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오나홀 아카데미-21화 (22/162)

Chapter 21 - 오나홀 내실(2)

[평범한 오크 오나홀]

[야수의 권속 오크의 인격을 수육하여 오나홀로 만든 것. 거칠거칠한 질감이 특징]

[희귀도 C]

[조임 C+ 내구성 C 보온성 D 반응 D][인격이 붕괴하지 않음(100%)]

[오크 오나홀 최초 수집 달성!]

[힘 +3]

[순발력 +3]

[기교 +3]

[체력 +3]

[오크 오나홀(수작)]

[희귀도 C+]

[조임 C+ 내구성 C+ 보온성C 반응 D][인격이 붕괴하지 않음(100%)]

[오크 오나홀(수작)을 수집하였습니다]

[힘 +2]

"오나홀 인벤토리 오픈."

아쉽게도 명작급의 손맛은 없었다.

헤나도 쪼그려 앉아서 나와 함께 오나홀을 줍는다.

"귀엽게 생겼어. 푸릉푸릉 떨려."

"……."

유우나는 손으로 건드리기가 싫었는지, 팔짱 끼고 딴청 피우고 있었다.

저게 정상이긴 해. 나도 적극적으로 만지고 싶지는 않다.

내 능력의 부산물이니까 어쩔 수 없이 수거하는 중일 뿐.

그래도 오나홀 내실, 너무 달았다.

"수집 보너스 얻었으면 나머지도 다 긁어서 가져갈 필요 없지 않아?"

"그렇긴 해. 내가 쓸 것도 아니고."

"그럼 놓고 가자. 저 많은 걸 언제 다 찾아서 가져가겠어?"

오크 껍데기랑 이리저리 뒤섞여서 줍기 귀찮아지긴 했다.

나는 유우나의 말에 수긍하고 몸을 일으켰다.

"우두머리는 근처에 있을 거야."

유우나 말대로였다.

근처 방에 전사와 같은 풍채를 지닌 오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크 챔피언]

[오크들의 우두머리. 더욱 숙련된 전투 기술을 지녔고 몸집도 거대하다]

"구워어어억!"

탕!

바로 글록을 당긴다. 하지만 이놈은 내 총탄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손에 든 검으로 쳐냈다.

'총기 멸시 지리네, 진짜….'

누가 봐도 시스템 보정 받고 쳐냈다. 저거.

마치 게임 속에서, '원거리 날먹 안 돼요~.' 라고 말하듯이, 오크의 팔이 내 방아쇠 당김과 동시에 움직인 게 보였던 것이다.

"걱정 마. 우리가 빈틈 만들어 줄 테니까."

그때 유우나가 내 판을 깔아주기 위해 앞으로 뛰쳐나갔다.

"내가 자세 무너뜨릴게! 헤나가 이어줘!"

"응!"

나는 그저 총구를 내린 채 가만히 지켜봤다.

"구어어억!"

유우나는 오크 챔피언이 크게 휘두른 검날을 도약하면서 물 흐르듯 피하고,

굵직한 오크 챔피언의 허벅지를 검으로 베어내서 무릎 꿇렸다.

헤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마탄으로 오크의 상체를 타격해서 놈을 멍청한 표적으로 만들었다.

"꾸우욱!?"

"지금이야! 김상혁!"

둘의 합작품에 경의를 표하며, 글록을 겨눈다.

'배설 탭.'

탕탕!

"끙으윽!?"

오크 챔피언은 그대로 인격 젤리를 배설하며 쓰러졌다.

훗…….

총구를 내리며 폼을 잡는다.

"속세의 주박에서 벗어나, 오나홀이 되어라……."

뿅.

오크 챔피언의 젤리는, 명작으로 승화되었다.

"잘생긴 얼굴 아니었으면 방금 그 멘트는 범죄야."

"오나홀이 되어라! 얍!"

"헤나도 김상혁 너 자꾸 따라하잖아."

"뭐 어때, 다 큰 성인인데."

