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스폰을 구하는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비인후과 전문의 최석영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시청자와 함께 하는 환절기 건강 관리법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전문의 선생님 모시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환절기가 되면 실제로 감기 환자들이 증가하나요 선생님?"
"네 그렇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현상입니다. 반복이 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매년 같은 패턴의 행동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패턴이 감기환자 수를 늘리는 것일까요?"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입니다. 기온이 낮아지면 바이러스의 생존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사람들의 생활 습관은 이전과 똑같기 때문에 감기 환자수가 증가하는 것입니다. 최선의 예방법은 바리러스가 몸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특히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 몸에 들어옵니다. 호흡기를 청결히 하고 코와 입에 자주 접촉하는 손을 깨끗이 하는 것이 예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 일반인이 예방적으로 마스크를 착요하는 것도 도움이 될까요?"
"무척 도움이 됩니다. 우선 감기나 독감 환자들이 있는 공간에 함께 있진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누가 환자인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차선책으로 마스크를 통해 바이러스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마스크를 하면 체온을 1~2도 높게 유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날씨가 추울때는 체온유지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럼 마스크,손씻기 이외에, 건강을 위해서 실천해야 할 일로 무엇이 더 있을까요?"
"꼭 환절기가 아니더라도 지켜야할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적당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 균형잡힌 영양 섭취가 있겠습니다."
"네. 운동, 수면, 음식 은 건강의 삼박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하죠. 어느정도 운동하는게 좋고, 잠은 몇시간 정도 자는게 좋을 까요?"
"네, 시청자 분들이 각각 개인적인 체질이 다르므로, 한가지 수치를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만, 보통 일주일에 3회이상 하루 30분이상 땀이 날 정도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수면시간은 모두 아시겠지만 보통 8시간 이상 주무시길 권고 하고 있습니다."
"네. 주 3회 30분 이상. 8시간 수면 어떻게 보면 실천하기 쉽지 않습니다만, 오늘부터라도 건강을 위해 꾸준히 실천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청자 분들께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십시오."
"네. 시청자 여러분 환절기에는 특별히 감기나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셔서 삶의 질을 높게 가져 가시길 기원합니다. 우선 음식 잘 드시고, 점막에 수분 유지를 위해 물도 잘 드시고, 잘 주무시고, 잘 운동하시고, 노약자나 어린이들은 독감 백신 접종 미리 잘 하시고, 그렇게 잘 살아가시다가 혹시나 몸에 문제가 생기시면 가까운 이비인후과에 가셔서 전문의 선생님과 상담하시면 환절기도 건강히 잘 지나가지 않을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네, 결론은 잘잘잘잘 입니다....위트있게 마무리 잘 해주셨습니다. 이상 이비인후과 전문의 최석영 선생님이셨습니다. 저는 아나운서 이지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케이 컷~"
담당피디의 오케이 사인이 나왔다.
"어이쿠야 원장님은 완전 방송체질이시네, 어디 학원다니셨어요?"
"아닙니다. 과찬이십니다."
"이거 말하기 좀 그렇지만. 전에 나오시던 분하고 너무 비교되서 어떡하나...분명히 말 나올텐데...하여튼 원장님 감사합니다. 제가 원장님 병원 주소하고 전화번호 아주 큼지막한 자막으로다가 깔아 드리겠습니다. 자주 뵙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나는 담당피디의 입바른 소릴 듣고
방송국을 걸어 나왔다.
방송국 아래 까페에서 지은이 기다리고 있었다.
"잘 하고 왓어?"
"응 녹화 잘 되었다고 하더라구."
"그래 잠깐만 지영이한테 전화해 볼게."
지은은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넌 언제 나와? 한시간? 야 사람을 급하게 불렀으면 좀 예의를 갖춰서..."
전화가 끊어진 모양이었다.
"전화 끊어졌네...우리 밥먹으러 가자. 이따가 얘 올거야. 자리 잡고 내가 문자 보낼게."
우리는 방송국 앞에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안내 받아
등심을 4인분 시켰다.
꽃등심이 지글지글 익어갔다.
지은은 장문의 문자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이상하게 소고기가 땡겼다.
사실 어찌 어찌 방송을 했지만,
긴장한 탓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아직까지 긴장의 기운이 남아 있엇다.
4인분을 다 먹고
추가로 2인분을 주문할 때,
아나운서가 식당으로 걸어들어왔다.
"뭐 그리 바뻐..."
지은이가 한 소리 했다.
나는 일어나서 아나운서에게 인사했다.
아나운서는 나에게 눈인사를 하고
방석에 앉았다.
"저희는 고기를 먼저 먹고 있었습니다만, 드시고 싶은게 있으시면 말씀하시죠?"
내가 아나운서에게 물었다.
그때, 방문을 열렸다.
피디가 성큼 들어와 앉았다.
그때, 방문을 열렸다.
피디가 성큼 들어와 앉았다.
"피디님 어서 오세요."
나는 일어나 피디에게 인사 했다.
"오늘 고기좀 얻어 먹겠습니다."
