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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64화 (264/297)

5. 흑곰파(12)

5. 흑곰파(12)

“강인한이다!”

나를 발견한 프리지아가 크게 소리치며 달려온다.

프리지아를 마주할 때면 거쳐 가는 일상이 되었지만, 익숙해지려면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힘들 것 같다.

‘이런 쓰바!’

쿵. 쿵. 쿵. 쿵. 쿵.

달려오면서 점점 커지는 프리지아.

그녀의 곁에 모여 있었던 뱀파이어들이 그녀의 몸에 이리저리 부딪치며 튕겨 나가고.

목숨의 위협을 느낀 이들이 마구 몸을 날리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다.

휴... 그렇게 주변을 신경 쓰라 했건만...

4미터는 훌쩍 넘는 모습으로 변한 프리지아가 단숨에 나를 낚아챘다.

지금은 그녀의 손을 피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망아지 같은 성격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며 포기하다시피 그녀에게 몸을 맡겼다.

어린아이처럼 번쩍 들려져 던져졌다 그녀의 품으로 아기처럼 안기게 된 나.

소름 끼치도록 푹신한 그녀의 품에서 향기로운 체취를 맡으며, 나는 그저 지금의 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주위에 보는 눈이 없다면 거대가슴에 묻혀 잠을 청하고 싶을 정도로 안락했지만.

헤벌쭉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남자들의 눈과, 혀를 차며 고개를 젓는 여자들의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봐봐라~ 내가 쟤들 확실하게 교육시켜 놨어!”

제가 다 한 것처럼 자랑스럽게 조잘거리는 그녀.

‘쩝... 스쿡이 했다는 걸 알고 있다만...’

그렇다고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다.

그나마 이렇게 마음을 비우고 그녀의 품에 안겨 수다를 들을 수 있는 건.

더 이상 날 헐벗기고 쥬지를 쭈쭈바처럼 빠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른 여자들은 그러려니 하는 눈치인데.

역시나 수지의 눈은 부릅떠져 프리지아를 날카롭게 쏘아 보고 있다.

그나마 전처럼 죽자고 달려들지 않아 다행이라고 할까?

“프리지아야. 너의 품에 안긴 건 참으로 행복하다만, 이제 떠나야 하지 않을까?”

“아앗! 그래! 웨어비스트놈들을 파괴하러 가야지! 호호호호~ 내가 다 때려 부숴줄게!”

그제야 앞으로 있을 피의 향연에 흥분하며 나를 내려놓는 프리지아.

신난 듯 방방 뛸 때마다 땅이 울리는 듯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등부터 엉덩이 밑까지 길게 내려온 망토 덕에 그녀의 엉밑살이 가려진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복장 교정을 어떻게든 더 해봐야겠어.’

그녀의 관심사는 오로지 나 강인한과, 무언가를 망가트리는 것이다.

프리지아가 이렇게 폭력을 좋아하게 된 것도 어쩔 수 없으리라 본다.

경계의 왕으로 군림하기 위해서 그녀는 수 백 년의 세월을 괴물들과 싸워왔다.

처음 그녀가 경계에 떨어졌을 때는 별의별 괴물들이 득실거렸다고 한다.

어린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일상이 되다 보니 나중에는 오히려 유흥으로 즐겼다고 한다.

‘이래서 어렸을 때 교육이 중요하다는 거겠지.’

어린 뱀파이어를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던져놓은 칼라쿠니아를 생각하자니.

정말 그들이 신이라 불리는 것이 맞는가에 의문이 든다.

-.......-

이런 생각을 하면 마엔이 반발하며 한마디 했겠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녀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지가 불리한 생각을 할 때에는 언제나 대꾸가 없는 그녀다.

그렇게 프리지아를 떼어 내고는 나에게 집중된 시선들로 고개를 돌렸다.

모두 상기된 것이 긴장과 흥분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얼굴들이다.

적절한 긴장과 흥분은 전투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미 경계에서 괴물들과 실전을 치러봤고, 웨어울프들과도 목숨 걸고 싸워 봤기에 겁을 먹은 이들은 없어 보였다.

“오늘 우리는 흑곰파를 서울에서 지워 버릴 겁니다.”

나직하게 말을 내뱉었지만, 내 말은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똑똑히 전해졌다.

경계의 주인은 나이기에.

내 목소리는 저절로 증폭이 되어 한 명 한 명 귀에 확실하게 도달되었기 때문이다.

“흑곰파를 지워 버리는 것으로 모든 밤 세계를 평정토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조용히 좌중을 둘러보았다.

다소 소름 돋는 오타쿠적인 발언이 튀어나와 버려 머쓱해하고 있는데.

누군가를 시작으로 거친 함성이 경계 안을 가득 채운다.

“와아아아!”

-와아아아아!-

-전부 차지하자! 워어어어!-

-흑곰파를 쓸어버리자!-

***

모두를 경계에 두고 은밀히 대웅빌딩으로 향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와 내 차를 타고 가는 대신 멀찍이 걸어 나와 택시를 타고 대웅빌딩 근처로 향했다.

‘내 애마는 사 놓고 몇 번 타보지도 못하네.’

곳곳에 흑곰파나 삼영에서 심어 놓은 간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눈에 뛰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게 대웅빌딩 근처에서 내린 후,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핀다.

결계를 쳐 놓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인다.

다만, 누군가가 지척까지 다가간다면 묘한 위화감과 이상을 느낄 것이다.