챔피언 밑으로 떨어진 마지막 오나홀을 수집한다.

잡았을 때부터 왠지 느낌이 좋았다.

[오크 오나홀(명작)]

[1,000개 중 한 개꼴로 나오는 오크 오나홀(명작), 챔피언을 잡아서 획득하였기에 젤리 품질이 좋다. 거칠거칠하고 강한 조임이 일품]

[조임 B 내구성 B 보온성 C 반응 D][인격이 붕괴하지 않음(100%)]

[오크 오나홀(명작)을 수집하였습니다]

[기교 +5]

[순발력 +4]

[힘 +5]

[마력 +3]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업적《오크 오나홀 정복자》를 얻었습니다]

[힘 +3]

크~~.

달다. 달아!

"어때? 글록은 마음에 들어?"

"자주 고장 나는 것 빼면."

"기교를 쭉쭉 올리면 해결될 거야."

'기교'라…….

헤나한테 들러붙은 마수를 떼줄 힘도 있어야 하니까. 2순위는 힘으로 갈까.

"스탯을 살 수 있다고 했지? 악마 상인에게 사면 돼?"

유우나가 귀신 보듯 날 쳐다봤다.

"악마 상인? 그걸 D급인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유우나의 목소리에는 날 D급이라고 무시한다기 느낌보다는,

'D급이 그런 것의 존재를 알 리 없다'라고 말하는 듯한 놀라움이 배어 있었다.

"이 던전에서 나온다고 봤는데."

"……."

유우나의 표정이 심각하다.

"내가 뭐 실수했어?"

"아니…. 이따 말해줄게."

쿠구구구.

그때, 던전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오크 섬멸』조건 달성]

[황금 권역 강화…… 던전 랭크가 B로 상승]

[보상 추가]

지하 유적이 갑자기 지상으로 부상한다.

뜨거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사막으로…….

바뀐 건 무대뿐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죽인 오크들의 몸이 황금으로 코팅되더니, 다시 일어난다.

"헤나! 이쪽으로 와!"

"응!"

우리가 죽인 오크들이 전부 부활했다.

'인격을 빼냈는데?'

지성이 없는 듯한 움직임.

마치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듯했다.

[「간파·홍」발동]

[황금 오크]

[B급]

[황금 권역의 지배를 받고 다시 태어난 마수. 강해졌다.]

[황금 오크 챔피언]

[B+급]

[황금 권역의 지배를 받고 다시 태어난 엘리트 마수. 매우 강해졌다.]

"내 뒤에 딱 붙어!"

유우나는 검을 들고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상대는 B 랭크 마수야. 지켜줄 틈이 없을지도 모르니까. 긴장해."

별다른 준비 시간 없이 즉시 전투가 시작된다.

헤나는 즉시 무형의 마탄을 쏘아냈지만 황금 오크의 몸은 전혀 밀려나지 않았다.

"앗…! 마법, 안 통해…."

유우나가 검을 휘둘러 다가오는 오크들을 낙엽처럼 쓰러뜨린다.

이제부터는 진짜 유우나의 단독 무대였다.

'인격배설도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이 상황에서는 혹시 유우나의 등에 맞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때문에 쉽게 나설 수 없었다.

일단 헤나를 지킨다는 마인드로 거리를 벌린다.

"잘하고 있어. 김상혁."

"공주님! 믿습니다!"

"내가 왜 B랭크 솔로인지 보여줄게."

그냥 교복 입고 싸우는 터프한 여학생 정도가 아니다.

'이게 프로인가?'

흉악한 황금 괴물들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유우나는 기죽긴커녕 더욱더 빛나는 듯하다.

아까 통로를 막을 때 보여준 검 기술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었다.

넓은 범위를 휘어잡는 「산수화 베기」

달라붙는 적을 순식간에 난도질하는 「난무」

유우나가 보유한 A급 공격 스킬들이 황금 오크의 단단한 몸을 파괴했다.

