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죽을 만큼 맞고도 또 새로운 여자와 --이 주체할 수 없는 욕구 (31/189)



〈 31화 〉죽을 만큼 맞고도 또 새로운 여자와 --이 주체할 수 없는 욕구

"나는 그런 일 없어."

한참 몸싸움 소리가 들렸다.


다시 침대스프링의 리드미컬한 소리가 들렸다.

지아의 신음소리가 점점 커졌다.

"아흑 아흑 아흑..."


"다시 말해봐...주인님 박아주세요."


"주인님 박아주세요."


"내 보지는 주인님 보지."

"내 보지는 주인님 보지."

"딴놈 자지가 들어오면 주인님 손에 죽겠습니다."

"딴놈 자지가 들어오면 주인님 손에 죽겠습니다."


지아의 신음소리가 더 거칠어 졌다.


"허허헉...허허헉...허허허헉...."


"이 개보지 걸레 같은 년, 아주 뒤질  알아. 걸리기만 하면 내가 연놈을  갈아마신다."

"허허허헉...허허허헉..."

"지아보지 누구 보지?"

"허허헉..주인니임...보호오지..허허허헉."


"딴놈이랑 하면 어떯게 된다고?"


"허억 허억 주그으음 주그으음...허억."
"알았어~? 이 씨발년아...개보지 같으년...죽어봐~~"


남자는  목소리로 절규를 했다.


아마도 사정하는 순간인 듯 했다.



나는 수없이 망설였다.

뛰어나가야 하는지

없는 척 여기에 앉아 있어야 하는지

특히 지아가 맞는 소리를 들었을 땐


망설임을 넘어 거의 행동으로 옮길 뻔 했다.



하지만, 내가 나를 말렸다.


나간다 하더라도


아마 내가 개쳐맞듯 맞았을 것이다.

나는 싸움을 어떻게 하는 지 모른다.

싸움 앞에 서면

가슴이 너무 떨려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그렇다.


나는 쫄보다.

원래 안전한 곳만 간다.

지금 내가 왜 이 어두운 공간에

맨몸으로

쭈그리고 앉아 있는 

내가 아닌


다른 나 같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다윗왕이 반지세공사에게 명령하길


승리의 기쁨에 취해있을 때에도


패배의 절망에 빠져있을 때에도

돌아볼 수 있는 명언을

반지에게 써 넣으라고 했단다.



세공사는 글귀가 떠오르지 않아

다윗의 아들 솔로몬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솔로몬이 알려준 명언.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 내 처지에 딱 맞는 말이었다.

나는 지나가도 빨리 지나가길 기도 했다.



문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들렸다.

다시 문소리가 들렸다.

한참 조용하더니

소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지나가려나....

지나가지 않았다.



화장실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조용했다.


발자국 소리가 없는게 수상했다.






갑자기 창고문이 열렸다.


팬티만 입고 있는 거인이 들어왔다.

나는 그의 분노에  눈을 보았다.



바로 머리를 감싸고 웅크렸다.



 이후 번개가 번쩍였다.


끝없는 발길질이 이어졌다.



그는 씩씩거리더니


마대자루를 들었다.


감싼 내 팔을 내리쳤다.


나는 뚝~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소동이 난 것을

그제서야


지아가 들었다.


알몸으로 뛰어 나왔다.

"자기야 내가 잘못했어..."

지아는 그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다.

그는 지아를 발로 찾다.


지아가 가슴팍을 맞고 쓰러졌다.


그는 쓰러진 지아의 가슴팍을 밟았다.


저러다 갈비뼈가 부러질  같았다.


나는 몸을 날려 지아를 덮었다.


팔을 짚는데 오른쪽 팔이 이상했다.

나는  오른쪽 팔이 부러졌음을 확신했다.

그는 내 등을 마대 자루로 내리쳤다.

마대 자루가 부러졌다.



그는  옆구리를 발로 걷어찼다.


숨을  수가 없었다.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니들 연놈들 오늘 내가 끝장을 볼꺼니까 보자구."

그가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전화기를 꺼냈다."

내가   있는 길은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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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여기 ㅇㅇ휘트니스 입니다. 여기서 제가 폭행을 당하고 있습니다. 살려주세요."

"어디시라고요?"

"ㅇㅇ동 ㅇㅇ휘트니스입니다."

"검색이 안 되는데..."


"ㅇㅇ동 ㅇㅇ이비인후과 같은 건물 오층입니다. 빨리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곧 출동하겠습니다."

흥분해서 나갔던 남자는 죽도를 들고 왔다.

나는 다시 머리를 감싸고


등을 웅크렸다.



남자는 지아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내가 이 씨벌년아. 바람 폈냐고 했어 안 했어?"


지아는 아무 저항도 못하고 머리며 몸통이며 셀 수도 없이 맞고 있었다.


나는 다시 지아 몸을 덮었다.

그가 내 옆구리를 다시 찼다.


다시 숨을   없었다.

나는 그의 다리를 붙잡았다.


그는 다른 쪽 다리의 뒷굼치로 내 등을 찍었다.

내가 다리 잡은 손을 놓치자

죽도로 나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나는 머리를 손으로 잡고 웅크렸다.

죽도는 손 팔목 등 다리 가릴 것 없이 날아들었다.


싸이렌 소리가 들렸다.

안심 했다.


하지만 죽도는 계속 날아 들었다.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 여세요~~"


"문 여세요~"


"안 열면, 문 개방합니다."



