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영혼이 자유로운 여자 - 그녀는 화가 선생님
"내일 몇시에?"
"한 일곱시쯤 볼까?"
"어디서?"
"내가 자기 있는 데로 갈게."
"그래 고마워."
"고맙긴 우리 자긴대."
그녀는 그 다음날
6시 30분쯤 내게 메세지르 보냈다.
[도착. 바로 아래 뻘쭘하게 서있음]
[바로내려갈게]
나는 직원들에게 인사하는 둥 마는 둥
바로 뛰어 내려갔다.
"인사동 쪽으로 가자."
나는 지은이가 시키는 대로 차를 몰았다.
시내가 아주 막히지는 않았다.
일곱시가 못 되어
지은이가 안내하는 화랑에 도착했다.
처음에 미술관이라고 해서
거창한 곳인 줄 알았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아주 작은 화랑이었다.
그림도 20여점쯤 될까.
나는 그림을 둘러 보았다.
모두 여자의 누드였다.
제법 잘 그린 그림이었다.
누드 속 미인은
관능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내가 그림을 다 둘러보자,
지은이는 나를 사무실 안쪽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 곳에선
네명의 화가인지 학생인지가 이젤 앞에서 부지런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대상은 누드.
모델은 환한 조명을 받고 누워 있었다.
무성하게 숲을 이룬 털이 눈에 들어왔다.
부지런히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 옆에 빈 이젤이 두개가 있었다.
지은이 눈짓을 보냈다.
나도 앉아 그림을 그리라는 뜻 같았다.
지은이도 앉아 연필을 들었다.
나는 멋도 모르고 연필을 들고
누드 모델을 노려봤다.
어디에서 시작할 지 몰라
나는 대충 동그라미만 그리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향긋한 풀내음이 났다.
하얀 손이 내 손을 잡고
움직였다.
선에 힘이 있었다.
금세
누드모델과 비슷한 윤곽이 그려졌다.
내 손을 잡았던
아마 선생님이라고 해야할것 같다.
그녀는
지은이 옆으로가
지은이의 그림을 도왔다.
선생님이 대충 윤곽이 잡아준뒤,
나는 디테일을 나름 열심히 완성해 갔다.
풀어진 긴 머리
무성한 털
커다란 유두
살짝 나온 배
무릎
디테일을 그리다 보니 제법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집중하고 있는데
그 선생님이 누드모델 옆에 섰다.
"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수고 많으셨어요. 모델분께도 감사의 박수 부탁해요."
그림을 그리던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모델은 화가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무실 뒤편으로 갔다.
네명의 화가들은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각자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갔다.
지은이가 그 선생님에게 다가가 얼싸 안으며 인사했다.
"잘 지냈어?"
"그럼요 저야 잘 지내죠...열정적으로."
"여기...전에 말하던 닥터 최."
"안녕하세요 김선아에요."
"선아씨는 내가 아끼는 후배에요. 국전 작가."
"네. 잘 부탁합니다."
나는 습관적으로 잘 부탁한다는 말을 했다.
"그래. 선아가 아주 열정적이야. 부탁 많이 해봐."
"......"
"아니, 원장님. 말로만 부탁할게 아니라 그림 하나 사."
"아 네.."
"아까 보니까. 그거 좋던데. 열정 738...그림에서 눈이 튀어나올거 같아.."
"하하 좀 그렇죠 그거."
선생님은 튀어나온 눈이란 말에 멋적은 듯 웃었다.
"얼마야. 천만원? 좀 디스카운트 해서 팔백 어때? 카드도 받지?"
엉겹결에 나는 카드 단말기로 가서
계산을 했다.
그 선생님은 액자를 떼어
내게 건넸다.
액자속 그녀가
나를 노려봤다.
"우리 밥 먹으러 가자. 집중해서 그림까지 그렸더니 배가 고프네."
"네 그래요. 제가 살게요. 원장님 낙지 좋아하세요?"
"아 네..."
우리는 선생님의 안내로
옆 건물에 있는 낙지센터에 갔다.
손님이 많아 정신이 없었다.
나는 너무 분주한 식당이 싫었지만
티를 낼 순 없었다.
우리는 십분정도 기다렸다가
테이블로 안내 받았다.
"여기는 다 잘하는데, 우선 연포탕 하고, 조개탕하고, 산낙지 한접시하고, 낙지 볶음 한 그릇씩 해요, 우선. 소주들 드시죠?"
"네."
나는 운전해야 하는 일을 깜박하고
술잔을 받았다.
그냥 마시기로 했다.
대리기사를 부르기로 마음 먹었다.
낙지요리가 제법 맛있었다.
내가 잘 먹는 걸 보고
선생님은 조개탕을 추가로 시켰다.
국물도 좋고
조개를 발라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낙지에 밥을 비벼 먹고 나니
배가 불렀다.
소주 반병에 벌써 알딸딸했다.
"우리 인제 나갈까요? 이차는 우리 화랑에서 해요. 화랑에 와인이랑 먹을게 좀 있어요. 조명 아늑하게 해서 있으면 꽤 괜챃아요."
"그래 그러자."
나는 두 여자의 결정에 따라
이차를 다시 화랑으로 갔다.
선생님은 전면 유리의 블라인드를 닫았다.
선생님이 조명을 핑크 톤으로 바꾸고
화랑 가운데 테이블을 가져 왔다.
나는 선생님을 도와 의자를 옮겼다.
선생님은 사무실 뒤쪽에서
와인과 과일을 가져왔다.
선생님은 과일 깍는 솜씨가 좋았다.
리듬이 마치 크로키 하는 느낌이었다.
툭툭툭 투투
그림속 누드의 여인들이
우리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드디어 선생님이 과일을 다 깍았다.