"그쪽으로 한 마리 갔어!"

헤나가 즉시 마법을 사용하지만, 황금 오크는 더욱더 흥분할 뿐이었다.

"힉!!"

겁에 질린 헤나가 나한테 들러붙는다.

"사, 상혁아. 도망쳐…!"

"아니."

몹 수준이 오르니까 이제 진짜 폼 잡을 수 있겠는데.

지금 고장 나면 진짜 원망할 거야, 엔쨩.

히로인 앞에서 멋지게 폼 잡게 해달라고…….

글록을 겨누고 황금 오크의 가슴에 세 발 쐈다.

모잠비크 드릴은 저지력을 높이기 위해 가슴에 두 발, 머리에 한 발이 기본.

하지만…….

'배설 드릴은 가슴에 두 방, 배에 한 방.'

배에 쏘는 한 방이 결정타다.

탕탕! 탕!

오크는 황금의 힘으로 조종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밌는 리액션은 없었지만.

[레벨이 올랐습니다]

손쉽게 쓰러졌다.

배설할 인격도 없을 때는 뭘 배설하나 했는데, 황금색 젤리가 나온다.

그러나 곧 그 젤리는 오크의 황금색 코팅과 함께 소멸했다.

오크를 조종하기 위한 유사 인격 같은 거였나 본데.

그것마저 배설하게 만든 것이다.

"이제 괜찮아."

"괜찮아…?"

헤나는 나를 꼭 안고 젖은 눈으로 올려본다.

'음. 이 맛에 주인공 하는군.'

뻔하지만 맛있다.

내 몸에 닿는 젖가슴의 따스함과 보드라운 만큼이나.

곧 유우나가 반대편을 거의 정리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두머리와 맞붙는다.

"크읏!!"

이번에는 B급 솔로 유우나도 굉장히 애먹는 느낌이었다.

상대는 강화된 B 랭크 보스. 자세를 무너뜨리는 것도 쉽지 않다.

"유우나!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고… 말고!!"

오크에 비해 훨씬 작고 아담한 체구로 힘겨루기가 된다니.

정말 대단하다.

곧 검광이 번뜩이고, 넓은 공간을 세 번 나누어 베는 유우나의 산수화 베기가 적중했다.

"쿠르륵!?"

"디히리트으…… 이 나쁜 새끼야아!"

'하하…….'

반장다운 기합과 함께, 유우나는 B급 엘리트 보스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던전 클리어]

[기여도 71% MVP 나카모리 유우나]

[그 외 - 김상혁, 헤나 이시스]

"와아. 유우나 굉장해."

헤나가 감탄한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유우나였어.

덩치가 산만한 괴물을 칼 한 자루로 쓰러뜨리고 위풍당당하게 걸어오는 모습.

교복 스커트 찰랑찰랑 흔들며 걷는 소녀한테 멋지다는 느낌을 받아볼 줄은 몰랐다.

"고생했어. 유우나."

"이번에는 기여도 좀 채웠네? 김상혁."

"누가 사준 무기 덕분이지. 뭐."

유우나는 목이 타는지 가방에서 물부터 찾아 꿀꺽꿀꺽 거침없이 마셨다.

"마실래?"

뜨거운 뙤약볕 탓일까. 다들 밖에 나온 후로 땀이 꽤 났다.

순순히 받아서 마신다.

"곧 철거되나?"

"아직이야. 악마 상인이 나온다고 한 게 사실이라면…."

대체 그게 뭐길래?

"뭐 문제 있어?"

"우선 분배금부터 줄게."

[리더 나카모리 유우나가 거래를 신청합니다]

[헤나 이시스 - 960 코인]

[김상혁 - 1,188 코인]

"생각보다 적네."

"B급 던전 한 번에 이 정도면 엄청나게 번 거야. 참고로 나는 2천 코인."

분배는 리더가 마음대로 정하는 방식인가….

"이의 제기하고 싶으면 지금 말해."

