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는 다보여-295화 (295/297)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23)

6. 드러나는 세상의 이면.(23)

짜릿. 찌릿. 찌릿.

‘미쳤어!’

아무리 성 경험이 없는 주선우라도 알 수 있었다.

이 남자의 손길은 피할 수 없는 마약이라는 것을.

‘내 눈에는 다보여. 아무리 숨기려 해도 네 성감대가 말이야.’

원수 같은 삼영가 주현성의 마누라

그 하나만으로도 철천지원수와 같은 여자이지만.

주선우의 몸은 찰진 찹쌀떡처럼 손에 착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이거, 중독될 것 같은데?”

“흐읏... 조용히 해!”

“크크큭~ 아직도 그렇게 빼시나? 너도 느끼고 있잖아. 내 손에 말이야.”

“아, 아니야! 하으으...”

강인한의 음성, 손길 모든 것에 모멸감이 느껴졌지만.

주선우의 몸은 점점 그의 손길에 중독되어 가고 있었다.

두터운 손과는 어울리지 않게 부드럽게 몸을 두드리는 손길.

가슴, 목덜미, 겨드랑이, 갈비뼈, 배, 허벅지, 엉덩이.

나긋나긋한 여인의 손길처럼 부드러웠다가도, 한 번씩 강하게 움켜쥐는 억센 손길.

쪼옵. 쫍. 츄르릅.

목덜미를 지나 볼을 타고 올라와 귓불을 간질이는 혀.

“하아아아... 시, 싫어...”

가랑이 사이를 파고든 손이 축축이 젖은 비부를 쓸고 지나간다.

“하읏!”

찌긋. 찌긋. 찌긋.

찰팍. 찹. 찹. 찹. 찹. 찹. 찹. 찹.

“아흐흐흐흐~”

음탕한 소음에 뒤섞인 콧소리가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온다.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아? 설마, 아직도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는 건가?”

바짝 밀착해 오는 단단한 육체가 느껴졌다.

단단하면서도 느껴지는 근육의 탄력감.

뱀처럼 휘감아오는 사내의 몸이 이렇게나 푸근하게 느껴질 수 있는 걸까.

주선우는 자신의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무단으로 침입해 추행을 감행하는 사내의 품에서 푸근함을 느끼는 것이 정상은 아닐 테니 말이다.

“눈을 가렸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의 네 눈 정말 예쁘네.”

두근.

“그, 그런 말을 한다고... 하흐으으...”

달콤하다.

너무나도 달콤해 스스로 사내의 품에 파고들고 싶었다.

지겹게 들어오던 말이건만, 사내의 입에서 나온 말만큼 달콤하게 느껴본 적은 없다.

‘나는 지독한 마법에 걸린 거야.’

사내는 분명 지독한 흑마법을 자신에게 걸었을 것이다.

지금 느끼는 이 모든 것이 어쩌면 흑마법에 걸린 환상일지도 모른다.

“진짜 예뻐. 네 몸, 네 얼굴, 특히 감정이 실린 네 눈동자.”

흔들.

강인한의 말에 주선우의 눈동자가 경련을 일으켰다.

흑마법의 비밀은 저 진부하리만치 느끼한 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이름이 뭐라고 했지...? 강인한...?’

문득, 어릴 적 무료함을 달래려 읽었던 소설이 떠오른다.

감금하고 강간하던 강간범을 사랑한 소녀가 주인공이었던 한 소설.

그저 허구에 말도 안 된다 여겼던 그 쓰레기 소설이 지금에서야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마치, 그 소설의 소녀가 지금의 자신과 같지 않은가.

“내 눈이 예쁘다고...?”

우뚝.

주선우의 말에 몸을 주무르며 농락하던 강인한의 손길이 멈춰 섰다.

스윽.

압박하고 있던 주선우의 몸에서 떨어져 일어나는 그.

완전한 자유를 얻게 된 주선우였지만 그녀는 그저 멍하니 강인한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뚜벅. 뚜벅. 뚜벅.

