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백화점에서 형준이 어머니와 야스
* * * * *
화창한 오후 삼성백화점.
나는 형준이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아니, 어머니 괜찮다니까요. 갑자기 옷은 무슨 옷이에요. 그냥 푸드코너에서 밥이나 먹어요.”
“시원아. 아줌마가 그냥 우리 시원이 옷 한 벌 사주고 싶어서 그래. 시원이는 몸도 좋고 얼굴도 귀엽게 생겼는데 옷이 항상 좀·········”
“에이 됐다니까요. 저는 그냥 편한 옷이 더 좋아요.”
“안돼! 이건 양보 못 해! 시원이 옷 사주려고 블랙카드도 가져왔단 말이야. 시원이는 진짜 착해 빠져서. 다른 어린 남자애들처럼 명품백도 좀 사달라고 조르고, 그래야 아줌마 마음도 편하지. 하여간 시원아. 오늘은 시원이가 양보 좀 해. 알았지?”
아무래도 형준이 어머니가 오늘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나보다.
귀찮기는 하지만 오늘은 형준이 어머니가 하자는 대로 하기로 한다.
“알겠어요. 어머니. 그러면 빨리 사고 가요. 아, 진짜. 나 명품 옷 같은 거 필요 없는데········”
“고마워. 시원아. 하여간 시원이는 뭐 사준다고 해도 츤데레처럼 항상 싫다고만 하니까, 더 사주고 싶어진단 말이야. 시원아. 먼저 저기 발렌시아가 가서 옷 좀 보고 있어. 아줌마 화장실 좀 갔다 금방 갈게.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것 있으면 다 사! 알았지? 아줌마 그 정도 능력은 있어. 아줌마 올 때까지 열 벌 정도는 골라나야 해. 안 그러면 효린이 언니도 불러서 아주 돈으로 혼쭐 내 줄테니까!”
“네? 효, 효린이 아줌마도 부른다고요?”
아·········· 진짜 귀찮은 건 질색인데.
한효린까지 여기 나타나면, 정말 옷 매장을 거덜 낼지도 모른다.
아니 매장을 사서 나에게 줄지도.
안 그래도 차 사준다, 아파트 사준다 벼르고 있는 한효린인데.
남들이보면 사준다는데 왜 피해다니냐고 할 수 있지만.
원래 모든 건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는 법!
나는 자유롭게 여러 여자들을 만나고 싶은데, 너무 큰 선물들을 받으면 그녀들에게 구속되기 마련이다.
“알겠어요. 어머니. 효린 아줌마는 부르지 마세요. 알겠죠?”
한효린을 부르지 말라는 말에 형준이 어머니가 색기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웃는다.
“알겠어. 안 부를게. 하여간 우리 시원이는 귀엽다니까. 그럼 나 화장실 간다. 비싼 옷으로 고르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 화장실로 사라지는 형준이 어머니.
나 혼자 터벅터벅 발렌시아가 매장으로 간다.
“어서오세요~!!”
밝게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하던 발렌시아가 남자직원이 내 옷차림을 보고는 갑자기 기분 나쁘게 피식 웃는다.
“저기 요즘 여기 잘 팔리는 옷이 뭐에요?”
공손하게 물어봤지만, 나를 본체 만 체 하는 발렌시아가 매장 직원.
“저기요??”
다시 물어봤지만 여전히 개무시 당한다.
뭐야. 이 새끼?
지금 내 옷 보고 명품 아니라고 손님취급도 안하겠다는 거야?
재수 없었지만, 백화점에서 말싸움 하는 것도 귀찮고 대충 괜찮아 보이는 옷으로 집기 시작한다.
대략 다섯 벌 정도의 티셔츠를 손에 들고 있는데, 나를 무시하던 발렌시아가 매장 직원이 귀찮다는 얼굴로 내게 다가온다.
“저기요. 학생. 안 살 거면 그렇게 막 옷 고르지 마세요. 학생이 이런 매장 처음 와봐서 잘 모르나 본데. 시장바닥처럼 막 그렇게 옷 만지다가, 더러워지기라도 하면 학생이 다 배상해야하는 거야.”
“네? 옷 만지다가 더러워지면 배상해야 한다고요?”
아무리 내가 명품 매장을 가 본적이 없지만, 옷 만지면 더러워져서 배상해주어야 한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물론 골라놓기만 하고 안사면 다시 정리해야하니까 귀찮아서 하는 거짓말이다.
“아, 하여간. 고른 옷들 제 자리로 다시 돌려놔요. 아, 진짜 사람 귀찮게.”
“네? 저 이 옷들 다 살 건데요?”
다시 한 번 내 옷차림과 시계등을 보더니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발렌시아가 매장 직원이 말한다.
“학생. 지금 학생이 고른 옷만 해도, 지금 학생이 입고 있는 옷 백 벌은 사고도 남는 가격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 아, 진짜. 재수없게. 어디서 거지새끼가 와 가지고 기분 다 잡치게···········”
라고 재수 없게 말하는 직원을 향해 어디선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기요. 요즘은 매장 관리 이렇게 해요? 어디 손님한테 옷을 돌려놓으라 마라. 해요?”
