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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81화 (281/297)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8)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8)

다소곳이 누워 있는 마마.

상상도 못 할 만큼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다.

수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외형.

수지도 작은 키는 아니지만 마마는 서양의 모델이상으로 늘씬한 몸을 지니고 있었다.

봉긋이 솟은 젖가슴이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한다.

수지처럼 폭발적인 가슴은 아니지만, 작다고는 할 수 없는 크기.

길게 뻗은 다리는 늘씬함과 더불어 적당한 두께로 절로 시선이 갔다.

상상 속의 여신이 긴 잠에 빠진 듯 고고하기까지 한 자태다.

꿀꺽.

몸을 전부 가리는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은은하게 비치는 덕에 초인이라 할 수 있는 나는 그 안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서일까?

경이라는 구미호가 도끼눈이 되어 나를 흘긴다.

‘저년은 왜 나한테 지랄이야? 쯧.’

월성촌에 들어서며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구미호들은 충분히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

그 한 명 한 명이 밖에 나가면 누구라도 눈이 돌아버릴 정도로.

하지만 그 정도로는 마마에게 비견될 수 없었다.

마마에게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구미호에서 수행을 통해 격을 넘어 버린 존재.

인간이 되기 위한 수행이었지만, 그것은 격을 뛰어넘는 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 되었다.

“흑... 마마... 정신 차려 보세요. 마마... 서방님... 마마가 정신을 차릴 수 있겠지요...?”

마마를 살펴보던 수지가 눈물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솔직히 나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에 대해 몰랐다.

그저 마엔을 믿고 있었을 따름이다.

-역시 내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다. 후후훗~-

‘그래, 마엔아. 그러니까 어서 빨리 방법을 내 놓으라고.’

-내가 쭉 살펴본 것이다. 그 결과, 일단은 너의 경계로 데려가 저 구미호와 네 정신을 연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신을 연결한다고?’

-그렇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저 구미호는 자신의 심상 속에 빠져 어떠한 것을 겪는 모양인 것이다. 그곳에서 데리고 나오지 않는다면 영원히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 구할 가능성은 있다는 말이야?’

-네가 하기에 달린 것이다. 어쩌면 너마저 그 안에 갇혀 나오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헉...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당연한 것을 묻는 것이다. 그것은 곧 죽음이라는 것이다.-

‘이런 젠장... 그 말은 내가 마마의 심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지? 그리고 들어가서 갇히게 되면 나도 죽을 수 있다는 말이고.’

이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아무리 수지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녀의 엄마를 위해 내 목숨을 내 놓는 것이 옳은 일일까?

내 여자들을 내 자신보다 사랑 한다 자부하지만 그녀들을 두고 죽는 것만은 정말이지 사양하고 싶다.

혼란스러운 눈으로 울먹이며 내 품에 안겨 있는 수지의 눈망울이 들어온다.

‘하아... 씨발... 미치겠네...’

“흐윽... 서방님... 서방님도 불가능하신 건가요... 흑흑흑...”

“흥! 그럼 그렇지. 저런 얼굴만 멀쩡한 인간이 뭘 할 수 있겠어?”

“겨... 경! 아가씨의 서방님께 그런 말은...”

“서방님은 무슨!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저 표정 못 봤어? 고민하고 있잖아? 아가씨의 마마를 두고 말이야?”

‘헉... 예리한 년.’

나는 경이라는 구미호의 눈썰미에 헛바람을 들이켰다.

그리고 울먹이는 수지의 눈동자를 바라보자 괜한 죄책감에 빠져든다.

흑곰파와의 싸움도 끝난 것이 얼마 안 되었고, 삼영 놈들이 조용하다고는 하지만 경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참으로 복잡하기 그지없다.

-깔깔깔~ 눈치가 빠른 구미호인 것이다.-

‘너는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면서 웃을 일이야?’

-어차피 시련은 겪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네가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나에게도 모... 으음... 아닌 것이다. 어찌 되었든 나는 이것을 하기를 추천하는 것이다.-

중간에 무언가 말하다 말을 돌린 것 같은 어감이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경계로 데리고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일단, 네 경계의 기운과 섞이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대략 그 안에서 30일 정도 숙성을 시키면... 가능할 것이다.-

‘숙성? 무슨 음식도 아니고.’

-너에게 아름답고 음기가 강한 여자는 전부 음식인 것이다. 저 마마라는 구미호의 음기는 너무나도 대단한 것이다.-

‘내가 아무리 여자를 밝힌다고 해도 음식으로 생각한 적은 없다.’

-푸흐흐흣. 그럼 아닌 것으로 하는 것이다. 어디 두고 보는 것이다. 푸흐흐흐~-

마엔의 저 웃음소리가 상당히 거슬렸지만.

결국은 마마를 구하기 위해 움직여야 할 것 같다.

그녀의 말대로 내가 강해질 수 있는 계기이기도하고.

가장 큰 것은, 수지의 눈물진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여자를 사랑하려면, 그녀가 사랑하는 가족까지 보듬어 주어야 남자 아니겠는가.