나는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를 땄다.
뻥~
소리가 경쾌했다.
"선생님 과일 깍을 때도 박자가 있으세요. 톡톡톡 토토 재밌어요."
"그쵸. 저도 알아요. 워낙 크로키 할때, 그게 습관이 되었어요. 원래 크로키라는 게 빨리 그리는 그림인데, 제가 남들보다 훨씬 빨라요. 그 박자가 바로 제가 그림 그릴때 나오는 박자에요."
"그렇구나."
"우리 인제 와인들 한잔씩 해요."
우리는 모두 와인을 들었다.
"선생님의 건강과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내가 건배사를 했다.
"건배사가 꼭 국민 교육 헌장 같아~"
지은이 지적질을 했다.
여자 누드 그림을 배경으로
우리는 뽀송뽀송한 분위기의
와인 파티를 이어 갔다.
와인에는 생각보다 많은 알콜이 있었다.
나는 금방 알딸딸 해졌다.
"술이 좀 올라오네요..."
"그럼 우리 술 깨야죠..."
"어떻게..."
"내가 두분 그림 그려드릴게요. 사무실로 들어가요 우리."
우리는 잔에 남은 마지막 와인을 마시고
사무실로 따라 들어갔다.
선생님은 사무실에 음악을 틀었다.
엔리오 모리꼬네의 영화음악 Cinema Paradiso가 흘러나왔다.
키스신들과 알프레도의 얼굴이 떠올랐다.
앉아서 눈물 흘리던 중년의 토토가 생각나서 괜시리 눈물이 흘렀다.
사람의 감성을 제대로 어루만지는 명작이었다.
"아니 원장님! 왜 눈물을 흘리실까?"
지은이 나를 놀렸다.
"아니..그냥..."
"참 감수성도 풍부하셔 우리 원장님."
"매마른 것보다 낫죠. 전 눈물 좋아해요 원장님. 언젠가 눈물 씨리즈 한번 그려볼려고 계획중이에요. 괜찮으시면 모델 좀 해 주세요."
선생님이 내편을 들어주었다.
다행히 음악은 Once upon a time in America로 넘어갔다.
바이올린 연주가 기품이 있었다.
선생님이 이젤 앞에 앉았다.
도화지를 한장 고정시켰다.
"두분 옷 벗으세요."
"네?"
"제가 누구에요. 누드 전문 화가잖아요~ 전 옷 입은 거 잘 못 그려요."
지은과 나는 벗었다.
"와 보기 좋아요. 원장님 근육의 선이 살아 있네요. 남성의 심볼도 큼지막한게 좋아요."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언니도 최고의 몸매. 나무랄 게 없는데...둘이 밋밋하게 그렇게 있지 마시고, 잠시만요..."
선생님이 일어났다.
내 앞으로 왔다.
무릎을 굽히고 내 물건 앞에 앉았다.
예고도 없이 내 물건을 입속에 집어넣었다.
혀로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 것을 입에 넣고 맛있게 먹었다.
나는 당황했다.
당황하긴 했지만,
내 물건은 이내 반응하여
터질 듯이 커졌다.
나는 선생님의 머리에 손을 얹고
엉덩이로 피스톤 운동을 했다.
선생님이
우웩소리를 내더니
나를 밀쳤다.
"아니 나는 그런 뜻이 아니고..."
선생님은 뒤로 몇 걸음 가서
지은과 나를 쳐다봤다.
" 어휴 안돼겠어요. 원장님 심볼이 너무 커서 구도가 안 좋아요. 언니 거기 카우치에 누워봐요. 네... 좋아요. 그리고 원장님이 언니 다리사이로 들어가고....왼쪽다릴 원장님 어깨에 걸치고...좋아요...원장님 삽입 해 보세요."
"야 그게 막 삽입이 되니... 좀 뭐라도 해야지..."
"그래요...그럼 제가 기다릴게. 뭐라도 잠깐 하세요."
지은이 눈짓을 했다.
나는 바로 지은의 그곳을 핥았다.
그런데,
하필
그때,
미션의 테마곡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울려 퍼졌다.
아뿔사, 그 거룩한 음악도 엔리오 모리꼬네의 작품이었다.
내게 파리나무 싶자가 합창단의 거룩한 영상이 떠올랐다.
원시인들이 화살을 겨누며 선교사를 둘러싸는 명장면이 머릿속에 흘러갔다.
선교사는 상관하지 않고 오보에를 연주했다.
결국, 내 물건이 죽어버렸다.
음악의 힘은 대단했다.
내 물건에 있던 혈액을 싹 걷어갔다.
지은이도 집중이 안되었는지
"야...나 집중 안돼 저 음악좀 꺼."
라고 한숨을 쉬었다.
선생님은 음악을 바꾸었다.
모짜르트의 아이네 클라니네 나흐트가 흘러나왔다.
"이건 그래도 좀 났다."
내 혀는 발레리노가 된 듯 지은의 그곳을 리드미컬하게 핥았다.
내것도 살아나고 지은의 꽃잎에도 물기가 돌았다.
나는 선생님의 눈치를 한번 보고
삽입했다.
약간 거칠지만
잘 미끌어져 들어갔다.
선생님이 박수를 쳤다.
"좋아요. 그대로 천천히 움직여 보세요."
선생님은 이젤 앞에 앉아
연필을 잡았다.
연필이 도화지를 스치며 지나가는 소리가
음악사이를 뚫고 들렸다.
"슥슥슥 스스"
그때 음악이 모짜르트 소나타 12 번으로 바뀌었다.
나쁘지 않았다.
나는 박자에 맞춰
지은의 꽃잎을 연주했다.
지은의 꽃잎이 강하게 수축하며
내 물건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