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오나홀 아카데미-9화 (10/162)

Chapter 9 - 아카데미의 오나홀맨이 되었다!(2)

여기서 말을 건다고?

오나홀 맨&오나홀 공주 세트 메뉴 누가 주문했냐고 뒤에서 씹힐 게 뻔한데?

나야 상관없다. 이미 재능부터 '오나홀 수집가'라고 까발린 마당에 지켜야 할 명예 같은 건 없으니까.

하지만 얘는 잃을 게 많을 텐데.

귀가 용암처럼 빨갛다. 내가 바라보고만 있으니 실시간으로 더욱더 붉어지고 있었다.

"…그래."

아카데미를 빠져나와서 학원생이 드문드문 보이게 되자 유우나가 먼저 입을 뗐다.

"아까 미안."

"뭐가?"

"내가 도망치는 바람에 네 재능이 우스워 보이게 됐잖아."

그거 사과하려고 세트 메뉴로 묶이는 굴욕을 감내한 거야?

근데 나라도 옆 친구 각성 능력이 오나홀 수집가면 웃었을 듯.

유우나가 뛰쳐나간 사실은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았다.

"웃기면 웃어도 돼. 우스운 게 사실이고."

"그렇지 않아! 어떤 재능이든 잘 키워주면 좋아질 수 있어. 디히리트, 그 자식은 모르겠지만."

"그 말 하려고 나 기다린 거야?"

끄덕끄덕.

유우나는 용기를 낸 이유를 설명했다.

"오늘 지나면 영영 말 못 할 것 같아서."

음, 그랬겠지.

"그러니까, 미안."

"괜찮아. 난 상처 안 받았어. 그 디히리트? 뭐라고 하는지 신경도 안 썼고."

이름이 디히리트인 것도 방금 알았다.

"네가 거기서 제일 용감하던데?"

"잘 모르고 나선 거지…."

"난 감동받았어."

"…부, 부끄럽게!"

어, 좋은 분위기다.

연애하고 싶은 기분이 무럭무럭 샘솟는다.

……그래! 난 이런 걸 원한 거였어!

보지 팡팡, 오나홀 같은 거에서 좀 멀어지고 싶었다고.

"김상혁. 예전이랑 많이 달라지지 않았어?"

"그런 얘기 많이 들어."

앞으로도 들을 예정이고.

유우나는 팡, 하고 내 등을 두드리면서 생글생글 웃는다.

"아카데미, 자주 나와!"

등교 거부 학생을 걱정해주는 동급생 모먼트였다.

[「오나홀 적성 파악」발동]

앗! 잠깐!

멈춰!! 나한테 보여주지 마!

[나카모리 유우나]

[공략 난이도 - C(취소선) 없음)][오나홀 적성 A급]

[처녀][속옷 - V 라인이 돋보이는 하얀색 팬티]

[오나홀 특성(★) - 전국적 발기 주의보! 당신의 기운을 무한정 북돋아 주는 활기찬 오나홀♡]

[F반 반장. 보살펴주기 좋아하고 불의를 못 참는 성격, 감정 표현이 솔직하다! 활발한 매력이 돋보이고 잘 웃는 게 매력인 오나홀. 보기보다 가슴이 큼]

'별로 알고 싶지 않았어….'

그게 속옷이 됐든 뭐가 됐든.

처음 보는 여학생의 오나홀 적성 같은 건 숭해서 보고 싶지 않았다고…….

왜 야겜 제작자들은 이성의 '신비감'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거야?

'그나저나, 기운을 북돋아 준다니……. 얼마나?'

헤나가 기를 빠는 몸이라면, 유우나는 반대…인가?

몇 번이고 하고 싶어지는 그런 몸?

방심하면 유우나가 보는 앞에서 발기할 것 같았다.

"……나한테 스킬 사용했어?"

헉. 들켰어?

"뭔데? 뭔데 뭔데 뭔데?"

유우나는 내게 쓱 다가왔다.

"새로 배운 스킬이지? 그거!"

"……오나홀 적성 파악."

"오나… 푸흡! 잠깐! 그걸 왜 나한테 쓰는 건데?!"

"나도 모르게."

"그런 걸 사람에게 쓴다고 뭐가 나올 리 없잖아. 바보야."

"……."

유우나의 눈빛이 점점 묘해졌다.

"……아무것도 안 나온 거 맞지?"

"그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

더는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구간에 들어간 내가 고민하는 사이,

유우나는 계속 날 추궁했다.

"적성이 어떤데? 설마 D급은 아니겠지?"

어디서든 D급은 혐오 대상인 모양이다.

"A급."

"…또?"

"활발한 매력이 돋보이는 오나홀이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단숨에 이상해진다.

"등급이 낮은 것보다는… 나은 거겠지…."

"음…. 아마도."

"……앗! 네 오나홀 해준다는 뜻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그런 유쾌한 정신병자 같은 착각, 안 했어…….

"그냥 스킬이 제멋대로 발동했을 뿐이야."

