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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72화 (272/297)

5. 흑곰파(20)

5. 흑곰파(20)

놈의 심장을 발견하고 막 집중공격을 가하려는 순간.

다급한 성기형의 음성이 들려왔다.

“인한아! 헬기!”

‘갑자기?’

헬기 한 대가 추락한 것 때문인가?

설마, 공격이라도 하려는 건 아니겠지?

놀란 내가 잠시 뒤돌아본 순간.

헬기에 장착 된 미사일이 불을 뿜는다.

투쾅. 투쾅.

‘미... 미친 도심 한복판에 미사일을 날린다고!? 우리가 있는 건 안 보여!?’

저들은 이미 우리가 괴물이 된 오대석과 대치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곳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말은.

“이런! 개새끼들아!!!”

오대석은 물론, 우리까지 그냥 지워 버리겠다는 뜻.

어디서부터 내려온 명령인 것일까?

보수적이라 생각했던 대한민국에서 이렇게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건 아니지!!!’

북한의 도발에나 제대로 대응을 하라고!

미사일이 도달하기까지는 정말로 찰나에 불과했다.

번쩍.

절로 눈이 감기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빛.

폭발을 지척에서 본다는 것이 어찌나 강렬한지 감은 눈 사이를 비집고 아릴 듯한 섬광이 번뜩인다.

청각은 미사일이 적중하는 동시에 마비라도 된 듯 째지는 이명만이 귓가를 울리고 있다.

모든 것이 멈추어 버린 듯.

어느새 고요해진 적막감도 잠시.

세상이 느린 태엽을 감듯 천천히 움직인다.

점점이 번져가는 폭발의 여파와.

당황한 일행들의 표정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수지의 손길에 허공에 새겨지는 어지러운 주술의 술식들이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허공을 수놓는다.

그 위로 촘촘하게 덧칠을 하듯 색을 입히는 실타래들이 늘어서고.

붉은 안광을 뿌리며 날개를 뽑아낸 프리지아의 붉은 마법진이 허공에 새겨진다.

쿠아아앙.

뒤늦게 들려온 굉음과 함께 세상이 제 속도를 찾아간다.

그렇게 질기던 오대석의 가슴 한쪽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헤집어졌다.

미사일의 위력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

미친 듯이 나부끼는 잔해 들과 방어막을 울리는 살벌한 소리.

차라리 저 마물 놈이라도 죽어줬으면 좋았으련만.

놈의 몸은 필사적으로 너덜너덜한 상처 부위를 수복한다.

-구어어어어! 죽인다!-

분노한 오대석의 괴성.

미사일덕분에 그렇게 귀찮게 하던 촉수의 공격은 멈춰 졌다.

문제는 다른 헬기 한 대가 이 쪽을 겨누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점점이 눈에 들어오는 헬기들이 요란한 날갯짓을 하며 다가들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내 여자들이 펼친 방어는 훨씬 뛰어난 듯 미사일의 여파를 받아 내고도 멀쩡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저 많은 헬기들이 미사일을 전부 쏘아낸다면 필시 무사하진 못하리라.

오대석에 대한 분노보다 이런 선택을 한 인간들에 대한 분노가 더욱 강렬해졌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흑곰파를 공격하여 민간인들까지 휘말리게 되었다는 죄책감은 씻은 듯 지워진다.

‘이건, 어차피 벌어질 일이었다고!’

단전을 타고 뜨거운 뇌기가 전신을 맴돌았다.

미친 듯이 폭주하는 뇌기로 인해 정신이 나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인한아!”

얼핏 들려오는 정욱아저씨의 음성이 나가려는 정신을 붙잡아 준다.

‘정신 차리자.’

그래도 저 헬기들이 계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둘 수는 없는 일.

나는 머릿속에 번개를 떠올렸다.

하늘에서부터 내리꽂히는 벼락을 상상한다.

우르르르릉!

내 손을 떠난 뇌기가 하늘을 찔러 분노케 했다.

분노한 하늘은 그렇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내려친다.

번쩍.

꽈르릉.

벼락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기라도 하듯 나를 향해 정확하게 떨어져 내렸다.

“끄아아아악!”

짜릿한 고통을 참아내며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전류에 몸을 실었다.

번쩍.

나 자신이 번개가 되어 단숨에 헬기 앞까지 이동했다.

귀를 울리는 프로펠러사이로 악다구니를 쓰는 군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저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저 명령하는 것을 수행했을 뿐인데.

문제는 그로 인해 우리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는 것은 잘못이다.

그렇다 해도 살 길 정도는 마련해 주는 것이 인지상정.

광기가 골수를 이따금 쑤시고 들어오지만.

인내를 발휘해 이것을 가까스로 물리친다.

“살아남는 것은 너희들 몫이다.”

번쩍.

손을 타고 뇌전이 쏘아져 나가 프로펠러에 명중한다.

명중 당한 프로펠러는 검게 그을리며 볼썽사납게 휘어져 버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순은 추락.

나는 그렇게 단숨에 헬기 앞으로 이동하며 하나하나 무력화시키고는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기에 오대석은 아직도 회복에 여념이 없었다.

