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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85화 (285/297)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12)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12)

울렁. 울렁.

주선우의 아빠라는 작자가 딸의 방을 떠나자, 스르륵하고 일어난 그녀가 욕실로 향한다.

그런 그녀를 보며 심장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능력이 커져감에 있어 점점 예리해지는 감각은.

그녀에게 잠재된 강한 음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확실히 주선우는 월등히 많은 음기를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처녀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져 음기의 양이 살갗을 스치며 닿을 정도.

할짝.

그 음기의 유혹에 나도 모르게 혀로 입술을 훔쳤다.

내 정신을 마비시키며 풍겨 오는 음기의 향기는 정신을 아찔하게 할 정도로 자극적이다.

어쩌면 내가 이런 짓을 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주현성의 아내인 주선우가 가지고 있을 음기에 대한 기대감일 터다.

심장이 격렬히 뛰기 시작하며 단전에 똬리를 튼 뇌기가 으르렁거린다.

지끈.

‘씨발... 머리... 또 시작인가?’

이 전에는 내가 변하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그 변화를 올올이 파악할 수 있었다.

-후훗~ 그것도 네 안에 잠재되어 있던 욕망인 것이다.-

‘네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

-아니아니~ 맞는 말인 것이다.-

마엔의 말처럼 광기에 물든 나조차 나 자신이다.

그래도 처음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지만 말이다.

온전히 나라는 정체성을 부여잡고 있을 수 있었다.

다만, 평소의 나보다 조금 과격해진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강간을 준비하는 강간범이 이런 기분일까.

뭐, 이것은 이것대로 괜찮은 것 아니겠나? 크크큭.

쏴아아아아.

흩뿌려지는 물줄기가 뽀얀 나신위로 떨어지며 물방울을 튀어 올린다.

뿌연 안개처럼 뒤덮인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욕실을 채웠다.

그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아름다운 육체가 서서히 율동을 시작한다.

‘와... 씨발...’

뜻하지 않게 발견한 또 하나의 이벤트.

주선우는 자신의 손을 가져가 탐스러운 균열을 연신 비벼대고 있었다.

스스로 자위하는 것은 상연누나 이외에는 본 적이 없는데.

연지에 이어 주선우의 자위 까지 보게 되었다.

확실히 남자만 딸딸이를 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게 된 것 같아 괜히 기분이 뿌듯해진다.

나는 주선우를 어떻게 요리할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그녀의 뒤로 다가 갔다.

***

“당신이 주선우?”

욕실을 울리는 낯선 사내의 음성에 주선우는 잠시 몸을 떨었던 것과는 달리 금세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금 그녀에겐 자신이 헐벗은 것도, 자위하고 있었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에 가득한 의문.

‘어떻게...?’

“왜 대답이 없어?”

끄덕.

재차 묻는 사내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그녀.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 낯선 침입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것이 가득 찼다.

입을 틀어막고 몸을 압박한 팔의 힘이 예사롭지 않았다.

‘당연한 생각인가.’

아니, 그것은 당연하였다.

아무리 방계들로 이루어진 경비들이라지만, 보통 사람이 이곳에 몰래 침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라면, 사내의 손길이 몸 위로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진절머리 쳐진다는 것이다.

“어어~ 허튼짓 하지 않는 것이 좋아.”

그녀가 기운을 순간 증폭시켜 폭발을 만들어내려 하자, 이를 눈치 챈 사내가 경고하듯 입을 열었다.

‘어떻게?’

가문의 원로들이나 아버지도 자신의 능력을 모르는 상태라면 알아채기 어려운 기운의 이동.

그만큼 그녀의 기 운용능력은 천부적이라 할 정도로 뛰어났다.

그런데 사내는 움직이기도 직전에 이를 알아 챈 것이다.

‘아버지보다 상위의 초인.’

“쿡쿡쿡...”

틀어 막힌 입 사이로 주선우의 자조적인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에 그녀를 압박하고 있던 사내가 의문을 표했다.

“뭐가 그렇게 웃기지?”

무언가를 시도하려던 주선우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것 같은 행동이다.

아니, 실질적으로 그녀는 어느 정도 포기를 했다는 것이 옳았다.

안 그래도 이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지경까지 왔던 삶.

이렇게 낯선 사내에게 붙잡혀 버리자,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결국은 이렇게 될 거,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강제적으로 꾸역꾸역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사내는 거대백사의 가죽을 압축해 만든 밧줄로 주선우의 손발을 꽁꽁 묶기 시작한다.

그러곤 입에 재갈을 물리곤 눈까지 꽁꽁 싸매 앞을 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한순간 어둠이 찾아오자 미약한 두려움이 밀려온다.

번쩍.

“흡...”

주선우를 번쩍 들어 올린 사내가 침대로 뚜벅뚜벅 걸어가 휙 하고 던져 놓는다.

출렁.

“으읍...”

“내가 누군지 정말 궁금할 거야.”

