 눈동자는 광기 이외에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지금의 싸움에 모든 생명을 갈아 넣은 것만 같은 모습.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만은 죽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후끈.
놈의 아가리를 피해내며 입에가 절로 미소가 피어오른다.
오로지 나만을 노리며 기필코 죽여 버리겠다는 놈의 열망이 내 몸을 뜨겁게 달구었다.
“크크큭~”
눈앞에 은밀한 여성의 음부를 놓은 것처럼 전신이 달아오른다.
악의를 가지로 나를 향해 아가리를 벌린 놈을 찢어발기고 싶었다.
나에게 짓밟히며 좌절하는 놈의 얼굴을 보고만 싶었다.
-너는 모든 것을 발아래 둘 자격이 있는 것이다. 나 칼라쿠니아 노히드르 다스리다 마엔님의 힘을 이어받은 너야말로 이곳의 진정한 지배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꺄하하하하~-
그녀의 말이 맞다.
나는 위기의 순간을 헤쳐 나오며 점점 강해져 왔다.
그리고 웨어울프의 왕도 나를 강하게 만들어줄 재물일 뿐.
놈을 산산이 찢어 버리고 나는 다시 한 번 더 도약할 것이다.
텅.
손바닥으로 바닥을 쳐 내자 몸이 튀어 오른다.
핑그르르르.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발을 뻗었다.
“크아아앙!”
놈도 이를 눈치 챈 듯 앞발을 크게 휘둘렀다.
내 발이 놈의 옆구리를 가격하는 동시에 놈의 앞발은 내 머리를 후려쳤다.
“큭!”
“캐에엥!”
동시에 서로 가격한 나와 놈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발끝을 힘껏 땅에 꽂아 넣는다.
가가가가각.
그런데도 한참이나 크리에이터를 만들어낸 후 멈춰진 몸.
놈도 땅을 짚어 가까스로 몸을 멈춰 세운 후 으르렁거리며 나를 주시했다.
비틀거리며 중심을 잡으려는 모습에서 놈이 버거워하는 것을 느낀다.
아무리 회복력이 좋더라도 영원한 것은 없다.
나는 승기를 잡았음을 깨달으며 으르렁거리는 짐승을 풀어 놓는다.
번쩍.
파짓. 파짓. 파지지직.
시퍼렇게 나를 둘러싼 뇌기가 완벽하게 동화되어갔다.
그 파장이 번지며 숲속은 때 아닌 폭풍을 맞이했다.
부서진 나무 기둥과 낙엽들이 미친 듯이 휘날리며 눈앞을 어지럽혔다.
놈도 지금의 상황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고 미친 듯이 짖어댔다.
-커헝! 커헝! 커허엉!-
마치 마지막 공격을 준비라도 하듯 전신을 회색빛으로 물들인 모습.
놈의 회색털이 바늘처럼 올올이 일어났다.
야차.
시뻘겋게 변한 눈동자에선 혈관이 터져 피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모습이 사뭇 비장하기까지 해 잠시간 마음의 동요를 내리눌렀다.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놈에 대한 동정보다 당장에 찢어 죽이고 싶은 마음이 더욱 앞섰을 뿐.
놈은 너무나도 큰 죄를 지었다.
그 죄라하면 나를 향해 적의를 들어내었다는 것.
내 것에 대한 위협을 가한 것만으로도 죽어 마땅한 죄.
그것만으로도 절대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나는 놈에게 벌을 내릴 것이다.
신벌을.
파지지직.
콰콰콰콰쾅.
뇌격이 떨어져 내린다.
진정 신의 벌이라도 되는 듯.
지면을 향해 쏟아져 내리는 번개.
놈도 마냥 죽지는 않겠다는 듯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들었다.
아슬아슬하게 뇌격을 피해내며 날카로운 손톱과 송곳니를 들이민다.
쩌엉. 쩌엉. 쩌엉.
파편처럼 뇌전이 사방으로 튀며 번진다.
점점 더 몸집을 불려가는 뇌기가 그 영향력을 넓혀갔다.
놈의 이빨을 피해 시퍼렇게 물든 주먹이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우드득.
너무나도 쉽게 으깨지는 갈비뼈.
그런데도 놈의 아가리는 집요하게 나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우드득. 우드득.
그때마다 때려 박힌 주먹은 놈의 뼈를 모조리 으깨버렸다.
“커어엉.. 커어억. 컥.”
푸화악.
놈의 아가리를 타고 뭉텅이처럼 쏟아지는 핏덩이.
나의 손속에는 사정이 없었다.
고기를 다지듯 놈의 전신을 두드린다.
점점 시커멓게 물들며 검게 타들어 가는 회색 털.
그 잘난 회복력도 더 이상 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퍼어억.
우드득.
뻐억.
힘겹게 서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줄줄이 피눈물을 흘리는 놈의 눈동자는 나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푸훗~”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 나온다.
놈이 무슨 생각을 하던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그저 놈에게 신벌을 내리면 그만인 것을.
그저 오늘로써 웨어울프라는 종족을 세상에서 지워 버리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나는 비틀거리며 어떻게든 서보려 애쓰는 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꿇어.”
“크르르르르...”
곧 죽어도 이상할 상황이건만.
놈의 눈은 아직도 나에 대한 살의를 품고 있다.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반항심.
우습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한 종족을 멸종시킨다는 죄책감 따위는 없다.
내가 힘이 없었다면 상황은 반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럼 내가 꿇려주지.”
놈에게 향했던 손을 하늘로 뻗어 올린다.
손끝을 타고 올라간 뇌기가 낙뢰가 되어 떨어져 내린다.
낙뢰가 떨어져 내리기 직전 놈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허망함이 가득 담긴 공허한 눈빛.
콰콰콰콰쾅.
그 눈빛은 이내 직격된 낙뢰의 번쩍임과 함께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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