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5)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5)
여론은 정말이지 크게 달구어지고 있었다.
지금껏 미스터리로 남겨졌던 수많은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너무나 많은 목격자를 양산해 버린 탓에, 정부에서도 마냥 발뺌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해명도 하지 않는 상황이니 인터넷만 아주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는 상황.
특히나 거대마물이 되어 버린 오대석과 대적하던 우리에 대한 관심사들이 급격하게 올라갔다.
흑곰파와 강일파를 연관 짓는 이들도 더러 있었지만.
우리의 알리바이는 너무나도 완벽했다.
그 사이 나는 나사장에게 흑곰파가 관리하던 지역의 업장을 하나하나 흡수해 나가기 시작했고.
흑곰파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주제 모르고 지방에서 상경하는 조직들까지 하나둘 흡수해 나갔다.
정욱아저씨에게는 조심스럽게 삼영을 살펴 달라 부탁했으며.
차례를 정해 경계 안에서 훈련에 박차를 가했다.
경계에서는 무한정 있을 수 없기에 인원을 나누어 밖의 일과 훈련을 병행하도록 했다.
“거지꼴이 따로 없군.”
아무리 초인이라지만 경계 안에서 무한정으로 견딜 수는 없는 법이기에.
경계의 감옥지역에 가두어 놓았던 주무성과 주현성을 끄집어내었다.
그리고 프리지아가 새롭게 만들어 낸 구속구로 놈들을 묶어 가두어 놓았다.
경계 안에서 마물들을 피해 한계치까지 생활했던 두 사람이기에 정신은 말도 못 하게 피폐해져 있었다.
“응응! 인한이가 처음 나타났을 때에 비하면 강한 놈들이긴 했는데~ 내가 특별히 잘 괴롭혀 줬어~”
귀엽게 아양을 떨며 몸을 살랑살랑 흔드는 프리지아가 강아지처럼 안겨 온다.
나는 그녀의 붉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 우리 프리지아 잘했네.”
“그렇지? 그럼 상 줘야지~?”
“에휴~ 오늘은 네 차례가 아니잖아~ 그리고 지금은 할 일도 있고.”
“나 잘했는데도?”
처음에 만났을 때보다 부쩍 늘어난 애교에 순간 마음이 동했지만, 나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견뎌 냈다.
지금 프리지아의 애교에 홀라당 넘어갔다간 오늘 하루를 또 까먹게 된다.
작아진 프리지아도 그만큼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왜 대답이 없어? 그럼 나 앞으로 잘하지 않을 거야!”
화가 났다는 것을 표현하려는 듯 허리에 양손을 얹고선 지그시 노려보는 그녀.
동시에 그녀의 몸에 붉은 오오라가 번져간다.
나는 다급하게 프리지아의 손을 낚아채며 다그쳤다.
“그러면 앞으로 자지 없어!”
그러자 프리지아의 눈매가 더욱 날카롭게 변하며 따지려 든다.
“없다고! 다시는 자지 없다고!”
“하... 하지만!”
“조용히 해! 그렇게 이기적으로 굴면 자지 없다고!”
“흐으으... 지... 진짜...”
“분명히 말했어! 정말 없어!”
“흑... 강인한 나빴어!”
“없다고!”
그제야 울컥한 표정으로 눈을 추욱하고 늘어트린다.
만약에 조금만 늦었어도 본 모습으로 돌아가 나를 벗겨 놓고 번쩍 들어 쭈쭈바를 빨 듯 내 자지를 빨아먹고도 남았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나는 그런 프리지아의 마수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만큼 프리지아와 나의 격차는 급격하게 줄어들다 못해 대등할 정도가 되었다.
어디까지나 마법을 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날의 전투로 얻는 오대석의 힘 일부.
그리고 연지와 윤지의 자매덮밥으로 엄청나게 강해졌지만 아직 프리지아를 완벽히 제압할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강해진 만큼 그날 프리지아의 각성은 그녀를 진정한 뱀파이어 로드로 만들어 버렸다.
어쩌면 내 주변인들 중 가장 강한이는 프리지아일지도 모르겠다.
수지도 충분히 강하지만 수 백 년을 경계 안에서 전투를 겪으며 주인이 되었던 그녀에 비하면 경험이나 연륜에서 부족할 수밖에.
그나마 다행이라면 프리지아에게 막무가내로 쭈쭈바 신세를 면할 수 있다는 것.
그녀도 나도 서로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기에, 이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조심하는 그녀다.
사실, 프리지아에게 강제로 벗겨져 착정을 당하는 것도 나름의 쾌감이 있기는 하지만.
눈앞에 두 놈이 있는 이상 그런 꼴을 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치잇! 빨리 강해져야겠어.”
아무래도 나야말로 더욱 빨리 강해져야 할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긴 것 같다.
“우리 프리지아 삐진 거 아니지? 지금은 일이 있으니까 나중에 예뻐해 줄게~”
“몰라!”
“그럼, 안 예뻐해 줘도 돼?”
“누가 그렇다고 했어! 몇 번 예뻐해 줄 건데!”
“열 번~ 열 번 해 줄게.”
“음... 그렇다면 내가 조금 참아주도록 하지.”
“아이구~ 우리 프리지아 착하고 예쁘네.”
