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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70화 (270/297)

5. 흑곰파(18)

5. 흑곰파(18)

오로지 나에 대한 분노만을 표출하는 놈.

팔을 휘저어 잔해더미를 빠져나온 놈을 향해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했다.

한 방 한 방이 두터운 쇳덩이도 뚫어버릴 정도의 파괴력이 실렸다.

그만큼 뇌기를 아낌없이 쭉쭉 뽑아냈다.

퍼퍼퍼퍼퍽.

커다란 놈의 몸을 적중시키는 것은 나에겐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다.

내 주먹에 놈의 살이 터져 나가고, 걸쭉한 핏물이 사방으로 튀어 나간다.

“죽어!!!”

퍼억. 퍽. 퍽. 퍽.

놈의 몸은 점점 형체를 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변해 갔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었음에도 끊임없이 회복을 하기 위해 꿈틀거리는 것에 진절머리가 날정도.

나는 계속해서 놈을 다지는 한편 빠르게 일행들의 안위를 살펴보았다.

웨어베어들이 버서커란 약물로 파워업을 했음에도 크게 밀리는 양상은 아니다.

그 중심에서 프리지아와 수지가 제대로 활약을 해 주고 있었다.

-죽인다! 죽인다!-

정말이지 끈질긴 놈이다.

생각보다 약한 것 같아 다행이기는 하다만, 이렇게 때리기만 해서는 끝이 나지 않을 듯싶다.

계속해서 죽인다는 말만 내뱉던 오대석.

그러던 놈의 살가죽 안에서 흉물스러운 촉수들이 뻗어 나왔다.

깜짝 놀란 나는 촉수를 피해 몸을 뒤로 물린다.

역시 숨겨 둔 한 수가 있었던 모양.

“흐억! 징그러!”

그것이 짙은 혐오감을 주는 촉수일 줄이야.

마치 SF야동에서나 볼 법한 양물을 닮은 촉수.

곤죽이 된 살덩이 안에서 뻗어 나온 수십 개의 촉수가 정신없이 사방을 휩쓸어 간다.

“전부 피해!”

알 수 없는 체액으로 번들거리는 더러운 촉수를 맨손으로 상대하는 것이 꺼려져 단검을 꺼내 들고는 힘껏 쳐 냈다.

“억! 존나 구역질 나!”

촉수의 공격은 우리에게만 한정되지 않았다.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는커녕 수하들의 등에도 그 더러운 촉수를 꽂아 넣고 있었다.

“더... 더러워!”

프리지아마저 기겁을 하곤 이리저리 몸을 피하고 있었다.

모두가 그렇게 몸을 피하는 와중, 설마 자신들이 공격당할 거라고 생각 못 했던 웨어베어들은 제대로 방비도 못하고 오대석에게서 뻗어 나온 촉수에 몸이 꿰이고 말았다.

꿈틀. 꿈틀.

“크아아악! 로... 로드!”

“크어억! 로드! 정신 차리십시오!”

“아... 안 돼! 아파! 아아아악!”

웨어베어들의 몸에 꽂힌 촉수들이 일제히 꿀렁이기 시작한다.

마치 피부에 들러붙은 거머리가 피를 빨아들이듯 촉수가 꿀렁일 때마다 웨어베어들의 몸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씨발... 저게 뭐야!?”

“더... 더럽습니다...”

웨어베어들이 쪼그라드는 만큼 오대석의 몸은 점점 그 크기를 불려갔다.

아니 커지다 못해 풍선처럼 부풀어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은 모습.

“징그럽잖아!”

못 볼 걸 보기라도 한 것처럼 프리지아가 본인보다 큰 해머를 꺼내 들고는 오대석을 후려갈겼다.

푸억!

프리지아의 해머가 가격한 부위가 움푹 들어갔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저 무식한 해머에 적중당하고도 멀쩡하다니.

촉수를 꽂아 부하들을 잡아먹은 후 맷집만 더 좋아진 것 같다.

계속해서 커지던 오대석의 모습에선 더 이상 웨어베어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구어어어어!-

이제는 10미터는 훌쩍 넘는 크기로 변한 오대석.

아니, 저건 그냥 마물이다.

너무나 덩치가 커져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지만.

웨어베어들을 모조리 먹어치운 촉수는 또 다른 먹잇감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그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나조차 최선을 다해 몸을 피해야 할 정도.

수지나 프리지아, 그리고 민첩에 특화된 리엔이나 이은지가 아니라면 몸을 피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물러서!!!”

나는 미친 듯이 촉수들을 쳐 내며 일행들에게 외쳤다.

카캉. 캉. 캉. 캉.

유연하게 움직이면서도 강도는 쇠조차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하다.

내 걱정이 무엇인지 눈치챈 수지가 일행들의 머리 위로 술식을 그려 방어막을 형성했다.

아슬아슬하게 수지가 펼쳐 놓은 방어결계를 두드리는 촉수들.

“프리지아! 마법!”

그렇게 외치며 마주친 프리지아의 눈동자.

그녀의 눈동자는 어울리지 않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 못 쓰는구나?’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 반응으로 그녀가 지금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 또한 오대석을 반죽으로 만들어버릴 때 너무 많은 뇌기를 사용한터라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함을 느낀다.

그만큼 강한 마법을 계속해서 쓴다는 것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니겠지.

그 와중에도 촉수들은 수지의 방어결계를 두드리고 건물 잔해들을 마구 헤집었다.

잔해 속에서 찾아낸 사체에 촉수를 꽂아 넣고 끊임없이 체액을 뽑아내는 모습은 일순 소름까지 돋게 만드는 모습이다.

