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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63화 (263/297)

5. 흑곰파(10)

5. 흑곰파(10)

나는 설마 하는 생각으로 녹음을 하며 이재범의 고해를 2절까지 완창 했다.

“서방님... 서방님은 못 하시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나조차 놀랐다.

내 노래로 누군가를 저렇게나 감동받게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문제는.

내가 너무 잘 불렀는지 수지가 노래하는 것을 머뭇거린다는 것.

나는 그런 수지를 겨우겨우 달래서 노래를 부르게 만들었다.

수지가 부른 노래는...

‘이순이의 아버지...?’

-한 걸음도 다가갈 수 없었던~-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얼마나~ 바라고 바래 왔는지~-

-눈물이 말해 준다~-

수줍은 얼굴로 조용히 시작된 수지의 노래.

나는 순간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순이와는 전혀 다른 맑고 투명한 음색임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아니, 오히려 내가 듣기에는 더 좋게 느껴졌다.

그 와중에도 수지의 노래는 계속되었다.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

-가까이에 있어도 다가서지 못했던~-

-그래... 내가 미워했... 었다...-

수지의 노래는 1절을 마치고 끝이 나버렸다.

2절이 시작되기를 기다리지만 얼굴을 붉힌 수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따름이다.

“왜... 왜...? 2절은?”

“너무 못해서... 실망하실까 봐...”

지금, 이 실력으로 못 하는 거라면 세상 사람들은 전부 음치라고 해야 할 거다.

“무슨 말이야!? 너무 잘하잖아?”

그 말은 진심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가에 맺힌 눈물을 슬쩍 훔쳐 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아니야... 진짜 너무 잘해. 내 말 못 믿겠어? 정말 들으면서 눈물까지 나올 뻔했다니까? 그런데 이거 오래된 노랜데... 아...”

말을 잊던 나는 수지의 나이를 상기한다.

스물 둘이라 우기지만, 그녀의 나이 어언~ 122세이다.

뻘쭘해진 나는 재빠르게 화재를 돌렸다.

그런 건 기본이지 않은가?

여자의 나이는 함부로 발설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

“그런데 의외였어. 왜 이 노래를 부른 거야?”

“음... 그냥... 저도 아버지가 있었으면 이렇게 생각했을까 싶어서 많이 들었거든요.”

별거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또 실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수지가 아버지 없이 마마의 손에서만 자랐다는 것을 상기한 것이다.

두 번의 실수를 했지만 수지는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화재를 돌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한 번 더 노래를 요청했다.

“수지야. 다른 노래도 불러 줘.”

그 후로 수지의 노래를 몇 곡 더 들었다.

최신의 아이돌부터 유명한 솔로 가수의 노래까지.

수지는 내 생각 이상으로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었다.

싸움 말고 이런 재능을 숨기고 있었다니.

아무리 얼굴도 재능이라지만.

그녀의 노래실력은 얼굴재능만큼 너무나 뛰어났다.

“수... 수지야...”

“네. 서방님.”

“이걸로 하자.”

“이거요?”

“노래! 네가 방송에서 노래하면 다 씹어 먹을 거야! 아니! 당장 데뷔해도 될 정도야!”

“네? 저... 정말이요?”

“이 서방님 못 믿어!?”

“미... 믿어욧!”

“그래! 그럼 가수할래?”

“에... 그건... 바빠서 싫은데...”

아... 나는 수지의 행복 중 하나를 빼앗을 뻔했구나.

수지는 나와 있는 시간을 가장 행복하게 생각하는 애다.

아니, 분이시다...?

“그... 그렇겠지? 그럼, 일단 뉴투브에서만 하는 걸로?”

“넵! 그거면 괜찮아요. 그럼, 서방님하고 오래 안 떨어져 있어도 되니까...”

“좋았어~ 그럼 새로운 콘텐츠도 짰는데 한 번 더 할까?”

그 말에는 정색하며 음부를 다시 사수한다.

“보... 보x 아파욧!”

헉... 수지 입에서 보x라니...

프리지아도 아니고!

그 말에 눈이 뒤집힌 나는 기어이 수지의 보x에 자x를 꽂아 넣고 말았다.

***

서울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었다.

결계를 치고 최대한 가리려 한다 해도 모든 것을 가릴 수는 없는 법.

멀쩡했던 건물이 순식간에 부서져서 드러나고.

죽어 나자빠진 이들의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기에.

알게 모르게 목격자들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목격자를 죽일 수도 없는 법이고.

세상의 이면을 감추려던 이들은 완전히 발등에 불이 떨어져 버렸다.

인터넷과 뉴스, 신문을 조작하고, 증거자료들을 아무리 파기해도 전부를 지울 수는 없었다.

“어디까지 가릴 수 있나 보자고요.”

나도 처음부터 이렇게 노골적으로 행동하려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은밀히 감추는 것에 도가 튼 놈들이다.

어차피 숨기든 드러내든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면.

대놓고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오히려 나은 판단이라 생각되었다.

