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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헌터물 야겜에 빙의했다-8화 (8/224)

Chapter 8 - 8화

“얼굴이 많이 빨가신데요. 혹시 어디 아프신가요?”

“아, 아니. 전, 전혀?”

“흐음…. 그렇군요. 아, 혹시 이렇게 생긴 남학생 못 보셨나요?”

“전, 전혀? 모, 모르겠는데…?”

“흐음……. 그렇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발밑에 신발 한 쌍이 더 보이는데요. 누굴 숨겨주고 계십니까?”

‘헉. 좆 됐다.’

역시. 이런 어설픈 숨겨짐으로는 기감이 예민한 각성자들을 속여 넘길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그녀들은 각성자들 중에서도 유망주들이라 엘리트 코스인 국립 헌터 아카데미에 입학한 인재들이 아닌가?

“나랑 친구들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을 뿐이야.”

“20살 넘게 먹고 숨바꼭질이요?”

“성인은 숨바꼭질하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니?”

“…하, 어이가 없군요. 그냥 솔직히 말하세요. 여기에 그 남학생 숨겨주고 있는 거 맞죠?”

“아닌데? 증거 있어?”

“증거요? 증거야 이렇게 치마를 들추면…!”

“멈춰!! 너…! 몇 학년이야? 성도부라고 해서 선배 치마를 이렇게 들추려고 해도 돼? 너 몇 학년 몇 반이야? 이름 대봐. 몇 학년이야? 아니, 이름표 색이 하얀 거 보니까. 이번에 입학한 1학년 아니야? 너 그럼 아직 정식 성도부원도 아니겠네? 너 이렇게 나랑 트러블 생기면 성도부에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아?”

들어 올려지려던 그녀의 치마가 멈추었다. 나는 다행히도 아직 완전히 안 들켰다. 아마 핑크색 머리의 그녀가 염동력 비슷한 이능력 같은 걸 써서 멈춘 거 같다.

“…그, 그건. 크윽…. 그, 그래도 여기에 그 남학생을 숨겨주고 있다면…!”

핑크색 머리의 그녀와 예비 성도부원이 옥신각신하며 설전을 벌이려고 할 때. 다른 예비 성도부원 1명이 들고 있던 무전기에서 무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치직. 북서문에서 거동이 수상한 여학생 2명과 남학생 발견. 현재 수색을 저항 중. 대치중인 상태인데 증원이 필요하다. 적이 강해서 우리 힘만으로는 이길 수가 없다. 오바. 치직--”

“--치직. 알겠다. 여기는 아이스우먼. 현재 각 문을 지키고 있는 병력을 제외하고 전원 북서쪽 문으로 이동한다. 다시 한 번 전파한다. 여기는 아이스우먼. 현재 각 문을 지키고 있는 병력을 제외한 모든 병력은 북서쪽 문으로 집합해서 증원하라. 치직--”

“--치직. 여기는 기숙사 담당. 곧 출발하겠다. 오바. 치직--”

“--치직. 빨리 와주길 바란다. 놓칠 거 같다. 오바. 치직--”

“--치직. 여기는 교내 순찰 1팀. 바로 출발하겠다. 조금만 버텨라. 치직--”

무전 상황이 계속 급박하게 전파 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우리 쪽을 찾는 무전 전파가 있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코드네임이 아이스우먼인 푸른 긴 생머리의 성도부 선생 그 쌍년이었다.

“--치직. 교내 순찰 3팀? 무전 전파가 안 됐나? 대답하라. 그쪽만 현재 움직인다는 보고가 없다. 치직--”

“--치직. 여, 여기는 교내 순찰 3팀. 무, 무전 전파는 받았다. 알림. 오바. 치직--”

“--치직. 그럼 현재 북서문으로 이동 중인가? 치직--”

“--치직. 그, 그건 아니다. 오바. 치직--”

“--치직. 빨리 이동하라. 뭐 하는 건가? 그쪽이 북서문에서 제일 가깝다. 그리고 이제부터 굳이 오바. 라고 말하면서 말끝맺음은 안 해도 된다. 이건 전화기처럼 양방형 통신이 바로 되는 무전기다. 버튼 눌러야 말하는 옛날 무전기와 다르다. 치직-- 치직. 통화 음질은 좀 구리지만. 치직--”

“--치직. 알, 알았다. 그, 그게, 여기도 그…. 치직--”

“--치직. 뭐? 뭘 말하는 건가? 알아듣게 제대로 명확하게 설명해라. 치직--”

“--치직. 여, 여기도 거동이 수상한 자들이…. 치직--”

“--치직. 아직 지원이 멀었나! 빨리 와 달라!! 치직--”

“--치직. 교내 순찰 3팀. 바로 북서문을 지원하라. 명령이다. 바로 지원 가라. 치직--”

“--치직. 알, 알았다. 지금 바로 출발하겠다. 치직--”

성도부 여학생 2명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북서쪽의 문으로 출발했다. 나는 때마침 천재일우의 기회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어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자, 핑크머리의 그녀가 치마를 살짝 들어 이동한 뒤, 치마 밖에 있게 된 나를 생긋 웃으며 쳐다봤다. 나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살았다는 느낌으로 말했다.