헤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분배금 받아보는 거 처음이라서 기뻐…. 에헤……."

"……."

유우나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너, 얘 돈 떼먹었어…?"

"모, 모르는 일이야…."

우선 잡아떼지만, 유우나의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헌터 업계에서 돈 떼먹으면 진짜 매장당하는 거 알지?"

"처음 알았지만, 떼먹을 생각 없어…."

"으! 응…. 사, 상혁이 다 줘도 괜찮아. 나는…."

"당사자가 괜찮아도 안 돼! 법이 그래!"

유우나가 이런 성격이니, 나한테 더 줬으면 더 줬지 떼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나는 학생증에 입금된 코인 중 400을 덜어서 유우나한테 건넸다.

"바로 갚을게. 유우나."

"네가 받을 돈에서 이미 뗐어."

"내 기여도가 그렇게 높았나……."

유우나가 나와 눈을 못 마주친다.

"뭐. 생각보다 잘 해줬으니까…. 받은 셈 쳐."

"네 말대로 총기 말고 다른 거 고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확실히 칼보다는 어울렸어."

내 전투 스타일을 보고 알아준 것 같다.

육탄전 베이스에 다루기 쉬운 권총을 얹는 스타일.

"마지막에는 도움이 안 돼서 미, 미안…."

"기여도 때문에 그래? 쭈뼛거리지 말고! 등 쭉 펴."

유우나가 어깨가 축 처진 헤나의 등을 팡 두드린다.

저거 나도 받았는데.

"그치만……. 실제로 낮았고…."

"기여도는 원래 메인 딜러가 다 쓸어가는 구조야. 그렇지만 파티에서 제일 대접받는 건 보조 잘해준 사람이고."

"나 헤나 없었으면 오크랑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겠지."

"……."

나까지 칭찬에 가세하자, 헤나의 볼이 막 빨개진다.

나는 소매를 걷고, 환하게 비치는 태양을 올려봤다.

'슬슬 더워서 돌아가고 싶은데….'

그런 생각이 들 때쯤,

멀리서 누더기로 몸과 얼굴을 가린 작은 인간이 보였다. 등에 자기 몸보다 비대한 보따리를 메고.

'저 녀석인가?'

"아까 질문에 대답할게."

유우나가 말했다.

"스탯은 악마 상인에게 사는 것이 맞아. 악마 상인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도, 존재하는 것도 모두 팔아."

"기교 잔뜩 사야겠다."

"나, 나는 마력…."

"너희 모두 처음이지? 악마 상인과 만나는 건."

나야 당연히 그렇고, 헤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악마 상인은 낮은 등급에서는 출몰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유우나가 왜 이렇게 경계할까.

B급 엘리트 보스가 황금 오크를 잔뜩 이끌고 덤빌 때도 이런 표정은 아니었는데.

"상인이라고 해서 친절하게 돈을 지불한 만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무슨 뜻이야?"

"악마 상인은 던전에만 간혹 출현하는 미지의 존재야. 실제 무력은 S급 마수에 필적한다고 들었어."

"……."

그러면.

저게 갑자기 덤비면 우리는 방법이 없단 뜻인가?

"만약 우리가 아사 직전의 극한 상황에 몰려 있었다면, 생수 한 통을 아무렇지 않게 50만 코인에 팔려고 했을걸."

"아이고. 저희가 그렇게 악독하지는 않습니다."

지평선을 등지고 한참 멀어 보였던 형상이,

어느새 우리 근처에 와 있었다.

유우나는 깜짝 놀라 물러나 입을 다문다.

"반갑습니다. 귀여운 헌터 지망생 여러분."

[「간파·홍」발동]

[고블린 킹][악마 상인]

[마수『고블린』을 통솔하는 자. 한때 신에 대항했던 그 힘은 SS급 헌터에 필적한다]

'개기면 안 되겠는데…….'

체구는 평범한 고블린이지만, 간파가 읽어 들인 정보가 심상치 않았다.

