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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56화 (256/297)

5. 흑곰파(4)

5. 흑곰파(4)

흑곰파의 합법적으로 돌아가는 업장 이외에 불법으로 돌아가는 업장을 차근차근 공격했다.

도박장부터 해서 배팅사이트의 사무실까지.

성매매 업소부터 불법 안마 등.

흑곰파가 손을 대고 있는 것은 넘치도록 많았다.

“그렇게 건드렸는데도 간부소집은 아직 없습니다.”

“몇 개 건드린 정도로는 소집할 거리도 안 되나보네요. 아직 우리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건가?”

그날의 흑곰파보스 오대석은 상당히 호전적으로 보였더랬다.

그랬던 그가 먼저 건드리는데도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이 다소 의외이긴 하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예의주시하되 훈련에 최대한 힘쓰도록 하세요. 아무래도 웨어울프들보다 세력이 큰 웨어베어이니 말입니다.”

확실하게 자리 잡은 웨어베어는 웨어울프보다 숫자가 월등히 많으리라 짐작된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삼영도 아니고 고작 그놈들에게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대명과의 이야기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온 나는 카페마들렌으로 향했다.

건물 뒤편에 작은 창고를 만들어 경계입구도 새로 설정해 놓은 상황.

아무래도 시커먼 남정네들이 수시로 집을 드나드는 것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카페마들렌은 소문이 난 후 오픈부터 오프까지 손님들로 꽉꽉 들어차고 있었다.

수지와 꾸미기 시작한 연지의 시너지는 그야말로 대단한 수준.

거기에 더해 예쁜 여자들이 수시로 드나든다는 소문까지 더해져 과반수이상이 남성손님이다.

사실, 이 정도까지 잘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적자만 면하자는 생각이었는데 대박이 터져버린 것이다.

수지와 연지는 열심히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알바생들은 핸드드립이 아닌 머신으로 커피를 뽑아내고 있었는데.

그 조차 쉼 없이 추출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핸드드립만으로는 도저히 물량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격도 타 카페에 비해 1.5배 정도 비싼 수준임에도 커피 맛이 좋아 불만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간단한 디저트 메뉴도 오후가 되기 전에 품절이 되는 것을 보니 확실히 연지의 솜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정말로 이 전에는 무슨 생각으로 장사를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웨이팅 때문에 민원이 자꾸 들어온단 말이지...’

줄줄이 늘어선 웨이팅 인원.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로 장사가 잘 될 줄은 몰랐다.

이 것이 잠깐의 유행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대박을 터트릴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늘어선 웨이팅을 스윽 하고 훑어보고는 카페의 입구로 들어선다.

그런 나를 보고 저지하려던 알바생이 알아보고는 길을 내 주었다.

‘오늘도 방송하고 있구나? 크크큭~ 귀여운 것.’

그저 카페에서 일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방송.

커피를 내리며 한 번씩 카메라를 향해 웃어 주고 간간이 입을 벙긋거리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더니 제법 익숙해진 모습.

그에 반해 연지는 애써 카메라를 외면하는 모습이다.

정말로 별 것 아닌 방송인데도 실시간 시청자는 기본 3000이상을 찍곤 한다.

슬쩍 뒤로 모니터의 쳇 창을 확인해 본다.

‘역시 세상은 외모지상주의야.’

정신없이 올라가는 채팅창.

끊임없이 터지는 후원까지.

목돈을 후원하며 미션까지 제안하는 놈들까지 다양하다.

수지는 적당 선에서 응대를 하며 간단한 미션도 실행해주는 센스를 보였다.

‘즐기고 있구나.’

즐기는 수지를 보고 있자니.

절로 뿌듯한 기분이 든다.

주식과 코인으로 암울했던 시절을 벗어나 제대로 된 일을 찾게 된 것 같아 기쁘다.

이 모습을 마마가 본다면 상당히 뿌듯해 하겠지?

“아! 서... 사장님!”

방송을 하며 커피를 내리던 수지가 서방님이라고 하려다 급하게 말을 바꾼다.

‘사장님...?’

