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4화 〉열일곱번째 이야기. 나를 먹어줘! (11)
- 생선가게 고양이.
호시탐탐 노리는 고양이에게
살이 통통 오른 생선.....
그것도 생선들을 맡긴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에 대해 말하는 것이겠지만
생선의 입장에 되어보자면....
기껏 1그램의 무게도 안되는 양심에
맡겨버린 주인장을 원망할 수 밖에....
대체....
이 고양이 녀석을 어찌 할 것인가.
신자 성호를 긋고
기도할 뿐이다.
아아...
나를 구하소서!
284.
" 돼...됐거든! 당장... 나가주지 않을래? "
" 응? 왜에? "
얼쑤...
천진난만한 말투 봐라...
지연은 다시 돌아서서는 말똥말똥 나를 바라보았다.
아까 그렇게 나를 갈구던 마녀가....
여섯 살 꼬맹이 같은 눈망울로....
눈꺼풀을 깜빡깜빡 거리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겠다는 양....
으이구...
웬수....
" 우씨! 빨리 나가지 않음 안 갈아입는다? "
" 쳇! 뭐 볼게 있다고...... "
지연이는 입술을 삐죽 거렸다.
그러면서 슬쩍 그녀의 시선이 아랫도리로 향했다.
그에 맞쳐서 자연스럽게 모아지는 내 양손......
" 동방예의지국의 후예답게.... 지킬 건 지키자.... 송지연씨.......! "
" 네네... 그럽시다.... 안명우씨. "
으이구...
저 웬수.
그제서야 주섬주섬 나시티 같은 커버업을 겹쳐 입더니 모자와 선글라스까지 챙겼다.
느릿느릭....
무슨 나무늘보처럼 움직였다.
드르륵....
지퍼 내리고 나가는 지연이.
나가자마자 바로 다시 지퍼를 당겨서 닫았다.
바깥의 동태를 살펴보며 잽싸게 수영복을 챙겨 입었다.
역시나 바로 순간 텐트 지퍼가 내려왔다.
쏙 그 사이로 들어오는 지연이의 얼굴.
" 어라... 그새 입었어? "
하...
저 사악한 미소 봐라....
" 흥... 이제 나가면 되는 거지? "
일어서려는데 지연이가 쑥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어...라라?
바로 바닷가 가는 거 아니었나?
하지만 그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 어딜 가! 아직 준비가 안되었는데....... "
나를 지나서 성큼성큼.....
지연이는 바로 구석 자신의 가방으로 다가갔다.
아...
중요한 짐들은 차 안으로 옮겨야지... 참!
그러고 보니 돈이라 핸폰도 좀 챙겨둬야 하나?
근데....
지연이는 짐을 챙기는 게 아니었다.
주섬주섬 가방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
" 응? 머.....뭐라고.....? "
" 발라달라고. "
" 바...발라 달라니... 어디를? "
" 우씨! 당연히 내가 바를 수 없는 데지. "
지연이가 내밀고 있는 것은 <> 이었다.
흐음....
하얀 등에 있는 건....
달랑 상의 브라가 달라 하나 있을 뿐이었다.
거기다가 뒤로 앉아있는 엉덩이가 아슬아슬 걸쳐 있어서....
잘못하면 엉덩이 사이 골짜기가 보일 듯 싶었다.
그런 꼬라지로 천연덕스럽게 발라달라는 그녀....
아니....
저게 자연스러운 건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내 모습에 비해서
너무도 편하게 선크림을 건네주는 지연의 모습에 헛갈리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해서 얼어있는 나를 두고는
긴 머리카락을 매만져서 위로 모으던 지연이가 입을 열었다.
" 흐음.... 목줄이랑 브라 후크도 풀어줄까? 바르기 불편하겠지? "
" 아뇨! 지금 당장 발라드리지요! "
나는 바로 손에 선크림을 쭉 짜서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러다간 수영복 팬티까지 내린다고 할지도 몰랐다.
