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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87화 (287/297)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14) 주선우 조교 하기.(2)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14) 주선우 조교 하기.(2)

머릿속이 깨끗하게 탈색이 되듯.

모든 이성이 마비되어 버린다.

어두운 방 안, 어둠이 내려앉은 적막한 공간에 울리는 뜨거운 숨결.

초인의 눈을 이 정도의 어둠이 멀게 만들 수는 없지만.

눈을 가린 가죽으로 인해 주선우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장님이 되었다.

마치 심연의 무저갱 속을 헤매는 조난자와 같은 심정으로 허우적 거려본다.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들 듯 점점 아득해지는 정신.

바닷속 강렬한 조류는 그녀의 몸을 난도질하듯 이리저리 마구 휘두른다.

덜컥.

움찔. 움찔.

‘죽을 것 같아...’

풍랑과 같이 밀려드는 낯선 느낌에 그녀의 몸이 마구 들썩인다.

깨끗하게 탈색이 된 그녀의 뇌 속으로 감정의 소용돌이가 밀려들었다.

자신의 내면에 꽁꽁 감춰 놓았던 그동안의 감정이 색칠을 하듯 새하얗게 변한 머릿속을 적셔가기 시작한다.

원망, 분노, 좌절, 고독.

이를 느낀 주선우의 입가가 비틀렸다.

‘전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어.’

그녀의 삶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가문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가문이 원하는 것을 이행하고 나서도 초인으로서 능력이 출중한 그녀는 영원히 이곳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하악... 하악...”

그녀의 분노어린 감정을 부채질하듯 엄청난 무언가가 다가온다.

그것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거대한 해일.

거대한 해일은 단단한 둑을 두드리며 위협적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쩌저적. 쩌적. 쩌저저적.

절대로 부서지지 않을 것 같던 둑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아...? 이건... 무엇...?’

이 둑이 무너져 버린다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널 것만 같았다.

그 것을 건너는 것이 두려운 한편, 건너편을 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갈증을 일으킨다.

그래서 그녀는 발악하듯 소리 질렀다.

“하악... 하악... 하악... 아... 안 돼! 꺄아아악!”

퓻. 퓻. 퓻.

금이 간 둑 사이로 해일의 일부가 찔끔찔끔 새어 나왔다.

두려움과 미약한 희열이 교차하는 가운데, 금이 간 둑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버린다.

마침내 둑을 무너트린 해일이 거칠 것 없이 밀려들며 홍수를 만들어 버렸다.

“흐아아아악! 하흐응!”

퓨퓨퓨퓻. 퓻. 퓻.

쏴아아아아아.

퓨퓨퓻.

쏴아아아.

퓻. 퓻.

“하아악! 그, 그만! 제발, 하아아앙~!”

쏴아아아아.

탈색된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감정의 소용돌이가 새로운 색으로 덧씌워진다.

환희, 기쁨, 쾌락.

상기된 희열이 그녀의 전신에 몰아쳤다.

한참이나 조수를 쏟아 낸 주선우의 몸이 힘없이 추욱하고 늘어진다.

늘어진 그녀의 몸은 홍수처럼 밀려 든 쾌락의 여운에 계속해서 움찔거렸다.

움찔. 움찔.

그렇게 움찔거릴 때마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찍찍 거리며 뱉어지는 투명의 애액.

쾌락의 여운에 민감해진 음부는 쉼 없이 벌렁거렸다.

“하아... 하아... 하아... 다, 당신. 도대체 무슨 짓을... 하아... 하아...”

그동안 손으로 밑을 비비면 기분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 기분을 느끼는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기에 습관처럼 해 왔었다.

하지만 단연코 지금처럼 엄청난 쾌감을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은 어디까지일까.

‘이런 기분이라니... 말도 안 돼...’

이미 낯선 침입자에게 추행을 당했다는 수치심 따위는 들지 않는다.

더불어 이후로 일어날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그저 슬슬 간지러워지기 시작한 안쪽을 무언가가 시원하게 긁어 주었으면 하는 욕구가 피어오른다.

흠칫.

‘미쳤구나. 더러운 사내놈에게.’

그리고 한순간 사내의 손에 놀아났음에도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의 모습에 깊은 혐오감이 든다.

으득.

주선우는 이를 악물고 아직도 쾌감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몸의 흥분을 힘겹게 억눌렀다.

***

‘호오~ 의지가 대단한 년이잖아?’

“후우~ 후우~ 후우~”

탐스러운 붉은빛의 보지 속살이 하염없이 벌렁거린다.

언제 보아도 심장을 뛰게 만드는 여성의 시오후키.

더군다나 저렇게 예쁜 보지로 뿜는 모습은 누구라도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더해 뇌기가 펄펄 끓는 상태인 나는.

이미 아랫도리가 터질 듯 팽창해 있는 상태이다.

그나저나 저렇게 오르가슴을 느꼈음에도 몸을 추스르는 주선우의 모습에는 박수를 쳐 주고 싶은 심정이다.

과연 지구상에서 섹스에 관한한 나를 뛰어넘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도 충분히 강해졌다 자부하지만 육체적인 강함에선 최고라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섹스만큼은 당당하게 자부할 자신이 있었다.

누가 있어 상대의 성감대를 전부 파악할 수 있을까?

상대와 수많은 밤을 보내며 그녀의 성감대를 파악하고 있다고 해도, 섹스하는 도중에도 변화하는 성감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뇌기를 이용해 더욱 큰 자극을 해 준다면?’

굴복하지 않을 여성은 누구도 없다.

답 없던 망나니 뱀파이어 프리지아를 길들였음에야.

또한 내 뇌기는 상대의 몸속에 침투해 노폐물은 물론, 좋지 않는 모든 것을 제거해 주는 효능까지 있다.