아마도 히로인에 반응하는 거겠지.

"역시 이딴 재능으로 떳떳한 직업을 갖는 건 무리겠지."

"아니야, 왜 그런 슬픈 소리 해……."

"미안. 불쾌하게 할 생각 없었어."

"난 괜찮아. 나쁜 뜻으로 그런 것도 아닌데, 뭐! A급이라니 나도 몰랐던 소질을 알게 돼서 완전 이득 본 기분이고!"

정말 기운을 북돋아 주는, 햇살 같은 미소였다.

유우나가 떠나려는 날 붙잡는다.

"잠깐!"

"응?"

"앞에 중력파!"

중력파?

확실히 눈앞이 기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무슨 렌즈 굴절 효과라도 넣은 것처럼.

이걸 '중력파'라고 하는 건가…….

위키에 따르면 던전이 나타난 지역에는 국소적으로 이상중력파가 관측된다고 한다. 실제로 보게 되니 놀라웠다.

[「간파·홍」 발동]

[D급 던전]

[#3319. 고블린 부족][희귀도 D][보상 D][변칙성 D]

[최대 참가 인원 제한 없음]

"……D급 던전인가."

"오. 중력파만 보고 알았어? 공부는 열심히 했네?"

'아니….'

여신이 준 특전 스킬 덕분이야, 라고 말하기도 뭣해서 가만히 있었다.

"하얀색 물결 패턴 이상중력파면 우리끼리 해결해도 문제없을 것 같아."

"신고는 안 하고?"

아카데미 밖에서 던전을 발견하면 신고하는 게 기본이라고 봤는데.

위키에서.

"우리가 먹어야지! 코인 벌 기회인데."

그냥 먹는 게 개꿀인 듯하다.

유우나는 내 손을 꼭 잡고 나를 끌어당겼다. 여전히 상쾌하게 웃는 얼굴로.

"네 재능이 쓸모 있는지 봐줄 테니까, 같이 가자!"

[던전 참가 중]

[참가자 - 나카모리 유우나, 김상혁]

…마치 데이트 신청이다.

놀이공원에 가자고 말하는 듯한 유우나에게 이끌려 이상중력파 속으로 발을 내디딘다.

주변의 모든 풍경이 일그러질 때는 아찔했고, 눈을 떠보니 숲이었다.

"유우나!?"

"나 여깄어."

유우나는 바로 옆에 있었다.

검을 빼 들고서, 이미 전투태세였다.

"놀라긴. D급이 맞긴 하구나?"

살짝 자존심 상하는 말투였다.

그래, 나 던전 처음 와본다.

"엣솔 아카데미 학원생이라면 이 정도로 기죽으면 안 돼."

"넌 많이 와본 것 같다?"

"그럼. 나는 B급 헌터니까. 이 누나만 딱 믿고 따라와."

B급.

B라는 어감이 주는 느낌 때문에 대단하다고 놀라야 할 부분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교복과 날붙이가 함께 나오는 조합은 B급 영화에서나 보던 것.

그리고….

이쪽은 배우가 예뻐서 그런지 기막히게 잘 어울렸다.

"왜 넋 놓고 쳐다봐?"

"누나만 믿고 따라갈게."

"……노, 농담이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하지만 내 재능으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어떤 단서를 얻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

유우나는 주변을 살피면서 말했다.

"가장 빨리 성장할 때가 재능 각성했을 때거든."

오나홀을 활용한 전투법….

같은 걸 개발하라는 뜻일까.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

일단 유우나를 따라가기로 했다.

'자전거는 같이 못 왔나….'

내 소지품…. 다행히 스마트폰은 그대로 있다.

하지만 여기 오니 작동하지 않았다.

'통화권 이탈'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왜 이래?"

"너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많이 아는 A급 오나홀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시지요?"

"…풉. 자존심 상했어?"

악의가 없다는 걸 알기에 나도 장난으로 받아친다.

유우나는 이 상황이 즐거운 듯 키득키득 웃고 있었다.

"던전 내에서는 복잡한 기계장치일수록 쉽게 고장 나."

"복잡한 기계장치…. 기준이 애매하네."

스마트폰은 확실히 복잡한 기계장치다.

"그럼 총은?"

"총도 고장 나지. 자그마한 권총이라면 모를까, 소형 화기는 최소 5% 확률로 고장 나."

5%…?

그 말은 쏘다 보면 5% 확률로 탄이 걸리거나 해서 좆된다는 뜻인가?

'특정한 규칙이 강제되는 공간 같네.'

마치 게임 속 세상처럼.

……게임 속의 게임인가.

"여긴 칼 한 자루면 충분해. 가자."

……허허.

이세계 학원생은 스펙터클하게 사는구나. 대사부터 범상치 않다.

군필인 나조차 전율하게 된다.

'나도 질 수 없지.'

유우나는 곧 고블린이 무리 지어 사는 부락을 발견했다.

수는… 스무 마리 정도?

