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는 다보여-265화 (265/297)

5. 흑곰파(13)

5. 흑곰파(13)

“모두 사격!”

그의 외침이 들려오는 동시에 어렵게 구한 기관총이 불을 내뿜는다.

투타타타타타.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로 엄청난 총성.

“으아아아악! 미친!”

“피! 피해! 기관총이다!”

“으아아악! 빨리 알려!”

“살려 줘!”

놀란 흑곰파 조직원들이 총을 내던지며 뒤로 몸을 날리지만.

불을 뿜는 기관총에 하나둘 바닥에 몸을 뉘었다.

보통 사람인 그들이 화기를 피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뿌연 연기가 장내를 잠식한가운데 총성이 서서히 멎어든다.

그러자 조금씩 연기가 가시며 참혹한 광경을 드러냈다.

두근. 두근.

‘이게... 전쟁인가?’

전쟁터에 나가 본 적은 없지만.

눈앞의 모습이 전쟁터의 한복판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피를 토해내며 줄줄이 늘어진 흑곰파 조직원들.

-으으으으...-

곳곳에선 아직 살아 있는지 미약한 신음성도 들려온다.

참으로 참혹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화약의 매캐한 냄새와 섞여 혈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총... 존나 대단하잖아?’

초인이 된 후, 총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지만.

이런 참상을 보자 경외감이 들 정도다.

총이 이 정도인데 폭탄이나 미사일은 얼마나 강력할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총에 열광하는 남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꺄악! 시작 됐어! 피다! 피! 그런데 냄새가 왜 이래?”

나오자마자 눈앞의 참상에 감탄을 연발하던 프리지아가 화약 냄새를 맡더니 얼굴을 찌푸린다.

피의 저주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뱀파이어의 본성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는지 이런 참상을 참으로 좋아하는 그녀다.

뒤이어 경계에서 나온 이들이 미약하게 얼굴을 찌푸리는 것이 보인다.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반응.

하지만 이내 표정을 고치며 내 명령을 기다렸다.

이미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각오를 했기에.

저들이 일반인이라도 세상의 이면을 마주하고 흑곰파에 투신하였다는 것은.

본인들의 선택에 의한 것일 뿐.

저들 역시 우리에게 총구를 겨눈 것은 매한가지다.

그것은 자신들 역시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말.

“이제 다 때려 부수자! 심장이 떨린다~”

신난 듯 방방 뛰며 몸집을 불리고는 출렁이는 가슴을 위로 고쳐 올리며 떠들어 대는 프리지아.

거대해진 프리지아가 가슴을 손으로 쥐어 올리는 모습은 정말로 섹스럽기 그지없다.

그 모습을 고추달린 놈들은 입을 벌리고 구경하는 중이다.

“프리지아! 제발 그만하라고!”

어떤 남자가 제 여자가 저러는 걸 다른 놈들에게 보이고 싶겠는가.

언제 다가왔는지 수지가 그런 프리지아를 바라보며 낮게 중얼거린다.

“정말 천박한 여자예요. 서방님.”

프리지아에 대한 앙금은 쉽게 가시지 않는 모양이다.

그나마 내가 잔소리를 해 댄 덕에 옷이 모노키니에서 원피스 수영복처럼 변한 것만 해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이 전에는 가슴의 절반은 드러내고 있었으니.

복장을 바꾸지 않았다면 전부 프리지아의 가슴에만 눈이 가 있었을 것이다.

“우오오오~ 나 먼저 간다! 강인한!”

쿵. 쿵. 쿵. 쿵.

벼락 맞은 멧돼지처럼 프리지아가 달려 나간다.

그녀의 발아래 처참하게 짓이겨지는 시신들.

아마... 숨통이 붙어 있던 놈들도 저 발에 확인사살을 당하는 중일 거다.

그래... 날뛰어라... 추후 수습을 위한 걱정을 하기보단.

전력으로 공격하고 뒤에 생각하는 것이 낫다.

그것이 한 사람이라도 목숨을 보전하는 길이라 애써 자위한다.

‘설마... 건물을 전부 때려 부수기라도 하겠어?’

내 생각을 비웃듯.

프리지아가 땅을 힘껏 박차며 날아올랐다.

콰앙.

그녀가 땅을 박차며 콘크리트바닥이 쩌저적하고 금이 가 버린다.

커다란 덩치완 달리 가볍게 날아오른 그녀.

도약한 동시에 한껏 젖힌 그녀의 손에 검은 기운들이 넘실거렸다.

기운들이 한 대뭉쳐 현상화 된 것은.

‘해... 해머?’

마법이라면 옷이나 짜는 게 유일하다 생각했는데 언제 무기까지 만들 수 있게 된 건지.

“제기랄! 프리지아! 모두 뒤로 피해!!!”

너무 안일했다.

저 프리지아를 너무 무르게 생각했던 내 실수다.

내 고성과 함께 강일파 조직원들과 뱀파이어들이 건물에서 멀어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을 굴렸다.

그 사이 프리지아의 손에 쥐어진 무지막지한 크기의 해머가 휘둘러진다.

쿠와앙!

쩌저저적.

해머는 건물의 옆구리를 뚫고 그대로 반원을 그리며 기다란 자상을 남겨 버렸다.

악마의 아가리에 뜯겨 버린 모양새가 되어 버린 건물.

“떠... 떨어진다!”

뜯겨나간 건물의 잔해가 지상을 향해 낙하를 시작했다.

“피... 피해!”

쿠웅. 쿵. 쿵. 콰앙.

