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6)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6)
마마가 다스리는 경계.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에게는 월성촌이라 불리며 일반인들은 월성촌의 존재 여부도 알지 못한다.
배일에 싸인 월성촌인데 그것도 보통 사람이, 보통 사람을 떠나서 그것도 성인의 남성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꽤 신기한 광경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이 곳에 한두 번 드나든 것이 아닌 듯 어색함은 볼 수 없었다.
“그렇게 되어 세상이 많이 소란스럽습니다. 대모님.”
남자의 보고를 들은 마마의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하고 떨렸다.
언제고 일어날 일이라 짐작했지만 불안의 그림자는 그녀의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다가온 것 같다.
“항상 고맙습니다. 이렇게 소식을 전해 주어서.”
“아닙니다. 대모님. 대모님의 은혜를 갚기에는 턱없이 모자랄 뿐입니다. 그저, 밖에 나가계시는 아가씨께서 휘말리실까 걱정이 앞설 따름입니다.”
“그 아이도 이제는 어른이에요.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마마가 월성촌이라 명명한 경계 안을 장악하고 세상에 발걸음을 내디뎠을 때, 그녀는 인간이 되기 위한 수행을 시작했다.
그 와중, 전쟁이나 횡액으로 부모 잃은 아이들을 거두어 성인이 될 때까지 보살펴 주던 것을 꾸준히 행하고 있었는데, 그 일은 천 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이루어졌다.
마마의 처지에서도 구미호들의 양기를 위해 인간남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던 터라 남아들의 양기는 월성촌의 유지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저 안에서 생활하며 은은한 양기를 뿜어 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었던 것.
막 경계의 전쟁이 끝날 당시, 좋지 않은 기억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그 당시의 순수하다 여겼던 어린아이는 그저 순수한 어린아이가 아니었을 뿐이다.
그렇게 월성촌에서 생활했던 남아들은 성인이 되기 전 월성촌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것은 혹시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월성촌의 기운과 마마의 기운에 영향을 받고, 자립까지 도움을 받은 이들은 자연스럽게 월성촌에 대한 충성심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나간 이들은 정기적으로 월성촌에 들려 마마에게 세상의 일을 보고 하였으며, 마마가 밖으로 나갔을 때, 스스로 손발이 되어 움직여 주었다.
지구에 몇 개의 경계가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칼라쿠니아가 만들어 놓은 경계들이 전부 같은 경계라 볼 수는 없었다.
마마가 주인인 경계는 밖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세상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는 강인한이 차지한 경계와는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칼라쿠니아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경계안에선 그야말로 신이라 불려도 모자람이 없도록 만들어 주었으니, 그야말로 경계 중에서도 특별하다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아이가 경계의 주인이 되었다지요?”
“확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아니에요. 저는 그대의 짐작이 확실하다 생각이 되는군요.”
그렇게 말하는 마마의 안광이 일순 번쩍하고 빛을 발한다.
강제로 이곳으로 이주되었던 당시의 상황이 머릿속을 지나쳐갔다.
그녀에게 주어졌던 미션이 아직도 잊어지지 않는다.
-나 칼라쿠니아 라울 그리드가 명한다. 이곳의 주인이 되어라.-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울리던 하나의 음성.
당시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았던 마마는 구미호들을 이끌고 경계의 주인이 되기 위한 싸움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그녀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결국은 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경계 안에 풀어진 수많은 마물들과, 서로가 주인이 되기 위한 수많은 종들의 공격은 살아남기 위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리고 마마는 최후의 승자가 되어 경계의 주인이 되었고, 월성촌이라 이름을 붙였고, 이곳 경계를 다스리게 되었다.
다만... 그녀가 지금까지 뼈저리게 후회하는 한 가지가 있다면.
‘록시...’
경계에 강제로 불려온 수많은 전투 종들과는 달리.
너무나도 작고 연약했던 아이.
마마는 피가 튀고 살점이 튀는 전장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한 아이를 외면하지 못했다.
비록, 살아남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구미호는 요괴와 영물의 경계에 서 있는 존재였다.
지독한 생존싸움에서도 마마는 인간이 되기를 바랐고.
그녀를 따르는 구미호들도 마마의 영향아래 인간을 꿈꾸고, 더 나아가 신선이 되기를 바랐다.
그런 그들에게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순수한 아이는 이 지옥 같은 경계 안에서 하나의 희망과도 같다 볼 수 있었다.
아이는 구미호들에게 지켜야 할 의미를 부여했고,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나의 과오로다...’
하나의 악이 구미호의 보살핌아래 무럭무럭 자라는 것도 모르고 마마는 아이에게 정성을 쏟았다.
그리고 모든 종들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이루고 경계의 시스템을 손에 쥐었을 때, 그녀는 자신들이 왜 이곳에 불려왔는지 얼핏 알 수 있게 되었다.
칼라쿠니아 라울 그리드는 말했다.
경계의 밖에는 진짜 세상이 있노라고.
그리고 이제는 경계의 주인이 되어 밖의 세상을 정복하여 정점에 서라 일렀다.