적어도 지금 힘으로 감당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싸울 이유도 없지 않은가? 합리적인 거래만 할 수 있다면 좋을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너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여신에게 대들던 배짱이 이럴 때 도움이 된다.

나는 굳어 있는 유우나와 헤나를 대신해, 고블린 킹의 인사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고블린 킹."

"오오, 이렇게 예의 바른 인사로 맞아주시는 게 얼마 만인지. 감동했습니다. 김상혁 님."

…내 이름 안 알려줬는데.

저쪽도 고블린 킹이라고 자기소개한 적 없으니까 쌤쌤인가.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 제가 가진 것을 풀어 여러분의 코인과 교환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의외로 말이 잘 통할 것 같은데?

"기교 얼마예요."

"기교는~~~ 지금은 그렇게 팔고 싶은 기분이 아니군요."

"에이, 그러지 말고."

"안 됩니다. 기교의 무드가 아니에요. 안타깝게도…."

뭐라는 거야….

"그럼 힘?"

"아아, 힘을 팔기에는 날씨가 너무 쨍쨍하군요."

"체력?"

"체력을 팔기에는 제가 어제 너무 슬픈 드라마를 보았지 뭡니까."

……이런 썅. 어쩌라는 거야.

"마침 마력을 팔고 싶은 기분입니다. 자, 여러분의 스탯을 보니……."

마력이면 헤나네.

"헤나한테 팔아줘요."

"1개에 5,000 코인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뭐!"

유우나가 소리를 빽 질렀다.

"헤나 마력 스탯이면 정규 시세는 200 코인이면 되잖아!"

"하지만 저는 5,000 코인입니다."

"……읏…."

헤나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저, 그런 큰돈 없어요…."

"하하. 아쉽군요."

'흐음.'

악마 상인이 대충 어떤 시스템인지는 알겠다.

예를 들면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 코인을 몇억이나 상속받은 학생이 있다고 치자.

스탯을 올리려면 고난도 던전을 클리어하고 악마 상인을 만나야 하는데, 그놈이 힘 스탯 하나에 100억을 달라고 하면?

'악마 상인과 합리적인 거래를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해.'

그러니까. 지금은 못 산다는 거겠지.

"혹시 쓸만한 걸 매입하기도 합니까? 고블린 킹."

"오오. 상혁 님. 물론이고 말고요. 좋은 것을 찾아내셨습니까?"

"그냥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지만, 귀금속 같은 건 취급 안 하죠?"

"……."

고블린 킹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입은 마치 흉악하게 웃는 듯했다.

"고작 그런 쓰레기를 팔기 위해 제게 물건 매입을 문의하신 거라면, 페널티를 부여할지도 모릅니다. 상혁님."

"……."

"자, 자, 무엇을 파실 것인지요? 무엇이든 가지고 있는 제가 무엇에 흥미를 가질지 알고 계십니까?"

"사, 상혁아…."

유우나가 내 소매를 잡는다.

그녀가 드물게 겁에 질려 있었다.

"얘기 그만하자…."

"팔 거. 있지."

누굴 상대로 위협을 해?

세상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물건이 나한테 있다.

꺼내기 전부터 어떠한 종류의 확신이 있었다. '이건 이렇게 쓰는 거 아닐까.' 하고 말이다.

"오나홀 인벤토리 오픈."

나는 평범한 고블린 오나홀을 그에게 보여주었다.

"뭐, 뭣……."

고블린 킹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일그러졌다가 펴지기를 반복한다.

"이런 거라든지. 어때?"

"이것은…… 내 동족의 인격을, 이토록 무참하게!"

"그냥 도구일 뿐이니까 흥분하지 말고."

"쿠오오오오옷!!"

고블린 킹은 내가 건넨 오나홀을 받고 무릎 꿇었다.

"뷰티풀! 아름다워!!"

악마 상인은 내가 건넨 오나홀을 우상처럼 치켜들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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