“수지야. 방법은 있어. 일단, 내 경계 안에 마마를 데려다 놓아야 할 것 같아. 우선은 그곳에서 기운을 동화시켜야 해. 현실에서 3일. 경계에서는 30일이 되겠네.”

“저... 정말요?”

“응.”

그 말에 역시나 아니꼽게 바라보는 경이라는 구미호가 시비를 걸어온다.

“흥! 마마를 데려가서 뭘 하려고 하는 거야? 나는 절대 찬성할 수 없어.”

“경. 우리 서방님은 절대로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하... 우리 아가씨는 너무 순진해요. 아가씨의 서방님이라는 분이 마마를 음흉하게 바라보는 걸 내가 봤거든요?”

“네? 서방님이 그럴 리 없어요! 경은 정말 나빠요. 흑... 우리 서방님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데... 서방님, 정말 그러신 거 아니잖아요? 그렇죠, 서방님?”

수지의 물음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수지의 엄마를 살리기 위해 살펴본 것뿐이야.”

“저는 저렇게 잘생긴 남자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요!”

‘아... 씨발년. 눈은 제대로 달린 년이, 왜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마마를 데려간다면 나도 따라가서 저 자를 감시하도록 하겠어요.”

“하지만 경!”

“경!”

그 말에 수지와 미화라는 구미호가 동시에 외쳤다.

“그건 안 될 말이야. 전에도 세상에 나갔다가 크게 일을 당할 뻔했잖아!”

“미화, 내가 두 번이나 그런 일을 당할 것 같아? 나도 이제는 수행의 끝에 다 와 간다고. 너무 어리게만 보지 마.”

“하지만...”

“아가씨도 나가서 아무 일 없었잖아.”

“너도 알잖아. 아가씨는 특별하다는 걸.”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수지가 특별하기는 하지만 그건 나와의 관계 때문이라고.

“흥! 이제는 양기의 유혹 따위는 아무렇지 않다니까? 이미 내 수행은 정점에 달했어. 봐봐.”

그러곤 자신의 기운을 발산하며 턱을 치켜든다.

“경... 대... 대단해. 나도 그 나이에 그 정도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는데.”

“그러면 이제 감시자로 나서도 되는 거지?”

“하지만 마마의 허락을 받을 수가 없잖아?”

“휴우... 미화. 지금은 비상 상황이라고. 이럴 때는 어쩔 수 없는 거야. 안 그래요 아가씨?”

“네? 아... 네... 그렇긴 한데...”

그런 경을 보며 미화가 결심이라도 한 듯 주먹을 불끈 쥔다.

“그... 그러면 나도 감시하러 가야겠어요. 괜찮죠, 아가씨? 저와 경이 함께 나가는 거요.”

그런 두 구미호의 물음에 수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마마의 일을 처리하고 막 경계를 빠져나오자, 나대명이 만남을 요청했다.

영역을 넓히고 있기에 깡패들과의 마찰은 있었지만 딱히 불법을 저지르는 일은 없다.

그런데...

“경찰이 들쑤신다고요?”

“그렇습니다.”

“딱히 트집 잡힐만한 일은 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나와 나대명의 대화를 듣던 정욱아저씨가 말했다.

“삼영의 비서와 경찰간부들의 만남이 잦더군.”

“흐음...”

직접 움직이는 것에 제약을 당하다 보니 이제는 공권력을 이용해 괴롭히려는 모양이었다.

“피해가 어느 정도입니까?”

“일단, 2차가게는 전부 가동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 정도면 생각보다 손해가 크다 볼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 대한민국에서 2차 룸살롱이 없어진다?

사실,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불법에 걸쳐져 있기는 하지만 암묵적으로 이렇게까지 제제를 가하지는 않는다.

“생각하는 방법은 있습니까?”

그 말에 나대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새는 여자들이 쉽게 몸을 팔려고 하지 않습니다. 언제부턴가 퍼블릭 룸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룸살롱아가씨보다 티시도 더 벌 수 있고, 시간마다 연장이 되기에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하고 몸을 섞을 필요도 없지요. 그러다 보니 반반한 여성들은 점점 퍼블릭 룸으로 모이는 추세입니다.”

“호오~ 그런데 손님들이 있어요?”

“뭐, 남자들이란 것이 먹을 수 없다는 것에 더 목을 매기도 하죠. 그리고 아가씨들도 꼭 관계를 갖지 않는 건 아닙니다. 지정을 잡으려면 적당 선에서 스스로 타협을 합니다. 돈이 된다 싶으면 관리 차 한 번씩 알아서 성 접대를 하죠. 물론, 가게 측에선 그런 것에 일절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불법으로 걸릴 일도 없는 것이고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2차 업소들을 전부 퍼블릭 룸으로 전환하겠다는 건가요?”

“아닙니다. 아무리 그래도 2차 업소는 필요합니다. 다만, 우리가 직접 발을 담그지는 않겠다는 말입니다. 우리 강일파가 서울최고의 조직이 되었고, 지방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지만, 모든 조직을 다스리기는 힘듭니다. 그러니 그런 2차 업소들은 밑의 조직들에게 관리를 맡기고 적당한 선에서 먹고 살 길을 열어 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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