피디는 구워진 고기를 넙죽 넙죽 집어 먹었다.
젓가락질이 빨랐다.
좀 삐닥하게 생각하면,
나를 놀리려고 일부러
고기를 빨리 먹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엇다.
피디들은
보통 사람들과
정신세계가 다른 경우가 많으니까.
"오늘 원장님...와 따봉."
"네 감사합니다."
"원장님...우리 프로에 고정으로 나오실래요?"
"제가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정도면 상당하죠?"
피디의 빠른 젓가락질에 불판에 고기가 사라졌다.
"피디님 고기좀 더 시킬까요?"
"아 네...고기가 맛나네요."
"저 여기요 4인분만 더주세요~~"
방문이 살짝 열리고
볼펜 든 손이 들어와
주문지에 4인분 표시를 했다.
"등심 네개요~~"
방문이 닫혔다.
"원장님이 계속 해 주시면 시청률도 올라가지 않을까요?"
"하하하 피디님 정말이요? 그럼 출연료도 많이 주시나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원장님..."
"네?"
"원장님 유머감각이 마음에 들어요."
"무슨 유머...?"
"프로끼리 돌아가는 사정 잘 아시면서.."
"......"
"병원 원장님이 무슨 출연료를 받아요...네?"
"그럼 안 받나요?"
"웃길려고 일부러 그러시는 줄 알았더니, 진짜 모르시나?"
그때 고기가 들어왔고
숯불 갈아주는 분이 들어왔다.
"감사합니다."
나는 숯불 아저씨께 만원을 드렸다.
"어이쿠 사장님 감사합니다."
아저씨는 장갑을 벗고 두손으로 받으셨다.
숯불 아저씨가 나가고,
피디의 말이 이어졌다.
"원장님들은 다 돈 내고 출연하세요...모르셨나? 정말 모르셨어요?"
"네..전 그런 것에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피디님 술한잔 받으세요..."
"네 원장님 감사합니다."
피디는 술을 받아 바로 넙죽 넘겼다.
불판에 있는 익지도 않은 고기를 두점 집어서 입안에 던져 넣었다.
"원장님 방송나가면, 병원 광고 되잖아요. 제가 병원 전화번호랑 병원이름 큼지막하게 자막으로 넣어 드린다고 했잖아요..."
"아~~ 그런 뜻이었으면...전 방송 출연 안 하겠습니다."
피디가 조용히 고기만 먹었다.
한참을 먹더니...
"원장님 잘 먹었습니다. 전 바빠서 이만..."
하고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방송국 피디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이 남았다.
원래 방송이라는 판이 그렇게 돌아가는 것인지
중고차 허위매물 사기꾼
떳다방 기획 사기꾼
그런 사람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 피디의 말대로 어떤 원장들은 득을 볼 것이다.
나는 동네 이비인후과를 하는 입장에서
득 볼 처지도 아니고, 그렇게 바쁜 사람이 되기 싶지도 않았다.
피디가 나가고
지은이와 아나운서가 눈에 들어왔다.
피디가 있는동안 방 공간이 좁게 느껴졌는데
숨실 여유가 생겼다.
"원장님 고기 맛있어요."
"네 많이 드세요."
"돼지 피디가 다 집어 먹고 가서 없네요."
아나운서가 그 피디를 돼지 피디라고 했다.
존경하지 않는 눈치였다.
"네 잠시만요....여기요 고기 4인분 주세요~"
또 잠시 문이 열리고
손이 문틈으로 들어와
주문지에 4자를 썼다.
"원래 피디 선생님은 상가집 개처럼 얻어먹기 좋아하나요?"
나도 오늘 피디에 대한 감정이 안 좋아져서
상가구란 표현을 쓰고 말았다.
"직업이 원래 그래요. 피디 월급도 얼마 안되고, 아까처럼 원장님들 찔러봐서 용돈 받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래요. 피디도 아주 소수나 잘나가지. 특히 이런 조그만 방송국 피디는 할 일이 못 돼요. 지금 저 돼지 피디 들어가서 편집 할 거에요. 집에도 못가고 잠도 못자고 가끔은 불쌍하기도 해요."
"아 그렇구나..."
"원장님 어디 좋은 스폰서 해줄 분 없을까요?"
"스폰서라뇨?"
"모르세요?"
"스폰서면 광고 협찬해주고...물품 협찬해주고 그런거 아닌가요?"
"네 맞아요. 저한테 협찬을 주는거죠.."
"왜요?"
"네...콜록 콜록.."
아나운서는 사래가 들렸다며
물을 마셨다.
그리고 스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불판에서 고기가 익고 있었다.
"야...그래서 원장님 바쁜시간 이렇게 오셨는데 출연료는 없는거야?"
지은이가 아나운서에게 따졌다.
"아마 없을 껄."
"야~ 말이 돼냐. 원장님 환자 예약도 다 취소하고, 너 도와 주러 왔는데...거기다 오늘 꽃등심이 도대체 몇인분이야...고기도 사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