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2화 〉열두번째 이야기. 거미줄에 걸린 나비 (32)
- 어렸을때....
거기의 모양새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굳이 세밀하게 볼 일도 없었고....
잘 보이지도 않았다.
거울에 비쳤던 모습은....
그냥 브이(V)자...
아니 소문자 브이(v)자에
가운데 직선 하나 그어진 그런 모습이라
특별히 더 얘기할 것도 없었다.
그때는...
그렇게 곁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봤을 뿐이었다.
다리를 벌리고 그곳을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제...
성장하면서...
그곳에 엄마처럼 털이 하나둘 나기 시작하고
가슴이 부풀어오르며 점점 가슴이 커지면서
젖몽울이 생기더니 아프기 시작한 뒤로....
어느덧 털이 나면서 더욱 보기 어려워졌다.
사실...
그 뒤....
다리를 벌리고 그곳을 사진 찍어본 적은 있었다.
하지만...
생각이상 이상했던 모습에 바로 지워버렸다.
비너스의 샘...
소설에서는 아름답고....
신비롭게 묘사되었던 그곳은...
전혀 아름답지도 신비롭지도 않았다.
나중에...
보았던 야한 동영상에서 나왔던
다른 여자의 그곳 또한 마찬가지였다.
222.
주말 내내 정훈 그리고 빛나와 함께 보냈다.
일요일 저녁에 자취방에 올때까지도 태섭의 연락은 없었다.
하긴....
왔어도 이젠 내가 받지 않았을 것이다.
금요일 이후 이젠 내 마음 또한 그에게 멀어졌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젠 그와도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선명해졌다.
어리석었다.
그런 남자와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내가 왜 희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어쩌면...
이런 것도 내 인생에서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해서 꼭 실패한 결과 만을 낳으라는 법도 없었다.
월요일.
사무실에 출근해서도 일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예전에 그리 왜 꼼꼼히 일을 하면서 살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대충 한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었는데....
화요일.
그리고 수요일.
어제는 왠일로 정훈이 오지 않았다.
매일 같이 오던 그였는데....
태섭이 왔던 그날 빼고는 언제나 오던 그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걸까 했지만....
너무 매달리는 듯한 느낌을 줄까 애써 참았다.
하지만...
진짜는 다음날 목요일에 벌어졌다.
정훈이 보낸 문자.
회사에서 받은 나는 난감함에 빠졌다.
[ 오늘은 일찍 나와 조퇴를 하든 멀하든 2시에 데리러 갈테니 ]
대체 이건 또 무슨 도깨비 놀음일까.
회사 생활이라는 것이 무슨 학교 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하긴...
직장에 다녀본 적도 없는...
금수저가 무슨 직장인의 사정이라는 것을 알 리 없으니....
그나저나 그 막무가내를 실현해야 하는 나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목요일 오후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팀장님께 핑계를 대고 간신히 회사를 빠져 나왔다.
이미 팀장이 나를 보는 눈초리 자체가 곱지 않은 상태였지만
엄살 연기를 하면서 병원까지 들먹이며 반차를 내겠다는
내 고집스러운 모습에 결국 3시를 넘겨서 허락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물론....
그냥 무단 퇴근로 불사하는 억지도 있었지만
그만큼 내 몰골이 말이 아니라는 반증도 될 것이었다.
거의 이 주를 넘게 먹었던 약에 찌들어서
또는 계속 되는 섹스 파티 속에서 쩌들었던 나였다.
그리고 점점 무언가 나사가 빠진 듯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망가져 가는....
그런 모습이 남에게도 보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마저도 어느새 모두 무감각해졌다.
사실...
세시 넘어서 쓰는 반차라면 안 쓰는 것이 훨씬 나은 것이지만
그런 것조차도 계산하지 않는....
아니 이제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상태였다.
정훈이 보내온 메세지처럼 그가 원하는 대로 회사를 나오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와서 약간 떨어진 골목으로 드러서자 바로 정훈의 차가 보였다.
내가 한시간이나 늦게 나왔지만 그는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나...
저런 식이었다.
사실 그의 마음 속은 전혀 다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안정훈이란 남자는 자신의 솔직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언제나...
여유롭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내려다보며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 뒤에...
숨겨진 정훈의 본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싶었다.
가면을 벗긴 그의 맨 얼굴은 과연 어떤 것인지
그것을 보기 위해서라고 옆에 찰싹 붙어있을 작정이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도전은 해볼만 할 것 같았다.
정훈의 얼굴을 보고 나니 걸음으로 저절로 조금 빨라졌다.
그리고....
그의 차 옆에 가서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비어있는 조수석에 앉았다.
빛나가 앉았던 자리를 이제 내가 차지하는 느낌이 들어 절로 냉소가 새어나왔다.
하지만...
정훈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바로 차를 출발 시켰다.
한동안 시내 도로를 질주해서 도착한 곳은 이미 나에게 익숙한 곳이었다.
이전....
태섭의 얘기를 듣고 빛나와 정훈 그리고 나....
세 명이서 함께 갔었던 그 빌딩.
그리고 빛나와 바람을 피고 있는 현장을 옆방에서 생생하게 보았던 그곳.
그날밤 나는....
정훈의 몸을 처음 받아들였다.
널따란 주차장에는 여전히 텅텅빈 자리에 비싼 차들이 듬성등성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린 곳 또한 기억 속의 장소였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달라진 것이 있었다.
정훈과 함께 들어간 방이 아닌...
그 옆 방.
이전에 빛나가 있었던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오늘도 빛나가 있었다.
혼자서.
벽에 보이는 커다란 거울.
