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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화 〉세번째 이야기. 비밀(秘密 ) (9) (72/335)



〈 72화 〉세번째 이야기. 비밀(秘密 ) (9)

-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았다.

이런 건....

꿈 속에서나

겪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감았다가 떠도

깨지 않았다.

현실...

이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현실이었다.











9.

난 지훈이의 말에 점점 저항을 할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설마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아니라고....
분명 아닐 꺼야....
-라고 나 자신을 위로하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 무....무슨 소리야.... 무...무얼 봤다는 건데....? 머... 머가 장난이 아니..라는 거야? "


그러나....
내가 들어도 내 목소리는 아까보다 힘이 빠져 있었다.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지훈이는 내 양손을 소파에 딱 붙여 버리고는 자신의 얼굴을 내 쪽에 가까이 들이댔다.
녀석의 얼굴에서 은은한 스킨향이 풍기고 있었다.
여성용 화장품과는 다른 향기.

그리고 그의 입술이 달싹거리며 숨결이 느껴졌다.
뜨겁고 끈적거렸다.


" 훗.... 누.나.가 혼.자.서 하.는 동.영.상.....이랄까? "


우르르콰콰가아아아쾅!!!!!!!!!!!!!!!!!!!!!!!!!!!!!!!!!!!!!!!!!!!!!!!!!!!!

천둥이 바로 내 귓 속 안에서 울려대는 느낌이었다.
엄청난 소리와 충격이 온몸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나마 남아있던 힘이 썰물처럼 쑤욱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텅빈 껍질만 덜그럭 거렸다.


아아...
언제나...
안 좋은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더니.....


하지만 믿을 수 없었다.
순순히 받아드릴 수 없었다.
그렇게 숨겨놨는데....

볼 수 있을 리가...
나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마지막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 무...무슨.... 내가 멀 혼자... 하는데......? "


지훈이는 이제 아예 내 몸 위에 누워서 압박하고 있었다.
녀석의 뜨거운 몸이 내 아랫배와 허벅지 위로 느껴졌다.
그리고...
딱딱한 그것이....
바짝 붙어서 꿈틀대고 있었다.

뜨겁고....
딱딱하고....
커어다란 그것이
내 아랫배를 가득 압박하며 존재감을 한껏 자랑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찔러댈 것 같은 다급함에
난 사색이 되어 머리가 텅 비어지는 중이었다.


" 누나.... 와아... 야한 동영상만 보나 했더니.... 정말 생각도 못했어. 그런 걸... 다 찍었을 줄이야..... 나도 처음 보고 얼마나 놀랬는데.... 후후... 누나... 완전 섹시하더라.... 나... 꼴려서 죽는 줄 알았어..... 흐흐..... "


아....
절망.....
절망......
절망.......


녀석의 말에...
산산이 부서져서 먼지가 되어 날리는 나를 보았다.
하얀 재가 되어 사르륵 사라져버렸다.

분명...
제대로...
확실히...
모든 것을...
본 게 확실했다.....

컴퓨터를 살펴볼 때....
분명 확인했었는데....
지훈이는 자신이 본 기록도 삭제해서 모두 감춰버린 모양이었다.
안심했던 내가 너무 단순했다.


하....
바보...
바보 멍청이...
이은주....


내가 너무 방심했었다.
하긴...
나도 아는 것을 지훈이 또래 남자애들이 모를 리 없었을 텐데....
아니...
알면 더 많이 알고 있었을 텐데....
그냥 엄마 아빠처럼 단순히 넘어갔으리라 생각한 게 바보였다.


아...
아니 내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냐고!!!!
정말......


후회하고 후회하고 또 후회했지만
언제나 가장 빨리 해도 늦는 것이 후회라고 했던가....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어떡하지.....?
이 녀석한테....
약점이 잡혔으니...
대체 어떻게 해???
이제부터...
얘가 하라는 대로 다 해야 하는 거야?
어떻게 해야 하지....?
어쩌면 좋아.....!


자위는 했었어도.....
실제 남자애하고는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봐서는
지훈이 녀석에게 당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당혹감....
두려움....
혼란...
수치스러움...
분노....

말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내 안에서 마구 뒤섞여서 폭풍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마구 뒤섞이고만 있을 뿐이지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답을 찾지 못하는 답답함에 미칠 것 같은 갑갑함만 더욱 커져갔다.

순간...
지훈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 나... 어젯밤.... 한숨도 제대로 잘 수 없었어.... 누나 모습이 너무 선명해서..... 누나...몸이... 너무 섹시해서.... 누가 가슴이 너무 예뻐서.... 어떻게 할 수 없었단... 말이야..... "


지훈이의 입술이 다시 내 왼쪽 귀로 다가왔다.
녀석의 뜨거운 숨결과 함께 목소리가 울렸다.
귀를 간지럽히는 그의 낮은 목소리.
미칠 것 같은 열기.


" 그러니까.. 누나.... 너무 하고 싶어.... 어차피... 누나.... 처음도 아니잖아.. 응? 한번 하자.... 하고 싶어.... "


녀석의 입술이 말을 마치자마자 내 귓바퀴를 살짝 베어 물었다.
앗 하는 소름과 함께 짜릿함이 척추를 스쳐 지나갔다.


" 아흑..... "


몸이 움추러들면서 절로 양손이 소파를 움켜 쥐었다.
미칠 것 같은 지금 이 상황에서....
몸이 뜨거워지는 게 더욱 이상했다.
미친....
가랑이 사이가 화끈 달아오르고 찌르르 전기가 흘렀다.
아까 꿈 속에서 이미 달아있는 몸이 멋대로 반응하고 있었다.


