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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82화 (282/297)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9)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9)

나대명의 말이 맞다.

아무리 짓밟아도 끈질긴 잡초처럼 생겨나는 것이 조폭이다.

그들에게 어느 정도 먹거리를 나누어 주고 적당히 구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 쪽에서는 상납금만 받아도 적지 않은 돈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불법도 불법 나름이지 마약이나, 장기매매, 납치, 살인교사 등은 철저하게 배재할 생각이었다.

그런 부분은 철저하게 도려낼 것을 이야기했다.

이에 정욱아저씨는 기특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대명 또한 당연하다는 듯 그 말에 동조했다.

“그런데 2차 업소보다 퍼블릭이 확실히 잘되겠습니까?”

“확실히 됩니다. 요즘 들어 아가씨들 사이즈를 보면 확실히 퍼블릭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예쁜 아가씨들하고 놀고 싶으면 퍼블릭을 찾아야 한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물론, 당장에 물을 빼고 싶은 남자들은 2차 업소나 불법마사지, 풀살롱등을 찾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하죠. 그리고 아저씨, 삼영에서 접촉한 간부들 인적 사항 좀 부탁드립니다.”

“인적 사항? 혹시 네가 직접 손을 쓰려는 것이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정욱아저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으음... 내가 한 번 처리해 보도록 하마.”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저씨까지 나설 필요는 없어요. 은밀하게 처리할 자신도 있고요.”

아저씨도 자신보다 내가 나서는 것이 더 나을 거라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저리 말하는 것은 그저 자식 같은 나에 대한 걱정일 것이다.

“공권력을 상대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알아요. 하지만 저들은 공권력을 잘 이용하고 있죠. 제대로 나서지 않는다면 언제고 계속해서 꼬리를 잡으려 들 거예요. 이참에 무서운 것이 초인가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줘야죠.”

“그럼, 나도 돕도록 하겠다.”

“일단, 제가 먼저 살펴보고 혼자서 힘들겠다 싶으면 아저씨께 도움을 요청할게요.”

아저씨는 어떻게 해서든 나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모양이다.

그 마음은 충분히 와 닿지만, 지금의 내 능력으로는 혼자서도 가능한 일이다.

“흐음...”

“걱정하지마시라니까요. 그보다 우리 힘을 기르는데 더 도움을 주세요. 삼영이 언제까지 이대로 있지만은 않을 것 같으니까요.”

“네 생각이 그렇다면, 알겠다.”

***

강남과 이태원, 서울의 유흥이 자리한 대부분이 우리의 영역이 되었다.

클럽으로 시작해서 유흥업소는 물론이고, 주류까지 꽉 잡음으로서 강일파는 강북을 잡고 있을 때보다 몇 배는 커다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DJ,SOO와 DJ.승아를 시작으로 한 매니지먼트 사업 또한 순조롭게 확장을 하는 중이다.

후발주자로 수지를 비롯해서 차근차근 비제이 들을 영입하는 중이었다.

솔직한 말로 이제는 돈으로 어디 가서 꿀릴 일은 없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우선은 당장에 우리를 괴롭히는 경찰부터 시작해볼까?”

나는 정욱아저씨가 건네준 인명부에서 서울경찰청장의 자료를 살펴보았다.

경무관 치안감등 몇몇의 자료가 있었지만, 가장 높은 놈을 조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법이다.

“경찰청장이 돈을 잘 버나 보네? 강남하고 연희동에 아파트하고 저택이 있다라.”

경찰청장의 월급만으로는 불가능한 일 일터다.

그에 대해 조사된 자료를 보니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경찰의 고위간부에 오르기 위해 수많은 불법을 저질렀다는 말과 같다.

참으로 부조리한 세상.

세상의 이면을 알게 되고 힘을 손에 쥐면서 목숨이 오가는 상황을 수없이 직면했다.

막상 그때에는 두려움이 일어 이 힘이 원망스럽기까지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 힘이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살아갔다면 평생을 제대로 된 직장도 갖지 못한 채 알바나 전전하는 흙수저의 삶을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그저 세상의 부조리를 한탄하며 그저 그렇게 늙어가는 평범한 삶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많은 위기 상황이 있었고, 앞으로 얼마나 큰 위기가 닥칠지는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내 여인들이 곁에 있었고.

나를 믿어 주는 든든한 사람들이 곁에 있다.

기억이 돌아오고 난 후, 복수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복수만큼이나 중요한 이들이 내 곁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라도 벌일 각오가 되어 있다.

그것이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경찰청장을 협박하는 일이라도 말이다.

“청장은 퇴근 후 대부분을 연희동 저택에 머문다지?”

나에겐 저택이 아파트보다 침투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아무래도 아파트는 콘크리트 벽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몸을 숨기기도 어렵고 소란을 완전히 숨기기도 어렵다.

