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는 다보여-291화 (291/297)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19)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19)

“이 새끼들은 어떻게 처리한다?”

경계에서 꺼내, 먹이고 재웠더니 초인답게 회복 속도가 빠르다.

“사, 살려 주십시오.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오만했던 주현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목숨을 구걸하는 버러지가 있을 뿐이다.

“너는 아직 쓸모가 있고... 그것보다 저 중늙은이는 전혀 쓸모가 없는데.”

주현성에게는 특별한 이벤트를 보여줘야 하기에 살려 둘이유가 있지만, 주무성이라는 저 중늙은이는 이대로 데리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내 눈빛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주무성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사... 삼영에서 하는 비밀 프로젝트를 알려 주겠네. 제발, 목숨만... 목숨만 살려주게나... 아니,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주무성의 나이를 알기에 중늙은이라 칭하는 것일 뿐.

그의 겉모습은 초인답게 마흔도 되어 보이지 않는다.

‘확실히 초인의 젊음이 오래가긴 하네.’

“비밀 프로젝트?”

“네! 그러니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비밀 프로젝트라는 말은 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어딘가 구린 구석이 있는 삼영이기에.

제대로 무너트리려면 비밀이라는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거기에 더해 리엔도 저 더러운 놈들의 실험에 이용되기도 했고.

스스슥.

연기처럼 흩어졌던 리엔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냥 둘 다 죽여. 네가 왜 저놈들을 살려 두고 있는지 모르겠어.”

창백한 리엔의 얼굴 위로 경멸과 분노가 떠오른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녀가 이 정도로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은 그만큼 저들에 대한 분노가 크다는 뜻이겠지.

“리... 리엔...?”

“너... 넌?”

내 옆에 모습을 드러낸 리엔을 보며 경악하는 두 인물.

나는 두 놈에게 살의를 드러내는 리엔의 귓가에 속삭였다.

“리엔, 저놈들은 꼭 처리할 수 있게 해 줄게.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줘.”

“흥! 네 부탁이니까 조금 참아보도록 할게. 하지만 꼭 내가 처리할 수 있게 해 줘.”

“고마워 리엔.”

쪽.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해 주자 창백한 얼굴이 살짝 달아오른 것 같다.

“고, 고맙긴. 칫!”

그러곤 그것이 걸릴세라 재빠르게 안개로 흩어지며 모습을 감추었다.

“큭큭큭~ 귀엽네.”

사라진 리엔을 보며 큭큭거리던 나는 두 명의 주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의 얼굴은 리엔의 등장으로 인해 상당한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어... 어떻게... 그녀는 삼영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거늘...”

낮게 중얼거리는 주무성의 말.

그 말을 내가 못 들을 리 없다.

“벗어날 수 없다고?”

“그, 그건...”

“아저씨도 나와 깊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

그 말에 오히려 당사자가 아닌 주현성이 몸을 흠칫하고 떨었다.

주현성은 이 전에 참으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더랬다.

덜덜덜.

“아저씨 조카손자는 나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의미를 잘 아는 것 같네. 흐흐~ 그럼, 진실의 방으로 가 보자고. 나는 아저씨가 얼마나 진솔한 이야기해 줄지 기대하고 있거든.”

***

“커헉... 컥... 흐으... 제발... 제발, 살려 줘... 크흐윽...”

주무성에게 들은 삼영의 치부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잔인하고 비인간적이었다.

그 옛날 일본의 731부대가 자행했던 마루타 생체실험을 답습하듯 놈들의 실험은 무자비하고 악랄했다.

이종간의 교배는 물론, 유전자를 뒤섞고 온갖 고문으로 반응실험까지 행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내내 어찌나 구역질이 쏠리던지.

그런 비인간적인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이 리엔.

리엔의 삼영가에 대한 그 분노를 이해하고도 남음이다.

“네놈들은 그런 짓을 하고도 자기 목숨은 귀하게 여기는 거냐?”

“허억... 허억... 야, 약속했지 않나... 살려주겠다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뇌전으로 지져 버렸기에.

주무성의 몰골은 차마 봐 주기 힘들었지만.

그런 상태에서도 생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그의 모습에 구역질이 쏠렸다.

“큭~ 그래. 약속은 지킬게. 물론, 내 손으로 널 죽이지 않는다는 그 약속 말이야.”

“뭐, 뭐라고!? 그건, 약속이 틀... 허억!”

주무성은 자신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리엔을 보며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이후의 처분이 어떻게 진생됄것인지 깨달은 탓이다.

“리... 리엔...!?”

나는 그런 그를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리엔, 나는 저놈하고 약속한 것이 있으니, 이 다음은 네가 알아서 해.”

끄덕.

고개를 끄덕인 리엔의 손끝으로 검은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 기운은 이내 날카로운 송곳처럼 뾰족하게 변한다.

“고마워. 인한.”

씨익.

리엔의 입가로 차가운 미소가 드리워진다.

“리, 리엔! 그, 그러지 마! 사, 살려 줘! 아! 아아아아악!”

문을 열고 나가는 등 뒤로 주무성의 비명이 귀를 어지럽혔다.

리엔의 분노를 생각했을 때, 주무성은 결코 쉽게 죽지는 못 할 것이다.

아니, 절대로 쉽게 죽어서는 안 되지.

그나저나 마스터라니.

주무성이 몇 번이나 입 밖으로 꺼낸 마스터라는 자.

