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21)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21)
“이런, 씨... 씨발 새끼가? 하악... 하악...”
이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의 기복을 느끼며,
주선우는 오르가슴직전 휑하니 나가 버린 사내로 인해 황망함을 경험했다.
“다, 다행인 건가...”
당연히 다행인 상황이다.
이번에도 사내는 끝까지 거사를 치르고 나가지 않았으니 말이다.
찌릿. 찌릿. 찌릿.
아직도 전신의 찌릿한 감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거대한 해일을 강제로 닫아 놓은 것 같은 느낌이 그녀를 미치게 만든다는 것.
“후우... 후우... 후우... 다행인 거야.”
그저 더러운 손에 놀아나기는 했지만, 처녀는 지켰으니 이제서라도 놈을 추적해 해충 박멸하듯 박멸해 버리면 될 일이다.
휴대폰으로 손을 옮기던 주선우의 움직임이 주춤한다.
“느껴지지 않아...”
처음 찾아왔을 때는 거대한 절정으로 정신이 없었지만, 오늘은 직전에 계속해서 멈추는 바람에 사내의 기운을 찾아볼 정신이 생겼다.
그런데 그렇게나 강대하던 사내의 기운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 이게... 어찌 된...”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경비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삼영이 어떤 곳인지 보여주는 것.
휴대폰을 막 집으려던 주선우의 손이 또다시 멈칫했다.
“아니지... 이건 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아. 내 손으로 잡아 낼 거야.”
그녀는 애써 자존심을 내세우며 휴대폰으로 향하던 손을 거두었다.
주선우.
적의 : -55
살의 : -55
호감 : 35
***
삼영의 일도 있고.
마마의 일도 있어서 최대한 연락을 받는 것에 신경 쓰고 있었다.
날뛰는 뇌기를 진정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수지에게서 온 연락을 외면할 수는 없는 법.
그리고 오늘은 마마가 경계에 들어선 지 3일째가 되는 날 아닌가.
주선우를 가지고 노는 것이 재미있어 너무 집중을 하느라 오늘도 거사를 치르지 못하고 말았다.
그나마 성과라면.
주선우.
적의 : -55
살의 : -55
호감 : 35
주선우의 적의와 살의가 줄어들었고.
호감이라는 것도 확실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
‘나, 조교에 자질 있는 거 아냐?’
전에는 상태의 수치가 완전히 마이너스를 그리고 있었는데, 얘기치 않게 벌인 두 번의 도주로 인해 조교라도 되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런 조치도 취해 놓지 않았고 말이야.’
어쩌면 다음에 찾아갔을 때에도 오늘처럼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쩝... 아깝단 말이야.”
아직도 주선우의 야들야들한 살결이 생각난다.
손에 느껴지던 그 감촉, 그리고 후각을 자극하던 살 내음과 음탕한 애액의 향기.
여체의 아름다움이란 한 가지에 고정되어 정의할 수 없는 법.
모두가 각각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것이다.
“발정 나서 스스로 뚫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몰라. 쩝...”
아무리 주선우의 처녀를 따는 것이 중요할지라도 마마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고.
“자기야. 뭘 뚫어 버린다는 거야?”
막 경계에서 나오던 상연누나.
내가 중얼거리는 것을 들은 모양이다.
“응? 주선우 말이야.”
“주선우? 아, 그 주현성인가하는 사람 와이프?”
상연누나는 물론, 다른 이들도 내가 주선우를 취하려는 걸 알고 있다.
내 능력이 능력이다 보니 여자를 취하는 것은 어느 정도 허락이 된 상황.
대신 이에 대한 판단을 자신들도 관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 부탁이었다.
확실한 자격의 검증이 된다면 모를까, 내 임의대로 아무 여자나 다 후리고 다니는 것은 금한다는 약속을 한 상태이다.
“응.”
“아직 못 들어간 거야?”
“아, 그건 아니고. 마마일도 있고 해서.”
“흠... 자기, 이상한 거 즐기고 있는 건 아니지?”
나는 그 말에 뜨끔했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을 만들어냈다.
“내가 변태라도 되는 줄 아나?”
“흐응~ 자기 변태인건 알고 있는데?”
“아씨~ 아니라니까? 나, 난 들어가 봐야겠다. 마마 상태 좀 봐야 해서.”
막 경계에 발을 들이려던 찰나 뒤에서 상연누나의 음성이 들려온다.
“난 자기가 변태라도 상관없는데~ 그나저나 스카이클럽 좀 들려.”
“응? 클럽?”
“그래. 윤주씨도 그렇고, 예린이랑 승아도 좀 봐 주라고. 마음고생들이 심하니까.”
상연누나의 말에 예전 룸살롱에서 세 여자와 관계를 하고 데리고 나왔던 것이 생각이 났다.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오늘 처음으로 상연누나의 입에서 그녀들의 이름이 나온 것이다.
“왜? 무슨 일 있어? 요즘 다들 적응해서 잘나가는 거 아냐?”
“휴우... 자기도 이럴 때 보면 어린 티가 팍팍 난다니까?”
“무슨... 일인데...?”
“자기가 데리고 왔으면 맺음도 잘해야 하는 거야. 무작정 데려와서 일자리만 만들어 주고 외면하면 그 책임이 끝나?”
“어...? 지, 지금 잘 지내는 거 아니야?”
“휴우... 이럴 땐 정말 답답해. 그 여자들이 왜 자기를 따라 나서고 스카이클럽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야... 당연히 돈이 되니까?”
“아악! 아, 아파 왜 그래?”
