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10)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10)
경찰의 고위간부라 해도 재벌은 아니기에.
집을 지키는 경비인력이 있을 턱이 없다.
아무리 비리를 저지르고 그로 인해 돈을 박박 긁어모았다 해도, 결국은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공부원에 불과하다.
그만큼 경비인력을 자택에 배치시키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들기 때문이다.
고로 이 집을 지키고 있는 것은 CCTV와 방범업체의 출동서비스가 다일뿐이다.
보통이라면 이 정도로도 충분히 대비가 되었다 볼 수 있지만.
침입하려는 이가 나 같은 초인이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물론, 경비인력이 상주하고 있다 해도 거칠 것은 없지만 말이다.
저택으로 스며든 나는 경찰청장인 오지욱이 자는 방을 찾아냈다.
나이들이 있어서인지 부부가 같은 침실을 쓰고 있지는 않았다.
일단, 아내가 잠든 곳으로 침투해 뇌기를 이용해 확실하게 기절을 시켜 놓았다.
파지직.
부르르.
뇌기가 관통되자 한 차례 몸을 떨어 대고는 이내 축하고 늘어지는 오지욱의 와이프.
확실하게 기절한 것을 확인한 후, 오지욱이 자는 방으로 향했다.
드르렁. 드르렁. 드르렁.
하는 일이라곤 비리나 저지르는 경찰청장 주제에 뭐가 그리 피곤한지 귀가 아플 정도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나는 그런 오지욱의 뺨을 손으로 후려쳤다.
짜악.
“아악! 뭐! 뭐야!”
자다가 봉변을 당한 오지욱이 안면에서 느껴진 충격에 벌떡 하고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나는 의자를 끌어당겨 와 앉으며 그런 오지욱을 바라본다.
두리번거리던 오지욱이 이내 나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며 대경실색했다.
“누... 누구냐!”
자신의 안방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는 것은 필시 좋은 뜻은 아닐 터.
오지욱의 음성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음에도 경찰청장을 꽁으로 달지는 않았다는 듯 살벌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강남경찰청장 오지욱 맞나?”
오지욱은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쓸고는 숨을 크게 내뱉으며 숨을 골랐다.
“누가 시켰나.”
잠깐 사이에 마음을 진정시킨 듯 차분한 음성이 들려오고.
나는 그런 오지욱을 바라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큭~ 그동안 지은 죄가 많나봐?”
“여기까지 들어왔다면 내가 누군지는 알 것이고. 나를 깨워서 이야기를 나누려는 것을 보면,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말이겠지?”
오지욱은 비리로 부를 쌓은 경찰청장인 만큼 그 눈치도 상당히 빠른 듯했다.
물론, 내가 제시하려는 것은 협상이 아닌 그저 협박이겠지만.
“삼영과의 거래.”
그 말에 평정심을 유지하려던 오지욱의 얼굴에 금이 갔다.
“사... 삼영?”
“그래. 삼영과의 거래를 끊어라.”
“뭐... 뭐라고! 네놈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 있는 거냐!?”
오지욱의 반응으로 보아, 그는 삼영의 힘이 그저 재벌이라는 것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큭큭큭~ 무조건 거래를 끊으라하면 죽으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이니 정정해주지. 삼영과 그대로 쭉 거래를 하는 건 상관없는데, 강일파를 파고드는 건 그만해줬으면 좋겠어서 말이지.”
“다... 당신 강일파와 연관 된 건가?”
“그건 알 필요 없고. 당신은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돼.”
“경찰에서 강일파에 대한 것을 손 놓는다 해도 삼영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은가?”
“당신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니까? 이 세상에 초인집단이 삼영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 말에 오지욱이 몸을 떨며 경악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 그 말은...?”
“대충 알아들은 것 같으니 답을 들어야겠는데? 우리는 삼영처럼 신사적으로 말로만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
오지욱은 눈앞의 마스크 사내를 보며 머리를 굴렸다.
강일파와 연관이 있어 보이는 사내.
문제는 사내가 들먹인 것이 삼영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삼영에서 강일파를 들쑤시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해 왔고.
삼영이라는 거대재벌 초인집단이 한낱 폭력조직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으레 그래 왔듯 치솟는 호기심은 가슴속 깊이 묻어 버리고 삼영의 부탁을 실행해주었다.
그리고 불청객의 방문을 받은 지금.
한낱 폭력조직이 사실은 삼영과 같은 초인집단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 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게 생긴 상황이 아닌가?
그나마 삼영이라면 대외적으로 재벌기업을 표방하고 있기에 말이라도 통하겠지만.
폭력조직인 강일파라는 초인집단은 한눈에 보기에도 말이 통하는 곳이 아닌 듯했다.
삼영의 부탁으로 강일파를 들쑤시자마자 이렇게 방문을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씨발... 개 같은 일에 휘말렸어.’
“그... 그럼, 강일파의 수사를 멈춰주기만 하면 되는 건가?”
“그래.”
‘젠장. 삼영에는 뭐라고 하냔 말이다. 이 사실을 솔직하게 말하고 도움을 구해 볼까?’
오지욱은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마스크 사내의 표정을 관찰했다.
하지만 어두운 방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모자까지 푹 눌러쓴 이의 표정은 도저히 알 도리가 없었다.
