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화 〉유부녀들의 일탈 (3/189)



〈 3화 〉유부녀들의 일탈

나는 우산을 준비하지 않았다.

부슬비 정도라

새로 우산을 사기도 애매했다.

걸었다.


ㅇㅇㅇ 매장까진 그렇게  거리는 아니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말쑥하게 차려입은 영업사원이


나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ㅇㅇㅇ 강남점입니다."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나는 김지은에게 받은 명함을 보여줬다.

영업사원은

 명함을 사무실로 가져갔다.


사무실에서 다른 영업맨이 나왔다.


182정도 키에 정우성같은 얼굴

핏이 잘 맞는 양복을 입은게

딱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을 듯했다.


젊은 스타일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네"

나는 어색하게 인사했다.

"사모님께서 고객님께  해 드리라고 몇번을 전화하셨습니다."

"아, 네"


"오늘도 한 세번 전화 하셨나..."


"아 네"


"어떻게... 생각하신건 있으세요? 지금 그랜져 타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김지은이 전화를 하긴 한 모양이다.

"예 한 삼년 되었습니다."

나는 대충 생각 나는 대로 대답했다.


"네. 그랜저 좋은 차 입니다. 그동안 타시는데 크게 불편한건 없으셨죠?"


그는 말에 끊임 없었다.


나는 그가 하는 말을 들으며, 천천히 전시장에서 가장 좋아 보이는 모델로 걸음을 옮겼다.

"LS 500. ㅇㅇㅇ의 꽃입니다. 지구상에 이 모델보다 좋은 차는 없습니다."

"네."

"벤츠나 다른 독일차도 타 보셨겠지만, 이것만 못합니다. 부드럽고 정교하고 안정된 주행감이 최곱니다. 옵션도..."

말이 길어질 거 같아 내가 끊었다.

"얼마죠?"

"그건 그러니까... 고객님은 다른 곳에 전혀 알아볼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한국 최저가 보장입니다. 만일 다른 딜러한테  싸게 구입하실 수 있다면 제가 차액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일억 이천 육백입니다다만, 제가 잘 써비스 해드리겠습니다."


"어떻게 해 주시는데요?"

"제가 선팅하고, 사제 네비 넣어드리고 그게 한 600정도 됩니다. 거기에 600할인. 딱 일얼 이천에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오늘 가져갈 수 있나요?"

"그럼요~ 고객님."

그는 나를 사무실로 안내했다.


그는 냉장고에서 음료수 캔을 꺼냈다.


"콜라 한잔 하시죠..."

"네."

그는 캔을 따서 손에 있는 컵에 부었다.

거품이 일다가 가라 앉았다.

나는 컵을 받아 들고 들이켰다.


"고객님 할부는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조건이 어떻게 되죠?"

"최장 할부가 60개월 됩니다. 요샌 이자가 괜찮아서 많이들 60개월 하세요."


"무이자는 어떻게 되나요?"


"무이자는 12개월입니다."

"그걸로 할 게요."


"그럼 여기 여기 싸인 하시고, 죄송합니다만 신분증좀 보여주실 수 있으세요? 할부용으로 신용조회만 하겠습니다."

나는 운전 면허증을 내 주었다.

"혹시 오늘  인수 하시려면, 보험 필요하실텐데 도와 드릴까요?"

"네 그렇게 해 주세요."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음료수 더 드릴까요?"


"네 더 주세요."

그는 콜라를 두개 꺼내서 하나를 내 컵에 따라줬다.

콜라의 거품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나는 콜라를 들이키고,


나머지 캔도 따서 컵에 따랐다.


또 들이켰다.


그는 곧 돌아와 내 면허증을 돌려주었다.

"써비스로 일주일짜리 보험을 가입했습니다. 일주일 뒤에 다른 보험사로 바꾸든지

아니면 일년계약으로 자동 갱신  수 있습니다."

그는 서류를 내 앞에 놓고

싸인 할 곳을 알려주었다.


나는 그가 손가락으로 짚어주는 곳마다 싸인했다.




그는 내가 가져갈 서류를 파일에 챙겨주었다.


일주일짜리 보험 증권 사본도 챙겨주었다.

메모지에


썬팅과 네비게이션 매립 약속 요망이라고 써서


파일 안에 넣어주었다.


"제게 연락주시면, 제가 깔끔하게 썬팅하고 네비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 차 인도 하신다고 하시는 것 맞으시죠, 고객님?"

"네."

"잠시만, 여기 앉아 계세요.제게 도로에 차를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가 사무실에서 나가고, 냉장고에서 콜라를 두개를 더 꺼냈다.


한개를 따서 컵에 따랐다.

콜라를 마셔도 뭔가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키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사모님께서  번호로 연락 달라고 하십니다."


"네."




그는 내가 가져가야 할 파일을 들고 도로에 주차된 차까지 따라왔다.

"감사합니다."


"그럼 썬팅하고 네비 스케줄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는 꾸벅 내게 허릴 굽혀 인사했다.

나는 차에 들어가 시동을 걸었다.


차가 떠날 때까지 그가 자리에 서있을  같아,

나는 일부러 차를 움직여 한블럭 정도 갔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김지은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아저씨? 순진한 아저씨가 시원시원한게 마음에 드네. LS500 했다면서요."


"네."

"나 차 구경좀 시켜줘요."


"언제..."


"지금."

"네?"