“아. 씨. 이건 또 누구··········”
뒤돌아 보던 발렌시아가 직원이 형준이 어머니를 발견하고는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그가 형준이 어머니가 입고 있는 각종 명품 옷들과 시계를 보고는 급하게 고개를 숙인다.
“아, 손님. 죄송합니다. 이, 남자분이 손님 일행 분 이셨군요.”
“지금 그게 사과하는 태도에요? 사과는 내가 아니라 그 쪽이 거지 취급한 남자분께 해야지. 안 그래? 여기 매장 매니저 어딨어?”
“저, 저기요. 손님.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쯤에서 마무리 지어주시는게·······”
잘 못 했다고 인정은 하지만 여전히 눈빛이 건방지다.
“아저씨랑 할 얘기 없고, 매장 매니저 부르라고.”
“그러지 마시고요. 손님. 어차피 매니저님 와도 똑같아요. 제가 직원 할인으로 10% 디씨 해드릴테니 그냥 좋게 마무리 하시죠.”
“하, 진짜. 누굴 개보지로 아나. 어디 보자고요. 달라질게 있는지 없는지.”
형준이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더니,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한다.
“어. 언니. 바뻐? 아니 다른 게 아니라 나 지금 시원이랑 삼성백화점 왔는데. 여기 매장직원이 글쎄 시원이를 거지 취급을 하면서········· 아, 아니! 언니 끝까지 들어 봐. 그렇게 화내지 말고. 나도 매니저 부르라고 얘기했지! 아니, 언니. 그렇다고 매장직원 싸데기를 때리는 건 좀 그렇잖아. 알겠어. 언니. 너무 일 크게 키우지는 말고.”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니 한효린인데.
“직원 바꿔주라고? 아, 참. 곤란하게.”
눈빛으로 직원에게 신호를 보내자, 매장 직원이 여전히 건방진 태도로 전화기를 받는다.
“네. 저 지금 일하느라 바쁜데, 왜 전화를 받으라 마라······ 네? 제 이름이 뭐냐고요? 권기정이라고 합니다. 여, 여보세요?”
황당한 눈빛으로 형준이 어머니를 바라보는 발렌시아가 직원.
“반대쪽에서 끊으셨는데요. 참. 말도 없이 갑자기 전화를 끊고 이건 무슨 개매너야.”
그렇게 말하며 전화기를 형준이 어머니를 건넨다.
사실 형준이 어머니가 명품으로 도배를 하기는 했지만, 매일 매일 보는 사람들이 명품으로 잘 차려입은 손님들.
발렌시아가 직원도 잘 못은 인정하지만 별일 없을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삼성백화점에 울려 퍼지는 안내방송.
“발렌시아가 매장 권기정사원님. 매장에서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뜬금없는 안내방송.
권기정 사원도 안내 방송을 듣고 놀란 것 같다.
형준이 어머니가 싸가지 없는 권기정 사원을 보며 놀리듯 말한다.
“어머? 권. 기. 정. 사원님 무슨 일 생기셨나 봐요. 백화점 안내방송에도 다 나오고?”
“아, 아니요. 무슨 일이 생기긴요. 그냥 아마도 간단한 미팅 때문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권기정 사원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고 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헐레벌떡 뛰어오는 정장을 입은 직원들.
딱 봐도 백화점의 고위 간부 같아 보인다.
“이······ 이!!! 미쳤나! 거기 딱 있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
손가락으로 권기정 사원을 가리키며, 무서운 얼굴로 걸어오는 남자와 그를 둘러싼 다른 사원들.
권기정의 얼굴이 그를 발견하고는 얼굴이 하얗다 못해 파랗게 질렸다.
“총괄, 매니저님! 저, 저기 무슨 일로 저희 매장을 다.”
“야!!!!! 너 이 새끼 진짜 일을 어떻게 했기에, 사장님한테 직접 지시가 내려와!!”
“네? 사, 사장님께서요?”
“그래! 사장님이 지금 노발대발 하셔서, 너 권기정이 당장 끌고 오라는 거 내가 간신히 진정시켰어!”
“아, 아니요, 저도 무슨 말씀이신지 그게 잘········ 감히 저 따위가 사장님 비위를 거슬릴만한 일을 했을 리가········”
“모르겠다고? 너 지금 우리 사장님 친구 분 손님한테 무례하고 굴었다고 난리 나셨어! 이래도 몰라? 아, 아니 그리고 보니.”
검은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아저씨가 형준이 어머니를 보더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사장님 친구 분이 말씀하신 손님이시죠?”
90도로 고개를 숙여가며 사과한다.
“아, 오늘 쇼핑 좀 과하게 하려고 했는데, 저 직원 때문에 기분 팍 상하더라고요.”
으름장을 놓는다.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그 쪽 직원이 우리 시원이 추리한 옷 입은 것 만 보고 개 무시 했데요. 그리고 그쪽에서 사과해야 할 사장님 친구 분과 말씀하신 손님은 제가 아니라, 이 쪽 남자분이에요”
“네!!!!??? 남자 분이요? 그리고 저희 직원이 감히 사장님 친구 분이 보낸 손님을 개무시 했다고요! 그것도 옷차림만 보고?”
백화점 총괄 매니저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게 사실이야! 권기정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