사내의 말대로 주선우는 저 자의 정체가 실로 궁금했다.

과연, 누가 있어 삼영의 영역에 침범을 하겠느냔 말이다.

‘음기를 탐하는 요괴? 아니면... 일명...?’

요괴라는 의심은 이내 지워 버렸다.

사내에게선 요괴에게서 느낄 수 있는 요기자체가 느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보다는 무언가 묵직하면서도 거칠고, 맑으면서도 청명한 알 수 없는 기운이다.

최근 일명과의 관계가 미묘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현성이 실종되었고, 김나연과의 정략혼도 무산이 되었다.

친언니처럼 따르던 김나연이기에 주현성의 첩으로 온다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유일하게 마음을 열 수 있는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가졌었다.

‘일명도 아니야. 그나마 일명은... 삼영만큼 썩을 정도는 아니야.’

이런저런 생각으로 고심하고 있을 때, 사내의 숨결이 귓가에 느껴진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지금 결박당했는데도 꽤 침착하잖아?”

이에 주선우의 콧잔등에 주름이 잡혔다.

뜨거운 숨결에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소름이 불쾌하기 그지없다.

“나만 말하고 있으려니 재미없네. 잠깐만~”

그렇게 말한 사내가 무언가를 하는 기척이 느껴졌고, 이내 주선우는 사내가 방 안에 결계를 쳤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내의 정체를 유추해 보려 머리를 굴리던 주선우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다.

이미 자유를 구속당했을 때 포기했다 여겼지만, 막상 정말로 현실로 다가오자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이렇게 구속을 하고 알몸 상태로 묶어 놓았다는 것이 말하는 것은 한 가지.

겁탈.

그녀는 자신이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이 지나쳐 아빠라는 작자까지 딸의 몸에 탐욕을 보이는 것 아니겠는가.

“결계부도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준 거라 걱정은 없고~ 입을 막아 놓으니 재미가 없으니 재갈은 풀어 주도록 할게.”

결계부를 설치한 사내의 낮게 울리던 톤이 올라갔다.

그리고 이내 입에서 느껴지는 그의 손이 재갈을 풀어 주며 입의 자유를 찾는다.

“자~ 이제 말할 수 있으니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 흐흐흐~ 그래도 대답해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예상과는 달리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주선우의 반응에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라? 내가 아는 누구보다 입이 더 무겁네? 뭐, 어쩔 수 없나? 그런데 너 되게 예쁜 거 알아? 기대 이상이라고~”

스으윽.

사내가 침대로 올라온 것인지 매트리스가 크게 출렁였다.

막상 자신에게 다가온다는 것을 인식하자 급격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더군다나 눈까지 가려져 그 불안감은 배가 되었다.

“이곳에 온 목적이 뭐지?”

“오호! 이제야 말을 하네? 다른 목적은 없어. 그냥 너한테 이러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

“미... 미친놈.”

주선우는 사내의 말에 정말로 충격이라도 받은 듯 말을 더듬었다.

저 사내의 능력이 얼마나 출중한지 몰라도 여기는 삼영가의 영역이다.

고작 여색을 탐하기 위해 호랑이굴로 들어왔다는 사내의 말을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게 왜 미친놈이야? 강간마는 깜빵에 갈 생각을 못 해서 강간을 하겠냐? 아~ 그래서 강간마는 미친놈인 거지? 내가 착각했다. 크크크큭~”

어이없는 비유에 순간 할 말을 잃은 주선우.

목소리는 꽤 다정다감한 톤인데, 하는 말은 미친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네가 날 더럽힌다면 결국은 너도 비참하게 될 거야.”

“엉? 그건 걱정해주는 거야? 괜찮아~ 어차피 삼영하고 나는 한 하늘아래 살 수 없는 사이야~”

‘한 하늘아래 살 수 없는 사이? 원한?’

원한이라면 충분한 준비하고 나서야 하거늘.

저 자가 하는 짓은, 그저 지금의 능력에 도취되어 장난감 칼을 휘두르는 애송이의 짓이었다.

“그런 것이라면 더욱 이러면 안 되는 거야.”

“왜에~? 네가 삼영의 자식을 못 낳으면 그것도 나름 짜릿할 것 같은데?”

“난 결혼한 여자야.”

“알아~ 그런데 너 처녀잖아~크크큭~”

“네... 네가 그걸...”

“다 아는 수가 있다고~”

“설마, 보, 본 거야?”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어찌 되었든 제법 재미있는 대화였어. 이제 네 야들야들한 몸을 좀 만져 보고 싶어졌다.”

손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지자 주선우의 감정 없던 음성이 다급해졌다.

“네 애를 임신하게 된다 해도 삼영의 자식이야! 난 삼영의 주선우라고!”

“안다니까? 그리고 누가 넣어 준데? 상상력이 풍부한 아가씨네?”

“뭐... 뭐?”

덥썩.

“아읏?”

주선우는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찌릿함에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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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반무~ 반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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