반대편에서는 마치 영화관 스크린처럼 이 방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예전 보았던 것처럼.
지금도 분명 저 건너편에서 정훈이 우리를 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긴...
이곳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이제 나와 빛나....
우리의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인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이...
정훈 혼자일수도 있고....
어쩌면 훨씬 많은 인원이 저 거울벽 너머에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관전 만으로 끝낼 것인지
아니면 이곳으로 건너올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면...
그때 나처럼 또다른 여자가 저 방에 있을 수 있었다.
또한 지금 빛나와 나 뿐이지만 제 삼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었다.
모든 것은....
안정훈 그의 지휘 속에서 진행 될 일들이었다.
" 훗.... 멀 그렇게 보고 있어? 그러지 말고 옷부터 벗어. "
실크 가운만 걸치고 있던 빛나가 내게 말을 건넸다.
이제서야 자세히 보니 매끄러운 옷단 안에 은은하게 드러나 몸매가 이미 알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나 빵빵한 젖가슴 위....
톡 튀어나와 있는 젖꼭지의 흔적이 도드라져 보였다.
나는 말없이 그녀가 내밀은 연보라빛 실크 가운을 받아 침대 위에 놓고는 옷을 벗었다.
정장 옷은 옷걸이에 꾸겨지지 않도록 잘 걸어놓고 그 사이에 치마를 반으로 접어서 걸쳐 두었다.
진한 초코렛빛 스타킹을 벗을 때 손톱에 걸려 그만 올이 나가고 말았다.
서두를 생각이나 떨리는 것은 하나도 없었는데
그만 툭 걸리면서 스타킹이 나가버렸다.
일자로 길게 벌어진 곳이 마치 상처 같이 보였다.
하지만....
어차피 이곳에서 나갈 때면 다시 입지 않을 것이니 상관 없었다.
왠지 당황하는 듯한 내 마음으로 보일까 그것이 신경이 쓰였을 뿐.
빛나에게 그런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금세 겉옷이 사라지고 이제 몸 위에는 두개의 속옷 밖에 남지 않았다.
거의 안이 훤히 보이는 망사 브래지어.
스타킹처럼 살색만 바꿔 주었을 뿐 가슴의 형태나 그 안 젖꼭지의 모습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혹시나 보고 있을지 모르는 거울 건너편을 생각해서
한번 부드럽게 쓰다듬고 팔을 뒤로 돌려 후크를 풀렀다.
가슴 아래 와이어 눌린 자국과 함께 브래지어 밴드가 선명하게 보였다.
사실...
정훈이 선물한 이 속옷은 나에게 약간 작았다.
치수는 비슷했지만 아마도 작게 나온 모델 같았다.
어찌 됐든....
꽝 쪼여오는 느낌이 마치 남자가 등 뒤에서 손으로 감싸는 느낌을 주어 좋았다.
어쩌면 그것을 노리고 디자인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브래지어를 침대 옆 협탁에 올리고 다음에는 바로 팬티를 끌어내렸다.
입고 있는 팬티 또한 정훈이 선물한 것이었다.
악취미를 넘어서 이런 팬티는 누가 디자인한 것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끈팬티를 뛰어넘는.....
구슬 팬티를 입고 있었는데 앞부분 삼각천은 음모 조차도 제대로 가려주지 못했다.
그리고 바로 도통한 살집 사이 갈라진 곳부터는
진주 목걸이 같은 구슬들이 주루룩 뒤 항문 끝 골짜기까지 이어졌다.
예민한 곳을 비벼대며 엉덩이 사이 항문까지 살짝 건드리는 통에
앉아서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짜릿한 감각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의자의 쿠션과 구슬들이 무게에 눌려서 만드는 아찔한 감각....
갈라진 속살로 파고드는 느낌.
절로 숨이 거칠어지고 갈증을 유발시켰다.
역시나 벗으면서 확인해보니....
그 부분에 어김없이 말라붙은 하얀 자국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아니....
지금도 길게 늘어진 애액의 흔적이
내 은밀한 곳까지 이어지면서 내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빛나는 내 속옷을 보며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반짝이는 눈동자 아래 잔잔하게 깔리는 미소.
언제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식의 그런 표정이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그러고 보면 오래 전....
기억도 나지 않는 고급 식당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약간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마음 속 깊숙한 곳에는 그녀에 대한 반감이 얇게 깔려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언니라는 말로 가렸을 뿐.
하긴...
정훈의 연인으로서....
남친인 태섭의 선배가 만나는 여친으로서
또한 나보다 나이도 많은 연장자의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래봐야 따지고 보면 한살 차이일 뿐인데....
난 꼬박꼬박 언니라고 불렀다.
망할 기집애.....
하지만....
지금은 그런 관계에서 변화가 생긴 뒤였다.
어떻게 보면....
이제는 라이벌의 자리에서 그녀를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예전엔 부드럽게 넘길 수 있는.....
빛나의 표정과 시선을 더욱 날카롭게 느끼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빛나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움찔 어깨를 움츠렸다.
" 같이 씻으러 가. 면도 하는 것도.... 도와줄께. "
" 면...도? 어...어딜요? "
대화할 때 반말을 해야지....
-하고 노리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평소처럼 또 존대 비스므리하게 나왔다.
이미 겨드랑이나 다리 제모는 깨끗하게 되어 있었다.
설마 남아 있는 곳은 거기 밖에 없는데 진짜....
거기를 의미하는 것인지 반신반의하며 물을 수 밖에 없었다.
" 훗.... 알면서 왜 물어? 깎을 곳이 하나 밖에 없잖아. 후훗...... "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