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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80화 (280/297)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7)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7)

“하으... 아... 아... 넣어 줘...”

바닥에 널브러진 구미호들은 연신 중얼거리며 록시의 양물을 갈구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

록시는 마마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자신의 양물을 붙잡고 빨고 있는 구미호를 눕히고는 흉물스러운 양물을 가랑이 사이로 밀어 넣었다.

그 모습은 절대로 순수한 아이가 할 법한 일이 아니었다.

“아아... 너무... 너무 좋아... 계속해 줘...”

“설화. 어서 이리 와. 내가 행복하게 해 줄게.”

록시의 마성에 젖은 음성이 그녀의 귀를 통해 들어오며 심장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거부할 수 없을 것 같은 욕구가 그녀의 몸을 뜨겁게 데운다.

심장이 뛰고 아랫도리가 저릿하게 느껴지는 경험은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유혹적이다.

“흐윽...”

한순간 정신 줄을 놓을 뻔했던 마마는 기운을 끌어올리며 알 수 없는 기운에 대항했다.

그녀의 본능이 이대로 이것을 받아들인다면 크게 경을 칠 것이라 경고하고 있었다.

“으드득... 설화... 거부하지 마!”

그런 마마를 향해 적대적인 눈빛을 보낸 록시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록시! 그만둬! 지금 뭐하는 짓이야!”

어찌하여 귀엽고 순수하던 록시가 저렇게 변했던가.

그런 마마의 머릿속에 칼라쿠니아 라울 그리드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하하하하하! 아이라고? 지금 아이라고 한 것이냐? 이곳에 아이는 없다. 여기에 불려온 그 모두가 적일뿐이다.-

적이라는 그 단어.

그 말이 진실이라도 되는 듯, 구미호를 몸 아래 깔고 열심히 허리를 흔드는 록시의 모습은 더 이상 어린아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록시가 허리를 흔들 때마다 점점 수척해지는 구미호의 모습.

그와는 반대로 록시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그 크기를 불려가고 있다.

‘아... 안 돼...’

벌써 까마득한 시간이 흐른 뒤지만,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로 인해 요괴도 되지 못하고 목숨을 잃게 된 구미호가 백이 넘는다.

거기에 더해 목숨을 잃지 않고 요기를 풀풀 풍기며 광기에 휩싸인 동료를 제 손으로 쳐 죽여야만 했다.

순수한 어린아이로 위장을 하고 자신들의 품에 숨어들었던 지독한 종족.

후에 시스템을 통해 알게 된 그 종족의 이름은.

정염귀.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전장에 홀로 있던 이유는.

자기 종족까지 전부 잡아먹었기에 함께 할 이가 없었던 것이었다.

이 어찌 더럽고 추악한 종족이란 말인가.

후에 시스템의 완전한 주인이 되어 알게 되었지만, 그동안의 정으로 인해 독한 손속을 내보이지 못했던 마마는.

결국, 록시를 놓치게 되었고.

록시가 경계를 빠져나가게 되면서 주인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고,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크하하하하~ 설화~ 너를 배아래 깔았다면 단숨에 탈피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나 안타깝다~ 하지만 언제고 너를 내 아래 깔아주도록 할게~-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는 고민도 없이 등을 돌리던 록시의 모습.

‘그때, 내가 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면...’

결국에는 정염귀를 잡아 족칠 수 있었을 것이다.

“후우...”

옛 기억을 떠올리던 마마는 한숨을 크게 내뱉고는 사내를 향해 말했다.

“외출을 해야겠군요.”

그리 말한 마마가 조용히 몸을 일으키던 와중.

갑자기 그녀의 몸이 굳어지기라도 한 듯 멈춰졌다.

[중지 되었던 시스템이 가동되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시스템이 대부분이 중지되었다 일러오던 시스템.

그런 시스템이 스스로 먼저 작동을 시작한 것이다.

삐비빅.

[경계의 주인 구미호 설화님은 모든 적을 섬멸하지 못하였습니다.]

삐비빅.

[시스템에 극심한 오류가 발견되었습니다.]

삐비빅.

[시스템에 치명적인 손상이 생깁니다.]

[돌발적인 미션이 구미호 설화님에게 주어집니다.]

삐빅. 삐빅. 삐빅. 삐빅.

머릿속을 울리는 아찔한 경고음.

[시스템이 손상으로 인한 돌발 미션을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서... 설... 설화님... 부... 디... 치지직... 치직...]

시스템의 말은 끝내 잡음과 함께 그녀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망치로 머리를 두드려 맞는 듯한 엄청난 충격과 함께 마마의 신형이 무너져 내렸다.

이를 본 사내가 갑자기 쓰러지는 마마를 보며 경악했다.

“대... 대모님!”

사내의 고함 소리에 구미호들이 황급히 마마의 거처로 들이닥친다.

월성촌에서 이런 고함이 오갈 일은 없었기에 구미호들의 반응 또한 경악과 놀람으로 물들었다.

“이게... 무슨 일이냐!”

“저... 저는... 대모님께서 커흐윽!”

사내가 한 구미호에게 멱살을 붙들리며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경아! 그만해! 그가 마마를 어찌 했을 리가 없잖아!”

“이 안에는 이놈밖에 없었다고!”

“그는 월성촌에 충성을 맹세한 이라고! 무작정 다그치기보다 이야기를 들어봐야 해!”

“으으윽! 젠장!”