고가 저택의 경우 방음에도 신경을 많이 쓰기에 웬만한 소란으로는 소리가 세어나가는 일도 없다.

“자녀들은 학교 근처에 따로 살고 있고, 아침에 가정부가 출근을 하는군.”

마누라만 기절시키고 적당히 협박을 얹어 강일파의 압박에서 손을 떼게 만들면 될 것 같았다.

말을 안 듣는다면 무력이 행사되는 것은 당연한 법.

만약에 이를 어길 시에는 극단적인 방법을 쓸 수밖에.

마스크를 쓰고 야구모자까지 쓴 후, 후드까지 푹 뒤집어썼다.

누군가가 본다면 충분히 수상할 차림세.

적당히 CCTV를 피해 가며 연희동의 저택에 도착 후, 높다란 담을 올려다봤다.

경비를 서는 이는 없지만 저택의 담 곳곳에 설치된 CCTV들이 눈에 들어왔다.

멀찍이서 뇌기를 발산해 CCTV에 조준한다.

파지직.

퍼석. 퍼석.

전부를 먹통으로 만들 필요는 없고, 내가 들어가는 동선만 확보하면 되었다.

이 짓도 처음이 아니다 보니 전보다 훨씬 수월했다.

거기에 더해 그때 당시보다 능력적으로도 큰 발전을 이루었고 말이다.

타앗.

휘익.

가볍게 땅을 박차 담 위로 오른 후, 담 안의 저택을 한차례 쓸어 봤다.

‘좋네. 그런데 잔디랑 조경을 관리하는 건 쉽지 않겠는 걸? 아~ 사람을 고용하면 되는구나!’

부자의 삶을 살아 본적이 없으니 모든 것을 내 손으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본능적으로 느껴버렸다.

‘아니면 조직원들을 시켜도 될 일이고. 저택을 지어서 살면 좋아하려나?’

어찌 되었든 그것은 나중의 일.

지금은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오늘 경찰청장을 보고 한 군데 더 들릴 곳이 있으니 말이다.

***

지옥.

삼영가에서 태어난 건 지옥이었다.

남들이 말하는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몬드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막상 일반인들도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없었다.

일반인들에 비해 너무나도 긴 수명과 젊음.

그러다 보니 그들은 대외적으로 얼굴을 드러내기가 힘들었다.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는 삶을 살아야만 하는 것이 숙명이라면 숙명이었다.

그나마 남아로 태어난다면 숨겨질지언정 모든 자유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겪어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여아로 태어난다면 그만큼 불행한 것도 없다.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은 그 무엇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었지만.

남자와는 달리 사랑이라는 사치를 꿈꾸기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초인과의 결합으로 자녀를 본다면, 어느 정도 자유를 보장해 준다지만, 남편의 성향에 따라 이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삼영가의 여인 중에서도 주선우는 초인도 되지 못한 반푼이들보다 더 한 지옥에서 살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허공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움직이지 않는 인형과 닮아 있었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가기라도 한 것 같은 모습.

“선우야~ 이제 스스로 벌려서 아빠에게 보여주겠니?”

더럽고 역겨웠다.

저 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

첫 생리를 시작한 이후부터 시작된 처녀막 검사.

검사를 핑계로 성인이 된 지금까지.

아니, 결혼한 지금까지 직접 자기 눈으로 은밀한 부위를 검사해 오고 있었다.

결혼한 현재 검사를 하는 이유라 한다면.

자신의 남편인 주현성과 첫 관계를 가졌는가에 대한 검사였다.

친아버지 앞에서 상의를 제외한 하의가 전부 벗겨져 있음에도 그녀의 눈은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그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다리를 벌리고 비부를 양손으로 벌렸다.

늘씬하고 새하얀 허벅지 사이로 뽀송한 비부가 양옆으로 벌어지며 붉은 속살을 드러냈다.

아직 한 번의 관계도 하지 못한 처녀의 비부는 활짝 핀 장미처럼 아름다웠다.

만개한 장미를 바라보며 주주성이 벌어진 다리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후우웁~”

냄새를 맡듯 한껏 숨을 들이켜는 그의 눈은 딸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그의 눈 속에는 친딸을 향한 더러운 욕망이 꿈틀대고 있었다.

“여전히 예쁘구나. 네가 벌려서는 잘 보이지 않으니 아빠가 벌려서 확인해 봐야겠다.”

흠칫.

주주성의 손이 비부를 스치자 처음으로 주선우의 몸이 반응을 보였다.

‘죽어 버리고 싶어... 아니, 삼영가 인간 전부를 죽여 버리고 싶어!’

인형과 같던 눈동자가 감정을 갖고 일그러진다.

그녀의 눈 속에 담긴 감정은 절망과 분노 살의가 복잡하게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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