내 말이 답답했는지 상연누나의 힐이 정강이를 가격했다.
“자기 옆에 남아 있기 위해 그러는 거 아니야! 윤주씨도 그렇고, 예린이나 승아 얼마나 인기가 많은 줄 알아? 그런데도 다른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아. 아니, 쳐다보지도 못한다고!”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나 보지.”
퍼억.
“아악! 또 왜 그래~”
“에휴... 난 자기가 이 여자 저 여자 만드는 거 아무렇지 않아서 참는 줄 알지?”
도끼눈이 되어 쏘아 보는 상연누나의 말에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리 이해심이 많은 상연누나라지만 여자로서 자기 남자가 여러 여자를 품는 것이 좋을 턱이 없었다.
“미안...”
“미안하다는 말 듣자는 이야기가 아니야. 우리가 왜 꼭 필요한 여자가 아니면 절대 다른 여자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지 알아?”
끄덕.
나는 그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룻밤의 관계 한 번 정도야 큰 문제는 되지 않지만.
나와 몇 번 정사를 나누어 버리면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은 요원해져 버린다.
몇 번이나 나와 관계를 가져 버린 그녀들이 평범한 남자를 만날 수 있을 턱이 없었다.
“나도 자기 여자가 늘어나는 건 정말... 싫다고... 그래도 눈앞에서 사람이 시들어 버린 꽃처럼
매 말라 가는데 그냥 볼 수도 없다고...”
답답한 나는 그제야 상연누나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다.
지금은 연예인 만큼 인기가 높은 예린과 승아.
더불어 정윤주도 여성지배인으로 승승장구하고 있기에 막연히 행복할 거로 생각했다.
아니, 그저 스쳐 지난 인연이라 생각해 외면한 것이 맞다고 봐야 한다.
상연누나의 말을 듣자 그녀들에게 괜스레 죄책감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에겐 사정 설명을 잘했으니까, 시간 날 때 네가 한 번 만나서 보듬어 줘.”
“응... 알겠어.”
고개를 푹 숙인 내 머리 위로 상연누나의 부드러운 손바닥이 올라왔다.
쓰담. 쓰담.
까치발까지 들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누나.
“풋~ 이러니까 애기 같다. 우리자기~”
“쳇~ 나처럼 밤에 죽여주는 애기가 어디 있어?”
“흐응~ 그 말 진심이야? 요즘 예쁜 여자들 많아서 그런지 방치당해서 잘 모르겠는데?”
그러고 보니 상연누나와 관계를 한 것도 상당히 오래되었다.
‘아... 누나도 내 여자인데... 너무 무심했어.’
의기소침한 나를 보며 상연누나의 눈가가 반달을 그린다.
“그러면 마마를 보고 와서 날 달래주면 되겠네. 흐흥~”
그리 말하며 상연누나가 치마를 활짝 걷어 올렸다.
매끈한 허벅지가 드러나고, 허벅지 위로 털 하나 없는 맨질맨질한...
‘노 팬티...? 너무 과감한 거 아냐? 누가 보면 어쩌려고.’
아... 프리지아의 슈트가 있지.
그래도 방심하면 다른 놈한테 보일수도 있잖아.
“누나?”
맨질맨질한 그녀의 음부.
남이 보는 건 싫지만, 상연누나의 음부는 여전히 탐스럽고 박음직스러웠다.
순식간에 마음이 동한 내가 그녀의 음부로 손을 뻗어내자.
“지금은~ 중요한 일이 있잖아~”
“아... 이렇게 꼴리게 만들어 놓고.”
“후훗~ 그럼 빨리 일 보고 앞뒤로 박아줘.”
“딱 기다려. 오늘 죽여 줄 테니까.”
“기대할게~ 자기야~”
요염한 표정으로 상연누나가 몸을 돌려 카페 마들렌으로 향한다.
누나는 보라는 듯이 엉덩이를 씰룩이며 걷더니 치마를 다시 한 번 들어 올렸다.
삼십 대라곤 믿어지지 않는 탄력 있는 엉덩이가 눈에 들어온다.
“저... 저... 저... 그래도 존나 꼴리네.”
오늘 참 많이도 참는구나.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경계로 발을 내디뎠다.
***
경계로 들어 온 나는 마마의 거처를 찾았다.
“서방님!”
“으응~ 수지야.”
폴짝 안기는 수지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는 마마의 곁으로 다가간다.
“으음...”
여전히 반듯이 누워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
그거야 짐작했던 바이고.
‘시스템. 마마의 상태는 어때?’
[동화율 50프로입니다. 100프로가 완료 될 시 정신감응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뭐야? 왜 아직도 50프로야?’
사실 긴장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마마의 심상 속에서 함께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둘 다 죽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너무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가능하겠지? 나 정말 죽기 싫은데.’
-쯧쯧쯧, 너는 지금 예전의 허접한 네가 아닌 것이다.-
‘허, 허접... 그걸 말이라고 하냐?’
-사실은 사실인 것이다.-
‘그런데 3일이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
[적용대상의 측정능력이 예상치보다 뛰어난 탓입니다.]
-그래도 주선우의 처녀는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더 걸릴 것 같아?’
[앞으로 삼십일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럼, 이제 주선우를 따 먹으로 가는 것이다~-
“서방님?”
“응. 수지야.”
“어떤 것 같아요?”
“이 안에서 한 달 정도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그렇군요...”
“너무 상심하지 마. 내가 꼭 마마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을게.”
“네, 서방님...”
“수지야, 이 서방님 믿지?”
“네! 서방님을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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