실시간으로 생방중이기에 이해는 한다만.

이상하게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 든다.

저런 애가 아니었는데...

“어? 어... 수지야. 열심히 하고 있네.”

“네! 커피 내려드립니까?”

“사장 특권으로 먼저 되나...?”

“앗! 죄송합니다. 기다리는 분들이 많으셔서. 사장님은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젠장.

방송에 이어 이제는 손님에게까지 밀렸다.

저 채팅창에 열광하는 짐승 놈들은 알고 있을까?

저 여자가 내 여자라는 걸.

바로 얼마 전의 수지였다면.

어떤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서방님이라 부르며 달려들었을 것인데.

사회 물을 얼마나 먹었다고 벌써 변한 모습에 입맛이 씁쓸하다.

마치, 잘 키워놓은 딸이 품을 벗어난 기분이라고 할까?

“오빠, 아메리카노라도 내려 드릴게요.”

때마침 기회를 틈타 끼어드는 연지.

“오오~ 연지야~ 역시 우리 연지밖에 없어. 그럼 부탁 좀 할게~”

“넷! 히히~”

연지도 확실히 입질이 오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연지를 본 수지의 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질투를 하지 않겠다 다짐하던 수지였지만, 그 성향이 당장에 어디 가는 건 아니다.

나는 일부러 연지에게 더욱 살갑게 굴며 대화를 나누었다.

일종의 복수라고나 할까?

“힘들지는 않아? 아무래도 영업시간을 조절하는 게 좋겠어.”

“괘... 괜찮아요.”

“아니야. 오픈시간을 10시30분으로 하고 마감을 9시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하지만... 항상 9시에서 10시까지 했는걸요...”

“연지야 그러다간 몸이 축나~ 돈도 돈이지만 건강이 우선이야. 네가 아프면 오빠가 정말 속상할 것 같아서 그래. 그리고 바리스타도 몇 명 구해서 연지 쉬는 날도 조정해야겠어.”

“아...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아니야.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던 걸야. 그러니까 네가 구인을 내서 바리스타를 구해 봐. 수지 없을 때는 너 혼자 너무 힘들잖아.”

“네... 감사합니다.”

“아니 뭘~ 내가 더 고맙지. 연지 솜씨가 좋아서 이렇게 장사가 잘되는데.”

나는 강아지 같은 연지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나에게 쏟아지는 적나라한 시선.

화들짝 놀란 나는 황급히 그녀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슬쩍 홀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적의 어린 시선들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이럴 땐 감각이 예민한 것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커피 맛에 반해 찾는 이들도 있겠지만.

수지와 연지를 보기 위해 오는 이들도 과반수이상이다.

시커먼 적들의 시선에 머쓱해진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연지가 내미는 아메리카노를 받아들였다.

카페에서는 남들의 시선을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무래도 난 빨리 꺼져주는 것이 장사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난 가 볼 테니까 수고들 해.”

수지의 얼굴을 슬쩍 보자.

그렁한 눈동자가 눈에 들어온다.

서운함과 질투가 공존하는 복잡한 눈빛이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눈짓으로 카메라를 가리켰다.

뉴투브의 생방송은 아직도 돌아가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앗! 여러분. 오늘 생방은 이만 종료해야 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너무 바빠서. 우리 나중에 또 봐요~”

이를 인지한 수지가 다급하게 방송을 종료해 버린다.

“와...”

나는 수지의 달라진 언변과 빠른 태세 전환에 감탄 성을 내뱉었다.

항상 ‘습니다. 합니다. 것입니다.’ 등으로 끝나던 수지의 말투가 저렇게나 바뀔 수 있다니.

그렇게 방송을 종료한 수지의 시선이 다시 나를 향했다.

내색은 하고 있지 않지만, 질투가 가득 들어찬 눈빛.

연지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으니 자신도 쓰다듬어 달라는 무언의 제스츄어.

하지만 홀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차마 그녀가 원하는 것을 들어 주지 못할 것 같다.

내 여자의 머리마저 쓰다듬지 못하다니.