“저놈 목에 심장이 있어. 지금부터 저 목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줘.”

처음 보다 촉수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먼저 나사장과 성기형, 이은지와 정욱아저씨가 미끼가 되어 촉수들을 유인했다.

그사이 프리지아가 해머를 이용해 놈의 목을 후려갈긴다.

퍼어억.

정통으로 목에 해머를 얻어맞은 오대석이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끄어억!-

해머로 인해 움푹 들어간 살덩어리.

그 중앙을 푸른 실타래와 검은 칼날이 파고들었다.

벌어지는 상처를 커다란 백호의 앞발이 다시 한 번 가격한다.

-쿠어어억!-

이어서 수지의 날카로운 손톱이 재차 쑤셔지자 질긴 놈의 살덩어리가 뭉텅 잘리며 틈을 만들어낸다.

고작 머리하나 들어갈 정도로 작은(?) 상처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주먹을 움켜쥐고는 뇌전을 타고 단숨에 놈의 눈앞까지 이동했다.

-죽... 인다...!-

잠시간 마주친 놈의 눈은 여전히 분노와 광기로 물들어 있다.

‘그냥 내 먹이가 되라.’

나는 오른손에 모인 뇌기를 그 작은 상처구멍을 향해 조준했다.

드드드드드.

주먹에 모인 거력의 여파가 사방을 뒤흔든다.

덩달아 주변의 모든 것이 여파만으로 멀찍이 밀려난다.

놈의 거대한 몸뚱이의 살들도 여파에 밀려 마구 흔들려댔다.

“이제는 정말 죽자! 쫌!”

쩌어엉.

놈의 목에 뇌기를 두른 주먹이 작렬하며 더러운 살덩이들을 한순간에 재로 만들어 버렸다.

머리통 만했던 상처는 수십 배로 그 크기를 불리며 붉은 액체를 울컥울컥 토해냈다.

그 안에 숨어 있던 심장의 고동이 또렷하게 들려온다.

나는 놈에게 바짝 다가들어 심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나의 마음속에 훅 하고 탐욕이 불타오른다.

***

“개판이네.”

뉴스와 인터넷을 도배한 어제의 사건.

너무도 많은 사람이 목격했기에.

사실상 그 일을 은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수많은 시위자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나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진상을 규명하라!-

세계가 전부 대한민국을 주시했다.

주작이라는 찬반논란부터.

세상의 멸망이 도래했다는 사이비종교까지 혼란에 기름을 부었다.

또한, 그동안 세상의 이면을 얼핏 보았던 이들이 목소리를 높여 울부짖었다.

수많은 목격담들이 줄줄이 흘러나왔고.

숨겨 왔던 증거들도 하나둘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다.

‘뭐, 대부분은 합성에 가짜 증거들이었지만...’

진상을 규명하라는 시위에도 정부는 하루가 지나도록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하긴, 나라도 대가리가 깨질 듯 아팠을 거다.

나연누나의 말에 의하면 초인가문인 일명, 삼영, CS.

그리고 초인가문조차 함부로 할 수 없는 은거기인(?) 들까지 전부 모여 회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은거기인이라니...

그런 인물들까지 있을 줄이야.

진짜 무슨 무협지를 보는 것 같네?

하긴, 초인이 꼭 초인가문에만 있으란 법은 없지.

사실상 칼라쿠니아의 힘을 이어받은 이들이 그들뿐 일리는 없었다.

괴물의 정체는 흑곰파를 이끌던 오대석.

오대석과 자잘한 대치를 하던 것은 강일파다.

이것으로 그날의 사건과 우리를 연관 지을 수도 있겠지만.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어마어마한 폭발의 화염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찾아낼 것이란 말인가?

더군다나 시신들은 전부 촉수에 의해 미이라가 된 상태에서 고온에 구워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강일파는 그날, 내 건물 뒤 창고에서 모임이 있었지만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 홀로 귀환하기까지 참으로 힘들었다는 것 빼고는 완벽하다.

‘당분간은 삼영도 함부로 못 움직이겠지?’

웨어울프와의 싸움.

그리고 웨어베어와의 싸움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웨어울프를 쓸어버리고, 오대석과의 싸움에서 나름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어제의 싸움은 결코 쉽지 않았다.

언제나 변수는 있을 수 있고, 놈들이 퓨리다크니스와 비슷한 약물을 사용할 것이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어찌 되었든 흑곰파가 그러할 진데, 삼영과 당장에 맞붙게 된다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싸움이 될 터다.

그뿐인가? 어쩌면 내 소중한 사람들이 죽어 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절대로 그럴 순 없지.’

오대석으로 인해 나는 또다시 더 높은 곳에 올랐지만.

아직은 시기가 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참으로 겸손해진 것이다. 지금껏 키운 보람이 있는 것이다.-

‘큭큭큭~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혼란스러운 이때, 우리는 밤 세계를 완전히 장악해야지.’

밤 세계를 장악한다면,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은 힘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쿡쿡쿡~ 이제야 정말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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