머리카락을 위로 올린 그녀의 목선이 유난히 희고 길게 느껴졌다.
솜털이 흩어져 있는 모습마저도....
아름다웠다.
가는...
목덜미...
그리고 어깨로 이어지는 곡선이....
곱게만 느껴졌다.
에잇!
난 입술을 꽉 깨물며 그곳에 손바닥에 잔뜩 바른 선크림을 발랐다.
" 으앗... 차거..... "
지연이의 목소리가 작게 울렸다.
그녀의 피부는 너무 부드러웠다.
난....
애써 두근거리는 마음을 누르며 쓱쓱 발라나갔다.
" 목덜미하고 어깨 윗부분 잘 발라줘. 거기가 제일 많이 타거든. 거기만 시꺼멓게 타면 웃긴단 말이야. "
으휴...
잔소리하고는.....
그렇지 않아도 열심히 바르고 있다고.....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는데....
볼록 나와 있는 견갑골 부분이 손바닥 아래 느껴졌다.
남자와는 다른 느낌....
얇은 그녀의 느낌이 어지럽게 만들었다.
비키니...
대체 속옷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브래지어 차림의 그녀를 이렇게 매만지고 있다면....
내가....
진정할 수 있을까.....?
아무리 진정하려고 해도 점점 크게 뛰는 가슴을 말릴 수 없었다.
상의까지는 어떻게 발랐는데 잘록한 허리 아래로는 내려갈 수 없었다.
팽팽한 밴드 아래....
통통히 튀어나와있는 엉덩이가 자극적이었다.
양쪽으로 들어간 부위가....
이상하게 시선을 잡고 있었다.
그 밑에 자리 잡은 수영복 밴드....
그곳을 쑥 밀고 들어가면....
탱탱한 엉덩이를 만질 수 있었다.
" 이휴... 오빠 머해? 더 아래로 내려가야지! 거기까지는 손이 안 닿는단 말이야! "
지연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왔다.
" 으응..... 그...그래. "
나는 어정쩡한 목소리를 내며 브라 후크라인을 돌파했다.
척추를 잇는 라인이....
안으로 들어가며....
당겨졌다.
" 응.... 거기거기! 음.... "
묘한 비음을 내는 지연이의 목소리.
아니 왜....
그런 소리를....
묘한 그녀의 음색에 괜히 나의 손길을 더욱 떨리게 만들었다.
쭉 내려온 양 손이 요추 움푹 파인 데까지 들어갔다.
그리고 벌어진 양 손바닥으로 가려지는....
잘록한 허리가....
손끝에 밀리며 살이 밀렸다.
아윽....
이렇게....
부드러웠나.....?
매끄러운 피부......
손에서 느껴지는 지연의 감촉이라는 것이....
선크림의 미끈거리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어정쩡한 내 손길에서 그녀가 멀어졌다.
" 훗! 땡큐.... 오빠! 나머진 내가 바를께. "
내 손에서 선크림을 빼앗아가는
지연이의 얼굴이 살짝 붉어져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그녀는 금세 다시 주저앉아서는 다리를 세우고 선크림을 발랐다.
쭉쭉 미끄러져 나가는 손길....
가뜩이나 하얀 다리에 하얀 선크림이 발라지고
문대지면서 반질반질 윤기로 변해갔다.
그리고...
가슴과....
배로 옮겨진 지연이의 손길....
왜...
난 침을 삼키고 있었을까.....
순간 지연의 고개가 나를 향했다.
난 움찔 놀래서 시선을 피하는데 갑자기 그녀가 다가왔다.
" 훗! 오빠도 등 돌려봐. 발라줄께. "
" 어... 어 그래. "
등을 돌리고 앉자마자 차가운 느낌이 어깨를 감쌌다.
" 차....거.... "
" 훗... 그렇지? 아까 얼마나 간지러웠는데. 히히.... "
지연이의 웃음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그리고...