아무래도 수지의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

아니, 어떤 일을 하든 저 외모 때문에 똑같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피트니스 트레이너 시절 외모를 살짝 변형 했을 때에도 충분히 눈에 뛰었는데.

본 모습을 드러내고 다니는 지금에야 말이 필요 없는 사실이다.

“이제 훈련하러 갈 건데, 조금 한가해지면 경계로 와서 훈련 도와줬으면 하는데 괜찮지?”

만인의 적이 되고 싶지 않은 나는 슬쩍 말을 돌려 물었다.

하지만 그 희망은 수지의 우렁찬 대답과 함께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네! 서방님!”

서방님이라는 말이 불러 온 파장.

순식간에 떠들썩하던 카페 안에 정적이 흐른다.

그러곤 이내 숙덕이는 음성들.

-서방님이라는데?-

-뭐야... 결혼했다고?-

-지금 쟤들 장난하는 거지?-

-여자가 존나 아깝다.-

-개새끼 존나 능력자네.-

수군거리는 소리라도 수지나 내 귀에 들리지 않을 턱이 없다.

뉴투브와 SNS에서 점점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나는 찹찹한 시선으로 수지를 바라봤다.

의도치 않게 수지의 뉴투브 활동에 제동을 걸게 생겼다.

분명 대부분이 수지의 외모에 혹해 구독을 하는 놈들일 텐데.

“아하하~ 수지야~ 사장님하테 서방님이라니~ 그런 장난을 하고 그래~”

내 말에 수지의 얼굴이 단숨에 뾰로퉁하게 변한다.

잔득 볼을 부풀리고 불평이 가득한 모습을 보며 나는 불안한 얼굴로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프리지아만이 폭탄이 아니다.

저런 모습의 수지도 프리지아 못지않은 폭탄.

“서방님과 이렇게 내외할 바에는 일도 뉴투브도 안 하겠습니다!”

나는 뜨악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시커먼 놈들은 전부 충격을 집어 먹은 모습이다.

연지의 얼굴도 지금의 내 얼굴과 다름없어보인다.

그 옆에서 연지와 똑같은 표정으로 쌍둥이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윤지까지.

“저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십시오.”

강아지처럼 칭얼거리는 모습에 심장이 아파올 정도.

이렇게까지 하는데 머리 쓰다듬는 것이 무엇이라고 못해주겠는가.

‘그래. 이렇게 귀여운데 내가 왜 참아? 어차피 내껀데? 나 돈 잘 벌잖아? 돈 많잖아?’

나는 레이저를 뿜는 시선들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수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절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기분이다.

내가 저들 입장이라도 엄청나게 부러웠을 거다.

머리를 쓰담쓰담 해 주자 어느새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비비는 그녀.

그리곤 살짝 얼굴을 붉히며 들어 올리고는 속삭인다.

“그... 그래도 돈은 벌 수 있는 것이겠죠?”

그 귀여움에 절로 실소가 터져 나온다.

결국은 행복한 것이 우선 아니겠나.

이왕 벌어진 일.

나는 당당하게 시커먼 놈들의 시선을 일일이 맞아주었다.

‘뭘 봐! 이것들아! 내 여자다! 흐흐흐~’

-정말 꼴 보기 싫어! 바람둥이야! 우리 언니 안 보이냐고!!!-

귓가로 땍땍거리는 윤지의 음성이 시끄럽게 들려온다.

수지가 갑작스레 달려드는 바람에 연지를 생각 못한 것 같다.

슬쩍 연지쪽을 바라보니 애써 외면하며 열심히 커피를 내리고 있는 모습.

그러면서도 신경은 이 쪽에 쏠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지도 이미 위에 사는 여자들이 나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상황.

애써 시간을 끌 필요는 없겠지.

나는 윤지를 향해 의념을 보냈다.

-오늘 밤.-

-응? 무슨 말이야!?-

-기대하라고. 흐흐흐~-

이 전에는 몰랐으나 깨닫게 된 사실.

음기가 강한 처녀의 기운은 나에게 더욱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전생에 섹마였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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