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흑곰파(2)
5. 흑곰파(2)
‘아름다워...’
은은한 불빛이 내리쬐는 침실 안.
옷가지를 전부 벗어던진 두 남녀가 엉켜있다.
번들거리는 알몸을 물고 빨며 서로를 향한 탐욕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두 남녀.
서로의 입술과 손짓에 흘러나오는 탄성과 교태가 섞인 음율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은은하게 비추는 방 한구석.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어두워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이질감.
아니, 보통 사람이 아니더라도 의식하고 집중하지 않는다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은밀했다.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게 방 안으로 스며든 리엔은 자신의 두 눈으로 사랑하게 된 이와 그의 또 다른 연인의 정사를 은밀히 지켜보았다.
완전한 결합은 그와 처음 겪어보았지만, 임무를 수행하며 수많은 이들의 정사를 목격하곤 했다.
이를 지켜보며 단 한 번도 별다른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거늘.
섹스에서 오는 쾌감을 알아버린 지금은.
강인한과 김나연의 정사를 보며 절로 찌릿해지는 몸의 반응을 느꼈다.
그렇다고 다른 이들의 정사를 본다고 이런 기분이 전해지지는 않을 듯했다.
이런 자극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오로지 자신이 사랑하게 된 이와,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너무나 아름다운 한 여인의 정사이기 때문이리라.
미에 대해 무지했던 자신조차 조금은 부럽다 여길 정도의 아름다운 각선미.
여체가 저렇게나 아름답다고 느껴지리라곤 생각조차 해 보지 못했다.
토실한 붉은 입술 사이로 사랑하는 이의 양물이 비집고 들어가는 그 순간.
리엔은 자신도 모르게 혀로 입술을 적신다.
저게 무슨 맛이었더라?
기억이 날 듯 말 듯 밀려드는 갈증이 그녀의 입 속을 가득 채웠다.
서로를 물고 빠는 음탕한 소리가 귓가를 가득 채우고.
그때마다 리엔의 심장 박동은 점점 더 빠르기를 더해 갔다.
쭈우웁. 츄르릅. 츕. 츕.
도톰한 살결 위 붉디붉은 꽃잎을 헤치며 투명하게 샘솟는 이슬을 하염없이 갈구하는 강인한의 모습.
흥건하게 젖은 입을 연신 김나연의 가랑이사이로 들이미는 그 모습에 절로 아랫도리가 찌릿찌릿하게 울렸다.
마치 자신의 아랫도리를 빨리는 것만 같은 착각에 황홀경에 들 정도다.
“으응?”
돌연 가랑이 사이에 박혀 있던 강인한의 얼굴이 불쑥 솟아올랐다.
그러곤 연신 두리번거리는 그의 모습.
이에 리엔은 미미하게 얼굴을 찌푸리며 최대한 흥분을 자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괜스레 지켜보는 것을 걸려 앞으로의 즐거움을 잃고 싶지 않았다.
크게 감정을 느낄 수 없던 그녀가 새로이 찾게 된 즐거움.
첫 번째가, 강인한과의 섹스였고.
두 번째는, 그를 몰래 관음하는 것이었다.
“하아... 하아... 인한아...? 왜...?”
뜨겁던 그의 애무가 갑작스레 멈추자 의문스럽게 묻는 김나연.
“응? 아... 아니야...”
‘과민 반응인가?’
근래 부쩍 느껴지는 시선.
어쩌면 자신의 감각이 예민해져서 오는 부작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강인한은 어깨를 으쓱하며 다시금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박았다.
그가 김나연의 가랑이 사이에 정신이 팔린 것을 확인한 리엔.
스스슥.
어딘가 조금은 어두워 보였던 방 한 편이 원래의 색을 되찾는다.
‘더 노력해야겠어.’
모든 것을 은신에 쏟았는데도 하마터면 걸릴 뻔했다.
그만큼 그의 기감이 예민한 탓일 테지.
리엔은 앞으로 은신의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
***
뱀파이어 잡종에서 구원을 받아 강인한을 모시게 된 스쿡.
한동안 경계의 감옥에서 죄인들을 지켜보던 일을 해왔고.
이제는 경계 밖의 세상에 대해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프리지아와는 달리 스스로 찾아 새로운 문물에 빠르게 적응하는 스쿡.
그는 한시라도 빨리 모든 것을 깨우치고 주인님의 손발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경계의 밖과 안은 시간의 비율이 틀리기에 강인한의 승낙 하에 수시로 드나들며 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중이다.
그래도 본연의 머리가 나쁘지는 않았던 터라 빠르게 현대문물을 습득하는 그.
당연히 훈련도 꾸준히 참여했고, 훈련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했다.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자신만의 공간도 생겼다.
그것도 무려 프리지아 성 안의 한 공간을 말이다.
프리지아의 권속들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를 상위존재로 인정해 주기까지 했다.
이 전이라면 절대로 꿈도 꿔 보지 못했을 상황.
이 모든 것이 그때 한 번의 선택이 불러온 행운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경계 밖에서 인간을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가? 누가 대답해 보십시오.”
스쿡의 손가락이 뱀파이어들을 향하고 한번 스윽 하고 훑었다.
그의 손가락에 긴장한 뱀파이어들이 꼴깍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를 낸다.
“당신. 당신이 답을 해 보십시오.”
“네!? 네...”
지목당한 뱀파이어가 화들짝 놀란 듯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곤 이내 힘없이 대답했다.
한때는 자신들의 발끝에도 못 미치던 스쿡.