“휴우~ 운이 좋았네요.”

“후후후. 이보게, 불량학생 후배군. 세상에 운이라는 건 없어.”

“그런가요?”

“그럼. 다 필연적인 것들의 경우의 수만 있을 뿐이지. 단지 우리가 다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산하지 못하기에 뭉뚱그려서 ‘운’이라고 할 뿐이야. 바로 너처럼.”

그녀는 마치 이게 행운이 아니라는 것을 단정 지으며 말했다. 꼭 말하는 모양새가 마치 이걸 자신이 의도한 것처럼….

‘…어? 설마?’

“혹시, 북서문의 소란을 일부러 일으킨 건가요?”

“호오…, 머리가 아주 빠가사리는 아니구나. 너.”

나를 향해 잘했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 나는 그 쓰다듬을 받아들이면서 그녀의 정체가 궁금했다.

‘북서문의 소란을 일부러 일으켜서 위기를 넘겼다고? 도대체 정체가 뭐지…?’

“만나서 반갑다. 나는 우리 아카데미 최고 불량서클의 총수인 김지나라고 한다.”

“불량서클이요?”

“그래. 아카데미 곳곳에 산재해 있는 더러운 꼰대 문화를 전통과 관습이라 우기는, 헌터 아카데미의 구습을 혁파하기 위해 움직이는 혁명서클이다. 하지만 성도부랑 학생회 쌍년들은 우릴 그냥 불량서클이라 부르지.”

“어…, 그, 그렇군요.”

“성도부 쌍년들이 입학식 첫날부터 보릉내 풀풀 풍기며 누굴 쫓고 있다기에, 엿 먹어보라고 우리도 참여했더니…. 너를 뒤쫓고 있더군.”

“….”

“그나저나 너는 어째서 그 옛 악습의 성노예 전형인 남자 봉사부 특기 전형으로 들어온 거냐? 그것도 심지어 입학식 아침 식사 때 암묵적인 오픈 룰로 대놓고 오픈을 했다며? 나는 그래서 처음에 그냥 네가 얼빠진 변태 창놈 새끼인줄 알았다. 간혹 흔한 변태 바바리 치녀들처럼, 보지와 애액에 미친 치남 새끼가 있다고는 들었거든. 그런데 이상하게도 성도부에 반항적이란 말이지. 나는 성도부가 접근하면 네가 좋다고 가랑이 벌리고 자지를 헌납할 줄 알았는데…. 체벌실에 끌려가서도 반항하며 도망치고…, 그러다가 성도부에 쫓기며 도망치고 있고. …설마, 너도 우리처럼 그런 구습을 정면으로 들이박아 해체하려는 혁명의 정신이 깃든 전사인 것이냐…??!”

‘저게 뭔 소리야?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있네. 나는 야겜 속 세상을 즐기려는 평범한 자지 달린 놈일 뿐인데.’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우리 혁명서클에서 널 끝까지 보호하고 숨겨주마. 하지만, 그렇지 않고 그냥 네가 얼빠진 남창 놈이라면…, 그냥 그에 맞는 대접을 해줘야겠지. 자, 그럼 네 의견을 들어볼까?”

“저, 저는….”

나는 순진하게 진실을 고백할 정도로 병신이 아니었다.

“저, 저는…… 맞습니다! 저 역시 순수한 이상으로 무장한 혁명 전사였습니다! 드디어 제 진가를 알아봐주시는 분이 계시는군요…!”

“여윽시…! 내 눈은 틀림이 없었구나…! 하하하! 으하하핫!”

“으헤헤헤. 으히히히!”

“크흠. 큼. 웃는 건 좋은데, 왜 그렇게 비굴하고 음흉하게 웃는 것이냐. 마치 꼭 삼류 엑스트라 악당이 웃는 거 같잖나. 우린 삼류 악당 같은 존재가 아니다. 우린 대의를 앞세우는 혁명 집단이란 말이다. 유명한 여성 혁명 영웅 체 게바라네스처럼! 호탕하게 웃는 거다!”