그 과정에서 여성이 느끼는 쾌감은 더욱 강렬해진다.

‘그런데 이건 뭐지?’

주선우.

적의 : 100

살의 : 100

호감 : -99

내 손에 오르가슴을 느꼈음에도 주선우의 적의와 살의는 MAX를 찍어 버렸다.

저 말은, 나에 대한 적의와 살의가 더 이상은 올라갈 수 없을 만큼 정상을 찍었다는 말과 같다.

더불어 호감지수는 더욱 떨어져 버렸고.

“하아... 하아... 남자 따위... 하아... 하아...”

마치 주문을 걸 듯 남자 따위라는 말을 연발하는 주선우.

‘이거 혹시...?’

남혐 그런 건가?

아니면 레즈?

아무래도 레즈라기보다는 남혐이 극에 달했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당해왔을 아버지로부터의 성추행.

그리고 와이프에 대한 열등감에 꼬무룩이 되어 다른 여자들이나 들쑤시는 망나니 남편.

‘이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적은 처음이라 모르겠네.’

그때, 주머니에 넣어 놓았던 휴대폰이 진동을 울린다.

‘수지?’

한창 중요한 작업을 하는 중이었기에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하던 나는 결국 전화를 받기로 했다.

마마의 일도 있어서 신경이 쓰이기도 했던 탓.

‘앗!’

고민이 너무 길었던가?

걸려오던 전화가 뚝 끊겨 버렸다.

그리고 이어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서방님 어디십니까! 마마가 눈을 떴습니다!]

수지의 말투는 흥분으로 원래의 말투가 되어 있었다.

‘뭐라고?’

그 말에 한껏 발기했던 양물이 스르륵 하고 고개를 숙였다.

수지의 마마가 깨어났다는 것은 장모님이 깨어났다는 것, 그 것은 나에게도 중요한 일이기에 들끓는 뇌기마저 차분하게 가라앉게 만들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몸을 울리는 오르가슴의 여운은 한참 동안이나 주선우를 괴롭혔다.

‘개 같은 놈.’

쾌감에 절어 주체 못했던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을 침입자를 상상하자 밀려드는 수치심에 분노가 일었다.

그것이 증오해 마지않는 사내라는 것이 그녀에겐 더욱 충격적이고 모멸감을 주었다.

으드득.

이렇게나 단시간에 감정의 변화를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몸이 결박당하고 눈이 가려진 주선우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어떠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를 결박한 가죽 끈은 너무나 질기고 단단했다.

필시, 특수한 것으로 만들어져 특수 처리가 된 가죽이라 생각이 되었다.

그렇다 해도 마음을 먹는다면 끊어내지 못할 것은 아니다.

문제라면 꽤 공을 들여 끊어내야 하는데, 침입자가 그것을 그저 두고 보지만은 않을 거라는 것.

“하아, 하아, 그래. 이제 다음은 뭐지?”

이 다음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들었지만.

주선우는 절대로 침입자에게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

이미 죽음까지도 각오하는 마당에 이제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만에 하나 자신을 죽이지 않고 살려 둔다면, 몇 배 아니 수만 배로 복수를 해 줄 것이라 다짐했다.

“.......”

방 안에 고요한 적막감이 흐른다.

침묵의 고요 속에서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꿀꺽.

“왜, 말이 없지? 이제야 자신이 저지른 일에 겁이라도 먹은 거야?”

무슨 일인지 침입자는 여전히 그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이런저런 말을 지껄이던 처음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묵직함이다.

“.......”

“뭐야...?”

너무나도 이상한 생각에 주선우는 에테르를 돌려 파동을 만들어 냈다.

초인이 사용할 수 있는 고유의 힘 에테르.

집의 경비를 서고 있는 반쪽짜리가 아닌, 완전한 초인만이 밖으로 발산할 수 있는 기운.

초인가문에서는 이를 두고 에테르라고 부른다.

물론, 기운의 성질이나 종족에 따라 부르는 명칭은 여러 가지 이기도 하다.

‘설마...?’

에테르를 뿜어냄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침입자.

이에 주선우는 기운을 집중해 손과 발을 묶고 있는 가죽에 충격을 가했다.

그런데도 쉽게 끊어지지 않는 가죽.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거야.’

그렇게 몇 번이나 시도를 해서야 힘겹게 손발의 가죽을 끊어 낼 수 있었다.

자유를 찾은 주선우는 우선 손을 얼굴로 가져가 눈을 가린 가죽을 풀어냈다.

스르륵.

그제야 훤히 들어오는 방 안의 풍경.

새벽 시간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 안은 어둠으로 내려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방 안의 풍경이 또렷하게 들어왔다.

“간... 거야?”

황망한 표정의 그녀 입에서 허탈한 한 마디가 새어 나왔다.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망치기 위해 나타났던 것과는 달리, 침입자는 자신을 묶어 마음껏 주무르고는 처녀마저 그대로 남겨 놓고 휑하니 떠나 버렸다.

당연히 천만다행이라 여길 수 있는 상황이건만, 지금의 이 비참한 기분은 뭐란 말인가?

몸을 일으킨 주선우는 전신거울이 있는 드레스 룸으로 들어가 물끄러미 자신의 나체를 바라보았다.

잡티하나 없는 새하얀 나신이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작지 않은 키에 쭉 뻗은 팔다리.

육감적인 가슴과 남자라면 절로 침을 흘릴 순산형 골반.

봉긋하게 솟아오른 엉덩이는 누구라도 얼굴을 박고 떼어내고 싶지 않을 만큼 탐스럽다.

스스로가 보아도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수준의 몸이 아닌가.

하물며 친아비인 주주성마저 욕정이 차오르게 만든 몸이었다.

친딸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주주성은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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