경이라 불린 구미호가 쥐고 있던 사내의 멱살을 풀어 주자, 그는 크게 기침하며 놀란 가슴을 다독였다.

“쿨럭, 쿨럭, 컥, 하아... 하아...”

“이보게.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정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가?”

경이란 구미호를 말려 준 구미호의 물음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마마에게 했던 보고부터 해서, 마마가 갑자기 쓰러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드드드드드.

사내의 이야기가 끝날 쯤.

경계 안에 미세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월성촌에 지진이 일어나는 거야!?”

“마마께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해!”

“어... 어떻게 해야 하지?”

“설마, 월성촌이 무너지는 건 아니겠지?”

경이라는 구미호가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쩌저저저적.

경계안의 하늘에 미세한 실금이 생겨난다.

“겨... 경계에 금이 가고 있어!”

“경! 진정해! 일단... 일단... 아... 아가씨와 이야기해 봐야 해.”

“하지만 어떻게...?”

구미호들이 허둥대며 갈피를 잡지 못하자 사내가 뛰쳐나오며 외쳤다.

“제가, 제가 아가씨께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대모님을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마마를 보호하는 건 당연한 거야! 너 같은 성인사내에게 맡길 거로 생각했어?”

“경아. 저분은 그저 우리를 돕기 위한 것인데 너무 과민반응은 하지 마.”

“흥! 인간은 믿을 수가 없다고!”

경의 모멸 찬 발언에도 사내는 개의치 않는 듯 공손하게 말했다.

“대모님은 저에게 부모와도 같습니다. 알리는 것은 경계를 벗어나 전화해 보면 될 일이니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

울먹이는 수지를 달래주며 그녀와 함께 월성촌이 있는 강원도로 향했다.

마마가 쓰러지다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수지는 물론, 나조차 놀랄 정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그렇게 월성촌의 경계에 도착한 나와 수지는 안절부절 못 하는 한 사내를 따라 활짝 열린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섰다.

사내는 입구까지 우리를 안내해주고는 밖에서 대기를 했는데, 입구가 열려 있더라도 밖에서 생활하는 자신이 안으로 들어서는 것은 금지된 사항이라 말했다.

이 전에는 밖에서만 맴돌았을 뿐, 이곳에 발을 디디진 못했는데 이런 식으로 발을 디디게 될 줄은 몰랐다.

안으로 들어서자 수많은 구미호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대부분은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었는데, 전부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들이라 절로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보며 누군가는 적의를, 누군가는 호기심을 보이는 것이, 구미호도 각자 성향과 성격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가씨! 흑흑흑~ 마마께서... 마마께서... 그런데... 이 인간은?”

“일단, 마마가 있는 곳으로 가요.”

“하지만... 인간은 함께 가실 수 없어요.”

“괜찮아요. 이분은 제 서방님이세요.”

“이런... 인간이? 이렇게 잘생긴 인간은 문제를 일으킬 거예요.”

잘생긴 인간?

유독 수지는 나를 잘생겼다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내 자신도 나 자신에게 자신은 있지만.

솔직히 저렇게 대놓고 말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것은 수지를 제외한 내 여자들의 반응으로도 알 수 있었다.

‘나는 구미호한테 통하는 미남인 건가?’

“정말, 괜찮다고요! 어서 마마에게 가도록해요! 우리 서방님은 마마도 인정해 줬다고요. 그리고 마마처럼 경계의 주인이기도하고요.”

“네? 겨... 경계의 주인... 휴우... 아가씨가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신다면...”

“미화! 아무리 아가씨라도 인간을 이 안에 들인 건 잘못된 거야!”

“경! 방금 아가씨 이야기 못 들었어? 아가씨의 서방님이시라잖아. 마마께서도 인정한! 그리고 경계의 주인이기까지 하고.”

그녀들이 경계의 주인이 뜻하는 바를 정확히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마마와 동격의 존재이겠거니 생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모르겠다.

“미화, 경. 지금은 마마께 가는 것이 우선이에요. 어쩌면 서방님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수지의 말을 믿는 눈치는 아니지만, 고개를 홱 돌리면서도 방도가 있을 수 있다는 말에 떨떠름하게 답했다.

“칫... 알겠어요.”

그렇게 나와 수지는 경과 미화라는 구미호의 뒤를 따라 마마가 누워 있는 침실로 들어섰다.

-역시, 그것은 주인의 위기로 경계에 금이 가며 뿜어내던 파장인 것이다.-

나도 경계의 주인이기 때문이었을까?

마마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기 직전 심상치 않은 파장을 느꼈더랬다.

규칙은 경계마다 동일할 수는 없지만, 이런 파장은 대부분 경계의 주인에게 일이 벌어졌을 때 생기는 현상이라 했다.

그리고 결국은 경계가 터져 버릴 것이라고.

‘나도 일이 생기면 이럴 수 있다는 거지?’

-흠... 그것은 아닐 것이다.-

‘왜?’

-사실, 네가 주인인 경계는 위대한 나 칼라쿠니아 노히르드 다스리다 마엔님도 쉽게 만들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 말은 저도 만들 수 있다는 말로 들리지만, 이제는 마엔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마엔은 위대하다는 자신의 말과는 달리, 아직은 어린 칼라쿠니아라는 것.

하지만 나는 그 생각을 다른 생각으로 덮으며 마엔에게 걸리지 않도록 신경 썼다.

어린아이라는 생각이 전해지면 분명 발끈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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