옆구리가 뜯겨나간 건물이 갸우뚱하며 힘겹게 균형을 유지했다.

저 망아지를 저렇게 풀어 놓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고삐를 쥐고 있었어야 하는데.

나는 빠르게 장내를 둘러보며 죽거나 다친 자가 없는지 살펴본다.

“모두 괜찮아!?”

시퍼렇게 질린 나대명과 조응수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숨어 있는 거냐! 나와라! 곰 새끼들아!”

허공에 해머를 빙글빙글 돌리며 프리지아가 외친다.

주변 상황에는 안중에도 없이 한껏 신이 난 모습.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차고 있는데.

파차차차창.

건물의 창을 깨며 커다란 곰들이 허공으로 뛰어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 본 조응수가 조직원들을 정렬시키며 다시금 외친다.

“정신들 차려! 모두 조준!”

그의 외침에 조직원들이 기관총을 들어 허공을 향해 조준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떨어져 내리는 웨어베어들을 향해 난사를 시작한다.

투타타타타타타.

“커허엉!”

“크하앙!”

웨어베어라고 날아드는 총탄을 모두 피할 수는 없다.

놈들은 특유의 회복력을 앞세워 총탄을 몸으로 막아 내며 계속해서 떨어져 내린다.

“크허엉! 드디어 나왔구나! 곰탱이놈들! 웨어비스트 최강이 누구인지 가려보자!”

장수언을 필두로 떨어져 내리는 웨어베어들을 향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

투타타타타타.

난대 없이 들려오는 총격.

행여 도발이라도 해 올까 싶어 결계까지 치고 흑곰파 조직원들을 배치해 놓았다.

아무리 결계가 있더라도 도심 한복판에서 총질을 하다니.

더군다나 들려오는 소리로 보아 권총도 아닌 기관총을 난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미친!”

콰앙!

쩌저저적.

오대석이 내려친 대리석 탁자가 여지없이 갈라져 버린다.

그때, 회의실문을 열며 웨어베어 하나가 튀어 들어왔다.

회의에 열중하던 오대석과 간부진의 시선이 웨어베어에게로 쏠렸다.

“로... 로드! 강일파 놈들입니다. 그 미친놈들이 기관총을 난사하고 있습니다!”

오대석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기관총에 맞아 죽는 조직원들이 아깝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욱 걱정인 것은 이를 뒷수습하는 것이다.

“애들 데리고 나가서 처리해!”

“로... 로드... 그것이... 놈들의 숫자가...”

부하의 보고를 들으며 오대석의 얼굴이 점점 허탈한 표정으로 바뀐다.

“허... 이런 미친놈들이? 아주 전부 까발리겠다고 작정이라도 한 거냐!”

그 사이 귀를 따갑게 울리던 기관총소리가 멎어 들었다.

부하의 말에 의하면 일반 조직원들은 이미 전멸하고도 남았을 거라 판단이 되었다.

“로드시여. 아무래도 저놈들은 전면전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일거에 쓸어버리고 후속처리는 나중에 생각하심이 좋을 듯...”

간부 중 한 명이 의견을 제시하던 중 굉음과 함께 건물이 무너질 듯 마구 흔들렸다.

콰아앙. 콰콰콰콰쾅.

우르르르르.

회의실 안 웨어베어들의 몸이 일제히 굳어졌다.

“이건... 또 뭐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오대석이 재빨리 창으로 다가서 블라인드를 찢듯 젖혀 버렸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무지막지한 해머를 들고 떨어져 내리는 거대한 여인.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지 함박웃음을 짓는 여인의 입사이론 뾰족한 송곳니가 번뜩였다.

“뱀파이어...? 씨발... 왜 뱀파이어가 여기서 나와!”

그리고 눈에 들어온 참상.

건물의 중간이 거대한 악어의 주둥이에 뜯겨 나간 듯 너덜거리고 있었다.

그뿐이랴.

총기로 무장한 인간들과.

음습한 기운을 뿌리는 뱀파이어들.

거기에 더해 경시 못한 기운을 뿜어내는 이들까지 두루 섞여 있다.

“저건... 구미호잖아? 설마...?”

오대석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어찌 저 모습을 잊을 수 있겠는가?

구미호의 여왕이라 불리는 마마의 모습을.

“마마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세상에 관여를 안 한다지만 마마의 영향력은 누구도 경시할 수 없다.

세상의 균형을 깨려는 이가 있다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마마.

그 또한 마마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로드의 힘을 각성한 그에게 거칠 것이 없던 시절.

마마는 손가락으로 개미를 누르듯 너무나도 쉽게 그를 죽음직전까지 몰고 갔다.

덜덜덜.

오대석의 몸이 절로 떨려왔다.

이제는 그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났다 생각했건만.

마마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날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로드! 정신 차리십시오! 저년은 마마가 아닙니다!”

그런 그의 정신을 간부하나가 일깨운다.

“마마가 아니라고!?”

“그렇습니다! 마마와 소름 돋게 닮기는 했지만 체형부터가 다릅니다. 혹시 마마가 낳았다는 그 여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제야 오대석의 눈에 구미호의 모습이 제대로 들어왔다.

간부의 말처럼 닮기는 했지만 자세히 보고 있자니 마마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풍기는 기운자체부터 마마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 그렇군...”

문제는 마마의 자식이라 여겨지는 이까지 연류가 되었다는 것.

그렇다고 마냥 놈들에게 당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로드시여!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놈들을 상대하되 구미호의 목숨만을 붙여놓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입니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