‘언제 옷을 다 벗은 거지?’

복잡한 생각과 강인한의 손길에 그가 언제 옷을 벗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한 발 한 발 걸어 멀어져가는 사내의 육체가 그녀의 시야를 가득 채운다.

‘아름다워.’

사내의 뒷모습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그저 근육을 가꾸고 몸을 꾸미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것.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소한 부분들까지 정성 들여 그려 놓은 것만 같았다.

화장대로 다가간 강인한이 손거울을 집어 들고는 빙글 몸을 돌렸다.

“하...”

다가오는 그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물결치는 근육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눈을 가장 많이 사로잡은 하나.

덜렁.

꼿꼿하게 하늘을 향해 치켜 올려진 무시무시한 기둥.

그 기둥이 무엇인지 모를 턱이 없었다.

‘커...’

과연 저것이 사람의 몸에 달린 그것이 맞단 말인가?

찌릿.

강인한의 자지를 목격하는 것과 동시에 아래쪽이 찌르르하고 울렸다.

저것이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가득한 가운데, 이상하리만치 울렁거리는 심장이 미친 듯이 팔딱거리기 시작한다.

“봐.”

다가온 강인한이 얼굴 앞에 손거울을 비춘다.

당연히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자신의 얼굴.

주선우가 의문스럽게 강인한의 시선을 마주했다.

“네 눈. 정말 예쁘지 않아?”

강인한에게로 향했던 시선이 다시금 손거울로 향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무의식적으로 스치는 거울들.

그 안에 든 자신의 얼굴은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아... 이게 나...?’

분명 익숙한 자기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어찌 이렇게 낯설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머릿속으론 씹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라 외치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저 사내의 손을 갈구하는 마음이 들어찬다.

그것도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농락하는 성추행 범에게.

스르륵.

자신도 모르게 가랑이사이로 가져간 손에 묻어나오는 질액.

질퍽.

흥건하게 새어 나온 질액이 침대보를 축축이 적셔갔다.

“이 방. 정말 크고 좋아. 아니, 이 저택자체가 너무 좋아. 몇 평이나 되는 거야? 이백 평? 삼백 평? 사실, 이렇게 큰 저택은 나도 처음 보거든. 지금껏 살아오면서 갖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하나도 모자람 없이 살았지? 말 들어 보니까, 네가 하는 갑질도 인간이하 쓰레기라고 하던데?”

“네가 뭘 안다고...!”

“그럼, 아니라는 거야? 방계들은 인간 취급도 안 한다며? 아니, 오히려 방계라면 그나마 다행인 건가?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지나가는 들개취급이라던데?”

으득!

“그런, 하찮은 것들에게 걸맞은 취급을 한 것뿐이야.”

“오오~ 그렇게 나와 주니 잠시나마 들었던 죄책감이 없어지는데?”

“죄책감?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그런 너도 네 힘을 믿고 나를 이렇게 함부로 대하고 있잖아.”

“뭐~ 나도 그렇게 떳떳하지는 않지. 그래도 니들처럼 사람 목숨을 장난감으로 여기지는 않아.”

“니들이라니! 그렇다고 사람을 함부로 죽이진 않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는 건 죽인 적은 있다는 말 같은데?”

“뭐, 뭐!? 그건 룰을 어긴 놈들뿐이라고!”

“그 룰은 누가 정하는데? 대한민국은 엄연히 살인이 금지된 국가라고. 아니, 살인이 정당화되는 국가는 없지 않나?”

“그런, 너는! 너도 사람을 죽였을 거 아니야!”

“그래~ 맞아. 그런데 그놈들은 전부 나를 죽이려 한 놈들이야.”

“살인에 정당화를 찾는 거야?”

“큭~ 그건 네가 알아서 생각하고. 참고로 나는 누군가의 명령으로 이유도 모른 채 누군가를 죽이지는 않는다는 말이란 말씀~”

“그게 뭐가 다른 데! 결국은 너도 죽인 거잖아!”

