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흑곰파(15)
5. 흑곰파(15)
고개를 번쩍 들어 건물을 올려다본다.
옆구리가 뜯겨 나간 건물의 상단에서 풍겨 오는 불길한 기운.
아니나 다를까?
나를 주시하며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오대석과 눈이 마주친다.
이 전보다 더욱 흉포한 기운을 줄줄이 내뿜으며 오만하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놈의 입이 벌어지며.
-커허엉!-
덜덜덜덜.
천지를 요동치게 만드는 엄청난 포효가 뻗어 나왔다.
그 소리의 파장만으로 공간이 울리며 마구 떨려왔다.
그리곤 전신을 꿈틀거리며 육체의 변형을 시작한다.
점점 부풀려가는 덩치와 전신을 감싸기 시작한 검은 털.
놈은 인간의 모습을 한 수인의 모습이 아닌.
거대한 흑곰의 모습으로 탈바꿈 되었다.
‘더... 커져?’
이제는 멈추리라 생각되었던 오대석의 덩치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다.
그 크기가 얼마나 거대한지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이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
-크허어어엉!-
또다시 포효가 울려 퍼지자.
놈의 양옆에서 웨어베어들이 지상을 향해 마구 튀어나온다.
우리가 상대하는 웨어베어들과는 그 크기부터 현격하게 다른 놈들.
한 놈 한 놈이 거의 프리지아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하다.
“깔깔깔깔~ 다 덤벼!”
막 지상에 당도한 웨어베어의 옆머리를 프리지아의 해머가 후려쳤다.
쩌엉.
프리지아의 무식한 해머에 적중당한 웨어베어는.
결계까지 날아가고 나서야 부딪치며 멈출 수 있었다.
얼굴의 삼분의 일이 부서졌음에도 회복을 하며 일어나는 웨어베어.
“크아앙! 죽여 버리겠다!”
놈은 해머를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비척거리며 일어나 프리지아를 향해 몸을 날렸다.
“하찮은 짐승 따위가! 뒈져 버렷!”
프리지아도 뜨거운 콧김을 뿜어내며 놈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윽고 둘의 피 튀기는 공방이 시작되었다.
초록의 불길한 기운을 풍기며 프리지아를 상대하는 놈은.
보통의 웨어베어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저 프리지아를 상대로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버티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거 생각보다 더 쌔잖아?’
웨어울프가 웨어비스트 중 가장 약하다 평가되지만.
이 정도로 큰 갭이 있을 줄이야.
프리지아를 향해 떨어져 내린 놈을 시작으로 뒤 늦게 등장한 놈들은 기존의 웨어베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
지상으로 떨어져 내린 놈들이 속속들이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마... 막아! 으아악!”
일반 웨어베어들의 공격을 적절히 막아 내던 거대백사의 비늘이 무참히 찢겨져 나가며 강일파 조직원을 도륙했다.
이미 죽어 버린 이들은 나연누나의 치료도 소용이 없다.
그나마 뱀파이어들은 엄청난 회복력으로 어찌어찌 숨통을 붙여 놓을 수 있었지만.
그 부상이 심각해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잠시간의 혼란.
하지만 그 혼란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상연누나를 제외한 내 여자들이 뒤에 나타난 웨어베어들을 상대하기 시작했고.
정욱아저씨와 성기형 장수언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나 또한 놈들을 상대하며 오대석에게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싸움의 양상이 변하며 우리 측의 피해 또한 늘어가고 있다.
지금 내가 상대하는 웨어베어는 셋.
프리지아와 수지 또한 셋의 웨어베어를 상대하고 있었다.
리엔과 나연누나가 둘을 상대하며 버티고 있었으며.
나머지 사람들이 하나씩 상대를 하고 있다.
‘전혀 유리하지 않잖아!’
-정신 차려야 하는 것이다!-
마엔의 경고성이 들림과 동시에 옆구리를 파고드는 커다란 충격을 느낀다.
퍼어억.
“큭!”
한 놈의 공격에 가격당하며 옆구리가 뭉텅 뜯겨져 나갔다.
뜨끈하고 화끈한 고통에 이를 악물며 놈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보통사람이라면 내장이 줄줄 흘러나와 바로 쓰러져버릴 정도의 상처다.
퍼억.
“크헝!”
놈의 몸이 떠밀리는 것과 동시에 나머지 놈들이 공격해 들어온다.
옆구리의 고통에 아찔하면서도 쉴 시간 따위는 없다.
‘시팔! 좆나 아파!’
상처위로 프리지아의 슈트는 이미 복원이 된 상태.
그리고 그 안의 상처는 아물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뜯겨진 상처가 계속해서 통증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웨어울프로드를 처리하던 그날.
마지막에 움켜쥐었던 놈의 심장을 터트렸을 때.
놈의 심장에서부터 들어오던 웨어울프의 권능.
아니, 웨어비스트의 권능이라고 해야 할까?
웨어비스트는 전부가 무시무시한 상처회복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인간이라면 몇 주에 걸쳐 회복이 필요한 상처를 몇 분도 걸리지 않아 회복해 버린다.
이는 뱀파이어조차 따가 갈 수 없는 회복력으로.