안 돼.....
이러다가....
다...당해버리겠어.....!!!


처음이 아니라고 말해도 녀석은 믿지 않을 게 뻔했다.
동영상은....
내가 봐도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지금 지훈이를 막을 수 있는 건....
어른들 뿐이었다.


" 어...엄마...엄마들은!!! 이러지 마... 어른들이 곧 오실거야.... 이러다 울 아빠...엄마가 보시면 어쩌려고 그래! 너희 아빠 엄마는.... 제발 이러지...마...... "


나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러나 전혀 효과가 없었다.
지훈이는 작은 흔들림도 없이 나의 귀와 목을 빨아댔다.
그리고 속삭였다.


" 훗.. 걱정 안 해도 돼.... 아무리 빨리 오셔도 저녁 때나 오실 껄....? 나혼자.... 몸이 안 좋다고 중간에 빠져나온 거니까.... 아마... 한참.... 학교 구경하시면서 돌아보고 계시고 있을 거야.... 지금쯤이면.... "


녀석의 말이 더욱 절망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아아....
지훈이...
이 녀석....
완전 계획적이었나 보다.....


하필 이 녀석이 시커먼 계획과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는데
운도 없게 날 잡아먹으라고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정신 바짝 차리고 깨어 있었어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완전 무방비로 있었으니.....
이젠 도망칠 방법이 없어 보였다.

지훈이 녀석은 천천히 내 가슴 위로 내려가서는....
그곳에 입술을 대고 있었다.







**************






" 으흡...... "


녀석의 입술이 젖꼭지를 살짝 베어 물었다.
난 흘러나오려는 신음을 애써 참으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뿐만 아니었다.
뜨거운 지훈이의 숨결이 닿을 듯 말듯
내 몸 위를 스쳐 지나갈 때마다 사타구니 사이....
은밀한 그곳이 찌릿찌릿 울리고 있었다.

거기다가 꿈 속에서 느꼈던 상태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서
얇은 천 아래 숨겨진 꽃잎은 뜨거운 열기와 함께 축축히 젖어있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든...
해야 돼....
아아....


난 힘겹게 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갸날프고 여린 목소리로 정말 힘겹다는 듯 불쌍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 지...훈아... 알았으니까..... 잠시 일어나 봐.... 나.... 지금 허리가... 너무 아...파...... "


살짝 찡그리며 정말 아픈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지훈이를 애처롭게 쳐다보았다.

애초 꾀병을 앓는 듯 한 연기쯤이야 손쉬운 일이었다.
학교에서도 종종 써먹었던 방법 중 하나였으니까.
난 베테랑 역기자였다.
선생님도 근심어린 시선으로 언제나 승낙하곤 했었다.

훤히 드러난 내 가슴을 바라보던 지훈의 시선이 약간 흔들리는 것을 느껴졌다.
그리고.....
내 몸을 누르는 지훈이의 허벅지와 내 양팔을 잡고 있는 그 아이의 손아귀 힘이 살짝 풀리며 느슨해지고 있었다.

순간 난 손을 힘껏 빼면서 자유로워진 양손으로 지훈이의 가슴을 힘껏 밀쳤다.
갑작스런 내 반격으로 녀석이 소파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그 사이 재빠르게 일어나서 내 방을 향해 힘껏 내달려 도망쳤다.


바..
방문을 잠가야 돼!!!!


쾅 소리와 함께 힘껏 방문을 닫으며 몸으로 밀어 붙었다.
그리고 방문을 잠그기 위해 락을 걸려는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문이 내 쪽으로 훅 밀려 들어왔다.

하지만.....

간신히 다시 바깥으로 밀어붙이며
잽싸게 다시 문고리에서 락을 눌렀으나 이제는 아예 들어가지 않았다.

지훈이가 잠글 수 없게 방문 손잡이를 돌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머리가 핑 돌면서 아찔한 느낌에 금방이라도 주저앉고 싶어졌다.


아....
틀렸어.....
어...떻게 하지....?
엄마한테 전화를 걸면 될까?
녀석이 뺏어서 버리면 전화 걸 새나 있을까....?
방법이 없어.....
어떡해.....
아아아...


점점 문을 미는 힘이 강해져서 내 힘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점점 힘이 약해져 가는데 지훈이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도망갈 수 없으면....
머라도 해야 돼...
나중을 위해서라도....


온몸으로 버티며 스마트 폰을 꺼내서 앱을 실행시켰다.
순간....
문이 쭉 밀리고 나는 침대 옆단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 바람에 휴대폰은 내 손을 떠나서 침대 밑으로 굴러 들어갔다.

지훈은 침대 위에 쓰러진 내 몸 위로 바로 올라왔다.
아까처럼 허벅지로 내 몸을 조이고는 아까처럼 양 손을 잡고 눌러댔다.
거친 녀석의 숨소리와 내 숨소리가 서로 얽혀서 방 안에는 헉헉거리는 소리가 가득 차 있었다.


" 이....이러지 마... 여기서 그만 두자.... 아까 니가 그런 건.... 나 혼자만의 비밀로 할께..... 제발.... 이러지 마..... 응? "


나는 다시 한 번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녀석은 단호했다.


" 싫어.... 누나도 좋아하잖아... 이런 거...... "


" 아냐... 아냐... 안 좋아해... 그리고 우린 사촌간이야... 이러면 안 돼... 이러면 안 되는 거라구....!!! "


지훈이는 잠시 내 눈을 바라보았다.
긴 속눈썹 아래 그윽한 눈길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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