다만, 자신을 꿰뚫듯 바라보는 두 개의 눈동자가 절로 식은땀을 흐르게 만들었다.
‘씨발... 일단은 알았다고 하자. 그리고 바로 삼영에 알려야겠다.’
“조... 좋다. 당장 강일파를 조사하는 건 멈추도록 하지.”
“크흐흐~”
오지욱의 말에 비웃듯 낮게 웃는 마스크사내.
그의 웃음에 오지욱의 등은 더욱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거짓말이네? 흠... 웬만해서 말로만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일단 맞고 시작하자.”
“뭐... 뭐라고? 내가 무슨 거짓말했다고 하는 건가! 지... 지금 당장 전화해서... 오... 오지 마! 어... 어... 어...”
파지지직.
“아아아악!”
***
으드득.
하의가 벗겨진 그 상태로 멍하니 천장을 응시하던 주선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제는 모든 감정이 매 말라버렸다 여겼거늘.
그의 더러운 손이 비부를 농락하기 시작하자 끓어오르는 살심을 주체할 수 없었다.
처녀막이 있는 안까지 손가락을 넣지는 않았지만, 입구까지 진입해 찌걱 이는 그 손길은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만큼 더럽고 불쾌했다.
초인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친척인 주현성과 강제로 결혼하게 만든 삼영가나.
처녀막을 검사한다는 이유로 딸의 비부를 농락하는 아버지나.
삼영이라는 이름의 모든 것을 저주했다.
어렸을 적부터 남매처럼 자라온 주현성과 주선우.
그러다 보니 주현성의 성향에 대해선 빠삭하게 알고 있는 주선우였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 해서 주현성과의 결혼을 피할 수는 없는 법.
그나마 마지막 희망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주현성의 아이를 낳고 자신의 자유를 찾기 위한 발악해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현성은 그녀의 그러한 희망마저 보기 좋게 걷어차 버렸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인간인 주제에.
어려서부터 남매처럼 자라온 자신에게는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비정상적인 인간이 그 부분에서만큼은 지극히 정상이었던 것.
결혼하고 수개월이 지났건만.
주선우와 주현성은 첫날밤의 거사조차 아직까지 치르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하루하루 절망적인 나날을 보냄에도 견딜 수 있던 한 가지.
주현성과 결혼하면서 아버지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주현성이 행방불명이 되어 버리며 그 마수가 다시금 손을 뻗쳐오게 되었다.
“그냥 죽어버릴까?”
삼영가의 피를 물려받은 만큼 그녀의 외모는 독보적이었다.
학창 시절만 해도 그녀를 우러러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당연하다는 듯 받곤 했다.
남들도 다 해 본다는 연애도 해 보고, 사랑하는 이와 가정을 꾸려 오순도순 사는 것이 꿈이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삼영가에서 태어난 그녀에게는 그런 선택지는 있을 수 없었다.
나아가 이제는 남자라면 치가 떨릴 만큼 저주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아버지에게 검사를 빙자한 성희롱을 당하고, 주현성의 외면을 받으며 남자라는 족속에 오만정이 다 떨어져 버렸다.
멍하니 천장을 응시하던 주선우가 몸을 일으켰다.
더러운 손이 스쳐 간 부위를 한시라도 빨리 닦아내고 싶었던 것이다.
욕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어 떨어져 내리는 물줄기에 몸을 맡긴다.
청결제를 몇 번이나 펌핑해 아버지의 손에 더럽혀진 비부를 닦고 또 닦아냈다.
찌릿. 찌릿.
빌어먹게도 닦아내는 와중 그 자극에 쾌감이라도 느끼는 것인지 뜨거운 숨이 절로 내뱉어진다.
이런 거지같은 기분에서도 자극을 받는 자신의 몸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하으윽... 싫어... 정말 싫다고! 흑흑흑...”
뚝뚝 떨어져 내리는 눈물.
그렇게 흐느끼면서도 그녀의 손은 비부를 문지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저주스럽게 느끼던 아버지의 손길에도 성감이 개발된 비부는 끝없는 쾌락을 갈구했다.
그 쾌락에 손가락을 깊숙이 넣어 마구 휘젓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러한 충동만큼은 애써 눌러 참으며 겉을 자극시키는 것으로 참아내었다.
그녀의 처녀야말로 삼영에서 대접받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기 때문이다.
삼영의 모든 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초인을 잉태할 수 있는 몸만큼 커다란 무기는 없기에.
“아흑... 흐윽... 하윽...”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클리토리스를 자극하던 주선우.
그녀는 자기 입을 틀어막는 누군가의 손길에 헛바람을 들이켰다.
“하웁!”
커다란 손이 입을 꽉 틀어막고 두터운 팔이 그녀의 가녀린 몸을 압박했다.
누가 있어 주현성과 자신의 신혼집에 침입을 한단 말인가?
방계라고는 하지만 초인에 가까운 인물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이곳에 말이다.
더군다나 자신은 인간을 초월한 초인이 아닌가?
아무리 방심했다곤 하나 이렇게 쉽게 뒤를 잡히다니.
어쩌면 돌아갔던 아버지가 다시 돌아와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녀의 귀에 들려온 음성은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낯선 음성이었다.
“당신이 주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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