웨어비스트 중에서도 웨어울프가 가장 뛰어나다.
나는 놈의 심장을 터트리며 놈의 능력 일부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웨어비스트의 회복 능력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오래지 않아 알게 되었다.
훈련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부상의 크기에 따라 뇌기가 사용되기는 하지만.
사용되는 뇌기이상으로 상처회복은 좋은 능력이었다.
문제는 이 정도로 상처를 입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과연 이 정도로 뜯겨 나간 상처도 회복이 될까?
웨어울프로드의 권능을 가져왔다곤 하지만.
내가 인간이기에 받아들일 수 있는 권능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었다.
그것은 마엔이 알려주었기에 확실하다 볼 수 있을 것이다.
“흐읏!”
웨어베어 세 놈을 상대하며 정신없이 손발을 놀리고 있는데.
뇌기가 뭉텅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회복이 되고 있구나.’
그렇다고 웨어비스트만큼 극적인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나 뱀파이어 기준으로는 지극히 극적인 회복력이다.
벌써 통증이 반으로 줄어든 느낌.
더불어 상처로 인한 움직임도 더욱 수월해지고 있다.
“이 곰 새끼들아! 다 뒈질 줄 알아!”
***
터엉. 텅. 텅. 텅.
웨어베어들의 공격을 프리지아의 해머가 마구 쳐 낸다.
“크으윽! 이 커다란 년은 왜 이렇게 빠른 거야!”
“흥분하지 마!”
“크허엉! 빌어먹을 뱀파이어 년!”
무식하게 큰 해머를 어찌나 자유자재로 휘두르는지.
버서커모드인 자신들의 공격을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쳐 내고 있었다.
누군가가 이들의 대결을 보고 있다면.
무식한 해머는 보이지 않고, 기다란 선만이 눈에 아른거릴 것이다.
진혈의 뱀파이어가 보통의 웨어비스트 이상으로 크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웨어비스트의 육체 능력을 뛰어넘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그들은 웨어베어 중 로드에게 선택받은 정예이지 않은가?
버서커를 투약하기 전에도 셋이면 진혈의 뱀파이어는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버서커모드로 인해 전보다 두 배는 강해졌거늘.
그런데도 커다란 뱀파이어년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닌 육체 능력으로 말이다.
진혈의 뱀파이어가 무서운 이유는 커다란 덩치 때문이 아니다.
바로 까다로운 마법을 난사하는 것이 무서운 이유다.
“이런 미친 뱀파이어 같으니라고!”
치욕도 이런 치욕이 없다.
웨어비스트가 뱀파이어에게 육체 능력으로 밀리는 것은.
아니, 오히려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크허엉!”
“이년! 우리를 얕보는 거냐! 마법을 써라!”
그렇게 외치는 웨어베어의 마음속에는 웨어비스트 특유의 자존심이 깔려있었다.
차라리 저년이 마법이라도 펑펑 써대면 이렇게나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꺄하하하하~ 하찮은 짐승들이~ 전사는 육탄전으로 말하는 거야!”
“크르릉! 이런 미친년! 뱀파이어 전사라는 것은 들어 보지도 못했다!”
그 말을 부정하는 웨어울프였지만.
사실상 프리지아는 알고 있는 마법이 별로 없었다.
어린 나이에 잡혀 온 탓에.
그녀가 알고 있는 마법이라고는 의복을 만드는 것과, 무기를 만드는 것.
그리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플리모프마법과 방어 마법 정도였다.
사실, 그녀 처지에서는 참으로 재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마법을 제대로 배우기도 전 약육강식의 야생에 내던져진 것과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그런 프리지아는 경계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육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라면 그녀가 뜻밖에 육체를 쓰는 것에 재능이 있었다는 것.
그녀는 그렇게 몸을 숨기며 괴물들을 사냥하고 경계에 발 디딘 인간들을 하나둘 권속으로 만들어 세력을 키워나갔다.
그렇게 수 백 년이 흐르고.
그렇게나 많던 괴물 같은 이종족들을 멸종시켰으며.
자신에게 굴복한 몇몇 종만을 애완동물로 거느리게 되었던 것이다.
“재미있다! 재미있어! 섹스 다음으로 재미있다! 깔깔깔깔깔~”
경계를 지배하고 로드가 된 후로도 수 백 년.
참으로 지루하고도 지루한 삶이었다.
그런 지루한 삶에서 찾아온 강인한이라는 존재는.
이제 프리지아에게서 빼 놓을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존재라 할 수 있었다.
그와의 섹스가 너무나 좋았다.
그의 정액은 그녀의 피를 뜨겁게 달구어 주었으며.
그의 양물은 아찔한 쾌감을 선사해 주었다.
“인한이한테 방해되는 것들은 나 프리지아가 전부 파괴해 줄 거야!”
쩌엉. 쩡.
프리지아의 해머에 웨어베어 두 놈이 멀찍이 나가떨어졌다.
그 틈을 노리고 나머지 한 놈이 프리지아의 머리를 찍어 내려온다.
그야말로 회심의 일격.
텅.
둘이 몸 빵을 하고 하나가 빈틈을 노리고 완벽하게 적중시켰다.
“크하하하하!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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