“그럼 쟤들하고 놀아. 난 훈련하러 갈 거야. 빨리 강해져야지~”
프리지아의 말에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미소를 머금고 입술에 키스해 준다.
쪽.
“그래그래~ 먼저 들어가 있어.”
“쟤는 왜 안 가는데?”
프리지아가 허공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검은 안개가 모여들더니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 내었다.
언제나 스토커처럼 내 옆에 은밀하게 붙어 있는 여자.
바로 리엔이다.
“나는 발정나지 않았으니 너 혼자 가라. 빨강머리.”
“뭐~야? 너 혼나고 싶어?”
“흥~”
“하~ 안 되겠다. 너는 좀 맞아야겠다.”
나는 눈에 쌍심지를 켜는 프리지아와 팔짱을 끼고 싸늘하게 프리지아를 바라보는 리엔의 중간으로 황급히 껴들며 둘을 막아섰다.
“너희 둘 다 경계로 가! 내가 말했지? 내 여자들끼리 싸우면 정말로 화낸다고!”
“쳇!”
“흥!”
아름다운 여인들이 내 여자라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고 뿌듯하기 그지없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녀들이 하나로 섞이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물로, 평범하지 않기에 한 남자를 공유하는 것이겠지만, 이 여자들이 부딪힌다면 작은 사로고 끝나지는 않는다.
지금이야 어떻게든 억제시키고 있었지만, 프리지아와 수지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아무래도 빠른 시일 안에 좋은 방법을 찾아봐야 할 듯했다.
“분명히 말했어. 서로 상처 입히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두 여자를 경계로 보내고는 그제야 깊은숨을 내뱉었다.
그러곤 묶여서 바닥에 대충 내던져져 있는 주무성과 주현성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제대로 먹지도 못 하는 상태로 한계치가 넘도록 경계 안에 있다 보니 정신조차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하루만 늦었어도 그대로 생명을 잃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참으로 안타까웠을 거다.
내 여자와 내 사람들의 피를 보게 한, 두 놈을 너무나도 쉽게 죽음으로 이르게 할 뻔했다.
“어이~ 쓰레기들~ 정신 차린 거 알고 있으니까 그만 일어들 나지?”
그 말에 분명히 움찍거리는 것을 봤거늘.
지금 상황이 두려운 것인지, 아니면 기절한 척 하던 것이 걸린 게 부끄러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놈은 눈을 꼭 감고 내 말에 어떤 대꾸도 하지 않았다.
“경계 안에서 제법 배불리 먹었나 봐?”
나는 그리 말하며 주머니에서 초코바를 꺼내 들고는 포장을 뜯었다.
그러자 초코바의 달콤한 냄새가 금세 공기 중으로 퍼져나간다.
보통 사람도 아닌, 초인이 초코바의 달콤한 향을 못 맡을 리가 없다.
저 둘은 기절한 척하고 있었지만, 이미 목숨이 위독할 정도로 영양실조를 겪고 있었다.
“흡!”
“흐...”
경계의 감옥 안에서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는 모른다.
어쩌면 마물들의 살점을 파먹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미이라처럼 말라비틀어진 몸과 회색에 가까워진 피부, 피부 위를 가로지르는 초록의 혈관은 그들이 결코 정상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저, 초인의 강력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을 뿐.
“순조롭게 협조를 해 준다면 이 걸 줄 용의가 있다만~”
죽어 가던 눈빛이 번쩍 뜨이며 두 쌍의 눈이 나를 향한다.
말라버려 더 이상은 나오지 않는 침샘을 자극했는지 부르튼 입가를 타고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초코바를 하나씩 입에 물려주고는 진수성찬과 목숨의 보장을 약속하며 원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크하하하하~ 이런 빌어 처먹을! 당분간 상황을 보면서 닥치고 있으라고!? 가문의 원로랑 내 자식이 실종이 되었는데?”
“진정하시오. 가주.”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우리가 일명보다 못하다는 겁니까? 무능한 정부 같으니라고! 일명의 말에 꼬리를 마는 꼬락서니 하고는!”
주무성과 주현성의 실종과 더불어 실험체를 잃었고, 사냥꾼 웹 또한 폐쇄가 되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 이런 굴욕은 겪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다.
그랬다면 이미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최대 지배자가 되었을 터이니 말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였다는 말인가.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저 음흉한 일명 놈들의 작업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정말로 이 자식들이...?”
그들이 지원하던 웨어울프들이 멸종했고, 버서커까지 건넨 웨어베어까지 멸종했다.
물론, 세력에 들지 않는 웨어울프나 웨어베어가 있기는 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세력을 가진 두 웨어비스트는 사라졌다 보는 것이 맞다.
두 웨어비스트를 지워 버린 것은 강일파라 짐작이 되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어디에도 없었다.
분명히 분쟁은 있었지만, 그날의 대웅빌딩에서는 그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 강일파라는 어둠의 조직이 눈에 들어온 이상 놈들이 연관이 되었든 되지 않았든, 거슬리면 치워 버리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일명측에서 막아선 것과 다름없다.
그저 조용해질 때까지 상황을 주시하자는 말이었지만.
이미 의심의 씨앗이 심어진 그에게는 그저 자신들의 치부를 숨기려는 수작으로 보일 따름이다.
“크흐흐~ 그렇게 그냥 둘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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