그녀의 긴손가락이....
내 등을 맴돌았다.
어깨....
목...
등판....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녀의 손이 왠지...
작게 느껴졌다.
지연이는...
나름 가늘고 제법 긴 손가락을 가지고 있었다.
피아노를 쳐도 정말 잘 칠 거 같다고 언제나 생각했다.
근데...
왠지 내 등에서 누비는 그녀의 손은 작게만 느껴졌다.
허리를 내려와 엉덩이 근처까지 내려오자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 야... 어디로 손이 들어오려고 그래! "
아까...
그녀의 엉덩이로 집어넣고 싶었던
내 자신의 마음이 들통 나는 듯 싶었다.
" 훗... 머 어때! 닿는 것도 아닌데. "
" 윽... 됐거든.... 내놔! 내가 바를께. "
" 알았어. 나 바를 것만 좀 짜고.... 자! "
그녀는 손에 조금 선크림을 짜더니만 튜브채 나한테 넘겼다.
난 얼굴에 조심스레 발라대는 그녀를 보고는 팔과 가슴....
그리고 다리에 바르기 시작했다.
방금 전...
내 몸을 누비던 지연이의 손이....
지금은 자신의 얼굴과....
가슴....
아랫배를 누비고 있었다.
물컹거리는 젖가슴의 움직임.
그 아래....
반들거리는...
그녀의 손가락이....
하얀 생크림으로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
해변으로 나왔더니 햇살이 또 그새 더욱 뜨거워져 있었다.
이젠 이글이글 타오르는 느낌.
하지만....
그래도 왠지...
반팔티를 하나 걸치고 나왔는데도 쑥스러웠다.
그건...
옆에 있는 지연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있는 그녀에 비해서
난 맨몸으로 홀랑 드러나 있는 기분이었다.
샌들을 신고 걷는데도...
발이 뜨거웠다.
아마 샌들을 신지 않았으면
해변을 걸어가지도 못했을 거 같았다.
바닷가에 들어서자....
그나마 아까보단....
물가에 참방거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직....
물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안보였지만
그래도 수영복 비스므리하게 입은 사람들이
밀려오는 파도와 술래잡기 하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냥 해변에 매트만 깔고 놀 수는 없어보였다.
지연이도 마찬가지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 이대로 놀지는 못하겠다.. 그치? "
" 흠... 우리 파라솔하고 튜브 빌리고 놀자. 뭐... 얼마 안하네. "
" 피... 어린애처럼 튜브가 머야? 오빠 수영 못하는 구나? "
" 하... 너도 못하잖아. 동해는 의외로 확 깊어지거든? 죽기 싫음 빌리자. "
" 푸하.... 그래그래... 울 오빠... 나라도 지키기 전에 물귀신으로 만들 수야 없지. 히히... "
하루 종일 노는데 빌리는 값으로는
그렇게 비싸다고 느끼지 않았는지 지연이도 반대는 하지 않았다.
바로 텐트도 볼 수 있고 파도가 밀려오는 바로 코앞에 있는
파라솔을 빌리고는 자리를 폈다.
따로 가져온 매트까지 깔고 짐을 놓고 앉자....
시원한 바람에 절로 눕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 꼴을 볼 지연이가 아니었다.
" 자~! 올해 피서맞이 해수욕을 시작합니다~~~! 안명우씨 앞으로 나와 주세요! 히히.... "
" 으휴! 오빠 이름 막 부르는 거 봐라..... "
" 피이... 그러니까 자꾸 여기서 밍기적 거리지 마..... 나 혼자 물 속에 들어가면 얼마나 뻘쭘하겠어? "
" 그냥 여기 누워서 한숨 자면 안 되겠냐? "
" 우씨! 안명우! 진짜 매를 번다 벌어! "
짝!
-소리가 등 쪽에서 울렸다.
아이쿠...
이노무...
계집애...
손도 맵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