불가능에 가까운 실험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여를 한 자라고 한다.

그 자의 정체에 대해서는 원로인 주무성도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다만, 삼영의 가주마저 그 자에게 공손하게 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절대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은 아닐 거다.

항상 우스운 광대가면을 쓰고 나타났기에 얼굴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등장한 마스터라는 인물에.

내 심장은 왜 이리도 요동을 치는지.

안 그래도 상대하기 쉽지 않은 삼영인데, 복병까지 등장한 꼴이 아닌가.

어쩌면 삼영을 상대하는데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

“하아... 하아... 하아...”

찌긋. 찌긋. 찌긋.

현란한 손놀림으로 비부를 비벼보지만.

그날의 그 느낌은 절대로 찾아오지 않았다.

더러운 사내의 손에 농락을 당하던 그날의 그 쾌감.

‘이, 이게 아니야.’

도대체 그 침입자는 무슨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만졌다는 말인가.

그날 이후로 이틀이 지났지만.

당연하게도 침입자는 이곳을 다시 찾지 않았다.

아니,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삼영의 여식을 농락했으니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지녔다 해도 호랑이굴로 다시 돌아올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안쪽이 너무 근질거려. 꽉 막힌 이곳을 뚫어 버리고 싶어.’

차라리 몰랐더라면 이 정도로 답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그날, 강간을 당해 버렸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안쪽에 무언가를 우겨넣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차마 스스로 뚫어버릴 자신은 없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절대... 절대 사내놈에게 그런 짓을 당할 수는 없는 거야!’

주선우는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떨쳐 버리며 차가운 물로 몸을 식혔다.

“하아...”

욕실을 나와 옷을 입으며 좀처럼 식지 않는 몸을 침대에 눕힌다.

어쩌면 그날 침입자의 흔적을 찾아내어 세상에서 지워 버렸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사내가 흩뿌린 기운의 흔적을 따라 추적조를 보낸다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주선우는 머리를 크게 흔들어 저으며 질끈 눈을 감았다.

이틀이라는 시간은 그 흔적조차 희미해져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니야... 찾아야 해. 그래서 내 손으로 찢어 죽이면 원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렇게 각오를 마치며 몸을 일으킨 주선우는.

등 뒤로 느껴지는 싸늘함에 황급히 몸을 돌리며 팔을 흩뿌렸다.

삼영에서도 손으로 꼽히는 실력자이기에.

그녀의 움직임은 실로 신속하기 그지없었다.

“허업!”

하지만 그녀가 팔을 전부 뻗어내기도 전에 두툼한 손이 입을 꽉 틀어막는다.

그러곤 뱀처럼 기어 올라온 팔이 그녀의 몸을 압박했다.

“누구를 찢어 죽인다는 거지? 그거 혹시 나 말하는 거야?”

입이 막힌 주선우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진다.

‘와 왔어!’

쿵쾅. 쿵쾅. 쿵쾅.

그녀의 심장은 긴장으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설마 했던 일이 정말로 일어날 줄이야.

몸을 마음껏 주무르고 농락한 침입자가 또다시 찾아오다니.

당연히 찢어 죽여야 마땅하거늘 묘한 열기가 그녀의 몸을 잠식해간다.

“답답하지? 아직 결계를 못 쳤거든~ 소리 지르지 않는다면 입에서 손은 떼어 줄게.”

끄덕.

“오오~ 그 말 믿어도 돼는 거야?”

끄덕.

사내의 두툼한 손에서 조금씩 힘이 빠져나간다.

동시에 주선우의 입이 크게 벌어진다.

“꺄아아~! 침입자야!”

주선우의 커다란 고성이 방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하지만 사내는 그저 주선우를 팔로 붙들어 맨 채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흐흐흐~ 당돌한 년이네? 설마, 진짜로 결계를 안 쳤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거, 거짓말한 거야?”

“응~”

너무나도 뻔뻔한 사내의 대답에 주선우는 순간 멍한 표정이 되었다.

“개새끼!”

“응, 너도 개 같은 년이네. 존나 구라치고.”

“죽어! 이 개자식아!”

주선우는 사내의 팔을 힘껏 뿌리치며 몸을 빙글 돌렸다.

오늘도 그날처럼 당하게 된다면 정말로 자신이 아니게 될 것만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오호~ 역시 초인이라는 거야? 그래도 나한테는 안 되지.”

송곳처럼 날아드는 주선우의 손날을 쳐 내고는 양팔로 그녀의 몸을 꽉 옭아매는 사내.

“흐윽! 놔! 놓으라고!”

“놓아 줄 거면, 여기 다시 오지도 않았어~”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너 정말 네가 누구를 건드리는지 알고는 있는 거야!?”

“하하하~ 그 걸 몰라서 여기 온 거로 생각해? 삼영가원로 주주성의 딸이자 주현성의 처가 너잖아.”

“그걸 알고도...?”

“그런 너는 그런 일을 당하고도 왜 경비를 늘리지 않았지? 사실은 내 손이 그리웠던 거 아니야? 들어오기 빡빡하면 그냥 돌아가려고 했는데, 영~ 경비가 허술해서 들어왔지 뭐야~”

“이이익! 너 따위는 나만으로도!”

“엉? 너 만으로도? 그런데 너는 나한테 제압당해서 앙탈 부리는 중인데? 어떻게 빠져나가시려나?”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