다른 경계의 주인과 인간들을 밟고 올라서라 말했다.
행성을 차지하기 위한 신들의 전장.
아니, 유흥을 즐기기 위한 신들의 놀이터.
-나에게 승리를 안겨 주어라. 그리하면 너와 네 종은 번영을 누릴 것이며, 네 종을 이끈 너는 신이 되어 이 행성을 다스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칼라쿠니아 라울 그리드 이외의 음성이 마마의 머릿속에 전해졌다.
[시스템 동기화를 시작합니다.]
[현재 당신의 권리는 임시관리자입니다.]
[모든 경계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적을 섬멸해야 합니다.]
이어서 칼라쿠니아 라울 그리드의 음성이 들어왔다.
-하나의 적이 남아 있구나. 마지막 남은 적을 처리하여라.-
그 말에서 마마는 마지막 남은 적이 누구인지 인지하였다.
이곳에 남은 것은 구미호들과 구미호들이 애지중지하는 한 아이.
시스템과 칼라쿠니아 라울 그리드는 그 아이를 적이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로... 록시가 적이라고? 록시는 그저 작은 아이일 뿐입니다!”
-하하하하하! 아이라고? 지금 아이라고 한 것이냐? 이곳에 아이는 없다. 여기에 불려온 그 모두가 적일뿐이다.-
“아니야! 록시는 달라! 록시를 죽일 수는 없어!”
발악을 하는 마마의 말에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차는 칼라쿠니아 라울 그리드.
-이런~ 어쩌면 최후의 승자가 바뀔 수도 있는 노릇이구나. 너의 강함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건만, 그 약한 마음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음이니. 이번은 이렇게 망치는 것인가... 아... 급한 일이라도 생긴 것인가...? 추후의 결과는 나중에 살피도록 하겠다. 판단은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하여라.-
“절대로 록시를 헤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것은 두고 보면 될 일이지. 부디, 다시 볼 수 있기를.-
그렇게 칼라쿠니아 라울 그리드는 무언가 일이라도 있는 듯, 더 이상 음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칼라쿠니아 라울 그리드라는 인물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왜 이런 일들을 자신들이 해야만 하는 걸까?
[당신은 신의게임에 참여중입니다.]
[게임의 승자가 되어 행성의 주인이 되십시오.]
게임이라니.
저자는 정말 신이라도 된다는 것일까?
신이라면 왜 이런 무의미한 전투를 하게 만드는 것일까?
[게임에 승자가 되십시오. 그것이 당신에게 주어진 사명입니다.]
“사명... 사명이라고... 이건... 이건... 그저 당신들이 즐기기 위한 놀이일 뿐이잖아!”
그렇게 고함을 쳐 보지만 들려오는 것은 시스템의 딱딱한 음성뿐이었다.
[마지막 적까지 섬멸하여 시스템의 주인이 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그리고 승리를 자축하기보단 축 처진 모습으로 동료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마마는 믿을 수 없는 현장을 목격하고 말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한 구미호들과.
해맑은 얼굴로 그런 구미호들과 살을 맞대고 뒹굴고 있는 한 아이였다.
구미호에게 양기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지만.
교미를 통해 직접 양기를 받게 된다면 요기를 주체하지 못해 인간이 되기 위한 수행을 그르치게 된다.
한 마디로 완전한 요괴로 변모하고 만다는 말이다.
그뿐이랴.
구미호와 교미를 한 수컷은 모든 양기를 빨리고 결국은 목숨을 잃게 된다.
“지금 뭐 하는 것입니까! 다... 당장 그만들 두지 못하겠습니까! 록시! 당장 떨어지거라!”
당장에 달려들어 짐승 같은 행위를 말리려던 마마는 일순 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연신 허리를 놀리며 돌아보는 록시의 음성에 순간 정신을 차릴 수 없던 탓이다.
“설화? 흐흐흐~ 이거 너무 좋다. 설화도 어서 와서 같이 하자.”
그리 말하는 록시의 표정은 마냥 해맑은 어린아이의 표정이 아니었다.
어딘가 모르게 징그러운 기분이 들었던 것은 착각인가?
마마의 눈이 작은 몸에 달린 록시의 양물로 향한다.
구미호들의 사타구니를 오가며 번들거리는 애액으로 범벅된 양물은, 마치 짧은 기둥에 주먹만 한 쇠구슬을 달아 놓은 모습이었다.
어린아이에게 달려있는 양물이라기엔 그야말로 괴상하고 흉측한 물건이다.
흠칫.
그제야 마마는 주변을 정확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비쩍 말라 널브러져 있는 구미호들의 얼굴은 비척해진 몸과는 달리 쾌감에 찌든 얼굴들이다.
바닥을 기어 록시의 양물 앞까지 기어간 구미호 하나가 흉기와 같은 양물을 잡고는 입에 가득 넣어 빨았다.
쭈웁. 쭙. 쭈압.
정액과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양물을 아랑곳하지 않고 입으로 빨아대는 그 모습을 보며 마마는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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