쩌어엉. 쩌어엉.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촉수는 가로막힌 결계마저 계속해서 두드렸다.

안 그래도 상처 입은 결계가 계속해서 가격 당하자 불안정하게 껌뻑이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이내 충격을 견디지 못한 결계가 쩌어억 하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

드드드드드.

난대 없이 도심 한복판에서 울리는 진동.

그 진동은 지나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꺅~! 오빠!”

“아씨~ 깜짝이야. 지진인 줄 알았네.”

“땅이 울렸는데? 정말 지진 아니야?”

여자 친구의 말에 남자가 킥킥거리며 웃는다.

“무슨 서울 한복판에서 지진이냐? 어디서 도로공사라도 하는 거겠지.”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금 전보다 더욱 강한 진동이 땅을 울린다.

드드드드드.

“어엇? 조심해!”

남자가 비틀거리는 여자 친구의 허리를 붙들며 말했다.

“오빠!? 진짜 지진 아니야? 지... 지진 나면 어떻게 하라고 했지? 기억이 안 나!”

여자 친구의 호들갑에 남자가 황급히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다른 이들의 반응을 살폈다.

지나가던 행인들도 놀란 얼굴로 자신처럼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드드드드드.

쿠우웅. 쿵.

“뭐... 뭐야!?”

“꺄악! 오빠!”

그때, 두리번거리던 이들 중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 빌딩에서 공사하나 본데?”

그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린 남자는 덩치 큰 이들이 길을 통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 뒤로 높게 자리한 빌딩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은 공사를 한다면 휀스를 치기 마련인데, 길을 지나는 일반인이 이를 캐치하기는 어려웠다.

‘내부 공사라도 하는 건가?’

지진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며 남자는 여자 친구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그런 그의 눈에 여자 친구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들어온다.

“오... 오빠...”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경악으로 벌어지는 입.

“다미야?”

“오... 오빠... 저기... 저기... 허... 허공이 갈라져...”

허공이 갈라지다니?

평소 장난을 치지 않는 여자 친구였지만.

지진이라는 오해에 이어 자신을 놀리려는 모양이다.

피식.

“큭큭~ 이게 오빠를 놀려 먹으려고~?”

“아악! 또... 또! 갈라졌어! 뭐가 있어! 뭐가 있다고!”

마치 공포 영화라도 본 것 같은 여자 친구의 표정.

그리고 그 말에 이어 급격히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뭐... 뭐야! 씨발!”

“저거 특수 효과야!?”

“안에 괴물 같은 게 보였는데?”

“어어어? 또 갈라진다!”

소란스러운 사람들의 반응.

거기에 이어 갑작스러운 괴성과 함께 무언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구어어어어!!! 죽인다! 죽인다!-

쩌저저정.

쩌어억.

남자는 고막을 찢을 듯 커다란 괴성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의 눈은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정말로 허공이 찢어지고 있다.

아무리 시대가 급격히 바뀐다고 하지만 저런 현상을 임의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붉게 번들거리는 거대한 괴물의 모습.

“괴... 괴물?”

허공에 금이 간다.

눈으로 보고 있지 않다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

누군가는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스마트 폰을 들고 있었다.

“우와... 저거 도대체 뭐야? 존나 뉴투브각!”

이런 상황에서도 촬영을 하는 미친놈은 있기 마련이라지만, 남자는 그런 미친놈이 아니다.

평소 미스테리에 관심이 많던 남자는 얼마 전 인터넷을 잠시간 도배했다가 짜기라도 한 듯 없어진 한 사건을 기억해 낸다.

부상자와 사망자까지 나왔던 영화 촬영 사건.

모든 자료들이 일제히 내려가기 전, 그는 실제와 같은 거대한 늑대의 사진을 보았다.

대부분은 주작이라며 넘겼던 그 일.

남자는 분명 모종의 음모가 이를 덮었다 여기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 서서히 벌어지는 허공의 균열을 보며 남자는 그 사건이 절대 주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 다연아! 뛰어!”

이를 깨달음과 동시에 남자는 여자 친구의 손을 붙들고는 미친 듯이 뛰었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굉음이 고막을 강타한다.

콰아앙.

콰차차창.

그 뒤를 이어 소름 끼치는 소리가 그의 등줄기를 차갑게 만들었다.

쉬이이익.

쉬이이익.

카앙. 캉. 캉.

여자 친구의 손을 붙들고 뛰던 남자는 극한의 호기심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믿을 수 없게도 멀쩡하게 서 있던 건물은 없어져 버렸다.

대신 완전히 허물어져 버린 건물의 잔해가 있을 뿐.

저 건물이 있던 곳만 폭탄이라도 떨어진 모양새다.

무너져 버린 건물 앞에 서 있는 거대한 크기의 괴 생명체가 눈에 들어온다.

괴 생명체의 몸에서 줄기줄기 뻗어 나온 촉수들이 무언가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도... 도망가!”

“괴물이다! 으아아아악!”

“커어억!”

“크아아악!”

“꺄아아악!”

촉수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꿰뚫어 버렸다.

촉수에 꿰뚫린 이들은 몸의 모든 체액을 빨린 듯 금세 미이라처럼 변해 버린다.

주변에 있던 누구도 촉수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다만, 조금이라도 빨리 몸을 피한 그와 여자 친구만이 아직 무사할 뿐.

그런 그의 눈은 금방 공포로 물들고 말았다.

촉수 하나가 자신과 여자 친구를 노리고 날아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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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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