"조금만 앞으로 와봐요. 볼보 앞에 저 있어요."

나는 볼보전시장까지 천천히 차를 이동시켰다.

그녀가 보였다.

그녀가 나를 알아보고 차에 탔다.


"하루만에 또보네요. 오늘 보니 미남이네."



그녀는 까만 가죽 치마를 입고 있었다.

가죽치마 아래로 반짝이는 검은 스타킹이 나를 자극했다.


그녀는  시선을 힐끗 보더니 웃었다.

샤넬 가방으로 다리를 가렸다.



그녀가 자리에 앉았을 땐, 가죽자켓 안쪽으로 파란 나시가 눈에 들어왔다.


까만 가죽치마에 가죽 자켓. 파란나시.


쉽지 않은 패션을

발레리나 출신인 그녀의 몸이 소화했다.

"올림픽 타고 천호역으로 가주세요. 거기에서 친구가 기다려요."

"네?"

"그때 본 친구."


"월요일 저녁시간인데..."


"다 방법이 있어요...세상을  이리 빡빡하게 생각하실까. 너무 아줌마들 걱정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올림픽대로가 막히지 않아, 금방 천호역에 도착했다.


그녀가 전화를 했다.


"길 막혀서 차 돌리기 힘드니까, 니가 일번출구 천호대교방향으로 걸어와."

나는 차를 움직여 1번 출구 근처에 차를 댔다.




친구가 차의 뒷자석에 앉았다.


친구는 빨간색 등산복을 입고 있었다.



"기사님, 우리 미사리 넘어 드라이브 해요."

그녀의 콧소리 섞인 요청을 듣고,


나는 차를 움직여 차로에 들어섰다.


바로 앞이 올림픽 대로였다.


부드럽게 돌아가는 코너링이 좋았다.


"기사님 우리 양수리까지 가도 될까요?"

"......"


"거기 매운탕 잘 하는데 있는데......"

"아 우리 저번주에 간데 거기?"

"맞아. 거기 괜찮치 않냐?"



나는 미끄러지는 듯한 주행감을 즐기며


조용히 운전했다.

팔당대교를 건너 터널들을 지났다.

두물머리.


금방 도착했다.


그녀가 말한 식당 앞에 차를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들은 그날도 마찬가지로

식사전 감사기도를 했다.


나 또한 같이 기도했다.



"우리 아저씨는 술 드시면 안되고...우리만 마실게요."


그녀는 술을 두병 시켰다.

둘은 쉬지 않고 마셨다.


술에 한맺힌 사람들 마냥.


둘은 매운탕이 나오기도 전에

두병을 다 비웠다.



"두병만 더 시킬게요."


그녀들은 걱정스러울 정도로 술을 빨리 마셨다.




드디어 그녀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졌다.


가죽치마에 술을 쏟았다.


내가 건너가 휴지를 말아 닦아줬다.



"벌써 이렇게 터치한면 흥분되요. 아저씨"


그녀가  귀를 잡고 말했다.



귀를 잡고 말했지만,

너무 크게말해 친구도 들었다.

친구가 입을 막고 웃었다.

"친구 이름은 은실이에요."

"네.."


"금실 아니고 은실...왜 그렇게 지으셨나 몰라."


"금은동 은이 아니고 은혜 은 이라고 천번도 더 말했다."



"가족이 기독교이신가 봐요?"

"네...할머니 할아버지때부터"

"실례지만, 혹시 결혼은 하셨죠?..."

은실이라는 친구는 지은의 눈치를 봤다.

"얘도 아들 둘."

지은이 대신 대답했다.

"얘 아들 공부 엄청 잘 한대요."



매운탕이 나왔다.


나는 그릇에 매운탕을 떠서


여자들 앞에 놓았다.

"자상하기도 하셔..."


지은이 불완전하 발음으로 칭찬했다.



"드세요."


"잘먹을게요."


두 여자는 한 숟가락 국물을 떠서 입에 넣었다.


눈을 감고 음미했다.

"바로 이맛이야~"

지은이 감탄사를 내 뱉었다.


두 여자는 또 서로 소주를 부어 주었다.

거침 없이 술을 넘겼다.


나는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했다.

나는 맛있다는 그 매운탕의 참 맛을 느끼지 못하고,


어느새 밥 공기를 비웠다.

두 여자는 어느새


소주 여섯병을 비웠다.



그녀들의 대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주변 사람들에게 민망했다.

지은은 가방에서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직원이 와서 식당내 금연이라고 주의를 줬다.

지은은 담배를 껐다.



"식사는 어떻게 잘 하셨나요?"


나는 더 이상 매운탕집에 머물기가 거북해졌다.

"네, 잘 먹었어요. 이제 우리 밖으로 나가요..."



나는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했다.


내가 계산하는 동안

지은과 은실은 밖으로 나갔다.


내가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

그녀들은 안보였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 보아도 안보였다.



나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한참 걸었다.



한 편의점 안에 가죽 자켓과 가죽 치마를 입은 지은이 보였다.


 옆에 빨간 등산복을 입은 은실도 보였다.

문득 그녀들이 싸구려같아 보였다.


몸속 욕구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차를 구입한 게 후회되었다.




나는 편의점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그녀들을 기다렸다.

지은은 콜라 1리터짜리를 들고, 비틀거리며 편의점을 나왔다.

내게  페트병을 건넸다.


"고맙습니다."

"뭐 이런걸 갖고. 예의바른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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