문을 기계로 철문을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



죽도가 더 이상 날아오지 않았다.


그도 패닉에 빠졌다.


그는 주저 앉았다.




문이 열렸다.

경찰과 소방 대원이 들어왔다.


나와 지아는 각각 들것에 실려 나갔다.

그는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나는 응급실에 도착했다.


레지던트가 나를 맞이했다.

이것 저것 물어보며 문진을 했다.

바이탈을 체크하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예상대로 전완골 두개중


하나는 완전히 분리되었고,


다른 하나는 금이 간 상태로 약간 분리 되었다.


딱 보니 전치 14주였다.

핀을 박고 오랫동안 팔을 못 쓰게 생겼다.


갈비뼈에는 뚜렷한 소견이 나오진 않았다.

아마도 속으로 실금이 갔을 것이다.


그린스틱 골절이라고 하는 경우는 엑스레이에 잘 안보인다.

나는 레지던트에게 그린스틱 골절이 있는지 자세히 봐 달라고 했다.

결국 레지던트는 골절부위를 발견했다.


어찌 되었든 14주 진단이 나올 것이다.




그렇게 입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응급실에서 바로 병실이 정해졌다.

나는 돈을  더 내고 1인실을 쓰기로 했다.

잠을 편안히 자고 싶었다.


수술전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지은에게 연락하긴 시간대도  좋고,


폭행사건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곤란했다.



급한대로 데스크 직원에게 전화했다.

"제가 다쳐서 내일 휴진해야겠어요."


"어머 어쩌다가. 많이 다치셨어요?"

"좀 다쳐서. 아마 진료는 한 두달 못할  같아요. 내일은 휴진하고, 가능한 빨리 대진할 선생님 찾아볼게요. 그런데 제가 지금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보호자가 없네요. 와서 싸인좀 해주실  있어요?"


"어머 어떡해. 네 알겠습니다. 지금 어느 병원에 계세요."

"ㅇㅇ병원 응급실에 있어요."


"네 지금 바로 갈게요."




금방 데스크 직원이 응급실로 왔다.

덕분에 나는 수술을 받을  있었다.



전완골에 핀을 박는 응급 수술은 일찍 끝났다.

내가 마취에서 깨어났을때는


1인실에 누워 있었다.

수술하는 교수님의 손이 빨라서 금방 끝났다고,

레지던트가 두번 강조하여 설명했다.

레지던트가 테블릿으로


수술이후


고정된 요골과 척골을 보여주었다.

예쁘게 잘 된 듯 했다.



"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레지던트는  인사를 받고

병실을 나갔다.


진통제를 맞고 있어서

통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견딜만 했다.

나는 지아의 몸 상태가 궁금했다.


내가 보호자도 아니고

바로 알아볼 순 없었다.


평소에 인간관계를  했으면

동문 한두명 연줄로 알아 볼 수도 있을 텐데

구 의사회 모임도 안나갔던 나는

어디 비빌 데가 없었다.




게다가

나는 내가 만든상황이 챙피했다.

지아와 그남자가 결혼한 사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남의 여자와 상간을 한것이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한편, 나는 그런 사실을 몰랐으니

억울하긴 했다.



그래도

억울한 것과


부끄러운 것과는


서로 다른 차원의 얘기이다.

병실의 밤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병실의 가습기가


혹시나


안좋은 살균제를 갖고 있진 않은지 걱정되었다.


걸어가서

가습기를 껐다.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누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눈을 떴다.

간호사였다.

안심했다.

간호사가 나를 보고

풋 하고 웃었다.


무슨 이유인지 궁금했다.


내 바지 위로 텐트가 쳐서 그런가...

"간호사님 왜 웃으셨어요?"

"어머 깜작이야."

"죄송합니다."

"간호사님 웃는 소리에 깼어요."

"아니에요."


"......"


"수액체크하고, 혈압, 체온 체크하러 왔어요."

"네."


"체온계 옆구리에 넣어 보세요."


"특별히 불편하신데 없으시죠?"

"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너무 궁금해요. 왜 웃으셨는지...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아니에요."


간호사가 가습기 쪽을 보았다.

"가습기는 일부러 끄셨어요?"


"네. 혹시 소독제가 폐섬유화증하고 관련된건가 하고요."


"문제된 제품 안써요. 제가  드릴까요?"


"아니요..마음이 편한게 좋아요. 끌게요...근데  웃으셨는지  가르쳐주실 건가요?"

"마무것도 아니에요...이렉션...풋."


간호사는 병실 밖으로 나갔다.

내 예상이 맞았다.


이렉션...

발기란 뜻이었다.


내 물건은 왜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서 사람을 난처하게 하는가.



나는 옷장으로 가서 내 바지 주머니를 뒤졌다.


파란 알약이 있었다.


간호사를 웃길 정도로

기능을 잘 하는데

나는 무슨 욕심으로

그 파란 알약을 먹으려 했을까


돌아보면

모든게


의욕과다가 부른 참사였다.



파란 알약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릴까

생각했지만



혹시나 해서

다시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침대 위로 올라가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 일찍 회진이 있었다.

담당교수가 젊었다.

"특이한 증상 없으시죠?"

"네"

"늑골부위에 금이 있긴 한데, 제가 해 드릴게 없습니다. 필요하시면 압박붕대 직접 사셔서 착용하시면 되고요. 착용 안하셔도 시간 지나면 천천히 붙습니다. 개인차가 있어서 얼마나 걸릴 지는 말씀해 드릴 수는 없고, 일단  달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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