“어차피 세상 사람들도 이제는 알아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은연중 무언가가 곧 벌어지리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더욱 거리낌이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를 일부러 드러낼 필요는 없다.

상대가 힘과 권력으로 세상의 눈을 가린다면.

나는 경계의 주인으로 우리를 감출 수 있다.

나는 강일파 조직원들로 하여금 흑곰파의 영업장을 계속해서 건드리는 한편.

오대석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파악했다.

놈은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꺼려하는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고.

우리는 신나게 흑곰파를 들쑤시고 다녔다.

그러던 중 아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대표님! 드디어 움직였습니다!”

나대명이 신이 난 듯 대웅빌딩으로 흑곰파 수뇌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드디어 흑곰파를 제대로 밀어버릴 때가 왔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부리나케 대웅빌딩 근처에 임대 해 놓은 건물로 들어섰다.

대웅빌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위치.

내가 먼저 와서 살피는 이유는 나에겐 놈들의 본모습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대명의 말대로 대웅빌딩을 들어서는 웨어베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놈들의 수가 많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많은 것 같았다.

나대명이 파악한 것만 50이상.

먼저 도착한 이들이 전부 웨어베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후로 내가 파악한 숫자만 100이 넘어갔다.

뿐만 아니라, 흑곰파의 일반 조직원들이 건물 입구부터 해서 진을 치고 있었다.

“결계를 치는군요. 이제 돌아갑시다.”

“네? 아... 알겠습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해 보이던 나대명이 이내 알았다는 듯 수긍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내가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본다는 걸 알고 있다.

결계를 쳤다는 것은 올 놈들은 전부 왔다는 말.

지들이 알아서 결계까지 쳐 주고 우리에게는 오히려 더 좋았다.

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나 혼자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만 들어갈 수 있다면 안쪽에 경계의 입구를 설정하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그러곤 전부 쓸어버리면 될 일이다.

어차피 입구는 한 시간에 한 번 열고 닫을 수 있으니.

모든 일이 끝난 후엔 전부 경계로 대피를 시키고 나만 빠져나오면 된다.

꿀꺽.

나대명이 마른침을 삼키며 목울대를 꿀렁였다.

“이제 흑곰파를 치는군요.”

“왜요? 긴장 됩니까?”

“하... 하하하... 긴장이라뇨. 대표님이 계신데...”

이제는 제법 많이 솟아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머쓱하게 웃는다.

“사실... 조금 긴장이 됩니다. 흑곰파랑 붙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 해 봐서...”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경계에서도 살아남았고, 웨어울프들도 전부 쓸어버리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하하하하~”

“이만 갑시다. 우리도 준비해야죠.”

***

출발 직전 이미 소집명령을 내려놓은 덕에 도착한 이들은 먼저 경계로 이동한 상태였다.

김흥수가 이끄는 총기로 무장한 강일파 조직원들 100여명이 가장 눈에 들어왔고.

스쿡과 뱀파이어 55명도 프리지아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수지와 상연누나, 나연누나, 이은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옆으로 정욱아저씨, 성기형, 장수언이 있었고.

장수언은 득구와 명우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리엔은?’

스스슥.

“혹시 나 찾아?”

“아씨! 깜짝이야?”

내가 놀라자 아무런 기척도 못 느끼고 있던 나대명도 화들짝 놀란다.

“풋~ 성공이다.”

“뭐... 뭐가?”

“가까이 올 때까지 못 알아챘잖아?”

“응? 그.. 그렇지? 그게... 왜?”

“그냥 그렇다고. 후후훗.”

리엔이 저렇게 즐겁게 웃은 적이 있었던가?

뭔지 몰라도 내가 자신을 알아채지 못한 것에 굉장히 뿌듯해하는 것 같다.

경계는 내가 주인이라는 인식 때문에 아무런 긴장감도 없었기에 그런 것이라 대꾸하고 싶었지만, 굳이 즐거운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방심한 것도 맞고.

참고로 나는 지금 상태로 수지나 프리지아도 충분히 감당할 정도로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해 뜻밖의 수확까지 있었고.

-그래~ 이제야 힘 좀 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마엔의 말대로다.

수지조차 마마가 얼마나 강한지 알지 못한다는데.

그런 존재가 마마뿐은 아닐 테니 말이다.

마엔의 말에 의하면 마마 또한 경계의 주인.

경계는 멸망한, 한 세계를 칼라쿠니아가 재구축 한 세계이다.

경계의 주인이란 한 세상, 즉 한 행성의 주인과 마찬가지.

주인의 능력에 따라 그 세상 또한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 말을 왜 진즉에 알려주지 않았냐는 말에.

마엔은 그제야 솔직히 이실직고를 했다.

지구로 추락하며 나와 충돌하고 그 충격에 기억이 완전하지 않다고.

스스로 신에 필적한다면서 참으로 불완전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불경한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도 잊고 있을지도 모르고.

버럭 하는 마엔의 말을 흘려들으며 모여 있는 이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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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퐈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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