사람들이 다가드는 것을 방지하고자 곳곳에 결계를 지키는 놈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다가오는 사람들을 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전부가 보통 사람으로 구성된 것이, 저들도 세상의 이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건물을 빙 둘러 전부 경계를 하고 있기에 다가서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상황이라면 몇 놈 때려눕히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내가 그렇게 대웅빌딩 근처로 어슬렁어슬렁 다가가자 결계를 맴돌고 있던 이들이 주의를 주며 가로막았다.

“어이~ 지금, 이곳은 공사 중이라 통행이 불가해~”

대뜸 반말부터 해 오는 덩치.

나는 그 덩치를 향해 비릿하게 웃어 준다.

씨익.

“뭐야? 내 말이 안 들리는 거야?”

“왜? 결계 안에 뭐가 있는데?”

그 말에 잠시 움찔한 덩치가 입을 벙긋거린다.

아무래도 적이 나타났다고 알리려는 모양.

결계 안으로 들어가 버리면 저들도 따라 올 수는 없지만.

굳이 듣기 싫은 고성을 들을 필요는 없지.

나는 덩치의 입이 벌어지는 동시에 손날을 이용해 놈의 울대를 가격해 버렸다.

“꿀럭!”

놈이 고통스러운 듯 목을 부여잡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 주먹이 놈의 턱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뻐억.

“컥!”

그대로 흰자를 드리우며 고꾸라지는 덩치.

주변을 슥 하고 둘러보자 지나가던 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두리번거린다.

슬쩍 스마트폰까지 드는 이들도 보였다.

그때, 덩치가 쓰러지는 것을 본 다른 흑곰파 조직원들이 달려왔다.

“저 새끼 잡아!”

“씨발! 폰 든 새끼들 다 안 내려!?”

험상 굳은 이들이 달려오며 외치자 호기심을 보이던 이들이 부리나케 장내를 빠져나갔다.

알아서 사람들을 물려주니 참으로 고마운 놈들이라 생각하며 품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동시에 단검위로 뇌기가 스며든다.

파짓. 파지짓.

뇌기를 품은 단검이 결계를 길게 베어내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스윽 하고 갈라졌다.

저들의 눈에는 내가 허공에 삽질을 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엄연히 결계에 구멍을 낸 것이다.

나는 놈들이 도착하기 직전 결계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저들이 보기에는 내 몸이 허공에서 사라지는 것으로 보일 터다.

“어... 어떻게! 자... 잡아!”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흑곰파 조직원이 외쳐보지만 나를 잡을 수는 없었다.

내가 발을 들이자마자 결계는 언제 갈라졌냐는 듯 급속도로 갈라진 부위를 수복했다.

“뭐... 뭐야! 침입자다!”

결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를 발견한 흑곰파 조직원이 외쳤다.

그러자 주변을 지키고 있던 이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로 쏠린다.

“남자들의 시선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대웅빌딩 앞에 대기하는 흑곰파 조직원들 중 웨어베어는 없었다.

다만 그 숫자가 족히 이백은 되는 듯하다.

스으으윽.

작은 인기척과 함께 검은 안개가 생성되며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 갔다.

흩어진 상태로 나를 따라왔던 리엔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건남. 전부 죽일까?”

“리엔~ 우리가 살인마는 아니잖아. 저놈들한테도 살 기회는 줘야지.”

그리 말하며 나는 허공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파지지지직.

손을 타고 흘러나간 뇌기가 허공에 뇌전을 만들어냈다.

나와 리엔을 향해 흉흉한 기색으로 다가오던 흑곰파 조직원들은 갑작스레 허공에서 넘실거리는 뇌전을 보며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러곤 들고 있는 총들을 우리를 향해 겨눈다.

수많은 총기 앞에 서 있는 것이 꽤 위협적이었지만.

저런 권총에 관통당할 일은 없다.

그래도 맞으면 아프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들에게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

“지금이라도 이곳을 벗어나는 놈들은 살려주도록 하겠다.”

당장에라도 총을 갈길 것 같던 놈들이 조금은 동요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머리 위에서 위협적으로 넘실거리는 뇌전 때문이겠지.

“헛소리 하지 마라! 뭣들 하는 거야! 갈겨!”

누군가가 동요하는 이들을 향해 외쳤고.

그 누군가를 기점으로 커다란 총성이 울려 퍼진다.

타타타타타타탕.

“이런 개새끼들!”

나도 사람인지라.

기회정도는 주고 싶은 마음에 자비를 배풀었건만.

저 미련한 새끼들은 총을 쏘는 것으로 그 자비를 걷어차 버렸다.

“으아아아! 뇌격필살!”

되도 않는 기술 명을 외치자 허공에서 수많은 뇌전이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유치해. 강인한.”

참고로 전에 외친 기술 명이 무엇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이름을 가져다 붙일 뿐.

수십 명이 쏘아낸 총알이 쏟아지며 나와 리엔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내가 떨어트린 벼락이 단숨에 총알들을 무력화 시킨다.

동시에 나는 경계의 입구를 생성해 냈다.

입구가 생성되자 안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하는 강일파 조직원들.

조직원들은 교육받은 대로 줄줄이 늘어서며 기관총을 겨누었다.

그리고 권총을 쏴 대는 흑곰파 조직원들을 향해 침착하게 조준했다.

이를 본 조응수가 나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조직원들을 향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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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봄같던 날씨가 급 추워졌네여~

모두들 감기 조심하싶셔~

겨우겨우 한 편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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