하지만 지금 스쿡은 마냥 발만 빠르던 그때의 스쿡이 아니었다.
든든한 뒷배는 물론, 강한 무력까지 지니고 있었다.
“하... 함부로 먹이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들키지 않게 은밀히 사냥을 해야...”
“땡! 틀렸습니다! 어제 분명히 설명을 했을 텐데요!? 우리는 절대로 인간을 사냥해선 안 됩니다! 우리가 먹을 피는 혈액은행에서 공수를 하므로 배급을 받을 것이라 말 했잖습니까! 경계안과 밖은 엄연히 다른 세상입니다. 우리가 겉으로 드러나는 순간 우리는 역으로 인간들에게 사냥 당하게 될 것이라 누누이 이야기했지요? 밖에서는 우리도 인간처럼 생각하고 인간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하... 하지만 인간들은 약합니다!”
반발하는 뱀파이어를 한차례 노려본 수쿡이 화를 삼켰다.
“맞습니다. 경계 안으로 들어온 인간들은 약했지요. 하지만 이 경계의 주인이신 강인한님도 인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인한님의 곁에 계신 분들 또한 얼마나 무시무시한 힘을 지녔는지 보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반박하던 뱀파이어가 입을 꾹 하고 다물었다.
“밖의 인간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대부분이 우리보다 약한 존재이긴 하나 그 인구가 수십억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상상도 못 할 화기를 동원해 뱀파이어를 박멸하려 들 것입니다. 당신의 발상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알겠습니까?”
“죄송합니다...”
그 후로도 스쿡의 교육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러곤 세뇌를 하듯 그들에게 되뇌었다.
당신들도 주인님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얻는다면 피의 갈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
강인한의 품에 안겨 뜨거운 시간을 보낸 김나연.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그 사이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강일파와 웨어울프간의 마찰.
그로 인해 잠시간 떠들썩했던 인터넷.
그녀의 남자는 웨어울프의 습격에 대한 보복으로 완전히 쓸어버리는 것을 선택했다.
참으로 과감하고 재빠른 대처라 볼 수 있다.
그 일에는 그의 다른 여인들도 모두 동참하여 그를 도왔는데 자신은 함께 하지 못한 것에 진한 아쉬움마저 느껴졌다.
그뿐이랴.
무슨 마법이라도 부렸는지 모두의 기운들이 보름전과는 확연하게 변해 있었다.
그녀 또한 가문에서 제대로 된 수련으로 발전을 이루었는데, 어찌 된 것이 더욱 뒤처진 것만 같았다.
그 이유는 바로 경계의 활용.
모든 이들이 적극적으로 경계를 활용해 훈련에 임한결과였다.
오랜만에 느낀 절정의 오르가슴에 정신을 잃듯 잠이 들었던 그녀.
눈을 뜬 김나연은 조심스레 강인한의 품에서 빠져나와 옷을 걸쳤다.
강인한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어차피 인정하게 된 다른 여인들과의 관계도 중요했기에.
앞으로를 위해선 여인들끼리의 친목도모도 필요할 일과 중 하나다.
먼저 욕실로 향해 새워를 마치고.
벗어놓은 옷을 걸친 후, 방문을 열고 나온 그녀는 흠칫 놀라며 손을 뻗어냈다.
그녀의 손끝을 타고 푸른 실타래가 줄기줄기 뻗어나갔다.
“누구냐!”
거실 벽에 비스듬히 서서 팔짱을 끼고 있는 창백한 안색의 여인.
칠흑같이 검은 단발머리의 여인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여인의 모습을 확인한 김나연이 기운을 거둬들였다.
이미 그녀에 대해 들은바가 있었기에.
누구인지 짐작을 한 탓이다.
“당신이 리엔이라는 분이군요.”
끄덕.
“왜 그곳에 있는 거죠?”
“그냥.”
그녀의 짧은 대답에 김나연의 미간이 좁혀진다.
설마, 둘이 정사를 나누는 동안 밖에서 계속 듣고 있던 것은 아닐까?
“그냥이라니...?”
“얼굴정도는 서로 익히려고.”
“초면에 말이 짧은 것 같네요.”
다소 무례한 리엔의 반말에 김나연의 눈가가 싸늘하게 굳어진다.
“그럼 당신도 편하게 말해.”
“그런 뜻이 아니잖아요.”
“예쁘네.”
“네?”
“예쁘다고. 얼굴도, 그 몸도. 인한은 정말 복이 많은 남자야. 앞으로도 자주 부탁해.”
리엔의 무심한 눈동자가 김나연의 몸을 한차례 쓸고 지나간다.
마치 자기 속살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눈빛.
“에... 뭐를 부탁...?”
“그럼, 다음에.”
순간 멍해진 김나연이 말을 이어갈 찰나 리엔의 모습이 안개처럼 흩어지며 사라진다.
마치 귀신이라도 있었다는 듯 그녀가 서 있던 자리엔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았다.
“뭐야...?”
정말 그의 여인들 중 평범한 이는 없다는 생각하며 김나연은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도 모르게 피어오르는 실소.
피식.
그런 자신 또한 평범한 이들에겐 평범하게 보이지 않으리라.
어찌 되었든 그의 첫사랑은 자신이지 않은가?
그거면 되었다.
“그래도 분발은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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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쉬어간다고 해야할까요?ㅎㅎ
요즘 글이 안나갑니다아아아아!
피곤에 쩔어서 일까요? ㅜㅜㅜㅜ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