“그 말 진심인 거냐? 결국은 너도 삼영가 사람인 모양이네. 거슬리는 것들은 자신들만의 룰로 멋대로 죽이려 하는 거. 그뿐인가? 멀쩡한 사람들 데려다가 실험이라는 명목으로 행한 짓들도 있지. 그 건 그들에게 동의를 얻은 건가? 그 사람들은 죄인이라도 돼서 벌을 준 거야?”

“그, 그건...”

“크크큭~ 하긴~ 상관없으려나? 어차피 지나가는 들개에 지나지 않는 것을. 그런 들개 따위를 마음대로 한다는데 무슨 상관이겠어. 그런데 그거 알아? 이유도 모르고 붙잡혀와 당하는 그 사람들도 너와 같은 인격체라는 거.”

주선우의 입이 다물어진다.

머릿속으로는 무어라도 뱉어 핑계를 대고 싶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지금.

조금이나마 그들의 억울함을 알 것도 같았기 때문이다.

“표정이 조금은 사람다워졌네.”

“뭐?”

“크크큭~ 너무 심각하지 말자고. 지금의 나와 너는 겁탈하려는 자와 겁탈당하기 직전의 여자니까. 나는 그저 너를 강간하고 너는 그저 강간당하는 여자야. 억울해도 어쩔 수 없어. 어차피 삼영가와 나는 한 하늘을 지고 살 수 없을 것 같거든. 그러니까 삼영에서 애지중지하는 널 더럽혀 주겠어.”

강인한의 말에 주선우가 이를 질끈 깨어 문다.

그러곤 벌떡 일어나 강인한의 가슴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누가 너 따위에게 겁탈을 당한다는 거야! 이, 이건 내가 스스로 하는 거야. 알겠어?”

“호오? 뭐야? 갑자기 당차졌네? 전부 포기한 건가?”

“웃기지 마. 그저 너와 목적이 일치했다고 보면 돼.”

“그 말은. 나와 손잡기 위해 스스로 다리를 벌리겠다는 말인가?”

“아니. 네가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어 오는 거야. 그리고 나를 위해 삼영을 무너트리는 거지.”

‘진실?’

“하... 하하하하~ 이거 진짜 물건이네? 그럼, 오늘만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즐겨보자고.”

“너야말로 날 제대로 만족시키길.”

“여부가 있겠습니까. 새장 안에 갇힌 공주님.”

“너 존나 느끼한 새끼야.”

“합격~ 내 여자가 될 충분한 자격을 갖췄어~”

“좆까. 너랑 한다고 해서 내가 네 여자라는 착각은 하지 마. 흐읍!?”

강인한의 입이 순식간에 주선우의 입을 덮쳤다.

입술을 덮치면서 쑤욱하고 밀고 들어오는 혀.

‘키... 키스... 아아...’

엄청나다.

말랑한 혀가 들어옴과 동시에 입 안을 마구 헤집어 놓는다.

주선우는 그 아찔함에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렸다.

그런 주선우를 강인한이 손으로 받쳐 들며 침대로 이동했다.

츄우웁. 츄웁.

‘이런 기분이라니...’

더럽게만 여겨졌던 것과는 달리 절로 몸이 달아오른다.

주선우는 강인한의 목을 두르며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곤 그의 혀에 질 수 없다는 듯 혀를 밀어내며 그의 입 안으로 자신의 혀를 밀어 넣는다.

강인한의 혀가 들어왔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

처음에는 입 안을 범해졌다면 지금은 자신이 그의 입을 범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악... 하악... 하악...”

츄우웁. 츄웁.

거친 숨이 토해진다.

한참이나 씨름을 하던 두 혀가 중앙에서 만났다.

그리고 서서히 얼굴이 떨어지며 서로의 시선을 마주한다.

주우욱.

혀와 혀 사이로 길게 늘어지는 실타래.

그것이 너무도 야하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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