“예? 웃음소리요? 그냥 제가 남자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아니야. 그것보다는 여자 삼류 악당 웃음소리 같아.”

‘아, 여기가 남녀역전 세계라서 그런 건가? 이런 웃음소리가 여자 삼류 악당 목소리 같다니…. 퉷! 내 웃음소리가 어때서!’

“그, 그런 가요…. 고쳐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이동해보자고. 슬슬 성도부 년들이 내 양동작전을 알아차릴 때가 되었어. 이쪽이다. 혁명 동지.”

나는 핑크머리 미녀의 안내를 받으며 아카데미 내에 숨겨져 있는 어떤 지하시설로 이동했다. 아카데미 안에 이런 공간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크기가 넓고 깊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언니! 우리 비밀 아지트에 외부인을 들이다니요! 아무리 언니가 총수라지만…, 그런!”

지하의 비밀 공간의 깊숙한 어느 장소. 어느새 나는 길이 헷갈려서 여기가 어디쯤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런 깊숙한 지하로 와 보니까 타칭 불량서클의 멤버들이 다수 있었다.

그 인물 중에서 하늘색 머리 색깔을 한 아주 예쁜 여자 한명이 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성토했다. 나는 푸른 머리랑 비슷한 하늘색 머리라서, 나 역시 그녀가 나쁘게 보였다. 이게 다 그 성도부 푸른 머리 쌍년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이상하게 블루 계열 머리색이랑은 쉽게 친해지기 힘들 거 같다.

“어허, 이 녀석은 이제 외부인이 아냐. 우리와 같은 혁명 동지다.”

“그렇지만 이 녀석은 약해 빠져 보이는걸요? 성도부나 학생회에 붙잡혀서 고문 받으면 1시간도 안 되어서 술술 다 불어버릴 거 같아욧!”

‘멍청한 년. 나는 고문이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1초도 안 되어서 다 술술 불 예정이다.’

외국의 어느 군인이 말하길, 고문에 버틴다는 건 고문을 당해보지 않은 멍청한 놈이나 하는 생각이라 그랬다. 나는 고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정보란 정보는 다 술술 불 예정이었다. 애초에 고문을 하는 이유는 상대가 막장 새디스트가 아닌 이상 정보를 취득하기 위함이다. 고문 당하기 전에 다 이야기 해버리면 고문을 할 이유가 사라진다. 고문도 나름 중노동이라고 어느 책에서 봤다.

“이지은! 그런 모욕적인 말을 이 혁명 동지에게 내뱉지 마라! 이 녀석은 우리 아카데미의 악습을 타파하기 위해서 스스로 몸을 내던져 싸우기로 한, 우리와 같은 이상과 신념을 지닌 같은 이념과 이상을 품은 혁명 동지란 말이다. 그의 숭고한 뜻을 모르겠나? 그런 사람이 어떻게 1시간 만에 정보를 토해낸단 말이냐. 그는 죽을 때까지 비밀을 가져가기로 한 우리의 맹세를 이어받을 자다.”

‘시발. 아닌데. 난 그냥 다 말할 거야. 왜 죽을 때까지 고문을 받아? 미쳤어?’

타칭 불량서클. 자칭 혁명서클은 내 처지와 위치를 놓고서 토론을 벌였다. 그녀들은 자기들 스스로가 숭고한 이상과 신념을 지닌 혁명 전사였기에 타협은 없었다. 무조건 설득이 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저항과 전쟁이었다. 다행히도 핑크머리 총수의 리더십이 뛰어났기에 하나둘씩 그녀의 설득에 제압당했다. 마지막까지 그녀의 논리에 저항하던 하늘색 머리카락의 미녀도 나를 지켜보겠다는 말로서 대충 정리되었다.

“이제 모두 납득을 한 거 같군. 김도진 혁명 동지. 이제 그대는 우리의 일원이다. 같은 혁명 전사로서 부끄럽지 않은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길 바란다.”

“네, 네에….”

“그럼 이 건은 이 정도로 정리하고. 이지은 부총수. 네가 특별히 이 동지에게 우리 아지트를 소개해주길 바란다. 서로 대화도 트면서 서로에게 쌓인 오해도 털어내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총수 동지.”

나는 하늘색 머리의 인도에 따라 비밀 아지트의 안내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서 아지트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는데, 그녀는 인적이 드문 공간에 들어서서 주변 인기척을 살피더니. 내 곁에 다가왔다. 그리고 내 멱살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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