[「간파·홍」발동]

[고블린][D]

[멍청한 아인종 괴물. 야수의 권속 중 가장 약하다]

'보스는 저 녀석인가.'

[고블린 십장][D+]

[멍청한 아인종 괴물을 이끄는 우두머리]

"저쪽은 내가 맡을게. 반대편 5마리 정도는 상혁이 너도 가능하지?"

"……."

해본 적 없다.

하지만 내 허리께도 못 오는 작은 괴물을 상대하지 못한다고 했다간.

「우쭈쭈~ 그래, 이 누나가 알아서 다 해줄 테니까 우리 상혁이는 손가락만 빨면서 기다리자~?」

…….

그것도 왠지 나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뭐라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해."

"힘들면 시간만 끌고 있어도 돼. 아마… 1분이면 될 거야!"

오옷.

유우나가 먼저 뛰쳐나갔다.

"케엑!?"

"케케켁!"

"뀌익! 뀌이!"

한 번에 저렇게 주의를 끌어도 되나, 생각한 찰나.

유우나는 고블린들이 다가오기도 전에 검을 크게 휘둘러 베어냈다.

검기 같은 것을 흩뿌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공격 스킬인가?'

내 눈이 제멋대로 유우나의 스킬을 읽어 들인다.

[기습 베기]

[C급 공격 스킬]

[위력 C 범위 C 선공 보정+1]

'…나도 저런 거 갖고 싶다.'

생각해 보니 나도 공격 스킬이라고 부를만한 게 있었다.

[인 격배설]

시험해 볼까? 이 못생긴 괴물들 상대로는 무슨 짓을 해도 괜찮을 것 같고.

"도피타! 도피타!"

쉭!

나는 유우나의 뒤를 노리려는 고블린 무리에 돌을 던졌다.

"케에엑!"

"끼익! 뀌익!"

"너희들은 내가 상대해주마."

멋진 대사 한 번 갈겨주고 자세를 잡는다.

그러자 고블린들이 눈을 부릅뜨면서 저마다 날붙이를 꺼내 들었다.

'어라?'

저 날카로운 흉기들은 좀 무서울지도?

내가 뒷걸음질 치자 고블린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든다.

에라 모르겠다!

"인 격배설!!"

[인격배설 발동]

받아라, 공전절후의 공격 스킬!

「인 격배설」

퍼억!!

내 발차기를 맞은 고블린은 그대로 나자빠져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오. 효과적인데?'

격투 스킬이었나?

그렇다면! 더욱더 적극적으로!

"인!! 격배설!"

퍽!!

"격배! 설!"

퍽! 퍽! 퍽!

나는 적극적으로 「인 격배설」을 활용해 고블린을 하나둘 쓰러뜨려 나갔다.

일격필살.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언뜻 한 대 맞고 나자빠진 듯 보이는 고블린들, 마비당한 것처럼 움직이지 못한다.

'뭐야. 나 좀 치는데?'

역시 여신이 준 공격 스킬이라 그런지 잘 먹히네.

……이게 '오나홀 수집가' 랑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킬『오나홀이 되어라!!』를 습득했습니다!]

[스킬『오나홀 터치』를 습득했습니다!]

[스킬『오나홀 인벤토리』를 습득했습니다!]

…유우나 말이 맞았다.

재능 각성 후에 제일 빨리 성장한다는 말.

근데 하나같이 어지러운 스킬들뿐이다.

『오나홀이 되어라!!』대상의 인격이나 육체를 오나홀로 수육한다. 해제하지 않는 한 영원히 그대로이다

『오나홀 터치』부드러운 터치로 오나홀의 행복도를(강제로) 높인다

『오나홀 인벤토리』오나홀을 무한 수납할 수 있는 서브 인벤토리. 청결 관리는 자동으로 되며, 구멍은 늘 적정 온도로 유지된다.

……흐으음.

내가 오나홀 빌드 삼종 유틸기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느새 주변 정리를 마친 유우나가 걸어왔다.

"김상혁. 봤어? 내 멋진 활약!"

"……어, 어어. 봤어."

"새 스킬 배웠어? 와. 진짜 빠르긴 하다. 재능 있을지도 몰라."

"재능 있지… 재능이 오나홀 수집가인 게 문제지."

"쿡쿡……."

이제 그녀를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창피하게 했던 내 재능이,

편안한 유머 코드로 자리 잡은 듯했다. 친밀감이라는 게 이토록 중요하다.

"한 번 사용해 봐. 내가 시험대가 되어 줄게."

"큰일 날 소리."

「오나홀이 되어라」를 너한테 쓰라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럼 고블린한테?"

그건 더 싫은데…….

하지만 어찌 되든 상관없는 놈들이니까 시험해볼 가치는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였다.

잔디 밑에서 뭔가 바스락바스락 움직이더니, 일어난다.

그것은…….

[고블린의 배설된 인격]

[고블린의 배설된 인격]

[고블린의 배설된 인격]

슬라임,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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